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서티 "단순한 무인화 아닌 '사람 중심'… AI 디지털 관리사무소 구축" [Start-up NEST 19기]
[신용보증기금×더인벤션랩×IT동아] 신용보증기금이 주관하고 더인벤션랩이 액셀러레이터로 참여하는 ‘Start-up NEST 19기’는 유망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을 돕는 대표 창업 육성 플랫폼입니다. 기업성장·투자연계·글로벌진출 등 맞춤형 트랙과 투자사·대중견기업 1:1 매칭을 통해 실질적인 성장을 지원합니다. IT동아는 Start-up NEST 19기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하고 있는 혁신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아파트는 체계적인 법적 제도와 표준화된 관리 시스템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반면 우리 주변의 수많은 오피스텔, 상가, 지식산업센터 등 이른바 ‘집합건물’은 사정이 크게 다르다. 건물 한 채의 자산가치가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달하지만, 정작 건물 운영을 좌우하는 중요한 의사결정과 관리 업무는 여전히 전화, 문자, 종이 위임장, 그리고 담당자 개인의 엑셀 파일에 의존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소서티(대표 공태흥)’는 이처럼 낙후된 집합건물 관리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데이터와 기술로 해결하기 위해 2024년 3월 설립된 프롭테크 스타트업이다. 관리단집회 전자투표·서명 솔루션 ‘올바른관리인’과 관리사무소 통합 ERP ‘관리비서’를 앞세워, 건물의 의사결정부터 매월 반복되는 운영 업무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AI 디지털 관리사무소’를 구축하고 있다. 공태흥 소서티 대표를 만나 집합건물 관리 시장의 생생한 현실과 소서티가 그리는 디지털 전환의 미래를 들어봤다.
- 프롭테크 분야 중에서도 ‘집합건물 관리’라는 다소 낯설고 복잡한 영역에 뛰어들었다. 이전에 어떤 길을 걸었으며, 어떤 계기로 이 시장의 혁신에 주목하게 됐나
: 약 7년 동안 군에서 조직과 장비를 운영하는 업무를 담당했고, 전역 후에는 부동산 중개와 프롭테크 기업의 영업·운영 현장에서 일했다. 서로 다른 경력처럼 보이지만 ‘여러 사람이 같은 기준과 절차에 따라 움직이도록 만드는 일’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부동산 현장에서 오피스텔, 상가, 지식산업센터 같은 집합건물을 접하며 의외의 장면을 자주 목격했다. 건물의 자산가치는 수백억 원에 이르는데, 정작 중요한 의사결정은 전화, 문자, 종이 위임장과 엑셀 파일에 의존하고 있었다. 집합건물은 여러 소유자가 건물을 나누어 소유하기 때문에 관리인 선임이나 규약 제정, 예산 결정을 위해 소유자들의 의사를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소유자 변경, 공동소유, 위임장 중복 제출 등 예외 상황이 빈번해 작은 입력 오류 하나가 정족수 오류나 결의 결과에 대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더 큰 문제는 관리단집회에서 만들어진 정보가 관리사무소의 일상 업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집회에서 관리인과 예산을 정해도 이후 관리비 부과나 회계, 민원 업무에서는 자료를 다시 입력해야 했고, 담당자가 바뀌면 과거 서류를 찾기 위해 서류함과 개인 컴퓨터를 뒤져야 했다. 이는 특정 관리인이나 직원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시장에 공통된 운영 기준과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판단했다. “수천억 원짜리 건물이 엑셀 한 장과 담당자의 기억에 의존하는 현실을 바꾸자”는 생각으로 2024년 소서티를 창업했다.

- 낙후된 관리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서티가 내놓은 핵심 서비스는 무엇인가. 시스템 도입 전후로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입주민의 일상이 어떻게 달라지나
: 소서티는 건물 운영을 크게 ‘결정, 운영, 소통, 납부’의 네 단계로 보고 있다. 현재 핵심 서비스는 관리단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올바른관리인’과 관리사무소 업무를 통합하는 ‘관리비서’이며, 이를 입주민 소통 앱 ‘건물비서’와 납부·정산 서비스 ‘건물페이’로 연결해 나가고 있다.
첫 번째 서비스인 ‘올바른관리인’은 관리단집회와 서면결의 과정에서 필요한 선거인명부 정리, 의결권 산정, 문서 발송, 전자서명, 전자투표, 자동집계와 전자문서 보관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다. 예전에는 직원이 소유자 명단을 엑셀로 정리하고 일일이 전화를 걸어 참여를 독려했으며, 종이 위임장과 서면결의서를 사람이 직접 세어가며 확인해야 했다. 소서티 시스템을 이용하면 소유자는 별도 앱 설치 없이 문자나 알림톡으로 안내를 받아 모바일에서 간편하게 전자서명과 전자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관리자는 대시보드에서 문서 발송 여부, 열람 여부, 참여 현황과 집계 결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두 번째 서비스인 ‘관리비서’는 관리사무소에서 매월 반복되는 검침, 관리비 부과, 수납, 회계·세무, 인사·급여, 공지와 민원 업무를 통합하는 ERP(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이다. 관리단집회에서 승인된 예산과 운영 기준이 실제 관리비와 회계 업무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집회에서 새로운 사업 예산을 승인했다면 회의록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예산 집행과 회계 기록까지 하나의 데이터로 연결되어야 한다. 입주민은 공지, 민원, 관리비 고지와 납부 상태를 모바일에서 쉽게 확인하고, 관리사무소 직원은 반복 입력과 문서 검색에 쓰던 시간을 줄여 입주민에게 설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다.

- 기존 수작업 방식이나 타사의 범용 전자서명, 관리비 프로그램들과 비교할 때 소서티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인가
: 단순히 기능이 많다는 것이 아니라 집합건물 현장의 복잡한 규칙을 이해하고 그 데이터를 다음 업무까지 연결한다는 점이다. 흔히 쓰이는 범용 전자서명 서비스는 ‘어떻게 서명을 받을 것인가’를 잘 해결한다. 하지만 집합건물에서는 서명을 받기 전에 누가 실제 소유자인지, 각 소유자의 의결권은 얼마인지, 공동소유자의 의사는 어떻게 처리할지, 여러 장의 위임장이 제출됐을 때 어떤 문서를 우선 적용할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간단히 말해 범용 전자서명이 서명하는 방법을 해결한다면, 소서티는 ‘누구의 의결권이 얼마인지’부터 해결한다.
또 다른 차별점은 현장 운영팀과 개발팀이 함께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소유자 변경, 공동소유, 서류 중복, 현장 서명 누락 같은 예외 사례가 발생하면 단순히 담당자가 경험으로 처리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이를 기능 요구사항과 검증 규칙으로 바꾼다. 새로운 기능은 내부 운영 환경에서 먼저 확인한 뒤 실제 고객 현장에 순차적으로 적용하고, 현장의 불편사항을 다시 개발 목록에 반영한다. 책상 위에서 설계된 프로그램이 아니라 수백 개 집합건물 현장에서 발견된 문제를 하나씩 데이터와 기능으로 바꾼 시스템에 가깝다. 블록체인 기반 전자투표와 빅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 등 3건의 특허도 확보하고 있다.

- 현장의 반응은 어떤가.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나 의미 있는 성과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 현장에서 가장 의미 있다고 느끼는 반응은 “업무가 빨라졌다”는 말보다 “이제는 결과를 설명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기존에는 집회가 끝난 뒤에도 누가 언제 어떤 문서를 제출했고, 왜 해당 의결권이 반영됐는지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시스템을 도입하면 문서 발송부터 열람, 서명, 투표, 집계 이력이 남기 때문에 관리인이나 관리사무소가 소유자에게 결과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과거 처리 이력을 찾을 수 있고, 관리회사 본사는 여러 건물의 진행 상황을 공통된 기준으로 확인한다. 이러한 ‘설명 가능성’과 ‘업무의 연속성’이 단순한 시간 절감보다 더 중요한 가치다.
사업 성과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설립 첫해인 2024년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하며 약 7억 6900만 원의 매출을 올렸고, 2025년 매출은 약 17억 2100만 원으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2026년 상반기에도 이미 매출 12억 원을 넘어섰다. 가산 KS타워, 광교 SK뷰레이크, 송도 씨워크인테라스한라, 힐스테이트 지금 디포레 등 대규모 복합단지를 포함해 전국 누적 500개 이상의 현장(누적 현장 운영 1200건 이상)에서 서비스를 운영했다. 지난해에는 국토교통부와 국토연구원이 주관한 ‘2025년 부동산서비스산업 창업경진대회’ 도전창업 부문에서 대상인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수상했고, 국토교통부 우수 부동산서비스사업자 인증도 획득했다. 낯선 시장에서도 고객이 실제 비용을 지불했고, 현장의 문제가 충분히 크며 이를 해결하는 서비스에 분명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 신용보증기금의 'Start-up NEST 19기'에 참여했다.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제공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업 고도화에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됐나?
: 회사를 외부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다시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수확이다. 현장에서 고객 문제를 해결하고 매출을 내는 데는 자신이 있었지만, 투자자와 대기업은 “이 서비스를 몇 개 건물까지 같은 품질로 확장할 수 있는가”, “고객 한 곳을 도입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가”, “프로젝트 매출이 반복매출로 어떻게 전환되는가”를 물었다.
이런 질문을 받으며 소서티의 사업을 단순한 총회 운영지원 서비스가 아니라, 현장 고객을 확보한 뒤 관리사무소 구독(SaaS) 서비스로 확장하는 사업모델로 더욱 구체화할 수 있었다. 제품 측면에서도 고객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기능, 여러 건물을 한 번에 관리하는 다현장 기능, 초기 자료 이관 시간을 줄이는 기능을 우선순위로 정리하게 됐다.
특히 지난 7월과 8월 열린 ‘클로즈드 IR’과 ‘대·중견기업 오픈이노베이션(OI) 1:1 매칭 밋업’을 통해 단순한 회사 소개를 넘어 실제 투자 검토와 PoC(개념검증) 협업 가능성을 깊이 있게 논의할 수 있었다. 스타트업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고객과 투자자, 협력사를 실제로 만날 수 있는 기회인데, 그런 의미에서 NEST는 소서티가 다음 성장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중요한 연결점이 됐다. 향후 관리회사, 시설관리기업, 부동산 보유기업과 함께 실제 건물에 관리비서를 적용하는 개념검증을 적극 확대할 계획이다.

- 소서티가 궁극적으로 완성하고자 하는 'AI 디지털 관리사무소'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향후 계획과 시장 이해관계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소서티가 만들고자 하는 AI 디지털 관리사무소는 관리인이 없는 무인 관리사무소가 아니다. 좋은 관리인이 더 정확하고 투명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관리사무소다.
앞으로 소서티의 시스템은 관리규약, 회의록, 계약서, 공지, 민원, 관리비 데이터를 바탕으로 필요한 자료를 검색하고, 공지문과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며, 처리해야 할 업무를 추천할 수 있도록 고도화될 예정이다. 종이 위임장이나 서면결의서는 AI 문자인식(OCR) 기술로 데이터화하고, 관리비나 회계 데이터에서 이상 징후나 중복·누락이 발견되면 담당자에게 미리 알린다. 다만 AI가 자동으로 결정을 내리지는 않는다. AI는 근거를 찾고 초안을 작성하며 위험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최종 판단과 승인은 사람이 담당해 책임과 처리 이력을 명확히 남기도록 한다.
결정은 올바른관리인, 운영은 관리비서, 소통은 건물비서, 납부는 건물페이로 연결하는 흐름을 완성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오피스텔, 상가, 지식산업센터에 특화된 관리사무소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상용화하고, 이후 여러 건물을 운영하는 관리회사가 본사에서 현장별 업무와 지표를 확인할 수 있는 다현장 관리체계로 확장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각 건물의 운영 데이터를 표준화해 유사 건물 간 관리비와 운영 품질을 비교하고 반복되는 위험을 미리 예방하는 인프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디지털 전환은 기존 관리사무소와 관리회사를 없애는 일이 아니다. 반복 업무는 기술에 맡기고, 사람은 더 많이 설명하고 소통하며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는 일이다. 사람 중심의 기술을 통해 건물의 결정부터 매월의 운영까지 투명하게 연결하고, 아파트 밖 집합건물 관리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 가겠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