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피엘 “물리 법칙과 AI 결합해 공장이 최적 조건 찾도록 돕는다…제조 현장 디지털 트윈 혁신” [Start-up NEST 19기]

김예지 yj@itdonga.com

[신용보증기금×더인벤션랩×IT동아] 신용보증기금이 주관하고 더인벤션랩이 액셀러레이터로 참여하는 ‘Start-up NEST 19기’는 유망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을 돕는 대표 창업 육성 플랫폼입니다. 기업성장·투자연계·글로벌진출 등 맞춤형 트랙과 투자사·대중견기업 1:1 매칭을 통해 실질적인 성장을 지원합니다. IT동아는 Start-up NEST 19기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하고 있는 혁신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제조업 현장의 디지털 전환(DX)은 이제 익숙한 개념이다. 하지만 공장에 수백, 수천 개의 센서를 붙여 데이터를 수집하더라도 이를 실제 공정 운전에 반영하기까지는 여전히 장벽이 높다.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시간 운전 조건을 변경해 효율을 높이는 작업은 제조 업계의 오래된 숙제다.

특히 최근 에너지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공정 최적화를 통한 효율 향상은 선택이 아닌 생존 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고가의 외산 장비와 소프트웨어는 도입 비용이 부담스러운 데다 시스템 간 연동이 매끄럽지 않아 현장 보급에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황성원 쎄피엘 대표 / 출처=IT동아
황성원 쎄피엘 대표 / 출처=IT동아

쎄피엘(CEPIEL)은 화학공학의 물리 법칙과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해 공장 최적화를 지원하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공장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정제해 오차를 걸러내고, 이를 공정 시뮬레이션 모델과 대조 및 검증한 뒤, 머신러닝(ML) 모델로 최적의 가이드라인을 도출하는 구조다. 황성원 쎄피엘 대표는 “공장이 최적 조건을 찾아가되, 그 근거는 엔지니어가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엔지니어가 믿고 도입할 수 있는 기술로 제조 현장의 혁신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황성원 대표는 현장과 학계를 모두 거친 공정 전문가다. 아스펜텍(AspenTech), UOP, GS건설 등 국내외 산업 현장에서 13년간 공정 설계 엔지니어로 근무했으며, 이후 14년간 인하대학교 화학공학과 정교수로 재직해 왔다. 현재는 CEPI 연구실을 이끌고 있다. 그는 이 연구실에서 축적한 공정 최적화·AI 연구를 기반으로 쎄피엘을 교원 창업했다.

황성원 대표는 현장에서 체감한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창업에 나섰다. 그는 “기존 공정 현장의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외산에 의존하고 있으며, 물리 모델(공정 시뮬레이션)과 데이터 관리, 예지보전, 고급 공정 제어(APC) 기능이 파편화되어 있다”면서 “기능을 추가할 때마다 별도의 라이선스를 구매해야 하고 상호 연동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구실에서 개발한 데이터 정합 및 AI 기반 최적화 기술이 실제 공장에서 성과를 내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를 단일 플랫폼으로 통합해 합리적인 비용으로 보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오차 걸러내는 정밀 디지털 트윈…CFD와 AI 결합한 ‘소프트센서’ 탑재

공정 해석 결과를 드래그 앤 드롭으로 편집할 수 있는 화면 / 출처=쎄피엘
공정 해석 결과를 드래그 앤 드롭으로 편집할 수 있는 화면 / 출처=쎄피엘

쎄피엘의 핵심 제품은 디지털 트윈 솔루션 ‘CEPiDTS’와 AI 학습·최적화 전용 엔진 ‘CEPiML’이다. 데이터 정제부터 머신러닝 학습, 분석, 최적화까지 단일 파이프라인으로 매끄럽게 연결되도록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설계했다.

수천 개 센서에서 쏟아지는 데이터의 오차를 정제한 뒤,공정 시뮬레이션 모델과 실시간으로 대조한다. 이렇게 검증된 데이터로 ML 모델을 학습시켜 최적의 운전 가이드라인을 도출한다. CEPiML은 16개 이상의 ML 알고리즘에 대한 자동 선택·튜닝을 지원하며, 물리 법칙을 학습 과정에 직접 반영하는 ‘물리 기반 신경망(PINN,Physics-Informed Neural Networks)’ 알고리즘도 지원한다.

직접 측정이 어렵거나 센서 설치비가 비싼 변수를 추정하는 소프트센서 기술도 강점이다. 전산유체역학(CFD) 해석 데이터와 AI를 결합해 반응기 내부 온도 분포나 성분 조성 등 직접 측정이 어려운 변수를 실시간에 가까운 속도로 추정한다. 덕분에 수일이 걸리던 기존 CFD 해석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황성원 대표는 “비선형 수학 모델을 그대로 쓰면서 머신러닝 학습을 병행해 예측 정확도와 처리 속도를 함께 높였다”고 밝혔다.

오픈소스 기반 구조와 ‘설명가능한 AI’ 에이전트 도입

실시간 현황, 최적 조건, AI 챗 기능이 포함된 대시보드 화면 / 출처=쎄피엘
실시간 현황, 최적 조건, AI 챗 기능이 포함된 대시보드 화면 / 출처=쎄피엘

디지털 트윈 구축 시 고가의 외산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함께 활용하려면 라이선스 비용 부담이 커서 중견·중소기업은 도입을 엄두 내기 어렵다. 쎄피엘은 DWSIM, OpenFOAM 같은 오픈소스 시뮬레이터를 자사 디지털 트윈 플랫폼 위에서 구동할 수 있게 하고, 고객이 이미 사용 중인 상용 시뮬레이터도 연동해 쓸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존 투자를 버리지 않고 단계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황성원 대표는 “특정 회사 시뮬레이터에 묶이지 않아 고객이 가진 모델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쎄피엘은 AI 에이전트를 더한다. 현장 운전원이 자연어로 질문하면 AI가 분석 결과와 그래프를 제시하고, 왜 이 운전 조건이 최적인지 근거를 설명해 준다. 현장 인력이 즉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다. 물리 모델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AI가 제시한 운전 조건의 근거를 엔지니어가 검증할 수 있어 제약·반도체 등 검증 절차가 엄격한 산업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클라우드 방식으로 제공 중이며, 향후 보안을 중시하는 기업들을 위해 온프레미스 전환도 병행 지원할 계획이다. 황성원 대표는 “공장이 잠깐만 멈춰도 손실이 크다. AI가 공장을 완전 자율 제어하는 방식 대신, 운전원에게 판단 근거를 설명하고 최종 결정은 사람이 내리도록 돕는 인공지능 보조 방식을 고집한다”고 전했다.

유틸리티 시스템부터 공략…에너지 절감 돕는다

황성원 쎄피엘 대표 / 출처=IT동아
황성원 쎄피엘 대표 / 출처=IT동아

쎄피엘은 반도체·제약·정유 등 산업 분야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공장이 보유한 유틸리티 시스템(스팀·냉각수·냉동기 등)을 1차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유틸리티 공정은 에너지 소비 비중이 크고 변수가 많은 영역이지만 기존에는 운전원의 경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쎄피엘은 이곳에서 기술을 도입해 효율 증대 효과를 검증한 뒤 핵심 제조 공정으로 넓힌다는 전략이다.

지난 4월 CEPiML 출시 이후 고객사 현장 적용을 위한 협력이 이어지고 있다. 쎄피엘은 글로벌 공정 소프트웨어 기업 등과 구성한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참여해 H 조선사의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에 탑재되는 공정에 대한 디지털 트윈 과제를 진행 중이다. P사와 협업해 H 화학사의 EDC(에틸렌디클로라이드) 크래커 이상운전 감지(Anomaly Detection) 과제를 수행하고 있으며, L 석유화학사와는 유틸리티 시스템 디지털 트윈의 현장 구축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제약 분야에서는 싱가포르 공기조화(HVAC) 시스템의 에너지 최적화 프로젝트를 논의 중이다.

CEPiDTS를 기반으로 한 개념검증(PoC)과 사업 협의도 확대되고 있다. 국내 S 중공업사의 LNG 액화 파일럿에 적용한 결과 에너지 사용량을 약 5~6% 줄였다. 황성원 대표는 “화학공정 온톨로지 기반에 거대언어모델(LLM) 인터페이스를 결합해 엔지니어가 자연어로 공장 전체와 대화하는 CEPiML 2.0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온톨로지는 공정 장비와 변수, 운전 문서 사이의 관계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지식 구조로 정리한 것이다.

카이엘 영업망 활용해 싱가포르·북미로…글로벌 시장 공략

쎄피엘은 공동대표인 조용준 대표가 이끄는 카이엘(KhaiEL)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해외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카이엘의 현지 영업 인력은 한국 5명, 싱가포르 1명, 독일 3명 등 9명으로, 각 지역 공장과 적용을 논의하고 있다. 캐나다 B사와 협업을 논의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B사를 통해 미국 휴스턴 사무소 개소를 시작으로 북미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1차 거점인 싱가포르에서는 현지 파트너와 합작법인(JV) 설립을 검토하며 제약 플랜트 레퍼런스를 확보한 뒤, 중동·중국·미국·유럽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쎄피엘은 올해 신용보증기금의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 ‘Start-up NEST’에 선정돼 투자 연계와 해외 진출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황성원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국내 석유화학 대기업 3곳 이상에 유틸리티 최적화 솔루션을 상용 적용하고, 2027년 후속 투자 유치와 팁스(TIPS) 도전을 통해 핵심 인력을 확충하고 인천 송도에 통합 연구 거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유틸리티에서 핵심 공정, 전사 디지털 트윈으로 범위를 넓혀 장기적으로 상장(IPO)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성원 대표는 “한국에서 출발한 공정 AI 기업이 글로벌 상용 소프트웨어와 연동하면서 고객에게 더 합리적인 선택지를 제공하는 사례를 만들고 싶다”며, “공장 도면과 운전 매뉴얼 등 문서까지 흡수한 온톨로지 플랫폼으로 공정 분야를 대표하는 AI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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