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인공지능 인재 육성의 일선 현장을 가다…'서울 우신고등학교'

김동진 kdj@itdonga.com

[IT동아 김동진 기자] 자율주행과 무인로봇,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을 두고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펼쳐지는 가운데, 핵심 기반인 인공지능(AI) 전문 인재가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이 관련 전공을 개설하고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며 인재 배출에 힘쓰는 지금. 일선 교육 현장인 고등학교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인공지능 수업을 진행하고 있을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 구로구 궁동에 위치한 우신고등학교의 ‘인공지능 기초’ 수업 현장을 찾았다.

우신고등학교 인공지능실. 출처=IT동아
우신고등학교 인공지능실. 출처=IT동아

뜨거운 일선 현장의 열기…다양한 호기심 쏟아내는 학생들

“인공지능은 인간의 학습능력과 추론능력, 지각능력이 필요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컴퓨터 시스템을 구현하려는 컴퓨터 과학의 세부 분야 중 하나입니다”

우신고 3학년 김낙원 학생이 AI의 개념에 대해서 발표하자, 인공지능실에 모인 학생들이 마스크 위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보낸다.

발표를 진행하는 우신고 3학년 김낙원 학생과 경청하는 학생들. 출처=IT동아
발표를 진행하는 우신고 3학년 김낙원 학생과 경청하는 학생들. 출처=IT동아

“인공지능이 감정도 느낄 수 있어요?”, “데이터가 인공지능 발전에 어떤 영향을 줍니까?”

토론식 수업이 진행된 이날 학생들 사이에서 사뭇 진지한 질의가 오갔다. 인공지능의 윤리적 딜레마를 다룬 수업이 이어지자, 집중도는 한층 높아진다.

인공지능의 윤리적 딜레마에 관해 설명하는 장미라 우신고 교사. 출처=IT동아
인공지능의 윤리적 딜레마에 관해 설명하는 장미라 우신고 교사. 출처=IT동아

“사람을 태운 무인자동차 브레이크가 고장 났습니다. 앞에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구조물에 충돌하면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을 피할 수 있지만, 자동차에 탄 사람들이 다치겠죠? 인공지능이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요?”

인공지능 기초 수업을 담당하는 우신고 장미라 교사의 질문에 학생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생각에 잠긴다. “제 목숨이 제일 중요해요!”,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선택해야 해요” 학생들 사이 의견이 분분하다.

우신고 학생들은 인공지능 기초 수업을 통해서 AI의 개념이 무엇이고, 원리와 활용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지에 관해 탐구하는 모습이었다.

걸음마 뗀 인공지능 기초 수업…전문 인재 양성의 초석으로

고등학교 진로선택 과목인 ‘인공지능 기초’ 수업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 2020년 9월, 초‧중등교육 교육과정 및 특수학교 교육과정 일부 개정(안) 확정 고시를 통해 ‘인공지능 기초’ 과목이 고교 진로 선택 과목으로 신설됐다. 이후 인정 교과서 개발 및 심의 과정을 거쳐 2021년 제2학기부터 고등학교 전 학년에 시행 중이다. 시행일을 기준으로 보면 아직 채 1년도 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인공지능 기초 과목의 이수 시기와 단위를 각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편성, 운영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인공지능에 관심을 둔 학생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인공지능 기초 수업의 학급도 늘어나는 방식이다. 우신고등학교에서는 3학년 진로 선택 과목으로 인공지능 기초를 개설했는데, 총 7반이 편성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이 모였다. 학생들에게 해당 과목을 선택한 이유를 물어봤다.

우신고 3학년 제원영(왼쪽), 유진서 학생. 출처=IT동아
우신고 3학년 제원영(왼쪽), 유진서 학생. 출처=IT동아

풀스택 개발자를 꿈꾸는 우신고 3학년 제원영 군은 “개발자가 인공지능을 이해하는 것은 필수라고 생각해 이 과목을 수강하게 됐다”며 “인공지능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시대가 머지않았다고 들었는데, 감정을 가진 AI에도 관심이 많다. 평소 유튜브를 보면 즐겨 찾는 콘텐츠 위주로 추천 알고리즘이 작동하고 있음을 느꼈는데, 특히 정치적 성향에서 편향된 정보만을 접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도 수업을 통해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교내 인공지능 동아리 ‘알파고’에서 활동 중인 유진서 군은 “개발자를 꿈꾸고 있으며, 클라우드 컴퓨팅에 관심이 많아 수업을 선택했다”며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인공지능의 역할은 무엇일까, 강(强)인공지능의 구현은 언제 가능할까와 같은 궁금증을 평소 품어왔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학과로 진로도 설정했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황재찬 학생. 출처=IT동아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황재찬 학생. 출처=IT동아

물리학과 수학에 관심을 두고 있는 황재찬 군은 앞으로 전공 분야를 발전시키는 데 인공지능이 필수적인 역할을 할 것 같아 수업을 수강했다고 설명한다. 황재찬 학생은 “최근 인공지능이 수학계 난제를 풀 수준에 근접했다는 기사를 접했다”며 “딥러닝을 기반으로 특정 현상의 패턴을 찾는 인공지능의 모습을 보니, 앞으로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하려면 AI에 대한 이해는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기초를 담당하는 장미라 정보 교사는 “학생마다 정보 교과 선이수 여부가 다르고 컴퓨터 활용 능력, 프로그래밍 수준의 격차가 커서 수업의 기준을 잡기가 쉽지 않다”며 “어떤 학생에게는 쉬운 내용이지만 다른 학생에게는 어려운 내용이 될 수 있는데, 일단 인공지능 기초이기 때문에 쉽고 흥미 있게 학생들이 배울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인공지능 기초 과목 고도화…교원 연수 강화할 것”

교육부는 향후 인공지능 기초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들에 대한 연수를 강화하고, 정보 과목과의 연계 강화 등을 추진키로 했다.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 관계자는 “인공지능 기초 과목 신설에 따라, 중앙단위에서 시도별 핵심 교원 추천을 통한 연수를 진행하고 시·도 단위 자체 연수도 병행하고 있다”며 “인공지능 기초 과목의 운영 내실화를 위해 연수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기초 과목에 대한 현장 교원들의 중점 요구사항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교육부 관계자는 “수업 시간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학습자료와 수업 운영 실사례 등 교수·학습 자료에 대한 요구가 대부분”이라며 “관련 자료를 내려받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중심사회 포털이나 에듀넷 등 사이트를 안내하며 관련 사례집 보급을 활성화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교육부는 “향후 2022 개정 교육과정(2025년 적용 예정)을 통해 '정보' 과목과 인공지능 기초 과목의 연계를 강화하는 등 '인공지능 기초' 과목 내용에 대한 재구조화를 추진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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