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만 NFC 결제 허용하는 건 반독점 위반"…칼 빼든 EU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애플이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남용하고 있다는 혐의를 제기했다. 애플페이 외 다른 타사 지갑 앱이 근거리 무선 통신(NFC) 기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건 반독점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EU 집행위는 예비 조사를 벌인 결과 애플이 시장 지위를 남용한 혐의를 발견했으며, 이 같은 잠정적 견해를 담은 이의 고지서를 애플 측에 보냈다고 지난 2일(현지시각) 밝혔다. EU 집행위 경쟁정책 담당 수석부위원장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는 “애플이 애플 기기에서 경쟁 모바일 지갑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기술에 대한 제3자 접근을 제한한 정황을 파악했다”면서 “이의 고지에는 애플이 자신들의 결제 솔루션인 애플 페이에 특혜를 주기 위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했다는 잠정 견해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출처=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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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앞서 지난 2014년 아이폰6와 함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를 출시하면서 NFC 기능을 도입한 바 있다. NFC는 애플페이와 같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에서 비접촉 결제를 할 때 널리 활용되는 기술이다. 스마트폰을 갖다 대기만 하면 결제가 되는 기능이 흔히 NFC를 활용해 구현된다.

그러나 애플은 현재 애플페이 외 타사 모바일 결제 서비스에서 NFC 기능을 활용하는 걸 제한하고 있다. 지난 2019년 iOS13부터 앱 개발자들이 NFC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기도 했지만 결제 관련 앱은 핵심 NFC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예외를 뒀다. 이 때문에 아이폰에서는 애플페이 외에는 NFC를 활용한 쉽고 간편한 비접촉 결제를 지원하지 않는다. 아이폰이 국내에서 여전히 교통카드 기능 등을 지원하지 않는 것도 결제 분야에서 NFC 기능을 활용하는 게 제한된 탓이다.

EU 집행위는 이 같은 애플의 정책이 EU기능조약 102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애플이 스마트 모바일 기기 시장과 모바일 지갑 시장에서의 지배적 위치를 활용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EU 집행위는 이 같은 애플의 행위가 경쟁사에 배타적 영향을 미치고, 소비자 선택권도 줄인다고 지적했다.

출처=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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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EU 집행위에 협력하겠다면서도 일단 혐의를 부인하고 나섰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성명문을 내고 “애플페이는 유럽 소비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여러 결제 수단 중 하나일 뿐”이며 ”NFC에 대한 동등한 액세스를 보장하는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에 관한 업계 최고 수준의 표준을 세워왔다”고 주장했다.

베스타게르 부위원장은 애플의 주장을 즉각 반박했다. 그는 “우리 조사에서는 (NFC 결제에) 그렇게 높은 보안 위험이 존재한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가 가진 증거는 애플의 행위가 보안 위험을 이유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유럽 집행위의 이번 이의 고지는 반독점 제재를 위한 절차 개시를 의미한다. 이후 본 조사와 청문, 소명 절차 등을 거친 뒤 애플이 반독점법을 위반한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나면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 이 경우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디지털시장법에 따라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여될 수 있다. 애플의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366억 달러(약 46조 3795억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글 / IT동아 권택경 기자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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