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퀵서치] 디지털자산 과세 쟁점 ‘손실금 이월공제’란 무엇인가요?
[IT동아 한만혁 기자] 정부가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과세를 추가 유예 없이 2027년 1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업계와 정치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것이죠. 특히 정치권에서는 손실금 이월공제 미적용 부분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글로벌 정합성에 어긋나는 제도 탓에 국내 이용자만 불리해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디지털자산 과세를 둘러싼 주요 쟁점 중 손실금 이월공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정부, 예정대로 내년 과세 시행
디지털자산 과세는 2021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처음 도입됐습니다. 최초 시행 예정일은 2022년 1월 1일이었으나 디지털자산 이용자 보호 방안과 과세 인프라 미비 등을 이유로 유예됐습니다. 이후에도 비슷한 이유로 두 차례 더 미뤄지면서 현재 시행 예정일은 2027년 1월 1일로 정해져 있습니다.
정부는 추가 유예 없이 예정대로 과세를 시행할 방침입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7월 29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해 디지털자산 과세에 대해 "예정대로 내년부터 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라며 추가 유예 가능성에 선을 그었습니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디지털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얻은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며, 연간 25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기타소득세 20%와 지방소득세 2%를 합쳐 최대 22%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예정대로 2027년 1월 과세가 시행되면 그해 발생한 손익에 대한 첫 신고와 납부는 2028년 5월에 이뤄집니다.
손익을 모두 따져 세금을 매기는 손실금 이월공제
정치권에서는 손실금 이월공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지난 7월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손실금 이월공제가 인정되지 않는 현행 과세 제도를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구윤철 부총리는 “주식투자도 이월이 안 되고 있다”라며 “디지털자산 소득이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면서 얻는 혜택도 있다. 과세가 시행된 뒤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살펴보겠다”라고 답했습니다.

손실금 이월공제란 특정 연도에 발생한 손실을 다음 해 이후의 이익과 상계해, 여러 해에 걸친 손익을 모두 따져 세금을 매기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올해 손실을 봤다면 그 손실분만큼 내년 이후 이익에서 빼주는 것이죠. 즉 실제로 이익을 얻은 만큼만 세금을 내는 것입니다.
손실금 이월공제는 이미 일부 영역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입니다. 기업이 내는 법인세와 개인 사업자의 사업소득에 대해서는 손실이 발생하면 이후 15년간 이월해 소득에서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손실을 과거 연도에 소급 적용해 이미 낸 세금을 돌려받는 소급공제도 가능합니다. 한때 도입이 추진됐던 금융투자소득세는 3년간 손실 이월공제를 포함할 예정이었지만, 해당 법 자체가 폐지되면서 시행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현행 디지털자산 과세 제도에는 이 장치가 없습니다. 손실이 누적된 투자자도 특정 연도에 수익이 나면 그 금액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합니다. 만약 2027년에 1000만 원을 디지털자산에 투자했다가 400만 원의 손실을 봐 600만 원이 됐다면 그해에는 세금을 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8년에 보유한 디지털자산 가치가 올라 900만 원이 됐다면, 전년 대비 늘어난 300만 원 가운데 기본공제 250만 원을 뺀 나머지 금액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금 1000만 원을 아직 회복하지 못한 상태인데도 세금 고지서를 받게 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해외 주요국은 어떨까요? 해외 주요국은 디지털자산 과세에 손실금 이월공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미국, 독일 등 주요국은 디지털자산 투자 손실을 다른 자산의 이익과 상계하는 손익통산을 허용하고, 손실을 다음 해로 넘겨 미래 이익과 상쇄할 수 있는 이월공제도 보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은 손실 이월공제를 3년까지 법제화해 두고 있죠. 국내 거래소를 이용하는 이용자가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 이런 이유입니다.
디지털자산 과세, 준비 부족 지적도 이어져
업계와 정치권은 손실금 이월공제 외에도 과세 제도 시행을 위한 준비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과세 자료 확보입니다. 국내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는 거래 내역 확보가 비교적 수월하지만, 해외 거래소나 개인 간 거래, 탈중앙화 금융(DeFi) 거래는 투자자별 과세 자료로 정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채굴, 스테이킹, 에어드롭 등으로 얻은 디지털자산의 취득가액을 산정하는 기준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국가 간 정보 교환 체계도 아직 갖춰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각국 과세당국이 디지털자산 거래 정보를 공유하는 가상자산 보고체계(CARF)는 호주 등 29개국이 2028년부터, 미국이 2029년부터 적용할 예정입니다. 과세가 시작되는 2027년에는 해외 거래 관련 정보 교환 체계가 아직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셈이죠. 이에 국내 거래소를 이용하며 성실하게 신고하는 투자자에게 오히려 세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이런 이유로 국민의힘은 디지털자산 과세 자체를 없애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디지털자산 과세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도 지난 5월 5만 8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회부됐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추가 유예 없이 시행 의지를 분명히 한 만큼, 국회에서 별도의 유예나 폐지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 한 내년부터 과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디지털자산에 투자하고 있거나 투자를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이용하는 거래소나 지갑의 거래 내역을 꾸준히 기록해 두고, 매수와 매도 시점, 취득가액 등을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향후 신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죠. 또한 이월공제가 적용되지 않는 현재 구조를 고려해 손익을 연도별로 조정하는 전략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관련 법안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수정될 가능성도 남아 있는 만큼, 정부와 국회의 후속 논의를 계속 지켜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한 과세 시행 이후에도 이월공제 도입 여부를 비롯한 제도 보완 논의가 이어질 수 있으니 관련 입법 동향도 주시해야겠습니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