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셀러레이터 10년 경력 스파크랩 김유진 대표의 스타트업 'He스토리'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슈퍼 히어로 영화 속 주인공을 도와 세상을 구하는 여러 히어로들, 에베레스트 같은 험난한 산을 등반하는 등반자 곁에서 생사를 함께 하는 셰르파, 마라토너와 함께 달리며 그의 기록 단축을 돕는 페이스메이커... 이들 모두가 주연의 성공을 위해 묵묵하게 제 역할을 수행하는 이른 바 '조력자'다.

스타트업이 시장에 안착해 지속가능한 수익성을 갖추고 성공하는 데도 이런 조력자가 필요하다. 액셀러레이터(AC)와 벤처캐피털(VC)이 대표적인 스타트업 조력자들인데, 스타트업 곁에서 그들의 발전과 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 조력하는 역할이다.

스파크랩 김유진 공동대표
스파크랩 김유진 공동대표

현재 국내에는 많은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털이 스타트업 조력자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들 중 주목할 만한 조력 성과를 거두는 이들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다. '스파크랩(SparkLabs)'은 그 중에서도 다섯손가락 안에 들 만큼 괄목한 성과를 보이는 조력자 조직이다.

2012년 설립 이후 10년 간 26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스파크랩의 조력을 받았다. 채용 서비스인 '원티드', 화장품 구독 서비스인 '미미박스', 명품 이커머스인 '발란', 자율주행 센서기술 스타트업 '비트센싱' 등 스파크랩의 손을 거쳐 시장에 안착한 굵직한 스타트업이 제법 많다. 그들은 고유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스타트업에 자금 및 기반 시설, 관련 교육/멘토링 등을 제공한다. 지난 2018년 인터뷰 이후 4년 만에 김유진 공동대표를 다시 만났다.

지난 4년 동안 스파크랩에는 어떤 변화 또는 이슈가 있었나?

스타트업 조력사로서 하는 일은 변함이 없지만, 지원/관리하는 스타트업 수가 급격히 늘었다. 그리고 만족할 성과를 거둔 스타트업도 여럿 배출했다. 현재는 4번째 투자 펀드를 조성해 120억 원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이 투자 펀드가 국내에선 처음으로 벤처투자조합으로 결성된 것이 큰 이슈라 하겠다.

아울러 2022년 7월 현재, 선발 스타트업을 10개 이상 지원, 육성하고 있다. 추가로, 이전보다 정부사업 분야에 좀더 집중하고 있다. 매년 5~6개 정부사업을 운영하며, 1,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작년 모태 펀드에서 출발한 '기술기업첫걸음펀드'도 운영 중이다. 이런 정부사업을 통해 유망한 스타트업을 좀더 많이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스파크랩 개최 데모대회 (제공=스파크랩)
스파크랩 개최 데모대회 (제공=스파크랩)

스파크랩은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운영지원)지만, 투자 관련 활동(벤처캐피털의 역할)에 좀더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털의 역할 경계가 모호한데, 스파크랩의 기본 방향은 무엇인가?

우리는 처음부터 스타트업 투자자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려 했다. 세계 최고의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처럼, 시기 적절한 투자와 필수 운영 지원을 병행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스타트업, 특히 우리가 관심 갖는 초기 스타트업에겐 자금이 가장 필요하기 때문이다. 액셀러레이터라 해서 꼭 운영/육성 지원만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벤처캐피털이라고 투자만 하고 뒷짐 지고 있어서도 안된다.

미국의 경우도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털은 투자 규모만 다를 뿐, 그 역할이나 기능, 활동 등은 사실상 동일하다. 우리 자신을 액셀러레이터로 명명하는 건, 우리는 초기 투자 단계(시드)의 스타트업에만 관여하기 때문이다. 투자 규모는 벤처캐피털에 비해 작지만, 초기 투자 단계에선 다양한 스타트업을 좀더 많이 접할 수 있다.

참고로, 국내외 액셀러레이터나 벤처캐피털 중에는, 스타트업 사업 초기 때부터 운영에 직접 참여해 육성하는, 이른 바 스타트업 지주회사인 '컴퍼니 빌더'로 활동하는 곳도 있다. 충분히 의미 있는 역할이지만, 많은 스타트업을 만나는 것이 우리의 첫번째 목표다. 컴퍼니 빌더로서는 소수의 스타트업에만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스타트업을 만나 소통하려면 내부 인력도 그만큼 많이 필요할 텐데, 현재 스파크랩의 운영 인력은 얼마나 되고, 각 스타트업을 어떻게 관리, 지원하고 있나?

현재 스파크랩에는 30명이 근무하는데, 말마따나 각 분야에서 활약할 우수한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창업/경영 경험이 있는 인력이 가장 시급한데, 창업 경험이 있어야 무엇보다 창업자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다.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털의 역할 경계가 사실상 없어지면서, 경영, 투자, 기획, 마케팅, 운영 등 비즈니스 전반적인 지식이 요구된다. 스파크랩은 창업자/공동대표 포함해 현 직원 대부분이 창업자 출신이라, 스타트업 사업 모델이나 그 시장 관련 정보, 경험, 인사이트 등이 제법 쌓였다.

수많은 스타트업 중에 옥석을 가려내는 안목과 노하우가 필요하겠다. 유망한(혹은 유망할 것 같은) 스타트업 선별/선정하는 스파크랩만의 특별한 기준이 있는가?

유망한 스타트업, 좋은 스타트업을 선별/선정하는 기준보다는, 그렇지 못한 스타트업을 배재하는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팀이나 조직 없이 혼자서 모든 걸 다 하려는 1인 창업자/스타트업이 배제 1순위다. 혼자서는 그 어떤 혁신 아이디어도 실현하기 어렵다. 혁신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사업 모델(소상공인이나 매장/업소운영자 등)이 그 다음이다.

스타트업 지원/신청 양식이나 문서 등을 충실히 기록하지 않는(혹은 기록하지 못한) 스타트업도 우리와 함께 할 수 없다. 또한, 전담 개발자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 지도 중요하게 본다. 끝으로, 해당 스타트업이 타겟으로 하는 시장의 성장/확장 가능성도 면밀히 고려한다.

스파크랩의 2021년 스타트업 지원 성과 (제공=스파크랩)
스파크랩의 2021년 스타트업 지원 성과 (제공=스파크랩)

스파크랩을 창업한 2012년 당시와 10년이 지난 현재는 스타트업 시장과 생태계에 큰 변화가 있었다. 지난 10년의 스타트업 시장을 어떻게 회고하는가?

결정적으로, 스타트업을 지원, 육성하는 기업이나 조직, 기관 등이 눈에 띄게 늘었다. 그런 만큼 우수한 스타트업이 발굴, 육성돼 스타트업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아직 조금 미흡하고 부족하지만,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도 나름대로 잘 조성된 것 같다. 이는 대기업의 우수한 인력이 스타트업 시장으로 유입되는 중요한 계기가 됐고, 이들은 스타트업 시장에 귀감이 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우리 같은 액셀러레이터의 활동 영역도 대폭 넓어졌다.

김 대표 역시 대기업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스파크랩 설립 당시 스타트업/창업 또는 액셀러레이터 관련 사전 경험이 있었는가?

스파크랩 창업 전에는 국내 통신사, 대형 게임사, 플랫폼사 등을 거치며 기획/운영 관련 업무를 담당했지만, 스타트업이나 액셀러레이터/벤처캐피털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다. 이후 미국 파견 근무 때 현 공동창업자인 버나드 문 대표를 만나 액셀러레이터 사업을 처음 접했다. 당시에는 액셀러레이터가 뭐하는 조직인 지도 정확히 몰랐는데, 일단 한국 스타트업을 해외 시장에 진출시키는 역할이라면 이 관련 경험도 있고 해서 합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지난 10년 간 정말 정신없이, 하지만 즐겁게 일했던 것 같다(지금도 마찬가지다).

스파크랩 공동창업자 및 주요 파트너 (제공=스파크랩)
스파크랩 공동창업자 및 주요 파트너 (제공=스파크랩)

10년 이상 스타트업 지원/육성 활동을 해오면서, 현재 고민거리나 걱정거리가 있다면 무엇인가?

무엇보다, 어떻게 하면 좋은 스타트업, 유망한 스타트업을 '좀더 많이' 만날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생각한다. 그게 우리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스타트업을 잘 돕고 지원할 수 있는 방법도 항상 찾고 있다. 치열한 스타트업 시장에서 액셀러레이터로서 스파크랩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 지가 그 다음 고민이다.

본지 같은 언론/매체에게 바라는 점도 있을 텐데, 알려 달라.

우리나라 스타트업 시장에서 10년 이상 활동해 보니, 스타트업 성장에 대한 관련 제도, 정책, 환경 등이 아직은 다른 스타트업 선진국에 비해 다소 부족함을 깨닫는다. 스타트업 시장과 성장에 있어 제도적 한계를 곳곳에서 마주치는데, 이를 언론이나 미디어가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전달해 주길 기대한다. 크게 성공한 스타트업만이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기억되는 게 아쉽기도 하다.

아울러 스타트업 창업과 운영을 대해 너무 가볍게 다루는 듯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스타트업은 한번 실패하면 재기가 어렵다(특히 우리나라는 더욱 그렇다). 창업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막연하거나 단편적인 생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여긴다. 따라서, 여러 경험과 정보, 지식을 어느 정도 쌓고, 창업과 운영에 대한 나름의 철학과 전략, 사업가 정신을 갖춘 후에 도전하는 단계를 강조해 주길 바란다.

지금도 어디선가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거나, 이미 창업된 신생 스타트업에게 조언할 말이 있다면?

딱 한마디다. 사업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각오와 의지가 있어야 한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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