[2013 IT 총결산] 스마트폰과 패블릿, 그리고 태블릿PC

2009년 말 애플이 아이폰3Gs를 국내에 출시한 뒤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 4년 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0월 기준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수는 3,697만 4,014명. 연초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약 2,200만 명에 불과했으니 불과 1년 사이에 1,400만 명 가량 늘어난 셈이다. 특히, 국내 LTE 가입자 비율은 전세계 1위에 달한다. 이 같은 이동통신의 발달과 스마트 기기 확산은 생활 전반에 많은 변화를 야기했다.

이 같은 스마트 기기의 폭발적인 성장은 2013년에 이르러 서서히 안정기로 접어들고 있다. 더 이상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의 스마트 시대가 도래한 것. 질적 성장의 첫 변화는 다양한 제품군으로 연결됐다. 이제 사용자들은 성능만을 강화한 천편일률적인 스마트폰을 원하지 않는다. 이에 제조사들은 5~6인치 크기의 대화면 스마트폰, 즉 패블릿(Phablet)을 선보이며 디스플레이 크기에 변화를 주거나, 나름의 독특한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 기기를 선보이며 다양화를 꾀했다. 또한, 2013년은 태블릿PC 확산의 시작을 알렸다.

이에 올 한해 각 제조사들이 국내에 선보인 스마트폰, 패블릿, 태블릿PC와 나름 의미 있던 독특한 제품들을 소개한다.

안드로이드와 iOS에 편중된 국내 스마트폰 시장

지난 10월 17일, 이동통신 3사가 국정감사에 제출한 스마트폰 운영체제 별 점유율 자료를 살펴보면, 안드로이드는 지난해 점유율 89.7%에 이어 올해 91.7%를 기록했다. iOS는 지난해 10월 9.3%, 올해 7월 7.4%다. 사용자 수를 살펴보면, 안드로이드는 3,294만 3,000명, iOS는 267만 명으로, 두 운영체제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99.1%에 달한다. 블랙베리, 윈도폰은 아예 시장에서 퇴출되다시피 했다. 올 한해 국내에서 인기를 끈 제품도 이 같은 결과를 그대로 반영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4

갤럭시s4
갤럭시s4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선보인 갤럭시S4의 출시일은 2013년 4월 26일. 이후 한국을 시작으로 전세계 판매를 시작한 갤럭시S4는 출시 한달 만에 1,000만 대 판매를 돌파하며 삼성전자 휴대폰 사상 최단기간 1,000만 대 판매를 기록했다. '듀얼 카메라', '에어뷰', '에어 제스쳐' 등 삼성전자는 단순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아닌 다양한 편의 기능과 풀HD 슈퍼아몰레드, 초슬림 베젤, 착탈식 대용량 배터리 등 하드웨어 성능 등이 인기를 끈 요인이었다. 이후 갤럭시S4는 국내 LTE-A 서비스에 발맞춰 갤럭시S4 LTE-A를 선보이는 등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1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애플 아이폰5s

아이폰5s
아이폰5s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안드로이드 천하다. 유일하게 대항하고 있는 것이 애플 아이폰. 블랙베리, 윈도폰 등의 국내 점유율은 단 1%도 채우지 못했다. 2013년 9월 10일(현지시간), 애플은 아이폰5s를 공개했다. 스마트폰 최초의 '64비트 지원 A7 프로세서'와 차기 버전인 'iOS7 최적화', '골드 컬러 출시', '지문 인식 터치ID' 등 여전히 시장에서 그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다만, 한국은 아이폰5s 1차 출시국에 포함되지 않아 다소 늦은 지난 10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특히, 아이폰5s는 출시 직후인 9월과 10월,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1위를 기록하며 갤럭시S4를 맹추격하고 있으며, 전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 출시 이후 빠르게 점유율을 늘려 주목받고 있다.

LG전자 G2

lg g2
lg g2

한때 전세계 휴대폰 판매량 2위에 빛났던 LG전자였지만, 스마트폰 시장 초기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했다. 그랬던 LG전자가 칼을 갈고 내놓은 스마트폰이 바로 G2다. 2013년 2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3위를 달성한 이후, LG전자가 선택한 스마트폰이 바로 G2다. 기존 스마트폰 브랜드로 사용했던 '옵티머스' 대신 프리미엄 브랜드 'G 시리즈'를 내세울 만큼 LG전자는 G2에 역량을 쏟았다. 지난 8월 8일 출시한 G2의 올해 전세계 예상 판매량은 약 300만 대. 이는 전작 옵티머스 G프로보다 약 2배 이상 많은 판매량으로, 올해 국내 판매량도 100만 대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G2의 인기 요인은 '광학식손떨림보정', '무손실음원재생', 'GRAM', '스텝드 배터리' 등을 꼽을 수 있다.

팬택 베가 아이언

베가아이언
베가아이언

고민이 많았다. 올해 팬택이 출시한 스마트폰 대표작은 베가 아이언, 베가 넘버6, 베가 시크릿노트 등. 이중 베가 아이언을 스마트폰 부문에 선택한 이유는 팬택이 제시한 5인치, 6인치 시장을 따로 노리겠다는 투 트랙 전략 때문이다(베가 시크릿노트는 패블릿 부문에 선정했다). 팬택은 올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 2위 자리를 놓고 LG전자와 경쟁이 심했다. 베가 아이언은 바로 그 경쟁의 시작을 알리는 제품이었다. 전작 180만 대를 판매했던 베가 레이서의 기록을 경신하겠다며 야심차게 선보인 베가 아이언이었지만, 올해 판매량은 약 60만 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잠시 발걸음을 멈춘듯한 팬택이지만, 보다 크게 뛰기 위한 움츠림이 아닐까. 다음 팬택 제품을 기대해본다.

구글 넥서스5

넥서스5
넥서스5

구글의 레퍼런스폰 '넥서스 시리즈'. 올해 11월 국내 출시한 넥서스5는 최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4.4 킷캣(Kitkat)을 최초로 탑재한 스마트폰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저렴한 가격. 구글 넥서스 시리즈는 이전부터 동급 성능의 다른 스마트폰과 비교해 절반 정도의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비 성능 최고의 제품으로 각광받았다. 특히, 넥서스5는 LG전자가 제조해 LG G2에 버금가는 성능을 탑재해 얼리어답터들의 눈길을 끌었다. 당시 반값 가격에 불과했던 넥서스5 출시는 국내 스마트폰 가격의 거품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나는 패블릿!

성숙기에 접어든 올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6인치대의 패블릿 격전지이기도 했다. 전작 갤럭시노트의 성공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갤럭시노트3와 4:3 비율을 계승한 LG전자 뷰3, 절치부심 흑자를 달성하겠다는 팬택의 시크릿노트가 그 주인공이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3

갤럭시노트3
갤럭시노트3

삼성전자는 기록 깨기의 달인인가 보다. 지난 9월 25일, 전세계 58개국에서 동시 발매한 갤럭시노트3는 삼성전자 노트 시리즈 중 최단 기간인 2개월 만에 전세계 판매량 1,000만 대를 달성했다(11월 말). 현재 갤럭시노트3는 전세계 약 140개국에서 판매 중이다. 갤럭시노트의 인기 요인은 S펜. 큰 화면과 더불어 연필로 쓰는 듯, 세밀하게 필압을 감지하는 S펜은 'S노트', 'S플래너' 등 관련 앱과 연동해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어쩌면, 갤럭시노트의 성공은 S펜, 이 요물 하나 때문인지도 모른다.

LG전자 뷰3

뷰3
뷰3

무슨 말이 필요하랴. 삼성전자에게 갤럭시노트 시리즈가 있다면, LG전자에게는 뷰 시리즈가 있다. 독특한 4:3 화면 비율의 뷰3도 G2와 마찬가지로 옵티머스의 옷을 벗고 LG 뷰3로 개명했다. 지난 9월 23일부터 국내 출시를 시작한 LG 뷰3의 정확한 판매량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황. 다만, 전작 뷰 시리즈의 누적 판매량은 100만 대에 이를 정도로 나름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다시 봐도 4:3 화면 비율은 묘한 매력을 지녔다. 뷰3의 실제 화면 크기는 5.2인치. 타 패블릿의 화면 크기는 6인치 이상일진데, 실제 화면 크기는 뷰3가 가장 크다. 이래저래 재미있는 패블릿이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팬택 베가 시크릿노트

베가시크릿노트
베가시크릿노트

팬택은 베가 시크릿노트에 애환을 담았다. 지난 10월 10일, 팬택은 베가 시크릿노트를 선보이며 사실상 투 트랙 전략을 포기했다. 5인치, 6인치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겠다고 약속했지만, 베가 아이언의 실적 부진은 5인치 시장을 잠정 포기하게 만들었다. 즉, 그만큼 베가 시크릿노트는 팬택에게 중요한 제품이다. 팬택은 베가 시크릿노트를 선보이며 전 국민의 1% 즉, 5,000만 명 중 50만 명에게 판매하겠다고 다짐했다. 12월 초 누적 판매량은 약 30만 대.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2013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도 베가 시크릿노트에 담았다. (개인적으로) 시크릿노트의 성공을 기원한다.

노트북 판매량을 앞선다고? 태블릿PC 부문

7인치와 10인치. 아마 이 숙제는 내년이 되도 풀리지 않을 모양새다. 태블릿PC의 시작을 알린 아이패드의 화면 크기는 9.7인치. 하지만, 시장은 조금씩 7~8인치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결국 애플도 아이패드 미니를 선보이며 시장의 흐름을 따랐다. 확실히 태블릿PC 시장만큼은 아직 애플의 입김이 상당하다. 초기 태블릿PC에 최적화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선보이지 못했던 구글은 지금쯤 땅을 치고 있을까. 하지만, 올해 안드로이드 태블릿PC 판매량은 급증하면서 애플 아이패드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아, 참고로 윈도 태블릿PC는 이 기사에서 다루지 않는다. 윈도 컨버터블PC나 2-in-1 PC, 태블릿PC는 PC, 노트북 연말 총결산을 살피시길.

애플 아이패드 에어와 미니 레티나

아이패드미니테리나
아이패드미니테리나

인정할 건 인정하자. 태블릿PC 시장에서 애플은 여전히 업계 1위다. 지난 10월 22일(현지시간), 애플이 아이패드 에어와 미니 레티나를 발표하며 지금까지 아이패드의 누적 판매량은 1억 7,000만 대라고 밝혔다. 안드로이드 진영과 iOS 진영으로 나눈 시장점유율은 점차 안드로이드가 iOS를 추적하고 있지만, 업체별 판매량은 아직 타 업체가 애플에 못미친다. 한국은 1차 출시국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2차 출시국보다 빠른 지난 12월 16일 국내 출시를 시작했다. 전작보다 가벼워진 아이패드 에어와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2013년말 가장 핫한 태블릿PC임에는 틀림없다.

갤럭시노트 8.0과 갤럭시탭3 8.0

갤럭시탭3
8.0
갤럭시탭3 8.0

올해 삼성전자는 8인치 안드로이드 태블릿PC를 2종 선보였다. 갤럭시노트 8.0의 국내 출시일은 4월 22일이며, 갤럭시탭3 8.0은 8월 22일 선보였다. 지금 돌이켜보니, 공교롭게도 두 제품 모두 출시일은 22일로 동일하다. 두 제품의 차이는 S펜 유무. 노트는 50만 원대, 탭3는 40만 원대로 약 10만 원의 가격 차이도 있긴 하다. 하드웨어 사양은 대동소이. 두 제품의 정확한 판매량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의 전체 태블릿PC 판매량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갤럭시탭과 갤럭시노트 전 제품의 지난 3분기(6월~9월) 판매량은 1050만 대로, 같은 기간 1,410만 대를 기록한 아이패드를 바짝 뒤쫓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태블릿PC 진영을 이끌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두 제품은 인정받을만하다.

넥서스7 2세대

넥서스7
넥서스7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최고의 가성비 제품을 넥서스5라고 한다면, 안드로이드 태블릿PC 최고의 가성비 제품은 넥서스7 2세대라고 할만하다. 이는 곧 판매량으로 이어졌다. 지난 8월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한 넥서스7 2세대의 판매량은 20만 대 이상(11월 말 기준). 지난 2012년 9월 국내 출시한 전작 넥서스7의 누적 판매량은 10만 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이미 2배 판매는 넘어섰다. 한때 넥서스7 2세대 판매량은 삼성전자 갤럭시탭3, LG전자 G패드 8.3을 넘어섰다는 후문. 이 같은 성적표는 결국 가격 차이에서 시작했다. 넥서스7 2세대(16GB 기준) 30만 원 초반대지만, 경쟁 제품 가격은 40~50만 대이기 때문이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태블릿PC 시장 강화를 위해 넥서스7 2세대로 이를 간 것은 아닐까.

기타 안드로이드 태블릿PC

레노버요가
레노버요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갤럭시탭 시리즈와 구글 넥서스7 이외에 국내 안드로이드 태블릿PC는 어째 크게 어필할만한 제품이 없다. 그나마 레노버의 요가 태블릿, 소니의 엑스페리아 태블릿Z, 에이수스의 미모패드, 에이서의 아이코니아탭 정도를 경쟁작으로 꼽을 수 있겠다(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각 제품의 특징만큼은 뚜렷하다. 레노버 요가 태블릿은 영화 스티브 잡스의 주연 애쉬튼 커처가 직접 디자인한 독특한 모양이 일품. 배터리 사용 시간도 안드로이드 태블릿PC 중 가장 길다. 소니 엑스페리아 태블릿Z는 방수/방진 기능을 앞세웠다. 샤워 하면서 사용해도 될 정도로 생활 방수 정도는 거뜬하다. 에이수스 미모패드와 에이서 아이코니아탭은 다양한 화면 크기와 저렴한 가격이 강점.

굳이 다양한 태블릿PC 제품을 언급한 이유는 하나다. 다가오는 2014년은 스마트폰 성장에 힘입어 태블릿PC가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직 성장기의 진통을 겪고 있는 태블릿PC이지만, 어느 누가 주인공으로 나설지 모르는 상황.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애플과 삼성전자가 조금이라도 주춤한다면? 가려져있던 조연이 갑자기 뛰쳐나올지, 그 누가 알겠는가.

나 휘었어! …나 휘었다니까?

갤럭시라운드
갤럭시라운드

삼성전자의 갤럭시 라운드와 LG전자의 G플렉스. 여러 의미에서 한번쯤 짚고 넘어갈 제품들이다. 각각 가로와 세로로 휘어진, 이 두 스마트폰은 지금 현재의 모습이 아닌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제품이다. 스마트폰 자체가 휘어진 것보다 휘어진 디스플레이 즉,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향후 스마트 기기의 다양한 변화를 예고한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지금의 스마트폰, 태블릿PC 형태의 기기가 아닌, 입거나 착용하는,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lg
g플렉스
lg g플렉스

그렇다고 갤럭시 라운드와 G플렉스가 제품으로서 떨어진다는 뜻이 아니다. 두 제품의 성능과 기능 등은 현재 출시한 다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비교해 충분히 경쟁력이 높다. 아니, 프리미엄 제품에 속한다. 그래도 아직, 조금, 어딘가, 약간, 아쉬운 것은, 아마도 바라는 것이 너무 크기 때문인가 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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