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예찬 생각의질서 대표 “동국대 창업동아리 지원으로 강박장애 해결책에 도전”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강박장애를 앓으면 원하지 않는 생각들이 일상 속에 반복되며 끊임없이 불안감이 가중된다. 이런 문제들을 질서 있게 바로잡아주겠다는 것에서 생각의질서라는 이름을 회사 이름으로 정했다. 강박을 겪는 이들이 웨어러블 장치로 일상 속 행동을 기록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사용해 더 빠르게 치료의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잃어버린 나날을 되찾아주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임예찬 생각의질서 대표를 서울 소재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 출처=IT동아
임예찬 생각의질서 대표를 서울 소재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 출처=IT동아

임예찬 생각의질서 대표는 동국대학교 약학대학에 재학 중이며, 정신건강 분야와 관련된 신경약, 정신과약, 중추신경계 쪽으로 진로를 잡고 학업에 임하고 있다. 임예찬 대표 역시 과거에는 강박장애로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아왔고 현재는 강박장애를 이겨내고 사회생활에 집중하고 있다. 생각의질서를 창업한 계기 역시 같은 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됐다. 다만 의약품을 직접 개발하거나 의료진으로서 환자를 치료하는 방식 대신, 기술과 제품을 통해 환자들의 일상적인 치료 과정을 돕는 창업을 선택했다. .

강박장애, 비약물 치료 가능하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편

생각의질서가 접근하는 방법은 스마트워치 및 스마트폰을 이용한 ERP(노출 및 반응방지) 기반의 인지교정이다. 강박장애란 원치 않는 불안한 생각이나 충동이 떠오르는 강박사고, 그리고 불안을 떨치기 위해 반복적으로 행하는 강박행동이 악순환을 이루는 질환이다. ERP는 강박장애 치료에서 가장 효과적인 표준 치료법이며 강박장애 치료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심리치료다.


생각의질서가 만들고 있는 ‘토닥이’는 강박장애의 표준 치료법인 ‘노출 및 반응방지’를 스마트워치 형태로 구현한 서비스다 / 출처=IT동아
생각의질서가 만들고 있는 ‘토닥이’는 강박장애의 표준 치료법인 ‘노출 및 반응방지’를 스마트워치 형태로 구현한 서비스다 / 출처=IT동아

노출은 환자가 두려워하거나 회피하는 상황 등을 의도적이고 체계적으로 직면하게 한다. 예를 들어 오염 강박이 있는 환자에게는 오염됐다고 느끼는 물건을 단계적으로 만지도록 하고, 도덕적·윤리적 강박이 있는 환자에게는 두려워하는 상황을 상상하거나 글로 표현하도록 하는 식이다. 이때 환자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손을 씻거나 숫자를 세고, 스스로 안심하려는 등의 강박행동을 하지 않도록 훈련하는 것이 반응방지다. 의료진은 환자가 불안과 불확실성을 견디면서 강박행동을 줄여나가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불안과 불확실성을 견디는 능력을 기르고, 강박행동에 의존하지 않고도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훈련한다. 다수의 임상연구에서 ERP는 강박장애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가 입증됐으며, 강박장애 치료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심리치료 중 하나다. 증상의 심각도와 환자 상태에 따라 약물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문제는 진행 방식이다. 2018년 7월부터 강박장애 등 정신질환에 대한 인지행동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환자의 비용 부담이 줄었다. 하지만 실제 치료는 정해진 시간에 이뤄지고, 환자는 상담 시간 외에도 일상생활에서 스스로 ERP 훈련을 이어가야 한다. 나머지는 스스로가 일상에서 수행해야 하는데 본인이 마음을 다잡지 못한다면 성공률이 떨어진다. 생각의질서는 일상 속에서도 스스로 ERP를 실행할 수 있는 자기주도형 ERP를 돕는 디지털 치료용 서비스 ‘토닥이’를 만들고 있다.


토닥이 소프트웨어를 구글 웨어OS 기반의 워치에 설치한 뒤 실제 테스트한 모습 / 출처=생각의질서
토닥이 소프트웨어를 구글 웨어OS 기반의 워치에 설치한 뒤 실제 테스트한 모습 / 출처=생각의질서

임예찬 대표는 “강박장애를 겪으면 내 생각을 내가 통제하지 못한다는 무력감에 빠지고, 자기주도형으로 ERP를 실천해야해도 이게 잘 통제가 안된다. 이것을 기술로서 돕자는 것이 문제해결의 초점이다. 기존에도 강박장애를 기록하는 앱 및 서비스가 있지만 일일이 기록하는 게 어렵다. 그래서 스마트워치를 통해 팝업으로 쉽게 증상이나 불편감을 기록하고, 스마트워치에서 확인할 수 있는 생체신호와 연동해 불안도의 수준도 집계한다”라면서 “강박이 왔을 때 기계에서 이를 인지하고 문제행동의 빈도를 측정해나가며 서서히 줄어들게 만드는 게 핵심 기능이다. 가볍게 진동을 주는 식으로 강박 행동을 방지하도록 인지를 주고, 이를 자동으로 기록해나가며 ERP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앱이 실행되는 알고리즘 순서 / 출처=생각의질서
앱이 실행되는 알고리즘 순서 / 출처=생각의질서

토닥이는 향후 다양한 강박장애에 도전하며 첫 번째로 오염강박 해결을 목표로 잡았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워치OS용 토닥이 앱을 설치한 뒤 스마트워치를 착용한다. 그러면 스마트워치가 심박수 등 생체신호를 분석해 불안과 관련된 생리적 변화를 추정하고, 움직임과 소리 데이터를 결합해 손 씻기 등의 행동을 식별한다.

강박행동으로 추정되는 움직임이 감지되면 스마트워치가 진동으로 사용자에게 알림을 제공한다. 이후 호흡을 안내하거나 진동 패턴을 활용해 사용자가 자신의 행동을 인식하고 조절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이후 심박수 회복 등으로 경과를 확인한다. 자동감지 및 수동감지를 통해 강박행동 데이터가 저장되며 환자의 통제력을 개선하고 향후 치료에 참고 데이터로 활용하는 것이다.

당초 초기 가속도 센서 기반 행동 인식 정확도는 약 22%였으나, 33차례에 걸친 데이터 수집과 알고리즘 개선, 음향 데이터 결합 등을 통해 자체 평가에서 71%까지 높였다. 생각의질서는 다른 강박장애 해결, 그리고 정확도 향상을 위해 연구개발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동국대 창업동아리 지원, 사업 초반 기틀에 큰 도움”


지난 9월 22일 동국대학교 고양바이오메디캠퍼스에서 진행된 ‘THE 이음’ 행사에서 임예찬 대표가 IR 피칭을 진행했을 당시 / 출처=생각의질서
지난 9월 22일 동국대학교 고양바이오메디캠퍼스에서 진행된 ‘THE 이음’ 행사에서 임예찬 대표가 IR 피칭을 진행했을 당시 / 출처=생각의질서

생각의질서는 올해 3월 사업을 시작했으며, 올해 11월에 사업화 등록을 마친 뒤 1차 시제품 개발을 진행한다. 그 시작점에는 동국대학교 창업교육센터의 창업 동아리 지원이 있었다. 임예찬 대표는 “재학 중 창업동아리 활동을 통해 사업의 바탕을 마련했다. 학생 창업 경진대회인 U300+를 통해 창업 기초교육을 받았고, 사업기획서 작성 교육이나 벤처캐피털 현직자와의 연결 멘토링, 사업 중간 점검, 그리고 제품 개발 지원을위한 자금도 받았다. 학생 창업이지만 지원금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의 기초를 만들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1차 아이템 개발비를 활용해 움직임이나 행동, 소리 센서 등을 수집하는 데이터 연구용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렇게 확보한 데이터는 심장 박동, 피부 전기활동, 호흡수 등 생체신호와 연동하는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창업지원센터의 연계로 동국대학교 의대 교수진과 연계해 웨어러블 장치 및 생체 신호 관련 검사법이나 임상 연구 절차, 향후 연구 파트너 확보, 개인정보 보호 준수 등에 대한 방법론도 배웠다”라고 말했다.

임예찬 대표는 사업 기획 초기에는 ‘세척강박’에 초점을 맞췄으나 서비스를 고도화하면서 모든 종류의 강박에 대응할 수 있음을 확인하고 강박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증상이 올라올 때 앱에 기록하거나 증상을 말하면 증상의 종류와 발생 횟수, 빈도 등을 데이터화하고 이를 ERP 치료 요법으로 만들어 본인 맞춤형 훈련까지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강박에 관한 모든 해결책 도전할 것”


임예찬 대표는 강박환자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향후에는 다른 강박장애 해결로도 사업 방향을 넓히겠다는 뜻을 밝혔다 / 출처=IT동아
임예찬 대표는 강박환자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향후에는 다른 강박장애 해결로도 사업 방향을 넓히겠다는 뜻을 밝혔다 / 출처=IT동아

이달 말에 시제품 제작이 완료되면 그때부터는 강박환자들을 대상으로 제품 시험에 나설 계획이다. 임예찬 대표는 “강박환자들이 믿고 모일 수 있는 구심점, 커뮤니티는 제대로 갖춰져있지 않다. 질병을 숨기는 문제도 있지만 카페, 블로그, 개별 채팅방 등으로 분산돼 있다. 현재까지 환자 인터뷰도 27건 정도 진행했는데 모두가 제각각으로 방법을 찾고 버텨왔다고들 한다. 사업 초기에는 제품 판매보다는 당사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블로그, SNS 등을 통해 구심점을 구축하려 한다”라면서 “시작은 토닥이 기록 앱이고 공식 출시는 올해 연말이다. 12월쯤에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앱을 업로드한 이후, 웨어 OS로 연동해 갤럭시 워치 등으로 쓸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임예찬 대표에게 창업을 고민하고 있거나, 창업동아리를 통해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려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임예찬 대표는 “이상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지만 이를 현실로 구체화하다보면 생각보다 자주 바뀌고 방향도 다시 잡아야 한다. 때로는 공든 탑도 무너뜨리고 다시 시작해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이 바뀌는 모습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아나간다. 학교에는 더 많은 기회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서비스와 관련된 교수를 찾고, 지원 프로그램도 많이 참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큰 꿈을 많이 꾸고 방향을 잡아나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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