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크립토] 디지털자산 과세 정부 입장, ‘예정대로 시행’에서 ‘숙고’로 外
[IT동아 한만혁 기자] 디지털자산(가상자산)과 블록체인은 금융, 경제를 넘어 산업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국경을 넘는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블록체인 기술은 산업 전반의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위클리크립토]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 디지털자산·블록체인 업계의 주요 소식을 전합니다.

디지털자산 과세 정부 입장, ‘예정대로 시행’에서 ‘숙고’로
2027년 1월 시행을 앞둔 디지털자산 과세를 두고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국정감사 막바지에 여야가 시행과 유예를 놓고 맞섰고, 정부는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숙고해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디지털자산 과세는 디지털자산을 팔거나 빌려줘서 얻은 소득에서 연 250만 원을 공제한 뒤, 초과분에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의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2020년 말 도입이 결정돼 2022년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과세 인프라 미비 등을 이유로 세 차례 미뤄졌다.
정부는 10월 20일 업계 의견을 직접 들었다. 재정경제부는 이날 권대영 재정경제부 1차관 주재로 ‘가상자산 과세 관련 현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에는 두나무, 빗썸, 디지털엑스, 코인원, 스트리미,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타이거리서치와 학계 및 법조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업계는 ▲거래 유형별 명확한 과세 기준 ▲과세자료 제출 시스템 구축 및 검증 준비기간 ▲해외 거래소 이용자와의 과세 형평성 고려 등을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스테이킹 등 거래 유형별 과세 기준을 명확히 하고, 손실 이월공제와 신고 편의 제고 등 제도 보완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테이킹은 디지털자산을 맡기고 그 대가로 보상을 받는 방식이다. 손실 이월공제는 올해 본 손실을 다음 해 이익에서 빼주는 제도로, 현행 디지털자산 과세에는 빠져 있다.
권대영 차관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원칙은 존중돼야 하고, 그 원칙이 시장에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과세 인프라와 시장 규율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라며 “국가 간 정보교환 여건, 거래 유형별 과세 기준과 신고 편의 등 준비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겠다”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예정대로 시행과 유예 의견이 팽팽하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10월 21일 ‘가상자산 과세폐지에 관한 청원’ 검토보고서를 내고, 이미 결정된 과세 여부를 번복하면 조세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실 이월공제를 반영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이를 허용하면 오히려 디지털자산의 투기적 성격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0월 22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종합감사에서도 공방이 이어졌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 차례 유예했는데 또다시 유예 논의가 나오느냐고 물었고,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조세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해외 거래소나 탈중앙화거래소(DEX), 탈중앙화금융(DeFi)만 이용한 투자자가 신고하지 않으면 추적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업계와 전문가 의견뿐 아니라 국회에서 제기되는 의견까지 모두 모아 최대한 숙고해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이러한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세청의 과세 실무 준비는 계속되고 있다. 조승래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장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은 10월 30일까지 과세 고시안을 마련하고 11월 사전심사와 행정예고를 거쳐 2027년부터 고시를 시행할 계획이다. 고시안에는 소득금액 계산 방법, 취득가액 산정 방식, 필요경비 인정 범위 등을 담을 예정이다.
디지털자산 과세에 대해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던 정부가 숙고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한쪽에서는 고시를 준비하고, 다른 쪽에서는 유예를 검토하는 셈이다. 이런 상황은 시장의 혼란만 키운다. 업계, 거래소, 이용자 모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결론이 나길 바란다.
국감서 드러난 거래소 감독 공백

2026년 국정감사에서는 디지털자산 거래소에 대한 감독 체계의 허점도 도마에 올랐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월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원화거래소의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위반 사례가 약 1500만 건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특금법은 자금세탁을 막기 위해 금융회사와 거래소에 고객 확인, 의심거래 보고 등의 의무를 부여한 법이다. 이강일 의원에 따르면 해외 미신고 사업자와 거래한 건수는 코인원 한 곳에서만 9만 건을 넘었다.
장부 관리 부실도 거론됐다. 앞서 빗썸은 2월 이벤트 당첨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원’ 단위를 ‘비트코인’으로 잘못 입력해, 실제 보유량보다 훨씬 많은 비트코인 62만 개를 이용자 계좌에 지급한 바 있다. 이강일 의원은 금융감독원이 사고 전 빗썸을 세 차례 점검하고도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2021년 이후 퇴직한 금융감독원 출신 16명 중 7명이 거래소로 자리를 옮겼다며 이해충돌 가능성도 제기했다. 감독 권한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정보분석원(FIU), 한국은행 등에 흩어져 있다는 점도 개선 과제로 꼽혔다.
이에 대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준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에 감독체계 개선 방안이 일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고, 개선 수준도 완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빠르게 진화하는 디지털자산 사기에 대해서는 그 속도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고 답했다.
사고가 터지면 국감에서 질타하고, 당국이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일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이강일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도 감독권 분산 문제를 지적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달라진 것은 없다. 해법은 결국 디지털자산기본법이다. 법이 늦어질수록 이용자 보호 공백 역시 길어진다.
문페이, 두나무와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 협력 추진

글로벌 디지털자산 결제 및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기업 문페이가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디지털자산 기반 글로벌 금융 인프라에 대한 전략적 협력을 추진한다고 10월 21일 밝혔다. 양사는 스테이블코인 기반 글로벌 결제 및 자금 이동, 기업 금융 및 자금 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문페이가 제시한 협력 분야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글로벌 결제 및 자금 이동이다. 해외로 돈을 보내거나 결제할 때 스테이블코인을 적용할 수 있는 사례를 찾고, 새로운 금융 서비스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 검증한다. 둘째, 기업의 재무와 자금관리다. 기업이 자금을 운용하고 해외로 송금하는 업무에 디지털자산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셋째, 두나무 블록체인 ‘기와’ 생태계 확장이다. 기와는 이더리움 위에서 거래를 더 빠르고 저렴하게 처리하도록 설계된 레이어2 블록체인이다. 문페이는 자사 글로벌 서비스와 파트너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이용자가 기와 기반 서비스에 더 쉽게 접근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문페이는 국내 최대 거래소 운영사를 파트너로 확보했고, 두나무는 해외 결제망과 연결될 통로를 얻었다.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협력이다. 다만 아직은 협력 가능성을 검토하는 단계다. 국내에서 스테이블코인 결제 서비스를 내놓으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 협력의 성패도 결국 디지털자산기본법 처리 속도에 달렸다.
업비트 라운지, 상담 창구에서 체험 공간으로

두나무가 업비트 오프라인 고객 창구 ‘업비트 라운지’를 새로 단장해 10월 22일 다시 문을 열었다. 업비트 라운지는 서비스 이용이나 장애와 관련해 도움이 필요한 고객 누구나 방문해 상담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이번 재개장으로 기존 상담 기능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 소개와 브랜드 체험, 시장 데이터 전시 기능이 더해졌다. 라운지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4길 미림타워 1~2층에 있으며,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1층에는 안내데스크와 ‘업비트리 가든’이 들어섰다. 업비트리는 두나무의 디지털 치유정원과 시드볼트 대체불가토큰(NFT) 컬렉션을 통합한 ESG 브랜드다. 방문객은 대형 LED 영상과 소리, 향기로 꾸민 공간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2층 ‘브랜드 존’에서는 업비트의 사업 현황과 기와의 확장 계획을 소개한다. 키오스크 ‘업비티아이’에서는 자신의 투자 성향을 진단하고 그에 맞는 업비트 서비스를 확인할 수 있다. ‘빅차트 존’은 주요 디지털자산 가격과 업비트 종합지수, 시장 심리를 보여주는 공포탐욕지수 등을 보여준다.
디지털자산 거래는 대부분 모바일 앱에서 이뤄진다. 그래서 얼굴을 마주하고 상담받을 수 있는 오프라인 창구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나 초보 투자자에게 의미가 크다. 투자 성향 진단 키오스크도 이용자가 자신의 위험 감수 수준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물론 이용자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볼거리보다 문제가 생겼을 때의 빠른 해결이다. 라운지가 브랜드 홍보관에 그치지 말고 상담 창구로서의 역할도 충실하길 기대한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