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내놓고 삼성이 뒤따르는 태블릿 경쟁, 2년 뒤엔 다른 양상 될 것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최초의 아이패드가 출시된 것이 2010년 4월의 일이니, 올해로 꼭 10년 차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태블릿은 노트북보다 부족한 성능, 긴 배터리와 멀티미디어 재생에 특화된 PMP에 밀려 그다지 호응받는 제품군은 아니었다. 하지만 애플이 내놓은 아이패드 1세대는 9.7인치나 되는 대화면에 두께는 1.34cm에 불과해 멀티미디어 재생 기기의 추세를 영구적으로 바꿔놨다. 애플 아이패드가 태블릿 시장을 개척하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실상 독주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긴 하나, 반대 진영인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의 태블릿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시장은 양분된 상태다.

좌측부터 애플 아이패드 프로, 애플 아이패드 에어, 아이패드, 아이패드 미니 시리즈다. 출처=애플코리아
좌측부터 애플 아이패드 프로, 애플 아이패드 에어, 아이패드, 아이패드 미니 시리즈다. 출처=애플코리아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가 집계한 2020년 전 세계 태블릿 PC 출하량은 전체 3,754만 대를 기록했다. 1위는 38%의 점유율로 약 1,425만 대를 출하한 애플, 그리고 2위를 18.7%로 702만 대를 출하한 삼성전자가 차지했다. 이외에도 화웨이, 아마존, 레노버 순으로 점유율을 보인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애플은 2% 점유율이 떨어졌고, 삼성전자는 1.7% 상승했다. 삼성뿐만 아니라 다른 태블릿 진영 역시 0.6~1.6%씩 점유율이 올랐다. 여전히 애플 아이패드와 정면으로 맞설 상대는 없지만, 삼성전자의 다각화 전략, 그리고 애플 실리콘과 인텔 레이크필드의 등장으로 인해 몇 년 간 정체돼있던 시장 분위기에도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A14 바이오닉 기반의 애플 아이패드 에어, 그리고 아이패드 8세대

지난 9월 16일 공개된 애플 아이패드 에어, A14 바이오닉 AP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출처=애플코리아
지난 9월 16일 공개된 애플 아이패드 에어, A14 바이오닉 AP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출처=애플코리아

지난 9월 16일, 애플은 두 종류의 아이패드를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아이패드 에어는 현재의 아이폰 11에 탑재된 A13 바이오닉 다음 버전인 A14 바이오닉을 탑재해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아이패드 에어는 10.9형 리퀴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며, 영상업계 표준 색재현력인 P3 색역을 지원한다. 트루톤 디스플레이나 반사 방지 코팅 역시 적용된다. 카메라는 아이패드 프로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700만 화소 전면 카메라를 탑재해 더 고화질의 영상 통화가 가능하고, 새로운 1,200만 화소 후면 카메라와 차세대 터치 ID를 탑재한다. 사운드 역시 스테레오 스피커를 탑재해 영상 감상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아이패드 에어를 통해 애플 A14 바이오닉 칩의 첫 선을 보인 것이 핵심이다. 이미 A13 바이오닉의 그래픽 처리 성능만 해도 경쟁 상대가 없는데, 그런 A13을 넘어서 새로운 6 코어를 적용하고, 거의 모든 부분에 118억 개 트랜지스터를 적용해 그래픽 성능을 30% 더 끌어올렸다. 또한 10배 빠른 머신 러닝 계산을 위해 2세대 머신 러닝 가속기를 탑재하고, 새로운 16코어 뉴럴 엔진을 장착해 머신 러닝 앱의 활용도를 한 차원 더 끌어올린다. 만약 플로팅 디자인과 트랙패드가 탑재된 매직 키보드,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 등을 결합하면 웬만한 노트북 이상의 활용도를 기대할 수 있다.

함께 공개된 애플 아이패드 8세대, 10.2형 화면을 갖추고 있다. 출처=애플코리아
함께 공개된 애플 아이패드 8세대, 10.2형 화면을 갖추고 있다. 출처=애플코리아

엔트리 급인 아이패드 8세대는 10.2형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A12 바이오닉을 탑재해 활용도를 살리고 있다. 아이패드 에어가 가격과 상관없이 고성능의 기기를 찾는 이들을 겨냥한 제품이라면, 아이패드 8세대는 합리적인 가격과 애플팬슬, 액세서리 등의 구성을 필요로 하는 사용자를 위한 제품이다. 가격이 44만 원대 후반부터 시작해 상당히 저렴해서다.

삼성의 생각은 어떨까? 갤럭시 탭 S7과 갤럭시 탭 A7

삼성의 고성능 태블릿 제품군인 갤럭시 탭 S7, S7+, 각각 11인치, 12.4인치다. 출처=삼성전자
삼성의 고성능 태블릿 제품군인 갤럭시 탭 S7, S7+, 각각 11인치, 12.4인치다.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8월, 기함급 모델인 갤럭시 탭 S 시리즈의 새로운 모델, 갤럭시 탭 S7을 공식 출시했다. 탭 S7은 갤럭시 탭 S2 이후 간만에 11인치인 탭 S7과 12.4인치인 탭 S7+로 각각 출시되며, 두 기종 모두 고성능 프로세서인 퀄컴 스냅드래곤 865+ AP를 탑재한다. 메모리는 128GB 선택 시 6GB, 256GB 이상 제품이 8GB로 구성되며, 최대 1TB 외장 메모리를 지원한다. 통신 방식은 와이파이와 LTE 모델로 나뉘는데, S7+에서 5G 옵션을 선택할 수도 있다. 탭 S7을 기준으로 해상도는 WQXGA(2,560x1600)이며 DCI-P3 색재현력을 만족한다. 또한, S펜과 삼성 덱스를 활용해 데스크톱 모드로 진입할 수 있고, 노트북과 비슷한 느낌의 전용 키보드 북커버를 사용해 활용도를 확장할 수 있다. 가격은 128GB 모델이 90만 원대 초반, 256GB가 100만 원에 육박한다.

지난 21일, 국립전파연구원에 삼성전자의 갤럭시 탭 A7으로 추정되는 ‘SM-T505N’ 모델이 등록됐다. 출처=국립전파연구원
지난 21일, 국립전파연구원에 삼성전자의 갤럭시 탭 A7으로 추정되는 ‘SM-T505N’ 모델이 등록됐다. 출처=국립전파연구원

삼성전자 역시 애플과 마찬가지로 보급형 모델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갤럭시 탭A 시리즈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3월 공개한 갤럭시 탭 A8.4 모델이 국내 출시를 건너뛴 것과 달리, A7으로 추정되는 SM-T505N 모델이 지난 21일 국내 전파인증을 통과함에 따라 조만간 국내 출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해당 제품이 출시되면 삼성전자 역시 나름의 태블릿 라인업을 구축해 전 세계 태블릿 PC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애플과 삼성전자 모두 이미 태블릿 다음 세대의 제품을 통한 사전 경쟁에 돌입했다는 점이다.

차세대 태블릿 시장, 애플 실리콘과 인텔 레이크필드의 경쟁 구도

애플 실리콘은 지난 6월 열린 애플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공개된 내용이다. 애플 매킨토시에 탑재되는 프로세서를 애플이 자체 설계한 ARM 기반 애플 실리콘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즉, 앞으로 2년 내 애플 맥미니, 맥북, 아이맥, 맥 프로는 인텔 프로세서가 아닌 애플 자체 설계 프로세서가 탑재될 전망이다. 연산 처리 성능이나 작업 역량은 둘째치고,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는 매킨토시를 아이폰처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맥에서 아이폰, 아이패드용 앱스토어에 진입할 수 있으므로 활용도가 크게 향상되는 것이다. 이 단계에 이르면 애플 맥북 시리즈나 매직 키보드를 장착한 아이패드는 큰 차이가 없어질 수 있다.

12mm 정사각형에 데스크톱 구동의 필수 요소를 집약한 하이브리드 CPU, 인텔 레이크 필드. 출처=인텔
12mm 정사각형에 데스크톱 구동의 필수 요소를 집약한 하이브리드 CPU, 인텔 레이크 필드. 출처=인텔

이미 작년부터 삼성전자는 모바일 PC에 최적화된 퀄컴 스냅드래곤 8cx를 탑재한 독특한 구성의 노트북을 선보였다. 아니, 이 제품은 노트북이라고 보기엔 태블릿에 가깝지만, 구성은 노트북인 그런 물건이다. 아직 관련된 시장이 호응을 받고 있진 않지만 인텔은 여기에서 가능성을 보고 있다. 지난 6월 공개된 갤럭시 북 S는 스냅드래곤 8cx 모델과 동일한 플랫폼을 유지하면서, 인텔 코어 i5-L16G7이라는 독특한 프로세서를 장착했다.

갤럭시 북 S를 통해 첫선을 보인 이 프로세서는 인텔 하이브리드 기술이 적용됐고, 5개의 코어와 5개의 스레드로 종래엔 볼 수 없던 구성을 취하고 있다. 구성상 1개의 고성능 코어와 4개의 저전력 코어로 구성돼있고, 12mm 정사각형 사이즈에 5개 코어와 캐시 메모리, D램, 그래픽 카드, 저장 공간까지 모두 포함된 시스템 온 칩(SoC)이다. 각 코어는 작업 효율에 따라 프로세서가 번갈아가며 동작하는데, 워낙 크기가 작기 때문에 노트북은 물론 태블릿이나, 패블릿 수준의 스마트폰에까지 도입될 여지가 있다. 이는 향후 노트북과 태블릿 PC가 혼재할 것에 대한 가능성을 염두에 둔 구성이며, 애플 실리콘의 등장으로 더욱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애플 실리콘으로의 전환이 끝나면, 태블릿 시장도 바뀔 것

애플은 2022년 전까지 애플 실리콘으로의 전환을 완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즉 2022년이 되면 매킨토시 컴퓨터가 아이패드의 자리를 넘볼 수 있다는 의미다. 사람들은 더 이상 맥북이나 아이패드의 활용도를 고민할 필요 없이, 본인이 사용하고자 하는 하드웨어 활용도와 디자인, 구성에 따라 제품을 구매하게 될 것이다. 1위 사업자인 애플이 이런 흐름을 주도하면, 분명 2위 이하 사업자들 역시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마도 이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는 기업은 도태될 것이고, 철저하게 준비한 기업이 떠오를 것이다. 삼성전자가 인텔 레이크필드나 퀄컴 모바일 컴퓨트 같은 플랫폼을 컴퓨터와 연결하는 시도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지금 준비해야 나중에 태블릿과 노트북이 혼재된 시장에 대응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아마 빠르면 2년 뒤, 지금처럼 노트북과 태블릿이 분리된 시장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지며, 장기적으로는 합쳐질 수도 있는 일이다. 물론 애플과 삼성전자 모두 2020년 하반기 태블릿 시장에서 격돌하는 것을 잊지 않고 말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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