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40만 원, 품질은 90만 원? 구글 넥서스5 써보니...

구글이 LG전자와 협력해 제작한 안드로이드 레퍼런스(기준) 스마트폰 '넥서스5'를 국내에 출시한다고 1일 밝혔다. 넥서스5의 가장 큰 특징은 뛰어난 성능과 저렴한 가격이다. 갤럭시노트3, LG G2에 버금가는 높은 성능을 갖췄음에도 가격은 16GB 모델 기준 45만 9,000원에 불과하다. 90만 원에 육박하던 기존 스마트폰 출고가의 반값이다. 저렴한 자급제 스마트폰을 원하는 사용자에게 희소식이다.

그렇다면 넥서스5의 만듦새는 어떨까. 운 좋게도 발매 당일 넥서스5를 사용해볼 수 있었다. 소감을 가감 없이 적는다.

왜 이렇게 가볍죠?

"와 가볍다"

넥서스5를 박스에서 꺼낸 순간 후배 기자가 터뜨린 감탄이다. 일단 넥서스5는 5인치 스마트폰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볍다. 수치 상으로도 130g. 형제 모델인 LG G2와 비교해도 10g 이상 가벼워졌다. 알루미늄 버튼, 크롬 테두리 등 무거운 부품을 최대한 제거해 경량화를 꾀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럼에도 튼튼하고 견고하다. 유격같은 것은 눈에 띄지 않는다. 외부 재질은 플라스틱이지만, 넥서스7과 유사한 우레탄 코팅을 덧댔다. 제품을 잡은 순간 고무 재질의 케이스를 씌워 놓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디자인은 극히 간결하다. 제품 앞면에는 그 어떤 로고도 없다. 마치 아이폰처럼. 흥미롭게도 뒷면에도 구글 로고는 없다. 오직 NEXUS만 존재할 뿐. 그 아래 LG전자의 로고가 Made in Korea와 함께 자그마하게 새겨져 있다.

측면에는 전원과 음량 조절 버튼, 그리고 유심 트레이(유심을 넣는 부위, 마이크로유심을 사용한다)만 존재한다. 이마저도 검은색이라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극도로 미니멀리즘을 추구한 디자인이다.

하단에는 스테레오 스피커가 존재한다. 헤드폰 단자는 상단에 배치했다. 형제 모델인 G2는 헤드폰 단자가 하단에 있다. 굳이 옮길 필요가 있었는지 조금 의아하다.

더욱 미려해진 안드로이드 4.4 킷캣

단지 저렴한 가격만이 넥서스5의 특징은 아니다. 최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4.4 킷캣(Kitkat)을 최초로 탑재한 스마트폰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안드로이드 킷캣은 젤리빈에서 자잘한 부분이 변경된 마이너 업데이트다. 이미지 처리 능력 강화, 512MB 이하의 저용량 메모리 스마트폰 지원, 새로운 폰트 등이 변경점이다. 사실 앞에서 말한 점은 사용자가 체감하기 쉽지 않다. 사용자가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변경점을 알아보자.

일단 미려한 디자인이 눈에 띈다. 과거 순정 안드로이드 UI(사용자 환경)는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었다. 기능을 추가하는데 집중하다 보니 디자인은 조금 뒷전이었다. 하지만 킷캣의 UI는 다르다. UI와 아이콘이 세련되게 변했다. 특히 앱 서랍의 변경이 눈에 띈다. 아이콘이 큼직큼직해져 보기에도 좋고, 특정 앱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몇 가지 기능 변화도 있다. 일단 메시지(문자)가 구글 행아웃(구글 계정을 이용한 인스턴트 메신저 서비스)에 통합됐다. 이를 통해 행아웃 사용자끼리 무료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행아웃이 설치되지 않은 사용자에겐 기존 문자 메시지 형태로 발송된다. 애플의 아이메시지와 같다. 향후 킷캣이 많이 보급되면 그만큼 유료 문자 메시지는 설 자리를 잃어버릴 전망이다.

새로 추가된 구글 통합 설정도 유용한 기능이다. 구글의 다양한 서비스를 한군데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다. 심지어 구글의 사용자 맞춤 광고를 차단하는 설정도 제공한다. 지메일, 구글 플러스, 플레이 스토어 등을 자주 이용하는 사용자라면 눈여겨보자.

NFC 통합 관리 기능도 '탭앤페이'라는 이름으로 제공한다. 향후 대세로 떠오를 전자지갑 서비스를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NFC 기능을 활용하는 전자지갑 애플리케이션을 한군 데 모아 관리할 수 있다.

넥서스5를 음성만으로 조작하는 음성 콘트롤 기능도 강화됐다. 홈 화면 또는 구글나우 화면에서 'OK 구글'이라고 명령하면 음성 콘트롤 기능이 실행된다. 인터넷 검색, 메시지 전송, 사전에서 단어 찾기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그렇다, 애플의 음성 비서 서비스 '시리'와 매우 유사하다. 다만, 이 기능은 언어 설정을 영어로 해야만 사용할 수 있다. 언어 설정을 한국어로 해도 사용할 수 있도록 구글이 조속히 업데이트를 제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격은 40만 원, 품질은 90만 원

넥서스5의 놀라울 정도로 저렴한 가격을 접하니 일단 걱정이 앞선다. 그만큼 품질 면에서 타협한 것은 아닐까. 걱정은 붙들어 매도 좋다. 넥서스5의 하드웨어 품질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 이 가격에 팔아도 남는 게 있을까 걱정될 정도로.

일단 화면 품질을 볼까. 솔직히 말하자면 LG G2와 대등하다. 밝기, 선명함, 가독성, 야외 시인성 등 모든 면에서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 같은 곳에서 제조한 제품이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LG G2가 현존 스마트폰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고 찬사를 받았으니, 넥서스5도 그런 찬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 넥서스5는 크기 4.95인치, 해상도 풀HD(1,920x1,080), 선명도 445PPI의 광시야각 IPS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성능도 남 부럽지 않다. LG G2, 삼성전자 갤럭시노트3와 동일한 퀄컴 스냅드래곤800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반응도 재빠르고, 인터넷 페이지도 신속하게 나타나며, 최신 3D 게임도 쾌적하게 실행된다. 당연히 풀HD 동영상도 끊김 없이 재생된다(확장자 MKV, 60프레임 영상 제외). 메모리도 2GB(LPDDR3)로 넉넉하다.

스냅드래곤800에 내장된 통신칩셋은 국내 통신사의 모든 밴드를 지원한다. 다시 말해 3G뿐만 아니라 LTE도 지원한다. 다만 외신에서 보도한 것과 달리 LTE-A는 지원하지 않는다.

넥서스5를 사용하려면 먼저 구글 플레이 스토어 홈페이지에서 제품을 구매한 후, 마음에 드는 이동통신사(알뜰폰 통신사 포함, LG유플러스 제외)에서 개통하면 된다. 때문에 요금제 선택의 폭도 자유롭다. 개통하기 편리하라고 IMEI 식별번호를 적어놓은 스티커도 제품 뒷편에 붙어있다.

다른 사양은 LG G2와 동일하지만, 유독 카메라만 화소수가 800만으로 줄었다. 하지만 G2 카메라의 가장 큰 특징인 광학 손떨림 보정(Optical Image Stabilization, OIS)은 그대로다. OIS는 사용자의 손떨림이 사진에 나타나는 것을 막고,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돕는 기능이다. 특히 동영상을 촬영할 때 매우 유용하다. 글이 길었다. 카메라는 사진으로 말하는 법. 넥서스5로 촬영한 사진을 몇 장 첨부하니 직접 확인해보시라. 참고로 동영상은 최대 풀HD 해상도, 30프레임으로 촬영할 수 있다.

물론 시중의 스마트폰보다 뒤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일단 배터리 교체가 불가능하다. 배터리 용량은 2300mAh다.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닌 만큼 아쉬움이 남는다. 마이크로SD 카드 슬롯이 없어서 저장공간 확장도 불가능하다. 처음 제품을 구매할 때 선택한 16GB, 32GB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 운영체제를 제외하고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16GB 모델 10GB, 32GB 모델 26GB다. 제조사, 통신사 기본 탑재 앱이 없어 제법 넉넉한 편이지만, 다양한 앱을 설치하길 원하는 사용자라면 32GB 모델을 구매하는 편이 좋겠다.

여기서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배터리 교체불가와 저장공간 확장 불가는 일부러 그리한 듯한 느낌이다. 넥서스5가 너무 완벽하면 다른 제조사에서 불평불만이 나올 터. 안드로이드 전체 생태계를 이끌어야 하는 구글 입장에선 넥서스5를 출시하며 다른 제작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넥서스5가 완벽한 제품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성능 그리고 구글이 직접 제공하는 빠른 운영체제 업데이트 등 장점이 많다. 지금 스마트폰을 구매하길 원하는 사용자라면 당연히 넥서스5를 눈여겨봐야 한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