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GM 창원공장서 만든 트랙스 크로스오버, 가포신항 거쳐 세계로
[IT동아 김동진 기자]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 위치한 GM 한국사업장 창원공장. 생산 라인 안으로 들어서자 조립 중인 차체가 일정한 간격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높낮이가 조절되는 스키드 및 샤시 행거 시스템이 차체를 붙잡고, 작업자는 설비 앞에서 정해진 순서대로 분주하게 부품을 조립했다. 완성된 차량은 마산 가포신항을 거쳐 북미 등 세계로 향했다.

현장에서 확인한 GM 한국사업장 창원공장은 단순히 차량 한 대를 만드는 곳이 아니었다. 생산 효율과 품질, 작업자 안전, 수출 물류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은 거대한 제조 네트워크였다.
경차 공장에서 GM 글로벌 소형 SUV 허브로 체질 전환...국내 자동차 수출 1위 달성의 배경
1991년 문을 연 GM 한국사업장 창원공장은 과거 마티즈, 스파크, 라보, 다마스 등 경차와 경상용차를 생산하던 거점이었다. 지금은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GM 글로벌 소형 SUV 전략 허브로 탈바꿈했다. 공장 면적은 73만1000㎡, 임직원 수는 약 3500명, 연간 생산 가능 물량은 28만 대다.

변화의 출발점은 대규모 투자였다. GM은 2019년 창원공장에 약 9000억원 규모 투자를 발표하고 신규 도장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이후 2021년 신규 도장공장을 준공한 뒤 프레스·차체·조립 공장의 대규모 설비 전환을 진행, 2022년 신차 생산 공정 시설을 완공했다. 이후 2023년 트랙스 크로스오버 양산을 시작으로 창원공장은 경차 중심 공장에서 컴팩트 SUV 생산 거점으로 체질을 바꿨다.
그 결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GM 한국사업장은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 및 파생모델 합산 누적 생산량 200만대를 돌파했다. 2019년부터 2026년 4월까지 생산량을 더한 결과다. 부평과 함께 창원공장이 한 축을 담당했기에 가능했던 성과다. 창원공장에서 생산한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연속 국내 자동차 수출 1위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미국 소형 SUV 시장 판매 1위에 올랐다.
627대 로봇 기반 100% 용접 자동화…생산성과 품질 동시에 끌어올려
창원공장 내부에서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자동화 수준이다. 스탬핑 공장에는 5250톤급 탠덤 프레스 설비가 들어섰다. 소형 차종뿐 아니라 대형 차종 생산까지 대응할 수 있는 설비다. 1스트로크 4피스 생산 구조를 적용, 한 번의 프레스 동작으로 여러 부품을 생산하고, 비전 시스템과 카본 T-빔 시스템으로 품질과 정밀도를 높였다.

차체 공장에서는 627대의 산업용 로봇이 100% 용접 공정을 담당한다. 차체가 이동하면 로봇 팔이 정해진 위치를 인식하고 용접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사람의 손으로 반복하기 어려운 작업을 로봇이 일정한 속도와 품질로 처리하는 구조다.


2025년 8월에는 빈 피킹(Bin Picking) 기술도 GM 한국사업장 최초로 적용했다. 빈 피킹은 3D 비전 카메라와 로봇을 활용해 용기(Bin)에 무작위로 쌓인 부품이나 차체 프레임을 인식하고 집어 올려 공정에 투입하는 자동화 기술이다. 일렬 또는 특정 배열로 부품을 나열하지 않아도 스스로 판단해 정확하게 부품을 집어내므로 유용하다. 현장에서는 헤드램프 내 부품들을 연결하는 브라켓을 빈 피킹 기술로 집어올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장 공장은 3개 층, 8만㎡ 규모다. 시간당 60대, 연간 28만대 도장이 가능하다. 이곳에서는 수용성 도장을 적용해 유해 가스와 먼지를 줄이고, 자동화·로봇 설비로 균일한 도색 품질을 확보한다. 도장 공정은 자동차 제조에서 품질 편차가 소비자 눈에 가장 쉽게 드러나는 단계다. 창원공장은 이 구간을 대규모 자동화 설비로 구성해 생산량과 품질을 동시에 관리한다.
조립 공장은 작업자 중심의 설비 개선이 두드러졌다. GM 공장 최초로 전체 공정 오류방지시스템 도입에 더해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스키드와 샤시 행거 시스템을 적용했다. 해당 시스템은 공정별 작업 위치에 맞춰 차량 높이를 스스로 조절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덕분에 작업자는 허리를 과도하게 숙이거나, 팔을 높이 들어 올리지 않아도 조립 작업을 할 수 있다. 반복 작업에 따른 피로도를 줄이면서 조립 품질과 작업 효율을 함께 높이는 방식이다.


휠과 타이어 장착 공정에도 자동화 기술을 적용했다. 공정 라인을 멈추지 않고 차체가 이동하는 동안 로봇이 휠과 타이어를 들어올려 너트 체결까지 수행한다. 덕분에 무거운 부품을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작업자에게 발생 가능한 안전사고 가능성을 줄이고 체결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이 공정은 2024년 조립 공장 샤시 라인에 적용됐다.

이동우 GM 한국사업장 생산부문 부사장은 창원공장의 경쟁력을 가동률로 설명했다. 그는 “창원공장의 가동률은 95%이며, 이는 글로벌 1위 수준”이라며 “이것이 창원공장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창원공장은 다양한 차종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 시설과 기술을 갖추고 있지만, 소형 SUV에 대한 높은 수요가 있는 현시점에서 굳이 그렇게 하지 않는 것뿐”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창원공장의 높은 가동률은 단순히 한 공장의 성과에 그치지 않는다. GM 한국사업장이 국내 협력사와 구축한 공급망과 맞물린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 및 파생모델 생산과 부품 조달, 유통 물류 서비스에 투입되는 연간 비용은 2025년 기준 5조5000억원 이상이다. 관련 국내 1차 협력사는 1600여개, 이들 협력사 직원 수는 26만명 이상이다.
국내 협력사가 GM 글로벌 네트워크로 직접 수출하는 부품 구매 금액은 연간 1조4000억원이며, 국내 협력사 연간 구매 중 경남지역 협력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5%다.
창원공장서 조립 마친 트랙스 크로스오버, 마산 가포신항 거쳐 수출길 올라
GM 한국사업장은 생산 물량을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기 위해 인천항, 평택항, 마산 가포신항으로 이어지는 수출 물류 체계를 구축했다. 이 가운데 창원공장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통로가 마산 가포신항이다.


창원공장이 생산의 심장부라면, 마산 가포신항은 수출을 위한 마지막 관문이다. 창원공장에서 생산된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가포신항으로 이동해 선박에 오른다. 공장에서 완성된 차량이 글로벌 고객에게 전달되기 전 거치는 마지막 품질·안전 관리 지점이다.

가포신항 부두에는 선적을 앞둔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줄지어 서 있었다. 차량은 일정 간격을 유지한 채 선박 내부로 이동했다. 항만 작업은 단순히 차량을 배에 싣는 과정이 아니었다. 생산 공정을 거쳐 출고된 차량을 손상 없이 이동시키기 위한 장치를 체결하고, 선적 순서와 목적지에 맞춰 차량을 배치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글로벌 물류 일정에 따라 출항하는 정밀한 작업이다.
마산 가포신항은 2015년 개장 초기 신생 항만으로 운영 정상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GM 한국사업장 물량은 항만 안정화의 중요한 기반이 됐다.
조흥재 마산가포신항운영본부장은 “GM 한국사업장과 마산 가포신항은 지난 10년간 비즈니스 파트너를 넘어 서로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선적 규모도 빠르게 커졌다. 2016년 약 10만대 수준이던 GM 한국사업장 차량 선적 물량은 2023년 트랙스 크로스오버 생산을 기점으로 크게 늘었다. 2025년에는 25만대 수준까지 확대됐고,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30만대 선적 달성이 기대된다. 현재 GM 한국사업장 물량은 마산항 전체 물동량의 25%를 담당한다.
이날 선적 작업에는 현대글로비스 자동차선 ‘글로비스 캡틴’호가 투입됐다. 이 선박은 약 4300대의 차량을 실을 수 있다.
손용준 현대글로비스 자동차선북미팀장은 “오늘은 트랙스 크로스오버 350대를 선적하는 날이다. 주간 작업으로 계산하면 약 2시간이 소요되는 물량”이라며 “현대글로비스가 가포신항에서 선적하는 차량은 전량 GM 차량이다. 이 차량을 싣고 목적지인 북미 서안 항만까지는 약 15일, 북미 동안 항만까지는 약 30일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기획·개발·생산한 소형 SUV가 국내 협력사 부품망을 거쳐 창원공장에서 완성되고, 마산 가포신항을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수출되는 과정은 GM 한국사업장의 사업 구조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생산, 공급망, 항만 물류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 구조다.
GM은 최근 한국사업장에 추가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총 8800억원 규모다. 2025년 12월에는 한국 생산 소형 SUV 모델의 공장 성능 향상, 상품성 강화,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약 4400억원 투자를 발표했고, 2026년 3월에는 생산 설비 고도화, 안전 인프라와 작업환경 개선, 운영 효율성 향상을 위해 약 4400억원을 추가로 발표했다. 이는 끊이지 않던 GM의 한국 철수설을 어느 정도 잠재우는 계기가 됐다.
아시프 카트리(Asif Khatri) GM 해외사업부문 생산 총괄 부사장은 한국 철수설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GM이 보유한 한국 공장들은 최대 수준으로 가동되고 있다”며 “지속적인 투자와 5250톤 프레스 설비 설치 등 말보다 행동으로 답하고 있다. GM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려 한다면 이러한 투자를 이어갈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공장의 전동화 전환 가능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카트리 부사장은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전담하는 팀이 어떤 기회가 있을지 보고 있다”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GM이 현재 상황에 안주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동우 부사장도 “창원공장은 전기차를 이미 생산한 바 있고, 글로벌 지침에 맞춰 제대로 지어진 공장”이라며 “창원공장 자체가 마더 팩토리”라고 말했다.
윤명옥 GM 한국사업장 최고마케팅책임자 겸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전기차 전환 자체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전환에 걸리는 시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라며 “현재는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 수요를 충족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창원공장과 가포신항을 둘러보면 GM 한국사업장의 경쟁력은 단일 모델의 인기에만 기대고 있지 않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95% 가동률의 생산 현장, 627대 로봇을 활용한 100% 용접 자동화, 시간당 60대 도장이 가능한 8만㎡ 규모 도장공장, 연간 5조50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부품·물류 생태계, 1600여개 국내 1차 협력사, 26만명 이상 협력사 고용, 그리고 연간 30만대 선적을 바라보는 가포신항 물류망이 맞물려 있다.
차량 한 대가 창원공장 라인을 빠져나와 가포신항 선박에 오르는 데에는 수많은 공정과 협력사가 얽혀 있다. 그 흐름의 끝에서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한국을 떠나 북미 시장으로 향한다. 창원공장과 마산 가포신항은 단순한 생산 시설과 항만이 아니라, 한국 자동차 제조업이 글로벌 시장과 연결되는 통로다. GM 한국사업장이 말하는 ‘글로벌 소형 SUV 생산 허브’의 실체는 바로 이 생산과 수출 현장에 있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