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과세 앞두고 팽팽한 공방 ‘준비 안 됐다’ vs ‘예정대로 진행’

한만혁 mh@itdonga.com

[IT동아 한만혁 기자] 오는 2027년 1월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현행 과세 체계의 실효성과 형평성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학계와 국민의힘은 소득 분류 체계, 미비한 과세 인프라, 다른 자산과의 형평성을 근거로 디지털자산 과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 7일 디지털자산 과세에 대한 여러 쟁점을 점검하고 합리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가상자산 과세, 긴급 점검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조세정책학회가 주최하고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가 후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디지털자산 과세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며 열띤 논쟁을 벌였다.

‘가상자산 과세, 긴급 점검 토론회’ 현장 / 출처=IT동아
‘가상자산 과세, 긴급 점검 토론회’ 현장 / 출처=IT동아

"충분히 준비하지 않으면 혼란만 야기할 것”

디지털자산 과세는 지난 2020년 12월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시행을 앞두고 세 차례 연기를 거듭했다. 2021년 12월에는 디지털자산 이용자 보호 제도와 과세 제도 정비를 이유로, 2022년 12월과 2024년 12월에는 미비한 과세 제도로 각각 유예됐고, 2027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현행 제도는 디지털자산 양도 및 대여로 발생하는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연간 25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기타소득세 20%와 지방소득세 2%를 합산한 22%를 부과하는 것이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 겸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현행 디지털자산 과세 체계는 형평성, 헌법상 조세평등주의 위배 가능성, 소득 구분 부적절성, 과세 인프라 미비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 문제는 과세 형평성이다. 오문성 교수는 지난 2024년 12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이 폐지됐음에도 디지털자산만 과세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주식과 디지털자산 투자는 유사한 부분이 많고, 금투세 폐지 근거가 디지털자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라며 “금투세는 폐지하고 디지털자산 과세만 강행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금투세 폐지 이유로는 시장 위축 우려, 인프라 미비, 이중과세 문제 등을 꼽았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 겸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 출처=IT동아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 겸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 출처=IT동아

두 번째로 지적한 문제는 헌법상 조세평등주의 위배 가능성이다. 오문성 교수는 헌법재판소 판례(98헌마55)를 근거로,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 납세의무자를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상기시키며, 주식 투자와 경제적 실질이 유사한 디지털자산 투자에 대해 과세 체계를 다르게 적용한다면 평등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는 소득 구분의 부적절성이다. 현행 소득세법은 디지털자산을 무형자산으로 분류해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는데, 오문성 교수는 이 분류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면 손실이 발생해도 이월결손금(손실을 다음 해로 넘겨 과세 소득에서 공제받는 제도) 공제가 인정되지 않아 순소득 과세 원칙과 충돌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미비한 과세 인프라를 지적했다. 현재 국세청의 시스템은 국내 5대 거래소 이용자에 대한 추적은 가능하지만, 해외 거래소, 개인 간 거래(P2P), 콜드월렛(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전자지갑) 이용자에 대한 추적은 어렵다. 또한 스테이킹(블록체인 네트워크 운영에 참여하고 보상받는 상품), 에어드롭(무상으로 디지털자산을 지급하는 방식), 탈중앙화 금융(DeFi), 대체불가토큰(NFT) 등에 대한 과세 기준이 미비하고, 국제 디지털자산 과세 정보 공유 표준인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의 국내 법제화도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오문성 교수가 제시한 디지털자산 과세 개선 방향 / 출처=한국조세정책학회
오문성 교수가 제시한 디지털자산 과세 개선 방향 / 출처=한국조세정책학회

이어 오문성 교수는 과세 제도 개선 방향도 제시했다. 그는 ▲현행 기타소득 분류를 양도소득으로 전환해 다른 자본이득 과세 원칙과 동일한 체계 적용 ▲이월결손금 공제를 허용해 순이익 기반 과세 구현 ▲소득 구분 전환 입법, 과세 인프라 구축, 과세 시행의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문성 교수는 “소득이 있으면 과세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과세를 시작하면 많은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박수영 의원 역시 “국세청은 통합 과세 체계를 만든다고 하는데, 아직 과세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라며 “5대 주요 거래소 외 이용자에 대한 과세 방법도 불명확하다”라고 지적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 출처=IT동아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 출처=IT동아

“충분히 준비하고 있다. 예정대로 시행할 것”

이날 행사에 토론자로 참석한 문경호 기획재정부 소득세제과장은 학계와 국민의힘의 문제 제기에 대해 정부 입장을 밝히며 예정대로 시행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경호 과장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디지털자산에도 과세하는 것이 맞다. 자본이득 과세를 유예하거나 해제하면 근로소득, 사업소득과의 형평성이 깨질 것이다. 현재 법인은 디지털자산 거래에 대해 과세 중인데 개인은 과세되지 않고 있어 법인과 개인 사이의 형평성도 이미 무너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과세 인프라 미비에 대해서는 “법 개정 이후 시행령, 시행 규칙 등을 마련했고, 과세 포착을 위해 해외 디지털자산 거래 신고제, CARF 등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 거래소 이용자에 대한 과세 추적은 납세자의 자진 신고, CARF를 통한 검증으로 보완 가능하다. 거래 자료 수집을 위한 국세청 전산 시스템은 이미 구축되어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스테이킹, 에어드롭 등 다양한 디지털자산 활동에 대한 과세 기준은 상세히 마련한 후 올해 안에 국세청 고시를 통해 공개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5대 디지털자산 거래소와 6차례 간담회를 개최했다”라고 덧붙였다.

디지털자산 과세 토론 현장에서 발표하는 문경호 과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 출처=IT동아
디지털자산 과세 토론 현장에서 발표하는 문경호 과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 출처=IT동아

과세 형평성과 이월결손금 공제에 대해서는 “현재 주식 시장도 대주주, 해외 주식, 비상장주식 등 일정 부분 과세되고 있다. 금융상품도 이월결손금은 공제되지 않는다. 디지털자산에만 이월결손금 공제를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기타소득 분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문경호 과장은 “디지털자산은 무형자산이기 때문에 기타소득으로 분류했다. 기타소득으로 분류한 덕에 세율이 22%다. 양도소득으로 분류하면 세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라며 “과세 대상을 일일이 열거해야 하는 열거주의 방식의 양도소득과 달리 기타소득은 스테이킹 등 다양한 형태의 소득을 포괄적으로 과세하는 포괄주의 방식이라 규제 공백이나 불확실성을 방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중과세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문경호 과장은 “디지털자산 과세가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이중과세라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지금의 방식은 거래 서비스 수수료에 부가가치세가 붙는 것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래소가 부가가치세를 납부한다. 이용자에게 부가가치세가 부과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가한 발제자 및 토론자 / 출처=IT동아
토론회에 참가한 발제자 및 토론자 / 출처=IT동아

토론회에서는 단순히 디지털자산 과세 찬반을 넘어, 제도 설계의 합리성과 집행 가능성 등 여러 쟁점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2027년 1월 디지털자산 과세를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실제 시행까지는 기한이 남아 있는 만큼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야 한다. 다만 납세자가 납득할 수 있는 과세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과세 제도 시행 전 토론회에서 제기된 소득 분류 체계 적절성, 이월결손금 공제, 미비한 과세 인프라, 해외 거래 추적, 신종 거래 유형에 대한 기준 등 쟁점과 규제 공백을 충분히 보완하길 기대해 본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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