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인텔 아크'로 엔비디아·AMD 양강 구도에 도전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인텔이 고성능 그래픽 카드 브랜드의 이름을 ‘인텔 아크(Intel Arc)’로 확정 짓고, 2022년 1분기 중으로 선보인다. 인텔이 외장 그래픽 카드 시장에 재진입하는 것은 1998년 인텔740 이후 23년 만의 일이며, 2017년 AMD 외장 그래픽카드 부문 수석 부사장인 라자 코두리(Raja Koduri)를 영입한 지 5년 만의 결과다.

인텔의 새로운 고성능 그래픽 카드 브랜드가 '인텔 아크'로 확정됐다. 출처=인텔
인텔의 새로운 고성능 그래픽 카드 브랜드가 '인텔 아크'로 확정됐다. 출처=인텔

인텔의 새로운 고성능 그래픽 브랜드는 Xe-HPG 마이크로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며, 코드명 ‘DG2’로 알려져 있던 제품이 알케미스트(Alchemist)로 불리게 된다. 인텔은 ‘아크’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를 아우르는 브랜드로 구축할 예정이며, 배틀메이지(Battlemage), 셀레스티얼(Celestial) 및 드루이드(Druid)같이 게이머에게 친숙한 이름을 코드명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로저 챈들러(Roger Chandler) 인텔 클라이언트 그래픽 제품 및 솔루션 총괄 및 부사장은 “오늘은 불과 몇 년 전에 시작한 인텔의 그래픽 제품 여정에 있어 매우 중요한 순간이다. 인텔 아크 브랜드를 론칭하고 차세대 하드웨어 코드명을 공개하는 것은 인텔이 게이머와 크리에이터를 위해 지속적으로 전념할 것을 의미한다”며 “인텔은 내년 초 출시되는 새로운 브랜드를 통해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인텔의 신형 그래픽 카드로 크라이시스 리마스터 트릴로지 중 일부를 플레이하는 예시. 출처=인텔
인텔의 신형 그래픽 카드로 크라이시스 리마스터 트릴로지 중 일부를 플레이하는 예시. 출처=인텔

인텔이 외장 그래픽 카드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시장 수요가 변하고 있어서다. 2000년대 이후 인텔은 CPU에 탑재되는 내장 그래픽 유닛만 생산해왔지만, 일반 사용자부터 데이터 센터, 슈퍼컴퓨터에 이르는 폭넓은 소비자층에서 고성능 그래픽에 대한 수요가 발생함에 따라 그래픽 프로세서 시장에 재진입하게 됐다. 2022년 1분기에 선보이는 인텔의 첫 그래픽 카드는 노트북에 탑재되는 모바일 그래픽 카드와 데스크톱용 그래픽 카드 형태로 출시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성능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하드웨어 기반의 실시간 광선 추적(레이 트레이싱)과 인공지능 기반의 슈퍼 샘플링 기능을 갖추고, 다이렉트X 12 얼티밋을 완벽하게 지원한다.

엔비디아와 AMD 양강 구도 흔들릴까

데스크톱용 그래픽 카드 시장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엔비디아와 AMD로서는 긴장의 끈을 붙잡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가 2021년 1분기 집계한 PC 그래픽 프로세싱 유닛(GPU) 시장 점유율에 따르면, 인텔은 2021년 1분기 기준 68%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래픽 카드 시장의 주력 경쟁사인 AMD의 점유율은 17%, 엔비디아의 점유율은 15%에 불과하다.

해당 통계의 맹점은 CPU에 탑재된 ‘내장 그래픽’도 GPU로 포함해 집계된다는 점이다. 만약 외장형 그래픽 카드만 놓고 본다면 인텔의 점유율은 아예 없고, APU가 포함된 AMD의 점유율도 상당 부분 빠진 다음 엔비디아가 1위로 올라선다. 물론 인텔이 내장 그래픽 점유율을 기반으로 모바일 시장부터 점유율을 넓혀나간다면 엔비디아와 AMD 모두 점유율을 나눠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텔 아크는 데스크톱 및 노트북용 그래픽 카드로 출시된다. 출처=인텔
인텔 아크는 데스크톱 및 노트북용 그래픽 카드로 출시된다. 출처=인텔

관건은 성능과 가격대비 성능비다. 현재 그래픽 카드의 게이밍 성능은 엔비디아가 가장 우수하며, AMD는 조금 아래로 평가받고 있다. 만약 인텔 아크가 AMD 라데온과 비슷한 가격과 성능으로 출시된다면 2위 사업자인 AMD의 입지가 크게 흔들린다. 만약 모바일 그래픽 성능이 예상보다 좋을 경우, 인텔은 높은 모바일 시장 점유율을 앞세워 엔비디아 RTX 3050 및 3050 Ti가 탑재된 보급형 게이밍 노트북 시장을 노릴 것이다.

예외적으로 인텔 아크가 엔비디아에 맞먹거나 그만큼 우수한 성능을 갖추더라도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기는 어렵다. 게이밍 그래픽 카드는 하드웨어 호환성과 게임 지원 여부가 상당히 중요한데, 십수년간 엔비디아와 AMD가 쌓아온 부분을 인텔이 단숨에 뛰어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괄목할만한 성능을 지녔다고 해도 최소한 2~3세대가 지난 이후 시장의 평가를 거친 뒤에야 엔비디아와 경쟁하게 될 것이다.

올해 들어 인텔은 팻 겔싱어를 새로운 CEO로 선임하고, 파운드리 산업 진입으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준비해온 인텔의 새로운 그래픽 카드 ‘아크’가 컴퓨터용 반도체 시장에 파란을 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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