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환경을 이해하고 개인화하는 AI 웨어러블로 진화한 “디비비츠 포미버즈 2”

[IT동아 강형석 기자] 스마트폰 화면의 청색광(블루라이트)과 낮 동안 쌓인 긴장이 침실까지 따라 들어오면서, 누워서도 뇌가 쉬지 못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세계수면학회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성인의 약 35%가 만성 수면 부족이나 잠들기 어려운 증상(입면 장애)을 겪는다. 사람들은 이런 문제의 해법으로 수면을 돕는 기술, 이른바 슬립테크(Sleep-tech)에 눈을 돌렸다. 시장조사기업 글로벌 마켓 인사이츠(Global Market Insights)는 세계 슬립테크 시장이 2023년 약 200억 달러(약 27조 원)에서 2032년 950억 달러(약 130조 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잠이 곧 삶의 질이자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수면 시장은 바이오 센서와 인공지능(AI)이 맞붙는 격전지가 됐다.
초기 슬립테크는 얼마나 잤는지를 기록하는 측정의 시대였다. 스마트워치나 반지 형태 기기가 밤사이 뒤척임과 심박수를 기록해 아침마다 수면 점수를 알려 주었다. 사용자의 만족도는 높지 않았다. 지난밤을 설쳤다는 사실을 그래프와 숫자로 확인한다고 해서 오늘 밤의 숙면이 보장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는 압박이 오히려 불면을 키우는 경우도 나타났다. 미국 러시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은 이 현상에 수면 강박증(Orthosomnia)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관찰에 머물던 슬립테크가 잠들기 어려운 환경을 물리적으로 바꾸고, 뇌가 스스로 휴식 모드로 넘어가도록 돕는 개입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다.
이 지점에서 청각 기반 사운드 기술이 주목받는다. 오감 가운데 청각은 잠든 뒤에도 끝까지 열려 있는 감각이다. 밤중의 미세한 생활 소음은 깊은 잠을 방해하지만, 정교하게 설계한 주파수와 소리는 뇌파를 안정시켜 숙면을 이끌 수 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디비비츠(db beats)는 뇌파와 생체 신호의 상호작용을 오래 연구해 왔다. 이 회사의 수면 특화 이어버드 포미버즈(For me buds)는 뇌파와 심박변이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뒤, 뇌파 안정에 도움이 되는 소리를 귀에 들려주는 다이내믹 바이노럴 비트(Dynamic Binaural Beats)를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크라우드펀딩(대중모금)에서 입소문을 탄 이 제품은 사용자 의견을 반영하며 후속작 개발로 이어졌다. 그 결과물인 2세대 포미버즈(For me buds 2)가 2026년 10월 공개됐다. 1세대의 기술 토대에 정밀한 생체 신호 측정과 AI를 더해, 사용자의 실시간 생체 리듬을 읽고 주변 환경까지 스스로 조절하는 능동형 수면 파트너를 목표로 한다.
수면 관리 요소를 강화한 2세대 포미버즈
2세대 포미버즈는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알고리듬까지 새로 설계했다. 먼저 달라진 부분은 생체 신호를 읽는 방식이다. 이어버드 안에는 빛으로 혈류 변화를 감지해 맥박을 재는 광학 심박 센서(PPG)와 3축 가속도 센서를 넣었다. 귀 안쪽은 손목보다 모세혈관이 촘촘하고 움직임에 따른 측정 오차도 작아, 생체 신호를 읽기에 알맞은 부위로 꼽힌다. 이 센서로 심박수(HR), 심박변이도(HRV), 혈중 산소 포화도는 물론 밤사이의 미세한 뒤척임까지 실시간으로 모은다. 수집한 데이터는 기기 안에서 작동하는 온디바이스(On-Device) AI 알고리듬이 분석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얕은 잠에 머무는지, 깊은 잠에 들었는지를 구분한다.

수면 단계에 맞춰 소리를 만드는 다이내믹 바이노럴 비트 기술도 다듬었다. 바이노럴 비트는 양쪽 귀에 서로 다른 주파수의 소리를 들려줘, 뇌가 그 차이에 해당하는 파동을 스스로 만들어 내도록 유도하는 음향 기법이다. 왼쪽 귀에 300헤르츠(Hz), 오른쪽 귀에 304헤르츠를 들려주면 뇌는 4헤르츠 파동에 동조한다. 4헤르츠는 깊은 잠에서 나타나는 델타(Delta)파 영역이다.
침대에 누워 아직 깨어 있을 때는 긴장을 풀어 주는 알파(Alpha)파 영역의 소리를 들려준다. 잠이 깊어질수록 세타(Theta)파, 델타파 유도 음향으로 주파수를 옮겨 간다. 사용자는 이어버드를 귀에 꽂기만 하면 되고, 상태 파악과 소리 관리는 AI가 맡는다.

2세대 포미버즈는 수면 중 다양한 소음을 보다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 3중 소음 조절 시스템을 적용했다. 먼저 이어팁의 밀착 구조를 통해 외부 소음을 물리적으로 줄이는 패시브 차음(Passive Isolation)을 제공하고, 여기에 하이브리드 ANC(Active Noise Cancellation)가 주변의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소음을 한 번 더 낮춘다. 잔여 소음은 수면에 적합한 마스킹 사운드와 적응형 수면음으로 덮어 사용자가 외부 소음을 덜 의식하도록 돕는다. 이처럼 ‘차단(Seal)–감소(Reduce)–마스킹(Mask)’의 3단계 방식으로 일반적인 ANC 중심의 이어버드보다 수면 환경에 특화된 소음 관리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2세대 포미버즈의 차별점이다.
능동적 수면 관리 요소를 강화해 완성도를 높이다
2세대 포미버즈는 1세대의 주요 기능을 이어받으면서 세부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1세대 역시 심박변이도 분석으로 뇌파를 추정하는 광혈류측정(PPG) 기반 알고리듬과 다이내믹 바이노럴 비트로 입면을 돕는 제품이었다.
크기와 착용감도 크게 손봤다. 포미버즈 2는 PPG 센서와 모션 센서, 하이브리드 ANC 등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면서도 이어버드의 두께를 10.4mm까지 줄였다. 1세대 대비 더욱 슬림해진 저프로파일 디자인과 개당 4g 이하의 가벼운 무게를 적용해, 특히 옆으로 누워 자는 사용자가 느낄 수 있는 귀 주변의 압박과 이물감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부드러운 이어팁과 윙팁 구조도 적용해 수면 중 뒤척임에도 보다 안정적으로 착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배터리와 연결성 역시 수면 환경을 중심으로 개선했다. 포미버즈 2는 수면 모드에서 최대 10시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하이브리드 ANC를 사용한 일반 오디오 재생은 최대 6시간을 지원한다. 충전 케이스를 이용하면 이어버드를 최대 6회 추가 충전할 수 있어 여러 날 동안 사용할 수 있다. 또한 Bluetooth 6.1을 지원해 음악이나 영상, 팟캐스트 등 일반적인 블루투스 이어버드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으며 전화 통화도 가능하다.

전용 For Me Buds 앱의 수면 분석 기능도 강화했다. 이어버드에 탑재된 PPG 및 모션 센서를 활용해 밤사이의 심박수와 심박변이도(HRV), 움직임 등의 생체 신호를 측정하고, 수면 단계와 총 수면시간, 잠들기까지 걸린 시간 등을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수면 중 발생한 코골이 시점과 강도, 녹음된 소리를 함께 확인할 수 있으며,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기반 수면 리포트와 AI Sleep Chat을 통해 자신의 수면 패턴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버드 본체가 생체 신호 측정과 수면 사운드 재생을 직접 처리하는 구조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스마트폰 전원을 끄거나 비행기 모드로 바꿔 전자파와 알림에서 벗어난 상태에서도 단독으로 작동한다. 민감한 개인 데이터가 외부로 나가지 않는다는 이점도 따른다.
데이터와 AI로 그리는 디비비츠의 미래
디비비츠의 강점은 음향 공학(Acoustics), 생체 신호 처리(Bio-Signal Processing), AI 알고리듬을 하나의 작은 기기에 담아내는 시스템 통합 능력이다. 회사는 이 기술력을 발판으로 브랜드를 토탈 슬립 케어 플랫폼(Total Sleep Care Platform)으로 키울 계획이다. 수면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기술 로드맵의 중심에는 AI 기반 수면 데이터 분석과 개인화된 수면 경험이 있다. 포미버즈 2는 귀에서 측정한 심박수, 심박변이도(HRV), 움직임 등의 생체 신호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이에 맞춰 바이노럴 비트와 수면 사운드를 조정하는 방향으로 개발됐다. 정해진 소리를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상태와 선택한 모드에 따라 보다 적합한 수면 사운드를 제공하고, 수면이 끝난 뒤에는 측정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면 패턴과 변화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AI 기능도 점차 확장하고 있다. 전용 앱에서는 수면 단계, 총 수면시간, 코골이, 심박수와 HRV 등 다양한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으며, AI Sleep Chat을 통해 사용자가 자신의 수면 데이터에 대해 질문하고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향후에는 단일 밤의 결과뿐 아니라 주간·월간 변화 추세, 개인별 패턴, 생활 습관과 수면 데이터의 연관성을 보다 정교하게 분석해 사용자에게 이해하기 쉬운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기능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디비비츠는 장기적으로 포미버즈를 수면용 이어버드가 아니라, 사용자의 밤을 지속적으로 이해하고 수면 환경을 보다 편안하게 만드는 개인형 수면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의료적 진단이나 치료보다는, 먼저 생체신호와 수면 데이터를 활용해 사용자가 자신의 수면 상태를 보다 잘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영역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잠은 인간이 매일 밤 치르는 가장 일상적인 회복 의식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일상은 더 소란스러워졌지만, 디비비츠는 기술로 인간에게 안정을 돌려주려 한다. 측정에서 개입과 관리로 발전하는 슬립테크의 변곡점에서 2세대 포미버즈가 제안하는 기술들은 우리가 맞이할 내일의 아침이 어제보다 더 개운하고 활기찰 것임을 예고한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