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년세대의 발견] 1. 대학 졸업은 사회 출발이 아니다

이문규 munch@itdonga.com

※ 서울시 미래청년기획관을 역임한 김철희 연세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의 연재(5회)를 통해, AI 시대 우리 청년들의 현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봅니다. 청년이 처한 환경과 그들의 선택을 살피고, 예산의 쓰임과 문제를 알고도 정책을 바꾸기 어려운 구조도 짚으며, 현장 경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정부·지역·대학·기업의 책임과 실행 가능한 해법을 찾아봅니다. 본문 의견과 방향 등은 IT동아의 편집 기조와 다를 수 있습니다.

1부 - 대학 졸업은 사회 출발이 아니다

2부 - 문제는 청년이 아니다 - 그들의 과거·현재·미래에서 다시 보다

3부 - 청년예산 30조, 돈은 청년의 ‘언제’에 들어가는가

4부 - 문제를 알아도 왜 바꾸기 어려운가 —청년정책의 ‘외통수’

5부 - 청년의 사회 첫출발, 누가 언제 무엇을 책임해야 하나

[IT동아]

정규 교육 과정을 마치고 첫 일자리를 얻기까지 평균 11.2개월.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5월 조사에서, 최종 학교를 마친 15~29세 청년 중 첫 일자리가 임금근로였던 이들에게 걸린 시간이다.

필자가 속한 대학의 총학생회장들과 첫 직장을 얻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3년은 봐야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공식 통계와 학생 대표들이 느끼는 시간에는 간격이 있었다. 졸업 뒤에도 취업을 준비하며 기회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청년이 일자리를 얻는 과정에서 무엇이 막혀 있는지 심각하게 살펴봐야 한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 어떤 경험과 선택의 기회가 있었는지도 함께 물어야 한다.

생성형AI로 작성한 이미지 / 출처=IT동아
생성형AI로 작성한 이미지 / 출처=IT동아

대학 졸업했는데 사회진입은 왜 어려울까

이 문제는 필자만의 우려가 아니다. OECD도 한국 청년의 사회진입 지연을 주요 정책과제로 다뤄 왔다. OECD가 한국 가입 30주년을 맞아 2026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국 25~34세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70%로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OECD 평균은 48%였다.

그런데 부모와 함께 사는 20대의 비율도 OECD에서 가장 높았다. 보고서에 제시된 2020년 한국 20~29세의 부모 동거 비율은 81%다. OECD는 높은 고등교육 이수율에도 한국 청년이 일자리와 독립적인 생활로 나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주요 문제로 짚었다.

보고서는 경제성장이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한 3대 중점과제 가운데 첫 번째로 청년의 ‘이행’ 문제를 제시했다. 교육에서 일자리로, 나아가 독립적인 성인생활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새로운 지적도 아니다. OECD는 2007년 한국 청년의 취업 장벽과 학교에서 일자리로의 이행정책을 별도 보고서로 다뤘다. 2019년에는 성장 둔화와 일자리 간 격차 속에서 이행이 길어지는 문제를 짚었다. 거의 20년에 걸쳐 되풀이되는 과제다.

첫 취업이 늦어지면 첫 월급만 늦어지는 것이 아니다. 현장에서 일을 배우고 다음 일을 맡을 경력을 쌓는 시간도 늦어진다. 오랜 실업과 경제활동 단절은 이후 고용과 임금에도 불리한 흔적을 남길 수 있다. 자신의 생활비를 감당하고 살 곳과 삶의 방향을 선택하는 일에도 영향을 준다. 이행을 취업 직전의 짧은 절차로 볼 수 없는 이유다.

기성세대는 알아서 했는데, 왜 지금의 청년을 도와야 하나

기성세대는 반문할 수 있다. '우리 때는 졸업 후 현장에 부딪치며 배웠다'. '다들 버티고 이겨냈는데 왜 지금 청년에게는 정책까지 필요한가.'

물론, 그 시절의 노력과 고생은 존중받아야 한다. 누가 더 힘들었는가를 가리기보다, 일을 시작하고 배우는 조건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야 한다. 임금과 고용안정의 격차가 크면 더 나은 일자리에 들어가기 위해 오래 준비할 이유도 커진다. OECD는 2019년 한국 청년이 노동시장 경험보다 학력과 대기업·공공부문 입사시험 준비에 많은 시간을 쓰는 현실을 지적했다.

'현장에서 부딪치며 배웠다'는 말에는 실제 일을 맡고, 모르는 것을 묻고, 잘못한 일을 고치며 실력을 쌓았다는 경험이 들어 있다. 그럼, 지금의 청년에게도 일을 맡고 배우며 성장할 기회가 열려 있어야 한다. 그러니 '일단 들어가서 배우라'고 말하려면, 그 현장에 들어갈 기회부터 있어야 한다.

청년들이 애써 차곡차곡 쌓아온 준비는 기업이 중요하게 보는 경험과 얼마나 이어지고 있을까. 오픈서베이의 2025년 대학생활 조사 요약에서는 영어시험과 학점, 자격증 준비가 주요 취업준비 활동으로 나타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26년 100인 이상 기업 500곳을 조사한 결과, 신규채용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로 ‘직무 관련 업무경험’을 꼽은 비율은 67.6%였다.

청년도 경험의 중요성을 모르지 않는다. 문제는 그 경험을 쌓을 기회를 얻는 일이다. 경총이 2025년 구직 중인 미취업 청년 20~34세 1,000명을 조사했을 때, 80.7%가 취업준비의 어려움으로 ‘업무경험과 경력개발 기회의 부족’을 꼽았다.

경험을 중시하는 채용 앞에서 청년은 그 경험을 어디서 얻어야 할까. 대학과 기업이 재학 중 일을 배울 통로를 만들고, 정부와 지역은 학교나 개인의 형편 때문에 그 기회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

언어(영어)와 전공을 공부하고 배운 것을 실제로 써보고, 다른 사람과 협업하며, 결과에 책임지는 경험이 연결돼야 한다. 학교에서 쓴 리포트는 일단 평가를 받으면 가치가 사라진다. 회사 실무 현장에서는 비용과 시간이 소비되고, 일정이 늦어지면 동료의 업무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객의 요구가 바뀌거나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 이유를 설명하고 방법을 고쳐야 한다. 학교 강의실과 현장에서 요구하는 판단과 책임이 얼마나 다른지, 재학 시절에 이미 체감해야 한다.

이런 판단은 시험 문제만으로 충분히 연습하기가 쉽지 않다. 재학 중 관심 분야 선배님들을 만나고, 기업이나 지역의 프로젝트를 맡고, 현장실습과 훈련을 경험해야 할 이유다. OECD의 2025년 청소년 진로준비 보고서를 봐도, 직업세계와 접촉하는 진로활동과 이후 고용성과의 관련성을 다루고 있다.

이를 테면, 애벌레가 나비가 되려면 그에 꼭 맞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온도와 습도가 적절하고 외부 위협으로부터 안전해야 하며, 이런 조건이 변화의 과정 내내 유지돼야 한다. 알 속의 생명이 독수리로 자라기까지도 복잡하고 까다로운 단계를 거친다. 성장 단계마다 그에 맞는 조건이 빠짐없이 갖춰져야 한다.

출처=김철희
출처=김철희

청년의 이행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준비 정도와 희망에 맞춰 경험을 연결하고, 현장에서 지도하며, 실패 뒤 다시 선택하도록 돕는 세심한 절차가 필요하다. 개인의 노력이 경험과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환경과 제도가 지속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졸업 후 첫 일자리까지 걸린 시간은 이행 결과를 살펴보는 지표가 된다. 졸업 후에 결과를 측정한다고 해서 준비까지 졸업 후에 시작할 이유는 없다. 사회로의 진입준비, 즉 이행은 학교에 다닐 때부터 시작돼야 한다. 재학 시기는 자신의 다음 경로를 탐색하고 연습하는 시간이다.

재학 중 경험을 교육과정에 넣은 사례도 있다. 캐나다 워털루대학의 학업·일경험 연계교육인 '코옵(co-op)' 과정은 보통 4개월의 수업 학기와 4개월의 근무 학기를 번갈아 운영한다. 근무는 유급을 원칙으로 하고, 전공이나 관심 진로, 역량 개발과 관련된 일을 하도록 한다. 현장 관리자가 과제와 지도를 제공하고 대학 담당자가 근무 중에도 학생을 지원한다. 학교와 현장을 오가며 자신의 진로를 확인하도록 교육과정을 짠 것이다.

청년 지원은 학교와 현장을 어떻게 연결해야 하나

정부도 청년 지원을 늘리고 있다. 2021~2026년 중앙정부 청년정책 시행계획의 예산 규모를 합하면 약 159조 원이다. 재학생 맞춤형 고용서비스와 일경험을 연계하는 지원도 있다. 이 지원이 재학 중 진로를 탐색하고 실제 일을 경험할 기회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살펴야 한다.

등록금과 생활비 지원은 학업을 이어갈 기반이다. 여기에 희망 분야를 경험하고, 취업과 창업 등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경로를 연습할 기회가 연결돼야 한다. 학교는 교육을, 기업은 채용을, 정부는 지원을 맡지만, 각자의 사업이 한 청년의 경로로 이어지는지는 별도로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 가게의 온라인 판매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상담에서 끝내지 않고 가게와 연결해 정해진 시간과 보상 아래 작은 프로젝트를 맡겨볼 수 있다. 학생은 고객 반응을 보고 가게 주인과 일정을 맞추며 결과에 따라 방법을 고친다. 학교와 현장 담당자는 그 과정을 지도한다.

판매 분야보다 디자인 쪽이 자신에게 맞는다는 걸 발견할 수도 있다. 그 역시도 성과다. 경험을 함께 정리하고 다음 배움이나 실습으로 연결하면 한 번의 참여가 진로를 고를 근거로 남는다.

어느 대학에 다니든 이런 기회가 공평하게 있어야 한다. 대학에 따라 만나는 기업과 관심 분야 선배님, 참여할 실습과 프로젝트에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도 살펴야 한다. 중앙정부와 광역단체는 대학·기업과 함께 경험할 자리를 넓히고, 기회가 부족한 학교와 비용 때문에 참여하기 어려운 학생을 지원해야 한다.

경험을 늘리는 일과 좋은 일자리를 넓히는 일은 함께 가야 한다. 재학 중 준비를 강조한다고 기업의 교육 책임이나 일자리의 임금·안정성 문제를 청년 개인에게 넘겨서는 안 된다.

대학 시절의 낭만과 여유까지 빼앗는가

재학 중 경험을 이야기하자 한 학생이 물었다.

“대학 시절의 낭만과 여유, 행복까지 빼앗는 것 아닙니까?”

학점과 취업준비에 지친 학생에게 실습 횟수까지 채우라고 한다면 당연한 반론이다. 사회진입 준비는 취업스펙 경쟁을 앞당기는 일이 아니다. 친구와 작은 프로젝트를 벌이고, 관심 분야 선배님을 만나고, 창업을 시도하거나 다른 길을 골라보는 일이다. 탐색하고 경험하고 선택하며, 실패한 뒤 다시 선택하는 과정이다. 대학 시절의 낭만과 여유, 행복과도 별개가 아니다.

참여를 선택할 자유와 학업·휴식을 병행할 시간, 안전과 정당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 실패하거나 그만두어도 다른 길을 고를 수 있어야 한다. 정책은 학생이 그 선택을 감당할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졸업 후 생활이 어려운 청년을 돕고 다시 훈련받을 기회를 주는 일은 계속 필요하다. 그와 함께 준비의 시작점을 학교에 다니는 때로 앞당겨야 한다.

졸업 후 취업준비를 지원하는 것보다 더 앞선 질문이 있다.

"우리는 왜, 청년이 학교에 있을 때 세상을 충분히 경험하게끔 하지 못했을까?”

다음 연재에서는 오늘의 청년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달라진 일과 생활의 조건 속에서 어떻게 선택하는지 살펴본다.

출처=김철희
출처=김철희

김철희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객원교수/행정학 박사)

서울특별시 미래청년기획관,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국회사무처 정책연구위원, 국회의장실 정무국장을 지냈다. 저서로 『문제는 청년이 아니다』가 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기자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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