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산업진흥원, 오비맥주와 함께 스타트업 성장 지원 나서

[IT동아 권명관 기자] 최근 몇 년간 빠르게 발전한 기술로 인해 급격하게 변화한 시장 변화에 따라 국내외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협력하는 일은 활발하게 늘어나고 있다. 기존 한시적, 전략적 동맹 형태를 넘어 스타트업이 가진 역량과 대기업이 지닌 재원, 시장 경험 등을 양측이 적극 활용하려고 다가선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다.

대기업은 직접 기술 인력을 모으고 사업부를 신설하는 대신, 독자적인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성장 동력을 모색한다. 스타트업은 기존 시장 강자인 대기업과 협력해 빠르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대기업의 노하우와 스타트업의 창의성, 민첩성, 유연함 등이 만나 시너지를 내는 형태다. 서로가 필요로 하는 산업 분야의 기술이나 인력을 보완하거나 도움을 주고받는 등 협업을 통해 각자의 강점을 강화하고, 약점을 보호하는 형태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이러한 변화는 기존 대기업이 장악하던 시장도 신흥 스타트업에게 자리를 내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때문에 대기업들도 과거처럼 스스로 내부역량을 갖추거나, 경쟁사를 M&A하는 형태로 시장 확대를 꾀하지 않는다. ‘가능성 높은 스타트업과 협력’ 또는 ‘지분투자를 통한 협업’ 등을 통해 스타트업과 함께 동반성장을 추구한다. 대기업이 마치 전문 투자사(VC)처럼 스타트업에 투자하되, 투자 과실로 새로운 사업 기회와 외형 성장을 추구한다. 기존 내부에 신설하던 신사업팀을 외부 스타트업에서 찾는 셈이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력은 양사에게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대기업은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국내외 시장에 진출하는 스타트업을 통해 신시장, 신사업 창출의 기회를 모색하고, 융·복합 기술 공동 개발 및 자사 비즈니스 개선 등을 추진한다. 스타트업은 대기업이 가진 국내외 네트워크 및 자본 등을 통해 스케일업(Scale-Up)할 수 있는 날개를 달 수 있다.

다만,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협력 기회를 무조건 반기기에는 어딘가 꺼림칙하다. 규모의 차이 때문이다. 행여나 아이디어나 기술을 덩치 큰 대기업에게 빼앗기는 것은 아닌지, 대기업 자본에 M&A를 당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에 맞춰 서울시 창업 생태계 활성화와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노력하는 서울산업진흥원(SBA)이 대기업과 스타트업 사이에서 잡음을 줄이고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는 중간 연결점으로 나서 ‘대기업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중견 기업 24곳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함께 할 스타트업을 찾아 SBA의 문을 두드렸고, SBA는 307곳의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해 CV(Corporate Venturing,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협력해 함께 성장하는 것)를 구성했다. 그 결과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단 1년 동안 기술 제휴 기업 106곳, 870억 원 상당의 투자금 유치와 1,386억 원 매출을 만드는 성과를 거뒀다.

출처: 서울창업허브
출처: 서울창업허브

또한, 서울시가 설립하고 SBA가 운영하는 창업지원기관 서울창업허브는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사업화 연계를 통한 기술 성장,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지난 2019년부터 서울창업허브는 42개 대·중견기업과 213개 스타트업 간 오픈 이노베이션을 지원했으며, 지난해 국내외 대기업 오픈 콜라보레이션 프로그램 등을 진행해 대·중견기업 16개 사 협력 및 우수 스타트업 170개 사를 발굴하고, 기술제휴 74개 사, 투자 유치 462억 원, 매출 673억 원 등의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그리고 지난 2022년 10월 14일, 서울창업허브는 오비맥주와 손잡고 ‘오비맥주 x SEOUL START-UP MEET-UP(이하 2022 스타트업 밋업)’ 프로그램에 참여할 스타트업을 모집한다고 전했다. 오비맥주는 혁신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상생협력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스타트업 밋업’에 지난 2019년부터 연속 4년째 참여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 프로그램을 통해 맥주 부산물을 화장품 재료로 활용해 고영양 화장품 개발하는 ‘라피끄’, 맥주박 부산물로 에너지바와 같은 식품을 개발한 ‘리하베스트’ 등과 협업 사례를 이끌어 낸 바 있다.

지난 2022년 6월 오비맥주 한맥이 리하베스트와 함께 선보인 ‘한맥 리너지 크래커’, 출처: 오비맥주
지난 2022년 6월 오비맥주 한맥이 리하베스트와 함께 선보인 ‘한맥 리너지 크래커’, 출처: 오비맥주

실제로 리하베스트 민명준 대표는 “컨설팅, 음식 스타트업 창업을 경험했지만, 리하베스트 설립 초기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 하고 싶은 일이자 즐겁고 보람 있는 푸드업사이클링 아이디어로 시작했지만, 사업화 자금이 문제였다”라며, “대기업과 스타트업 사이 완충재 역할을 해준 SBA를 통해 사업상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라고 말한다.

SBA 서울창업허브에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력을 담당하고 있는 최수진 책임은 “과거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보며 스타트업 발굴 이후 관리와 지원이 부실했던 점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분명 유망한 스타트업이었는데, 시장에서 사라지는 사례도 많이 봤다”라며,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실질적인 협력 모델을 마련할 수 있다면, 서로 끌고 밀어주는 동반 성장 모델을 완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스타트업 밋업 프로그램의 시작점”이라고 설명했다.

최 책임은 스타트업이 처한 고충에 먼저 귀를 기울였고, 가장 필요한 것은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초기 사업화 자금이라고 결론내렸다. 이에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협력해 실제 제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양측의 의견을 조율해 실제 투자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았다. 최 책임은 “오비맥주와 리하베스트는 스타트업 밋업에서 만나 업무 협약 체결, PoC 진행 등을 거쳐 실제 제품 출시까지 이어졌다. 양측이 원하는 바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며 거둔 성과”라며, “오비맥주와 리하베스트처럼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인연을 이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BA 서울창업허브 최수진 책임(좌)과 리하베스트 민병준 대표(가운데)가 오픈 이노베이션 ESG 포럼에 참여한 모습, 출처: 서울창업허브
SBA 서울창업허브 최수진 책임(좌)과 리하베스트 민병준 대표(가운데)가 오픈 이노베이션 ESG 포럼에 참여한 모습, 출처: 서울창업허브

올해 오비맥주가 서울창업허브와 진행하는 2022 스타트업 밋업 프로그램의 모집 분야는 ‘친환경/ESG’, ‘신사업 개발’, ‘업무 효율화 및 자동화’, ‘소비자 경험 및 디지털 혁신’ 등 총 4가지다. 혁신 기술을 보유한 유망 스타트업을 10개사 내로 선발해 투자 유치, 글로벌 진출 등의 맞춤형 성장을 지원한다. 프로그램 모집 기간은 오는 10월 28일까지이며, 참여를 희망하는 스타트업은 서울창업허브 공석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할 수 있다.

오비맥주는 최종 선발한 기업을 대상으로 공동 상품 개발, 신규 사업 등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다. 시장 출시 전 시제품에 대한 사전 검증을 위한 기술 사업화를 지원하고, 기술 협력을 통한 브랜딩 및 직접 투자도 검토한다. 최종 선발 스타트업은 오비맥주 내부 평가를 통해 오는 11월 21일 진행하는 IR 이후 개별 통보할 예정이다.

또한, 서울산업진흥원은 선정기업에 ‘사업화 지원(PoC, Pilot, BMT 등)’, ‘서울창업허브 오픈 이노베이션 협력존 공간 지원’, ‘글로벌 진출 지원금’, ‘PR 지원’, ‘ESG 컨설팅’ 등 맞춤형 지원을 제공한다.

오비맥주 x SEOUL START-UP MEET-UP, 출처: 서울산업진흥원
오비맥주 x SEOUL START-UP MEET-UP, 출처: 서울산업진흥원

오비맥주는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와 지속가능한 미래를 구축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향후 스타트업과의 상생협력 지평을 넓힐 수 있는 벤처 생태계를 이뤄 나가고자 노력하겠다”라고 말했으며, 서울산업진흥원 김종우 창업본부장은 “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혁신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서울시 창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대중견기업 협력 체계를 강화하겠다”라고 전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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