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도 AI 에이전트 시대” 더선한, HP 개러지 2.0으로 글로벌 시장 도전
[IT동아 남시현 기자]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일이지만, 여기에 지속 가능성과 사업으로서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영업이다. 영업은 누구에게,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할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고객을 확보하려면 가능한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이 가운데 제품이나 서비스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있는 잠재 고객 또는 그 정보를 '리드(Lead)'라고 부른다.
리드에는 ‘이끌다’라는 뜻도 있지만 단서·실마리라는 의미도 있다. 영업 분야에서는 리드를 판매 기회로 이어질 수 있는 실마리로 보고,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주요 기회로 여긴다. 현대 B2B 마케팅에서 비즈니스 리드는 영업 기회와 계약을 만드는 체계적인 접근법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세일즈포스나 허브스팟처럼 소프트웨어 형태로 고도화돼 있다.
다만 일반 기업에서는 이 비즈니스 리드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대기업은 브랜드 인지도와 기존 고객 기반, 전문 영업 조직을 활용해 잠재 고객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 고객이 찾아오도록 만든다. 반면 영업 인력과 고객 네트워크가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새로운 잠재 고객을 발굴하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AI기반 B2B 세일즈 인텔리전스 제안하는 ‘더선한’

권태욱 대표의 ‘더선한 주식회사’는 자사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찾아내고 담당자와 접촉할 기회까지 연결해 주는 B2B 세일즈 인텔리전스, AI 영업지원 프로그램 ‘피크로(PEAKRO)’를 구축 중인 기술 기업이다. 권태욱 대표는 사업 실패와 엑시트를 모두 경험한 연쇄창업가로, 더선한은 세 번째 창업이다. 과거 휴넷에서 근무했고 EBS와 함께 가상현실(VR) 콘텐츠를 개발했다. VR 이후의 차세대 기술을 모색하던 중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을 계기로 AI에 주목했고, 연구소를 운영하다가 본격적으로 AI와 세일즈를 접목하여 2023년 11월에 더선한을 설립했다.
그가 영업 지원을 사업 아이템으로 삼은 것은 그 자신이 사업 실패를 겪었기 때문이다. 권태욱 대표는 "첫 사업에 실패하고 찜질방에서 처절한 시간을 보낸 시기가 있었다. 그때 사업가에게는 기술 못지않게 영업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동안 쌓은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파트너를 도울 수 있는 사업이 가능하겠다고 생각해 피크로를 개발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전 세계 120만 개 이상의 기업 데이터와 공시 데이터, 사업 정보, 거래·경쟁 관계 등을 관계망으로 구축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판매자 측 에이전트와 구매자 측 에이전트가 365일 24시간 자동으로 정보를 교환하며 영업 기회를 만든다. IBM의 전통적인 BANT(예산·구매 권한·필요성·도입 시기) 방법론을 국내 실정에 맞게 변형한 매칭 알고리즘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성사 가능성을 분석하고, 콜드메일 발송부터 미팅 정보, 영업 진행 여부, 축적 데이터까지 반영해 추천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200개 이상 기업이 피크로를 활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피크로의 주요 고객층은 우수한 기술력을 갖췄지만 전문 영업 조직을 구축하기 어려운 초기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다. 권태욱 대표는 “제품-시장 적합성(PMF), 이상적 고객 프로필(ICP)을 찾아주는 것을 넘어 매출, 지속가능성 등이 안정된 사업, 예를 들면 팁스에 선정된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게 인기가 좋다. 제품 경쟁력은 있는데 사업성과가 아쉬운 기업들에 추천한다. 앞으로는 AI 에이전트간 구매나 결제 자동화도 가능해질 것이고 영어, 일본어 지원도 가능하여 글로벌 도전을 하는 기업들도 적합하다”라고 말했다.
고객관계관리(CRM)와의 차이점을 질문했다. 권태욱 대표는 “세일즈포스, 허브스팟 등 기존 CRM 솔루션은 이미 확보된 고객 정보와 영업 진행 상황을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피크로는 영업 대상으로 삼을 기업을 찾아내고 구매 가능성을 평가해 실제 접촉까지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둔다. 피크로는 초기 도입비 없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바로 시작할 수 있다. 홈페이지 주소로도 기본 27개 가량의 초기 리드를 제공하고 에이전트 특화 보안 시스템도 철저히 구축했다. 온라인 미팅 한 건 기준 5만 원 수준의 비용으로 입찰 제안 한 건을 시도해 볼 수 있다"라고 소개했다. 최근에는 대기업·중견기업의 수요도 늘어 한 기업은 4천 건가량의 리드를 요청해 오기도 했다.
스타트업 중심의 사업, HP 개러지 2.0(HP Garage 2.0)으로 글로벌화
더선한은 이 과정에서 대기업 규모의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의 활용성과 글로벌 확산을 위해 ‘HP 개러지 2.0(HP Garage 2.0)’에 지원했다. 개러지 2.0은 HP와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이 함께하는 스타트업 육성 및 기술 공동 개발 프로그램이다. 1939년 HP의 창업자 빌 휴렛과 데이브 팩커드가 팔로알토의 작은 차고에서 HP를 창업한 데서 착안한 이름으로 제품 검증부터 기술 협력, 하드웨어 지원 등 HP가 스타트업을 직접 지원한다. 지원 프로그램은 2019년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으로 시작했지만 올해부터 Around X(어라운드X)로 이름을 개편하고 총 17개의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권태욱 대표는 “서비스 고도화에 피크로 고객이 미팅 장소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HP 산하의 화상회의 기업 폴리(Poly)에서 HP 개러지 2.0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참여를 결심했다. 한편 더선한은 현재 국내 유명 가구 및 인테리어 기업과 함께 HP의 폴리 및 워크스테이션을 조합해 미래형 회의실을 만들어보기로 하면서 협업 구조가 구체화됐다”라고 소개했다

서비스 고도화 측면에서도 도움을 받고 있다. 권태욱 대표는 “HP 싱가포르 프로그램을 통해 HP 개러지 2.0 담당자, HP 세일즈 리더 등을 만나 엔터프라이즈 영업, 인바운드가 많은 기업에 대한 접근법 등에 대한 전반적인 조언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아웃소싱 전문 업체이자 주요 협력사 중 한 곳과 리드 고도화 작업을 착수할 수 있었고, 글로벌 기업의 유효 리드와 우리 리드를 직접 비교하며 성능 등을 평가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싱가포르 지역 벤처캐피털을 소개받아 글로벌 벤처캐피털 및 크로스보더 자산운용 투자사 등에 피칭을 진행하기도 했고,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프로그램 관련 세션 등을 지원받아 지원 관련 교육 등도 받았다고 한다. 이를 통해 싱가포르 현지 법인도 설립을 진행중에 있다고 밝혔다.

더선한은 HP를 통해 기존 협력사와의 관계 고도화, 엔터프라이즈 고객 수준의 영업 방법론, 싱가포르 거점의 글로벌 투자사와의 만남 등 전반적인 도움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피크로를 고객 발굴과 영업 실행까지 연결하는 세일즈 월드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특히 대기업은 아웃바운드보다 인바운드가 더 많다는 점에서 착안해 기업 내 올바운드를 다시 정렬했다. 기존 고객 리드를 우선순위화하는 알고리즘을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피크로가 1000개 기존 리드를 1시간 이내 분석하여 기존 베테랑 세일즈 매니저에게 제공하고 비교 분석하면 우선순위 정확도는 92% 수준으로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더 효율적인 영업 활동을 지원하고자 한다
권태욱 대표는 향후 HP 개러지 2.0 등에 참여하는 기업이라면 사전 준비를 더 철저히 해야 더 많이 얻어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권태욱 대표는 “싱가포르에서 일정 자체가 굉장히 밀도 높았다. HP 프로그램 전반이 실무 위주의 연수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또한 기존 정부지원 프로그램들과 달리 HP 실무진에서 자리를 마련해주면 참가 기업 대표가 스스로 사업 기회를 구체화해야 했다. 진짜 글로벌 비즈니스를 해보고 싶다면 HP 개러지 2.0이 큰 도움이 되며, 해외 진출 계획이 있다면 더욱 의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30년의 영업 환경은 미지수··· 피크로로 고객 성공 돕겠다”

권태욱 대표는 최근 출장간에는 2030년 영업 환경을 상상해 보고 있다고 한다. “미래의 영업 환경은 지금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대표나 세일즈 담당자는 존재할 것이고 이들은 인간 본연의 관계에 집중하고, 비효율적인 업체 조사나 스펨이 되는 콜드메일을 보내는 단순반복 업무 등은 피크로로 해결하는 도움을 주고 싶다. 우리는 건강한 영업을 표방하며 AI와 협력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가치 있는 시간을 만들고 가족과 친구들과 더 좋은 삶을 보낼 수 있게 만들고 싶다. 고객사가 피크로를 통해 잠재고객을 잘 찾고 매출을 넘어 순이익까지 달성할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HP와 함께 하면서 소프트웨어와 사업 방법론을 가다듬는 것은 물론 향후 하드웨어로도 진출할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K-푸드, K-뷰티, K-ICT과 같이 한국에서 세계로 뻗어나가는 유망 산업들이 많은데 K-세일즈로 전 세계에 우리나라의 좋은 기업을 알려 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미래의 영업 전선에 고산을 오르는 세르파 처럼 더선한의 피크로가 함께하겠다”라는 뜻을 밝혔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