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구의 인터'스페이스'] AI 시대, 더 이상 사무 공간을 '소유'하지 않는다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사무실에 대한 질문이 달라졌다

오피스를 기획, 운영하는 현장에서 요즘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은 예전과는 달라졌다. 예전에는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사무 공간을 쓸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얼마나 빨리 들어갈 수 있느냐', '얼마나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느냐'를 먼저 묻는다. 조직 구조가 자주 바뀌고, 사업 방향이 빠르게 조정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제 기업은 오래 버티는 공간보다, 빠르게 반응하는 공간을 원한다.

공유오피스 '패스트파이브 성수점' / 출처=서울사랑
공유오피스 '패스트파이브 성수점' / 출처=서울사랑

오피스의 경쟁력은 면적이 아니라 '반응 속도'

지금 서울 오피스 시장도 이런 변화를 밀어 올리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인 CBRE 그룹에 따르면, 서울 A급 오피스 공실률은 2025년 4분기 3.3%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고, 실질 임대료는 전년 대비 6.3% 상승했다.

동시에 올해부터 약 24만㎡의 신규 공급이 예정돼 있어, 시장은 점차 ‘공간을 오래 확보하는 경쟁’에서 ‘어떻게 더 유연하게 운영할 것인가’를 묻는 국면으로 옮겨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큰 사무실을 오래 보유하는 방식보다, 필요할 때 맞춰 쓰고 조정할 수 있는 방식이 더 합리적이 된 셈이다.

공유오피스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공유오피스를 임시 대안이나 스타트업용 공간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공유오피스는 그보다 훨씬 정교하다. 입주 즉시 일을 시작할 수 있고, 필요가 바뀌면 바로 조정할 수 있으며, 회의실/라운지/운영 서비스까지 한 번에 묶여 있다. 공유오피스의 본질은 공간 공유가 아니라, ‘바로 작동하는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데 있다.

도시 인프라 중 하나가 된 공유오피스

이 변화는 민간 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 서울시와 각 지방자치단체(지자체)들이 창업 공간, 기부채납형 업무시설, 공공형 공유오피스 등을 만드는 흐름은 그 의미가 분명하다. 공유오피스가 더 이상 사적인 부동산 상품이 아니라, 창업과 일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도시 인프라로 읽히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제 공유오피스는 누군가의 사무실 대체재가 아니라, 도시가 제공하는 새로운 업무 기반이 되고 있다.

패스트파이브의 삼성2호점 회의실 / 출처=강남구청 홈페이지
패스트파이브의 삼성2호점 회의실 / 출처=강남구청 홈페이지

각 지역 기관 또는 지자체 등도 창업 지원에 있어 단순 자금 지원 외에, 공간과 보육의 문제로도 접근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2026년 중앙부처 및 지자체 창업지원사업 통합 공고에는 사업화뿐 아니라 시설/공간/보육이 주요 지원 유형으로 포함돼 있다.

이는 창업이 아이디어만이 아닌, 실제로 공간에 머물고 일하며 연결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정책 안으로 들어왔다는 뜻이다. 여러 지역의 청년창업 지원사업 역시 교육, 사업비, 입주공간을 묶어 제공하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다.

결국 지금 도시가 만드는 창업 공간은 단순한 ‘사무실 제공’이 아니라, 청년이 지역 안에서 시작하고 버티고 성장할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도시 인프라'에 가깝다

용어를 만든 위워크, 운영 모델을 다듬은 패스트파이브

'공유오피스'라는 용어를 전 세계로 대중화한 사업자는 분명 '위워크'였다. 위워크는 한국에서도 프라이빗 오피스, 월 단위 멤버십, 데이 패스, 시간 단위 회의실 예약 등 전통 임대차와 다른 유연한 사용 구조를 공식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서울 지역 페이지 역시 '전통 임대차의 번거로움 없이', '월 단위 혹은 더 유연한 조건', '하루 단위 예약' 등의 표현으로 공간의 유동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공유오피스가 ‘빌려 쓰는 사무실’이 아니라, ‘필요할 때 호출하는 업무 환경’이라는 인식을 위워크가 먼저 퍼뜨린 셈이다.

국내에서는 패스트파이브가 이 흐름을 한국형 오피스 시장에 맞게 정교하게 다듬은 대표적인 사례다. 패스트파이브는 자사 자료에서 서울 및 수도권 중심으로 60곳 공유오피스 지점을 운영하고 있고, 빌딩 운영 솔루션, 사옥 구축, 멤버십 라운지, 클라우드, 인테리어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스스로를 ‘오피스 플랫폼 기업’으로 정의한다.

최근에는 건물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운영 역량을 기반으로 확장하는 에셋라이트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이것은 공유오피스의 핵심이 결국 소유가 아니라 운영이라는 사실을 가장 잘 보여준다. 다만 이 수치와 설명은 패스트파이브가 공개한 회사 자료 기준이라는 점은 분명히 전제할 필요가 있다.

이 변화는 필자에게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필자 역시 성수동에서 공유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분명하다.

사람들은 더 이상 단순히 멋진 사무실을 찾지 않는다. 자기 조직의 속도에 맞는 공간을 찾는다. 어떤 팀은 주소와 회의실이 먼저 필요하고, 어떤 팀은 전용실보다 라운지와 네트워크가 더 중요하다.

결국 공유오피스의 경쟁력은 인테리어의 화려함보다, 변화하는 조직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받아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공간의 미래는 소유가 아니라 호출에 가까워진다

결국 AI 시대의 오피스는 더 이상 오래 붙들고 있어야 하는 자산이 아니다. 필요할 때 쓰고, 바뀌면 조정하고, 조직의 속도에 맞춰 함께 움직이는 운영체제에 가깝다. 필자는 앞으로의 오피스 시장이 더 분명하게 이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본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큰 공간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맞출 수 있느냐'다. 공유오피스는 그 변화를 가장 먼저 보여준 형식이고, 앞으로는 ‘소유된 공간’보다 ‘호출되는 공간’이 더 익숙한 표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훈구 담장너머 대표 (plus82jh9@gmail.com)

담장너머의 공동대표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즈'와 '굿디자인 어워즈'에 선정된 바 있으며, 다양한 공간기획 프로젝트를 통해 창의적인 공간과 경험을 제안, 구축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기자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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