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픽] "협업부터 인수까지" 로킷·인클루디드·힌지, 서비스 영역 넓힌다
[IT동아 박귀임 기자] 헬스케어 산업의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국내외 기업과 서비스를 엄선해 소개합니다. 헬스케어픽은 신기술을 앞세운 스타트업부터 사업 확장에 나선 대기업, 그리고 주목할 만한 서비스까지 국경을 가리지 않고 헬스케어 업계의 소식을 전합니다.
로킷헬스케어, 美 바이오랩스와 손잡고 다중암 AI 진단 플랫폼 개발

국내 3D 프린팅 기반 재생의료 기업 로킷헬스케어가 미국 바이오기업 20/20 바이오랩스(20/20 BioLabs)와 손잡고 미국 진출에 속도를 냅니다. 20/20 바이오랩스는 존스홉킨스 의대 출신 전문가들이 설립한 미국 CLIA 인증 진단 전문기업입니다. 국내 헬스테크 기업의 미국 진출 사례가 아직 많지 않은 만큼, 이번 협력의 성패는 후속 기업들에게도 참고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큰 만큼 주목받고 있습니다.
로킷헬스케어는 7월 24일(이하 현지 시간) "20/20 바이오랩스와 AI 기반 질병예측 및 CLIA LDT 공동개발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CLIA(Clinical Laboratory Improvement Amendments)는 미국 임상검사실인증 제도를, LDT(Laboratory Developed Test)는 실험실개발검사를 각각 의미합니다.
두 회사가 개발할 플랫폼은 혈액검사 결과, 유전체 데이터, 염증 지표, 생활습관 정보, 바이오마커 변화 등 다양한 임상 데이터를 AI로 통합 분석해 30여 개 주요 암종과 만성질환의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방식입니다. 앞서 지난 3월 두 회사가 체결한 계약이 만성신장질환 예측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협약은 다중암 조기진단(MCED) 영역까지 포괄하도록 협력 범위를 대폭 확장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로킷헬스케어에 따르면 오는 11월 미국 임상검사실인증(CLIA) 제도를 활용한 실험실개발검사(LDT) 방식에 따라 현지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우선 출시할 계획입니다. LDT는 인증받은 검사실이 자체 개발한 검사 서비스를 별도 규제 절차 없이 제공할 수 있는 제도로, 상대적으로 빠른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후에는 미국 공보험인 메디케어 적용을 목표로 한 AI 플랫폼 개발에도 착수할 예정입니다.
글로벌 다중암 조기진단 시장은 연평균 17% 이상 성장해 2030년대에는 약 6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로킷헬스케어는 밝혔습니다. 이 시장은 이미 미국 진단기업 그레일(Grail)이 '갤러리(Galleri)' 검사로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는 영역이라, 후발주자인 로킷헬스케어로서는 정면 경쟁보다 협업을 통한 우회 진입 전략을 택한 셈입니다. LDT 방식으로 먼저 시장에 진입해 임상 데이터를 축적한 뒤, 이를 근거로 메디케어 급여 적용까지 확대하는 단계적 접근은 규제 장벽이 높은 미국 진단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자주 택하는 우회로이기도 합니다.
다만 3월 협약(만성신장질환)에서 이번 협약(다중암·만성질환 전반)으로 대상 질환이 단기간에 크게 확장된 점은 로킷헬스케어의 실제 기술 검증 속도가 그만큼 빨랐다는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 초기 단계의 파일럿을 폭넓은 MOU로 포장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입니다.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현지 서비스 출시가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지가 이번 협력의 실질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인클루디드 헬스, 임상통합형 헬스 플랜 기업 파이어플라이 헬스 인수

미국 종합 헬스케어 기업 인클루디드 헬스(Included Health)가 임상통합형 헬스플랜·1차의료 기업 파이어플라이 헬스(Firefly Health)를 인수합니다. 양사는 7월 28일 인수 계약 체결 소식을 발표하며 이를 공식화 했습니다.
파이어플라이 헬스는 재택·근거리 방문 진료 중심의 1차의료 서비스와 보험 설계를 결합한 사업 모델로 주목받아 왔습니다. NCQA 인증을 받은 팀 기반 1차의료를 중심으로 2300개 이상의 파트너 네트워크, 전국 2만 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했습니다. 파이어플라이 헬스 측에 따르면 2025년 자율관리형(ASO) 고객군 전체에서 총 진료비 15%를 절감했으며, 모든 고객사가 절감 효과를 봤고 그중 한 곳은 17% 이상 절감했습니다. 환자 만족도는 90%를 넘습니다.
이번 인수로 인클루디드 헬스는 자사의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에 파이어플라이 헬스의 1차의료 네트워크와 보험 설계 역량을 더하게 됐습니다. 특히 예방·만성질환 관리 중심의 진료 모델과 인센티브 연계형 보험 설계 구조를 결합함으로써, 단순 진료 연결을 넘어 실질적인 의료비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는 통합형 헬스플랜 사업으로 영역을 넓힌다는 전략입니다.
오웬 트립 인클루디드 헬스 공동창업자 겸 CEO는 "네트워크를 좁히거나 비용을 회원에게 전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1차의료에 투자하고 양질의 진료로 안내하는 것이 실제로 불필요한 비용을 낮춘다는 핵심 믿음을 두 회사가 공유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페이 로텐버그 파이어플라이 헬스 CEO도 "진료·보험 설계의 인센티브를 일치시켜 가장 질 좋은 진료가 가장 저렴한 선택이 되도록 설계했습니다"면서 이번 결합의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미국 헬스케어 시장에서는 최근 진료와 보험을 하나로 묶은 '통합형 헬스플랜' 모델이 주요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대형 헬스케어 플랫폼들이 잇달아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우는 가운데, 이번 거래 역시 이런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흐름이 나오는 배경에는 미국 고용주(기업)들의 의료비 부담이 있습니다. 직원 의료보험을 자체 부담하는 미국 기업들은 매년 치솟는 의료비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왔는데, 진료와 보험 설계를 한 회사가 함께 맡으면 불필요한 중복 검사·과잉 진료를 줄이고 비용을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하기 쉬워지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파이어플라이 헬스가 내세운 '진료비 15% 절감'이라는 수치가 인클루디드 헬스에는 곧 고객사(기업) 유치를 위한 핵심 세일즈 포인트가 되는 셈입니다.
다만 이런 통합형 모델이 실제로 의료 질을 담보하면서 비용을 낮추는지는 따져볼 문제입니다. 진료와 보험을 한 회사가 동시에 맡을 경우 비용 절감 유인이 과잉 진료 억제가 아니라 필요한 진료까지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인클루디드 헬스가 이번 인수 이후 내놓을 구체적인 서비스 통합 방식과 성과 지표가, 이 모델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근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힌지헬스, 소화기 헬스케어 스타트업 실린더 헬스 인수

미국 디지털 근골격계 케어 기업 힌지헬스(Hinge Health, NYSE: HNGE)가 소화기 질환 관리 스타트업 실린더 헬스(Cylinder Health)를 인수합니다. 힌지헬스는 8월 4일 실린더 헬스를 현금 1억 500만 달러에 인수하는 확정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거래는 3분기 중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실린더 헬스는 옛 사명 '비반테 헬스(Vivante Health)'로, 과민성대장증후군(IBS)·염증성장질환(IBD) 등 만성 소화기 질환과 체중 관리를 다루는 원격 전문 서비스를 운영해왔습니다. 약 100개 고객사와 2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고, 미국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중 2곳, 자가보험 시장점유율 기준 상위 5대 보험사 중 3곳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15만 명 이상을 치료해 임상적으로 검증된 투자수익률(ROI)을 갖췄습니다. 힌지헬스는 이번 인수로 실린더 헬스의 임상 역량과 시장 기반을 자사의 AI 기반 케어 모델·기술 플랫폼과 결합해, 2027년 단일 앱을 통한 통합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힌지헬스는 이번 인수로 기존의 근골격계(MSK)·편두통 케어 프로그램에 이어 세 번째 진료 영역인 소화기(GI) 케어를 추가하게 됐습니다. 미국 성인 4명 중 1명이 소화기 질환을 겪고, 연간 관련 의료비 지출이 1350억 달러에 달하는데도, 전체 카운티의 69%에 소화기내과 전문의가 없을 만큼 진료 접근성이 낮다는 것이 힌지헬스 측이 꼽은 진출 배경입니다. 대니얼 페레즈 힌지헬스 공동창업자 겸 CEO는 기존에 근골격계·편두통 환자로 유입된 고객 상당수가 만성 소화기 질환을 함께 앓고 있다는 점을 이번 인수의 논리로 들었습니다.
이번 인수는 단일 질환 중심의 디지털 헬스 스타트업들이 '멀티 컨디션 플랫폼'으로 몸집을 불리는 업계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힌지헬스는 근골격계·편두통 영역에서 썼던 것과 같은 확장 전략을 소화기 영역에도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경영진은 GI 영역에서 성과를 내기까지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습니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