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ㆍ효율 챙긴 모바일 게이밍 CPU, 인텔 아크 G3 프로세서

[IT동아 강형석 기자]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휴대 게이밍 PC(게이밍 UMPC)는 부족한 게이밍 성능과 짧은 배터리 수명 탓에 소수 마니아를 위한 장난감 취급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지만 첨단 반도체 미세 공정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작은 기기로도 AAA급 게임을 구동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그 결과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고사양 대작 게임을 즐기려는 소비자가 늘었다.
시장조사기업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의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PC 게임 시장 규모는 2025년 861억 달러(약 127조 6432억 원)에서 2026년 966억 달러(약 143조 1708억 원)로 커질 전망이다. 이 흐름에 맞춰 휴대 게이밍 PC 시장도 몸집을 키우는 중이다. 시장조사기업 옴디아(Omdia)는 2025년 휴대 게이밍 PC 판매량을 230만 대로 집계했으며, 2029년에는 연간 470만 대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휴대 게이밍 PC 시장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기업은 AMD다. 스팀덱(Steam Deck)과 ROG 앨라이(Ally) 등 시장을 이끈 제품에 모두 AMD 중앙처리장치(CPU)가 쓰였다. 반면, 인텔은 코어 울트라 시리즈 1과 시리즈 2 모두 게이밍 성능과 효율 측면에서 아쉬움을 보이며 고배를 마셨다.
인텔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픽 처리장치(GPU) 성능을 꾸준히 개선했고, 전력 효율 향상에 힘썼다. 그 결과, 2026년 1월에 공개한 코어 울트라 시리즈 3는 이전 세대 대비 뚜렷한 성능ㆍ효율 향상을 앞세워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휴대 게이밍 PC 시장 경쟁에도 뛰어들면서, 노트북 PC용 범용 CPU 대신 새롭게 설계한 전용 칩인 아크 G3 프로세서(Arc G3 Processor)를 내놓았다.
게이밍 환경에 최적화한 아크 G3 프로세서
인텔 아크 G3 프로세서는 노트북 전반을 위한 범용 모바일 CPU가 아니라, 휴대 게이밍 PC용으로 재설계한 제품군이다. 기본적인 틀은 현행 인텔 노트북용 CPU,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 시리즈 3에 쓰인 코드명 팬서 레이크(Panther Lake)와 공유한다.
다만, 아크 G3 프로세서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 시리즈 3와 달리 2개의 성능코어(Performance-Core), 8개의 효율코어(Efficient-Core), 4개의 저전력 효율코어(Low Power E-Core)를 고정으로 제공한다. 전력 소모 역시 최적화해 기본 25W, 최소 보장 15W, 최대 80W 수준으로 맞췄다. 이 수치는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 시리즈 3와 비슷한 편이다.

인텔이 아크 G3 프로세서의 코어 수를 조정한 것은 효율 때문이다. 휴대 게이밍 PC에 필요한 다중연산(멀티스레드) 작업과 저전력 지속성을 유지하면서, 전력과 발열 제어를 CPU보다 게임 구동에 더 적합한 그래픽 처리장치(GPU) 쪽으로 몰아주는 구성을 택했기 때문이다. 기존 휴대 게이밍 PC용 통합 CPU(APU)들은 대체로 CPU에 괜찮은 내장 GPU를 붙이는 구조였다. 반면, 아크 G3는 고성능 내장 GPU에 CPU를 맞춘 셈이다.
그렇다면 주인공인 GPU 구성은 어떨까? 아크 G3에는 아크 B370, 아크 G3 익스트림에는 아크 B390이 각각 탑재된다. 먼저 아크 B370은 Xe 코어 10개에 8비트 정수처리 기준 최대 90 TOPS(초당 1조회 연산) 사양을 갖췄다. 아크 B390은 Xe 코어 12개, 8비트 정수처리 기준 최대 113 TOPS 연산 능력을 제공한다. 실시간 광원 처리 기술인 레이 트레이싱(Ray Tracing), AV1ㆍH.266 등 최신 영상 코덱, 인텔 딥러닝 가속 기술, 퀵싱크 비디오(Quick Sync Video) 영상 가속 기능까지 두루 아우른다.

인텔은 엔비디아, AMD와 마찬가지로 GPU 가속 능력을 활용해 게이밍 경험을 개선하는 데 힘쓴다. 이미지 업스케일링 기술인 Xe 슈퍼 샘플링(XeSS), 끊김이 적은 화면 제공을 위한 다중 프레임 연산, 빠른 입출력 반응성을 구현한 저지연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후발주자지만, 여러 게임 개발사와 협력해 지원 게임 수를 빠르게 늘리는 중이다.
아크 G3 프로세서가 동급 제품과 다른 지점은 소프트웨어 스택을 칩 설계 단계부터 함께 짰다는 점이다. 인텔은 아크 G3 프로세서에서 엑스박스(Xbox) 모드, 프리컴파일드 셰이더(Precompiled Shader), 인듀어런스 게이밍(Endurance Gaming), 데이-제로 드라이버(Day-0, 게임 출시 당일 드라이버 제공) 지원 등을 핵심 가치로 제시한다.
프리컴파일드 셰이더는 특정 게임에서 로딩 시간과 셰이더 컴파일 스터터(그래픽 처리 지연)를 줄이기 위한 기능이다. 게임을 처음 실행하거나 새로운 지역에 진입할 때 진행되는 셰이더 컴파일(그래픽 데이터 변환) 과정은 PC 게이머라면 누구나 겪는 불편함이다. 인텔은 직접 게임을 실행하며 필요한 셰이더를 사전 변환한 뒤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사용자가 게임을 설치하는 순간 백그라운드에서 자동으로 내려받는 식으로 게임 내 지연을 최소화한다.

인듀어런스 게이밍은 화면 출력 수를 제한해 전력 소모를 줄이는 기술이다. 예로 화면 주사율이 60Hz(초당 60회 깜박임)로 고정됐다면, 시스템은 굳이 그 이상 데이터를 처리할 필요가 없다. 목표 주사율에 맞춰 데이터 처리 상한을 설정하면, 아크 G3 칩은 그에 맞춰 전력과 성능을 조절한다. 사용자가 30, 40, 60fps 가운데 원하는 값을 직접 정하는 방식이다. 엑스박스 모드는 윈도 11 위에 컨트롤러 중심의 풀스크린 경험을 얹는 개념이다.
안정적인 게이밍 성능을 구현하고자 지능형 성능 제어(IBC, Intelligent Bias Control) 기술도 적용했다. IBC는 GPU 작동 속도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CPU-GPU 간 성능 배분을 조율한다. 아크 G3에는 3.5세대 기술이 적용돼 속도 기반 알고리듬과 E-코어 우선 스케줄링, 성능 코어 주차(P-Core Parking) 기능이 추가됐다.
윈도 운영체제는 기본적으로 P-코어에 작업을 배분한다. 그런데 게이밍 환경에서는 효율 코어를 먼저 쓰는 편이 유리하다. P-코어가 전력을 소비하면 자연스럽게 GPU 몫의 전력이 줄어드는 탓이다. 아크 G3 프로세서는 특정 전력 구간(12W 이하)에서 성능 코어를 비활성화해 모든 연산을 효율 코어로만 수행하게 한다. P-코어 사용을 막으면 GPU로 흘러가는 전력이 안정화되면서 화면 출력이 고르게 유지된다.
인텔 아크 G3 프로세서의 성능은?
인텔의 휴대 게이밍 PC용 CPU, 아크 G3 프로세서의 성능을 확인해 볼 차례다. 성능 파악을 위해 아크 G3 익스트림 프로세서가 탑재된 MSI 클로 8 EX AI+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국내에도 출시된 이 제품은 풀HD 해상도(1920 x 1080), 120Hz 주사율 사양의 8인치 화면과 손 안에 자연스레 감기는 컨트롤러 디자인이 적용됐다. 시스템은 32GB 메모리와 1TB 저장공간이 기본이다.

게이밍 성능은 3D마크 테스트로 확인했다. 먼저 널리 쓰이는 성능 측정 소프트웨어인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를 실행했다. 풀HD 해상도의 표준 그래픽 처리를 테스트한다. 테스트 결과, 그래픽 점수는 1만 1022가 나왔다. 2개의 그래픽 측정 항목에서 초당 53.47 프레임, 43.42 프레임을 나타냈다. 초당 프레임만 놓고 보면 풀HD 환경에서 그래픽 효과를 최대로 끌어올리기엔 다소 버거운 모습이다. 게임 내 그래픽 효과를 축소하고 해상도를 HD(1280 x 720) 수준으로 낮춘다면 쾌적한 게임 실행이 가능해 보인다.

이어 광원, 반사 처리 등 최신 그래픽 효과를 테스트하는 3D마크 타임 스파이를 실행했다. 그래픽 점수는 4341을 기록했다. 두 개의 그래픽 측정 항목을 보면 초당 28.82 프레임, 24.5 프레임을 그려낸다. 테스트 결과 자체만 보면 게임 경험에 필요한 최저 기준인 초당 30 프레임에 도달하지 못했다. 최적의 게임 경험을 위해서는 해상도를 낮추고, 그래픽 효과까지 타협하는 것이 유리하다.
흥미로운 대목은 따로 있다. 3D 테스트 결과를 보면 아크 G3 익스트림이 AMD 라이젠 Z2 익스트림 프로세서 대비 성능 우위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파이어 스트라이크 그래픽 점수는 라이젠 Z2 익스트림이 1만 59점으로 아크 G3 익스트림과 큰 차이가 없지만, 타임 스파이에서는 20% 이상(라이젠 Z2 익스트림 3511점) 차이가 벌어진다.

이어 실제 게임을 구동해 체감 성능을 확인했다. 먼저 포르자 호라이즌 6를 실행했다. 그래픽 설정은 '보통'을 일괄 적용했다. AI 가속 설정도 'XeSS 품질'을 적용한 상태다. 두 설정을 조합하니 도심에서 50 프레임 전후, 도심 외곽에서는 55~60 프레임을 오간다. 그래픽 품질 타협만 잘 이뤄진다면 XeSS 설정을 하지 않아도 쾌적한 실행이 가능하다.

이어 스텔라 블레이드도 실행했다. 그래픽 옵션은 '보통'에 맞췄다. 이 게임은 인텔 XeSS 기술을 지원하지 않으므로 AI 기능은 별도 설정하지 않았다. 테스트 결과, 도심 지역에서 초당 60 프레임 전후, 사막 지역에서 초당 55 프레임 전후 수준의 성능을 보였다. AI 가속 기능 없이도 부드러운 움직임이 구현된다는 점에서 인텔 아크 G3 익스트림 프로세서의 역량이 두드러진다.

마지막으로 데스 스트랜딩 2를 실행했다. 그래픽 옵션은 '휴대용 기기'에 설정하고, XeSS 프레임 생성 기능 2배를 활성화했다. 그 결과 전체적으로 초당 50 프레임 전후 화면을 출력한다. 이 게임은 XeSS 프레임 생성 배율을 최대 3배까지 지원한다. 다만 실제 적용해보니 극적인 성능 향상까지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AI가 화면을 추가 생성하는 과정에서 이미지가 일부 일그러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성능과 화질 측면으로 접근하면 2배가 적합하다.

배터리 효율은 어느 정도일까? MSI 클로 8 EX AI+에서 유튜브 영상을 재생했다. 브라우저는 엣지(Edge)를 사용했다. 기기는 인듀어런스 모드에 화면 밝기는 50%, 음량은 20%에 맞췄다. 영상을 재생하고 4시간 45분이 지났을 때 기기 배터리 잔량은 74%였다. 이 기준대로라면 영상 감상 시 최대 10시간 이상 사용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 실행 시 효율은 어느 정도인지도 테스트했다. 포르자 호라이즌 6를 계속 실행할 경우, 1시간 50여 분 시점에서 배터리 잔량 50%를 기록했다. 게임이 시스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배터리 소모량은 달라지겠지만, 기본 3시간 정도는 버티는 수준이다. 영상 재생 기준으로 보면 타 휴대 게이밍 PC 대비 뛰어나지만, GPU 활용이 높은 게임에서는 타 제품과 큰 차이가 없다. 물론, 전력 사용량을 어떻게 제한하느냐에 따라 재생 시간은 달라진다. 인텔 아크 G3 프로세서 기반 게이밍 PC로 장시간 게임을 즐기려면 전력 소모를 20W 이하로 제한하는 편이 유리하다.
뛰어난 게이밍 성능과 전력 효율, 문제는 가격
인텔 아크 G3 프로세서는 성능과 효율 모두 만족하는 휴대 게이밍 PC용 CPU다. 이전 세대 인텔 CPU와 달리 GPU 성능이 크게 향상되면서 그래픽 품질만 타협한다면 쾌적한 게이밍 경험이 가능하다. 완성도만 본다면 휴대 게이밍 PC 시장에서 인텔이 제대로 된 경쟁을 벌일 수 있는 수준이다. 새로운 선택지가 앞으로 휴대 게이밍 PC 시장 판도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기대된다.
아쉬운 건 출시 타이밍이다. 인공지능(AI)이 소비자 제품 가격에 큰 영향을 주는 상황에서 인텔 아크 G3 프로세서 기반 휴대 게이밍 PC가 매력적인 가격을 제안하기는 어렵다. 예로 최근 공개된 MSI 클로 8 EX AI+의 국내 출시 가격은 249만 9000원이다. 과거 출시된 휴대 게이밍 PC가 제품에 따라 100만 원 초중반 가격대를 형성한 것과 차이가 크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나고 쾌적한 게임 환경을 제공하더라도 심리적 저항선을 뛰어넘는 가격표가 붙는다면 구매 심리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 이 상황을 인텔이 어떻게 극복할지 궁금하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