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베가 시크릿노트 1부 - "바람 피기 정말 좋아요?"

나진희 najin@itdonga.com

[리뷰] 베가 시크릿노트 2부 – 디자인홈 등 편의 기능(http://it.donga.com/16510/)

앱/연락처/사진/동영상 등 개인정보 보호 기능 뛰어나
전반적인 사양과 디자인은 다른 고급형 스마트폰과 비슷한 수준
'혁신'이란 이름을 붙이기에는 2%가 아쉬워

시크릿노트
시크릿노트

아련하게 감정에 호소하는 이병헌의 TV CF 덕에 팬택 '베가 시크릿노트(이하 시크릿노트)'는 소비자에게 그 이름을 수월하게 알렸다. 시크릿노트는 스타일러스를 내장한 5.9인치 대화면 스마트폰으로, 어깨에 큰 짐을 짊어진 제품이다. 창업주인 박병엽 부회장이 떠나야 했을 만큼 최근 팬택의 상황이 좋지 못했고, 시크릿노트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나온 '구원 투수'이기 때문. 출시 시기와 광고 등 때문에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높은 편이다. 실제 기자 주변에도 '스마트폰 바꾸려는데 시크릿노트는 어떠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꽤 많다. 하지만 관심에 비해 시크릿노트에 대한 정보는 쟁쟁한 경쟁 제품들보다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한 달간 시크릿노트를 사용한 후 느낀 점을 가감 없이 전달한다.

"단언컨대, 시크릿노트는 바람 피울 때 딱 좋은 스마트폰입니다"

개인 정보 보호에서만큼은 시크릿노트가 그 어느 스마트폰보다 뛰어나다고 자신한다. 지문 인식 기능을 탑재했고,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사진/동영상/연락처 등을 남들 모르게 숨길 수 있다. 바람 피울 때 최고의 스마트폰이다. 그만큼 시크릿노트는 마음 먹고 뒤져도 찾기 어려울 만큼 사용자 정보를 철저히 보호한다. 괜히 이름이 '시크릿' 노트겠는가? 실제 출시 행사 때 팬택 관계자는 "우리 남편에게는 단언컨대 시크릿노트를 선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크릿노트
시크릿노트

시크릿노트 광고에는 밀랍 인장이 등장한다. 봉투를 밀랍 인장으로 봉하면 한번 뜯었을 때 자국이 남아 다른 사람이 몰래 내용을 볼 수 없다. 광고 속 밀랍 인장은 시크릿노트의 개인정보 보호 기능을 강조한 이미지다.

사실 다른 제품들도 패턴, 비밀번호, 얼굴 인식, 지문 인식 등으로 스마트폰을 잠글 수 있다. 하지만 주변의 아는 사람들은 잠가놓은 스마트폰을 들이밀며 "이거 풀어줘"라고 요구할 게 뻔하다. 친할수록 비밀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문화 때문에 스마트폰을 개인적으로 관리하기란 쉽지 않다. 시크릿노트 '시크릿 기능'의 장점은 여기서 빛을 발한다.

시크릿노트
시크릿노트

시크릿노트는 '시크릿모드'와 '일반모드'를 둘 다 지원한다. 시크릿모드는 (숨긴 것들을 포함해) 모든 정보가 보이는 상태고, 일반모드는 숨긴 정보는 보이지 않는 상태다. 사용자가 쓸 때는 시크릿모드로, 친구에게 잠깐 스마트폰을 보여줄 때는 일반모드로 접근하면 좋겠다.

참고로 잠금화면에는 시크릿모드에 대한 힌트가 없다. 여타 스마트폰의 잠금화면과 똑같다.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시크릿모드라는 게 있는지조차 모를 것이다. 지문을 입력하면 시크릿모드로, 슬라이드/패턴/비밀번호 등 일반적인 방식으로 잠금 화면을 열면 일반모드로 접근한다.

시크릿노트
시크릿노트

시크릿노트 뒷면에는 지문 인식 센서, '시크릿키'가 있다. 스마트폰을 오른손으로 쥐었을 때 자연스레 검지가 위치하는 그곳. 거기가 시크릿키의 자리다. 지문은 제품 하나당 2개까지 등록할 수 있다. 한 사용자의 두 손가락을 등록해 두거나(트거나 상처가 났을 때를 대비해서), 두 명의 지문을 각각 등록해둘 수도 있다.

지문 인식률은 괜찮은 편이다. 대부분 입력 한 번 만에 잠금을 해제했다. 가끔 손가락을 두 번 문질러야 할 때가 있었지만 이 이상을 넘지는 않았다. 참고로 처음 손가락을 4번 정도 시크릿키에 문질러 지문을 등록하는데 이때 다양한 각도로 등록해두는 편이 인식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시크릿노트와 애플 아이폰5s의 지문 인식 기능 차이가 궁금한 사용자가 많을 것 같다. 시크릿노트의 지문 인식은 '스와이프(Swipe)' 방식이다. 사용자가 제품 뒷면 시크릿키에 손가락을 대고 위에서 아래로 '슥' 내리면 이를 기존 지문 등록 정보와 비교해 확인한다. 반면, 아이폰5s의 지문 인식은 '에어리어 터치(Area Touch)' 방식으로 손가락을 홈버튼에 갖다 대기만 해도 지문 정보를 읽는다.

두 방식은 각자 장단점이 있다. 아이폰5s의 에어리어 방식은 입력이 신속한 편이나, 저장된 지문 정보가 해킹될 위험성이 비교적 크다. 반면 시크릿노트의 스와이프 방식은 지문 정보가 유출되기 어렵고, 작은 크기의 부품으로도 지문 인식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시크릿노트
시크릿노트

시크릿모드로 들어가면 화면 오른쪽 끝에 '시크릿 앱스'페이지가 생긴다. 미리 숨겨둔 앱들이 있는 자리다. 일반모드로 들어갔다면 이 페이지는 보이지 않는다. 또한, 모든 앱이 모여있는 '앱스'에서도 숨겨둔 앱은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돌고 돌아 숨긴 앱을 찾았더라도 이 앱을 실행하려면 지문을 입력해야 한다. 허점이 보이지 않아 마음에 든다. 보통 갤러리, 메시지, 전화, 구글 플레이스토어, 메일, 캘린더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된 앱을 많이 숨기지 않을까 싶다.

시크릿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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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연락처도 안 보이게 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강하게 '은밀한 연애'의 느낌이 난다. 일반 모드일 때 숨긴 연락처에서 오는 전화는 아예 수신을 거부하거나, 이름이 뜨지 않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연애가 아니라면… 업무상 거래처의 연락처를 숨겨야 할 때? 일급 기밀을 빼돌리고 있을 때? 솔직히 좋은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쨌건 사용자가 '그 누군가'와 연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비밀로 간직할 수 있다.

시크릿노트
시크릿노트

개인적인 콘텐츠를 숨길 수 있는 전용 앱도 있다. 바로 '시크릿 박스'다. 감출 수 있는 콘텐츠는 다양하다. 계좌와 ID 비밀번호, 사진, 동영상, 메모, 음성 녹음, 음악, V노트 등이다. 시크릿박스는 시크릿모드와는 별개다. 일반모드로 들어가도 앱에 접근할 수 있다. 시크릿 박스의 잠금 방식은 지문, 패턴, 비밀번호 등이다. 감추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일수록 더 만족할만한 기능이다.

무난한 '노트형' 디자인과 성능

시크릿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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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에 비해 디자인은 무난한 편이다. 팬택의 야심작 '베가아이언'과 달리 시크릿노트의 생김새는 그다지 개성 있어 보이지 않는다.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의 '노트형 패블릿' 디자인을 채택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시리즈, LG전자 G 시리즈 등과 비슷하다. 홈버튼에 '레인보우 라이트닝'이란 이름의 LED 램프를 넣어 차별화를 꾀했지만,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 레인보우 라이트닝은 부재중 알림이나 배터리 부족 등의 정보를 다양한 색깔의 램프로 알려주는 기능이다.

시크릿노트
시크릿노트

시크릿노트는 5.9인치 풀HD 디스플레이를 채용했다. 제품 크기는 갤럭시노트3보다 약간 큰 수준(가로 159.4mm에 세로 81.5mm)이다. 대화면 스마트폰이라 보통 여자가 한 손으로 잡았을 때 그다지 안정적이지 못하다. 두께는 8.85mm로 비교적 얇은 편. 무게는 190g정도다. 요즘 나오는 스마트폰답게 크기에 비해 상당히 가벼운 편이다.

시크릿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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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S 풀HD 디스플레이(해상도 1,920 x 1,080)를 채용해 화면이 선명하고 깨끗하다. AMOLED의 화려한 색감이 부담스러웠던 사용자라면 반길 만하다. 제품 화면이 커서 인터넷 웹 페이지 PC 버전의 작은 글자까지 알아보기 쉬웠다. 실제 네이버, 다음, IT동아, 동아닷컴 등 홈페이지 PC 버전을 무리 없이 살펴볼 수 있었다.

시크릿노트는 퀄컴 스냅드래곤 800 프로세서(2.3GHz)를 탑재한 LTE-A 스마트폰이다. 동급 최고 수준인 3GB 램(RAM)을 내장했고, 배터리 용량은 3,200mAh다. 배터리는 2A 고속 충전을 지원한다. 내장 메모리는 32GB이고 외장 메모리는 최대 2TB까지 지원한다. 저장 공간 부족으로 걱정할 일은 없을 것 같다.

배터리 용량은 부족하지 않은 편이지만 시크릿노트의 여러 기능을 이용하다 보면 하루를 넘기기 힘들다. 다행히 배터리가 착탈식이므로 여분의 배터리를 가지고 다니길 추천한다. 화면 밝기를 최대로 설정한 후 동영상을 1시간 정도 감상해보니 배터리가 20% 줄었다. 이 계산대로라면 시크릿노트로 5시간동안 동영상을 볼 수 있다.

2부는 시크릿노트의 디자인홈을 비롯해 일반적인 기능을 알아본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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