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씨지인사이드 규제정책연구소장 “아이호퍼는 컴플라이언스 담당자 역량 확장을 위한 조력자”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글로벌 금융 규제, 개인정보 보호법안, 수출ㆍ관세 법규, 환경 규제 등 다양한 법안이 끊임없이 신설되고 개정되면서 기업들은 컴플라이언스(법령 준수 체계) 확립을 위해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한다. 하지만 인공지능(AI) 기술의 대중화로 복잡한 컴플라이언스 분석 효율화가 진행 중이다. AI 기술을 활용해 컴플라이언스 분석에 최적화한 레그테크(RegTech, Regulatory Technology)가 주목받는 이유다.

시장조사기업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의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레그테크 시장 규모는 2025년 243억 달러에서 2026년 293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기업ㆍ기관들이 컴플라이언스를 비용 부담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효율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 기회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하지만 AI 기반 컴플라이언스 분석 도입 기업ㆍ기관의 고민은 따로 있다. 바로 데이터 주권이다. 계약서, 내부 문서 등 민감한 자료가 외부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에 등록되면 혹여 데이터 유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AI 컴플라이언스 도입을 주저하는 이유로 꼽힌다. 이에 민감한 자료를 다루는 기업ㆍ기관은 내부 시스템에 AI를 도입하는 폐쇄망(온-프레미스) 방식을 선호하는 추세다.

김정훈 씨지인사이드 규제정책연구소장 / 출처=IT동아
김정훈 씨지인사이드 규제정책연구소장 / 출처=IT동아

AI 기반 컴플라이언스 자동 분석 체계를 구축한 딥테크 기업, 씨지인사이드는 고객 맞춤형 폐쇄망 AI 컴플라이언스 분석 플랫폼 ‘아이호퍼(iHOPPER)’를 제안하며 두각을 드러내는 중이다. 씨지인사이드는 어떻게 컴플라이언스 AI 플랫폼을 구축해 시장 확대에 나선 것일까. 아이호퍼 플랫폼 개발을 이끈 김정훈 씨지인사이드 규제정책연구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정책학 배우던 학생에서 컴플라이언스 AI 플랫폼 이끄는 인재로

김정훈 소장과 씨지인사이드의 인연은 그가 대학원생이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자신이 하는 작업이 어디에 쓰일지도 모른 채, 법률안의 통과 여부와 관련된 변수를 선정하고 약 2만 건의 법률안에 직접 수치를 부여하는 작업을 맡았다. 프로그래밍이 아니라, 정해진 기준과 규칙에 따라 법률안 하나하나를 확인하고 분류해 값을 수작업으로 입력하는 일이었다.

“지금처럼 생성형 AI가 보편화되기 전이었고, 당시에는 법률안 데이터를 학습시켜 통과 가능성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실험적인 시도였습니다. 2만 건의 법률안을 일일이 검토하고 특징을 부여하는 과정은 지루하고 고된 작업이었지만, 그 데이터가 결국 씨지인사이드의 초기 AI 모델을 만드는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김정훈 소장은 박사 과정을 거치며 법률·규제 분야의 데이터 분석과 AI 모델링에 집중했다. 씨지인사이드 합류도 이때 이뤄졌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분류 작업을 의뢰했던 박선춘 씨지인사이드 대표가 김정훈 소장의 역량을 눈여겨보고 자신의 창업 기업에 합류할 것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그는 법령, 행정규칙, 자치법규, 판례, 국회 의안, 정책자료처럼 서로 다른 형태로 존재하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구조화한 뒤, AI가 검색하고 분석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일에 힘을 쏟았다. 다만 법률·규제 데이터는 도메인마다 특유한 구조와 맥락을 띠기 때문에, 일반 텍스트 데이터와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했다.

김정훈 씨지인사이드 규제정책연구소장 / 출처=IT동아
김정훈 씨지인사이드 규제정책연구소장 / 출처=IT동아

“법령 데이터는 조ㆍ항ㆍ호ㆍ목으로 분류되고, 각 조항 간의 상호 참조 관계도 복잡합니다. 국회 의안은 발의자, 소관 위원회, 심사 단계 같은 메타데이터가 중요합니다. 판례는 사건 유형, 판결 요지, 선례 인용 관계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러한 데이터를 텍스트로만 처리하면 AI가 제대로 된 분석을 할 수 없습니다. 데이터의 구조와 맥락을 이해하고 이를 AI가 활용할 수 있도록 정제하고 연결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김정훈 소장은 분류한 법령 데이터를 기반으로 규제 분석, 법률 및 조항 유사도 분석, 법안 통과 가능성 예측, 컴플라이언스 점검 등을 지원하는 AI 플랫폼 아이호퍼(iHOPPER)의 뼈대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질의응답 도구로만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규제·컴플라이언스 업무를 지원할 수 있도록 데이터 파이프라인, 검색 기술, 분석 모델, 사용자 화면까지 서비스 구조 전반을 설계하는 데 매진하는 중이다.

‘구조화ㆍ도메인 특화’ AI 기술이 씨지인사이드의 경쟁력

씨지인사이드의 AI 컴플라이언스 플랫폼 ‘아이호퍼’가 다른 솔루션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법률·규제 데이터의 구조적 특성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이를 반영한 AI 파서 및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 역량이다. 두 번째는 정형 테이블 데이터를 분석하는 테이블증강생성(TAG, Table-Augmented Generation)과 관련 법령·규제 정보를 검색해 답변의 근거로 활용하는 검색증강생성(RAG, 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기술이다. 세 번째는 고객의 업무 환경과 요구사항에 맞춘 도메인 특화 AI 플랫폼 구현 역량이다.

김정훈 소장은 법률 데이터의 구조화가 씨지인사이드 기술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씨지인사이드는 법령의 조·항·호·목 체계와 조문 간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분류해, AI가 이를 검색과 분석에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구조화 작업을 진행해 왔다. 법률·규제 데이터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해 법령 간 인용·준용·참조 관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전용 파서와 그래프 데이터베이스(DB)를 개발·구축했다.

이렇게 구조화된 데이터는 의미 기반 검색과 관련 조항의 자동 추출에 활용된다. 예를 들어 기업 내규를 솔루션에 업로드하면 시스템이 문서의 조문 체계와 내용을 자동으로 구조화하고, 관련 법령과 다른 내규의 조항을 찾아 연결한다. 이 과정에서 분석된 조문 간 관계는 그래프 데이터베이스에 적재돼 검색과 정합성 분석의 기반으로 활용된다. 법령과 내규를 정확히 분석하려면 문장 간 의미적 유사성뿐 아니라 조문 사이의 인용·준용·참조 관계까지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씨지인사이드는 TAG와 RAG 기술 구축에도 공을 들였다. TAG 기술은 비정형 텍스트뿐 아니라 표 형태의 정형 데이터와 SQL 기반 데이터베이스를 자연어로 검색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씨지인사이드는 법률·규제·정책 특화 인공지능 서비스인 아이호퍼를 운영 중이다 / 출처=씨지인사이드
씨지인사이드는 법률·규제·정책 특화 인공지능 서비스인 아이호퍼를 운영 중이다 / 출처=씨지인사이드

김정훈 소장은 “규제 데이터는 텍스트로만 구성돼 있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금융감독 관련 규정에는 자본비율 기준표, 위험가중치 테이블, 각종 보고 양식과 같은 정형 데이터가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기존 생성형 AI는 이러한 표 데이터를 정확하게 해석하거나 텍스트로 된 규정과 연계해 답변하는 데 한계가 따릅니다. 그러나 TAG 기술을 활용하면 서술형 규정과 표 형태의 기준 데이터를 함께 분석해 더욱 구체적이고 정확한 답변 도출이 가능합니다”라고 설명했다.

RAG 기술에도 법률·규제 데이터의 특성을 반영했다. 일반적인 문서 검색에 그치지 않고, 그래프 데이터베이스에 구축된 법령 간 인용·준용·참조 관계까지 검색에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RAG 구조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문장의 의미가 유사한 조항뿐 아니라 법적으로 연결된 관련 조항과 근거 규정까지 함께 탐색하고 분석할 수 있다.

컴플라이언스 분야는 민감한 고객 정보를 다루는 만큼 높은 수준의 보안과 고객별 업무 환경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이에 씨지인사이드는 은행·보험사·공공기관 등 고객마다 서로 다른 규제 환경과 업무 기준을 반영할 수 있는 맞춤형 도메인 특화 플랫폼 구축에 집중했다. 솔루션 구조를 모듈형으로 설계해 고객의 업종과 기관 특성, 적용 법령, 내부 규정 등을 반영한 프로필을 적용하면 해당 기관의 환경과 요구사항에 맞춰 검색하고 판단하도록 구현했다.

플랫폼 구축과 개발 과정에서 김정훈 소장이 가장 중요하게 본 부분은 ‘고객 요구사항의 구체화’다. 폐쇄망 환경에서는 실제 데이터를 외부로 반출하기 어려워 가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선 개발한 뒤, 현장에서 실제 데이터를 활용해 테스트하고 개선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고객이 기대하는 기능도 “AI가 알아서 처리해 달라”는 식의 추상적 요구가 많아, 이를 구체적인 기능과 개발 요구사항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김정훈 소장은 “고객의 추상적인 요구를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구체화해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률·규제 분야의 도메인 지식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최소기능제품(MVP) 수준의 프로토타입(시제품)을 구현해 고객에게 제시하고, 그 과정에서 확인된 요구사항을 개발팀에 전달함으로써 개발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AI 시대일수록 특정 분야를 깊이 이해하는 도메인 지식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호퍼가 폐쇄망 환경에서의 AI 솔루션 구현에 특화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금융기관과 공공기관처럼 외부 생성형 AI 서비스를 직접 활용하기 어려운 조직에서도 AI를 도입할 수 있도록, AI 모델과 데이터베이스, 검색·분석 기능을 기관 내부 환경에서 작동하는 형태로 구성한다. 다양한 기관의 보안 환경과 업무 특성에 맞춰 플랫폼을 구축해 온 경험은 아이호퍼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컴플라이언스 AI는 ‘전문가 위한 조력자’

씨지인사이드가 초기에는 국회 데이터와 입법 동향을 모니터링하는 정부 관계(GRM) 플랫폼에 집중했다면, AI 기술 도입 이후에는 금융과 공공 부문의 컴플라이언스 업무를 지원하는 특화 AI(버티컬 AI) 솔루션으로 진화했다.

김정훈 소장은 컴플라이언스 영역에서 AI의 본질이 전문가의 판단을 대체하는 데 있지 않고, 전문가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신뢰 가능한 보조자가 되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법령 개정 정보와 판례를 실무자가 모두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므로,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상시 감시하며 기업의 사내 규정이나 계약서, 품질 서류 등과 대조해 위험 요소를 선제적으로 알리는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컴플라이언스 AI에서 정확성ㆍ최신성ㆍ설명 가능성ㆍ보안이라는 네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법률ㆍ규제 분야에서는 그럴듯한 답변보다 정확한 근거가 우선이다. AI가 어떤 문서와 조문을 참고했는지,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사용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김정훈 소장의 지론이다. 동시에 법령 개정이나 정책 변화를 빠르게 반영하는 데이터 갱신 체계도 필수라고 덧붙였다.

보안 문제는 한층 더 예민한 사안이다. 컴플라이언스 업무는 기업의 내부 규정, 계약서, 고객정보, 의사결정 자료처럼 외부 공개가 어려운 데이터를 다루기 마련이다. 그래서 AI 성능 못지않게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온-프레미스 또는 기관 내부 시스템에 AI를 직접 탑재하는 기술이 실제 도입 과정에서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이유다.

이러한 신뢰성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로 드러나는 중이다. 경기도 의회와 함께 진행한 예산·결산 분석 지원 AI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과거 예산분석관들이 방대한 수치와 표를 보며 수작업으로 작성하던 복잡한 예결산 분석 보고서를, AI가 사업별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자동으로 초안을 작성하는 솔루션으로 대체하면서 공공 행정의 효율을 한층 끌어올렸다.

내규 기반 법령 리스크 모니터링 시스템의 주 화면 / 출처=씨지인사이드
내규 기반 법령 리스크 모니터링 시스템의 주 화면 / 출처=씨지인사이드

IBK기업은행과 진행한 개념증명(PoC)에서는 특정 법률의 작은 변화가 대출 심사 프로세스에 미치는 잠재적 위험 요소를 찾아내 실효성을 증명했다. 기존 시스템이 놓치기 쉬웠던 법률 변경점과 내부 규정의 불일치를 정확히 짚어내면서 아이호퍼 플랫폼의 실력을 입증한 셈이다.

씨지인사이드는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AI 구축 경험을 토대로 시장 확대에 나선다. 일반 기업에는 확장성이 뛰어난 소프트웨어형 서비스(SaaS) 형태로, 보안이 필요한 기업ㆍ기관에는 온-프레미스 플랫폼 기반 AI로 이원화해 시장을 견인할 계획이다.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국내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글로벌 규제 데이터 통합에도 속도를 낸다.

씨지인사이드의 컴플라이언스 AI 플랫폼, 아이호퍼는 생성형 AI 서비스와 결이 다르다. 김정훈 소장은 “아이호퍼가 기업과 공공기관의 업무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규제ㆍ컴플라이언스 업무 파트너’가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질문을 던지면 관련 법령을 찾아주는 것 외에 검토해야 할 문서를 자동으로 분석하고 관련 규정과 위험 요소를 짚어주며 필요한 조치까지 제안하는 형태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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