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들고 나가면 결제까지 끝··· 현대IT&E가 말하는 파크원 스마트스토어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2018년 8월, 국내 유통업계로는 처음으로 현대백화점과 아마존웹서비스(이하 AWS)가 미래형 유통매장 구현을 위한 전략적 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주요 쟁점은 2021년 2월 개점 예정인 현대백화점 여의도 파크원(Parc.1)에서 물건을 들고 걸어나오기만 하면 사전에 입력된 결제 수단을 통해 물건이 자동 결제가 되는 저스트 워크 아웃 기술, 드론이나 로봇을 활용한 식음료 배달, 무인 안내 시스템 구축 등이 거론되었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2018년까지만 해도 골조 공사가 한창이던 여의도 파크원은 이제 외부 마무리 공사까지 끝나며 여의도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으며, 내년 2월을 기점으로 막바지 손님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2년 전 AWS와 협력했던 미래형 유통매장은 어떻게 되고 있는 걸까? 일단 파크원 6층 잡화·리빙 편집숍에 저스트 워크 아웃이 적용된 스마트 스토어가 적용됐고, 식품관뿐 아니라 의류, 스포츠 등 다른 브랜드 매장에도 부분적으로 도입되면서 실제 방문자들이 기능을 체험할 수 있을 전망이다.

파크원 스마트스토어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신기술, 국내 최초 사례라는 타이틀 때문만은 아니다. 이미 아마존은 아마존 고 그로스리라는 식품 매장을 통해 이 기술을 선보인적이 있지만, 실증 단계로 보는게 좋다. 반면 파크원은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는 규모의 백화점인 만큼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유통 업계 전반의 화두로 떠오를만한 사안이다. 더 멀리 내다보면 유통과 물류, 노동 시장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으니, 그야말로 지각변동의 순간이 도래한 셈이다. AWS와 함께 스마트스토어를 준비한 현대IT&E를 만나 그간의 준비 과정과 결과를 들어보았다.

“차별화된 고객 경험이 우리의 목표”, 현대IT&E 김석훈 상무

현대IT&E 김석훈 상무. 제공=현대IT&E
현대IT&E 김석훈 상무. 제공=현대IT&E

현대IT&E는 현대백화점 그룹 계열의 IT 전문 기업으로, 현대백화점 그룹 내 유통, 미디어, 식품, 제조, 홈쇼핑 등 현대백화점과 관련된 IT 기술의 개발 및 운영을 맡고 있다. 특히 디지털 전환이 확산함에 따라 빅데이터, 인공지능, 스마트 워크 등의 신기술 도입에 적극적이다. AWS와의 협력을 통해 구축한 스마트스토어 역시 현대IT&E의 기조에 따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날 만난 현대IT&E 김석훈 상무는 운영지원 담당으로, 현대백화점 그룹의 인프라 보안과 IT 기획을 맡고 있다.

김 상무에게 현대백화점 그룹 내 현대IT&E의 역할을 묻자, 그는 “현대IT&E는 2018년 설립한 IT전문 기업이지만, 현대그린푸드로부터 이어진 내역을 합치면 올해로 30년 차 기업이다. 백화점 계열사에 대한 기본적인 시스템과 함께 인프라, 정보 보안을 함께 관리하고 있으며 연구 개발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라며, “2000년대 초 PDA 단말기를 이용한 포스 시스템(PPOS) 역시 현대백화점이 세계 최초로 시작했고, CRM(고객 관계 관리)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현대IT&E의 과제였으며, 2017년 8월 론칭한 현대백화점의 통합 멤버십 서비스인 H.Point도 3년 만에 가입자 850만 명을 보유할 정도로 순항하고 있다. 현재 파크원에 도입되는 스마트스토어도 이처럼 신기술 도입에 대한 의지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파크원 내외관 작례. 출처=포스코건설
현대백화점 파크원 내외관 작례. 출처=포스코건설

2018년 당시 AWS와 협력한 미래형 유통매장의 진행도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당시나 지금이나 워낙 화두가 되는 기술이니 말이다. 김 상무는 “현대백화점이 미래형 유통 매장을 도입하고자 한 이유는 고객에게 기존과 다른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게 목표기 때문이다. 현대IT&E도 지난 2년간 미래형 유통 매장을 어떻게 구축할까 하는 연구를 이어왔고, 이 부분에서 AWS와의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스마트스토어 관련 연구는 현대IT&E의 애자일(Agile) 조직인 리테일테크 랩과 AWS 프로토타입 팀과 함께 추진했다. 두 조직 모두 선행 기술 개발을 위해 기민하게 조직된 팀으로,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연구했다

김 상무는 “스마트 스토어를 구현하기 위한 여정은 먼저 비즈니스 로직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시작해,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핵심 기술을 구현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현재 온프레미스 환경을 AWS 클라우드로 전환하면서 테스트 매장을 정식 오픈했다. 테스트 매장은 카메라, 센서, 조명 매대가 실제 매장과 동일하게 구현돼있으며, 여기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현재는 기술 정확도 향상과 비용 최적화를 추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설명을 보태자면, 스마트스토어의 개념을 수립한 뒤, 기존의 서버를 클라우드로 전향한 다음 테스트 매장을 구현해 현장 투입의 최종 단계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김석훈 상무가 현대백화점 파크원의 스마트 스토어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제공=현대IT&E
김석훈 상무가 현대백화점 파크원의 스마트 스토어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제공=현대IT&E

스마트스토어의 구현 방법은 매장에 고객이 방문해 구매한 상품을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단 고객이 입장하면 카메라나 사물인터넷 센서 등 종합적인 데이터를 기계학습해 고객이 선택한 상품을 파악하고, 판단이 끝난 목록을 퇴장 시 등록된 결제 정보를 활용해 계산한다. 이 과정에서 AWS의 사물인터넷 코어를 활용해 장치를 제어하고, AWS 클라우드 개발 도구(CDK)를 활용해 기능별, 시점별로 필요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통합하고, 클라우드 나인을 활용해 시뮬레이션용 가상 환경을 구축 및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AWS의 수많은 도구들이 활용되었다고 한다.

한 가지 의문은 어떻게 현대백화점 규모의 기업이 다른 기업 사례의 사례(벤치마킹)이나, 실례(레퍼런스)도 없는 상황에서 이정도 규모의 과제를 추진할 수 있었을까. 정답 역시 AWS와의 관계에서 유추할 수 있다. 현대IT&E가 AWS와 인연을 맺은 건 2015년 한섬닷컴 오픈 때부터인데, 당시 국내 클라우드 생태계가 초기 단계였던 만큼 당시에도 레퍼런스의 유무와 관계없이 필요에 따라 클라우드를 도입했음을 알 수 있다.

현대백화점 그룹에서 운영하고 있는 더한섬닷컴. 출처=한섬
현대백화점 그룹에서 운영하고 있는 더한섬닷컴. 출처=한섬

김 상무는 ”더한섬닷컴 오픈 당시 AWS 서비스는 국내에서 대중적인 서비스는 아니었다. 허나 한섬닷컴의 매출 트래픽이 일정 시간대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았고, 여기에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어서 AWS 클라우드를 도입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WS 서비스에서 제일 좋은건 인프라 운영에 대한 관리 비용의 절감이다. 특히 한섬닷컴은 대중적인 이벤트에 대응하는 경우가 많아서 매번 서버의 가용량을 유동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클라우드가 적합라리라고 보았었다”고 말했다. 즉, 대기업이지만, 조직 자체가 스타트업만큼 기민하게 시장과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이 현대IT&E의 특징인 것이다.

그런데 현대IT&E의 역할은 스마트스토어에서 그치지 않고, 코로나 19로 인한 온·오프라인 경제 시대를 전방위로 준비하고 있다. 김 상무는 “현대백화점은 올해 7월 시작한 현대식품관 투홈 서비스와 같이 오프라인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여러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고객들에게 비대면 결제를 하는 부분뿐만 아니라 매장 예약 서비스 등 리테일테크와 관련된 전반적인 기술을 준비하고, 또 선보일 예정이다”라며 향후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현대IT&E 전략을 가볍게 언급했다.

스마트스토어도 현대백화점 디지털 전환의 일환으로 봐야

여의도 파크원 현대백화점은 오는 2021년 2월 말 오픈한다. 출처=포스코건설
여의도 파크원 현대백화점은 오는 2021년 2월 말 오픈한다. 출처=포스코건설

인터뷰 말미에 김 상무는 현대IT&E의 목표와 비전에 관해서도 설명을 덧붙였다. 김 상무는 “현대IT&E는 현대백화점 그룹의 디지털 전환을 바탕으로 신규 연구나 시스템 운영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그룹 내에서도 IT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처럼,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서비스를 위해 앞으로도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는 흔히 기업 규모가 크고, 업령이 길수록 보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기업 구조가 수직계열화되고, 어떤 프로젝트를 하나 추진하는데도 확실한 성과와 결과를 내놓아야 하는 환경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IT&E는 남들이 가본 적 없는 길을 찾아서 걸어왔고, 그 결과가 이번 파크원의 스마트스토어 같은 사례로 이어지고 있다. 오는 2월, 우리는 여의도에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유통업계의 혁명을 목도하게 된다. 현대백화점 그룹이 이런 시도를 할 수 있는 배경은 대기업보다 스타트업에 가까운 현대IT&E 특유의 추진력이 한몫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