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눈높이 맞춘 인텔 코어 시리즈 3 출시··· '저렴한 노트북 선택지 곧 등장'
[IT동아 남시현 기자] 아카데미 시즌, 매년 1월부터 3월 신학기 기간을 맞이해 학생 및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노트북 구매를 지원하는 행사다. 하지만 올해 아카데미 시즌의 체감 온도는 봄이 아닌 겨울을 넘어 빙하기 수준이다. 지난해부터 산업용 메모리 가격이 최대 600%까지 오르면서 메모리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집중하고, 소비자용 메모리 생산을 크게 줄이면서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과거 노트북 원가에서 시스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였지만 지금은 25~30%에 육박한다.
제품 가격을 보면 체감이 엄청나다. 2025년 3월 기준 갤럭시 북 5 프로, LG 그램 2025년식의 주력 가격대가 180만 원대에서 240만 원대였다. 그런데 올해 출시된 갤럭시북 6 프로, 2026 LG 그램 프로 등의 제품은 280만 원대에서 400만 원을 넘는다. 심지어 갤럭시북 6은 출시 1주일 만에 17만 원에서 88만 원을 인상했고, 갤럭시 북6 울트라는 최대 90만 원까지 인상했다. 제품을 출시하고도 한번 더 가격을 급하게 올린 것이다.

그렇다 보니 중고 노트북 중 메모리 용량이 32GB 이상인 제품들도 가격이 크게 올랐으며, 신제품 구매 수요도 최신형이 아닌 1~2년 지난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인텔에서 보급형 시장 수요를 겨냥한 인텔 코어 시리즈 3 프로세서를 출시했다.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 3와 동일한 18A 공정을 활용하면서 일반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게 가격을 안배한 것이 특징이다.
초고가 노트북 시장에 내린 단비, 인텔 코어 시리즈 3
인텔 코어 시리즈 3는 올해 1월 출시된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 3와 동일한 18A(옹스트롬) 단위 공정으로 제작된 프로세서다.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 3는 코드명 ‘팬서레이크’로 불리며 프리미엄 및 고성능 노트북을 위한 라인업이다. 1.8나노미터 상당의 공정이 활용돼 전작 대비 약 5~10% 이상 성능이 향상됐고, 저전력 코어 효율이 더 높아져 10W 이하로 동작하는 상황에서의 사용 시간이 길어졌다. 지난 16일 공개된 인텔 코어 시리즈 3는 ‘와일드캣레이크’로 불리며 보급형, 사무용 등 가격대 성능비 제품군에 탑재된다.
제품 라인업은 인텔 코어 시리즈 1과 비교해 한번 더 정리됐다. 인텔은 2023년 5월부터 인텔 코어 i 시리즈 대신 코어 울트라라는 이름을 활용 중이다. 인텔 코어 i 제품군은 인텔 코어 i3, i5, i7, i9로 크게 구분한 뒤 숫자로 세부 성능을 구분하고, 마지막에 저전력 U와 고성능 H 등을 붙였다.

반면 인텔 코어 울트라는 ‘인텔 코어 울트라’가 브랜드 명이고 실제 제품 표기에서는 ‘시리즈’가 빠진다. 실제 제품명은 인텔 코어 울트라 7 258V, 인텔 코어 울트라 X7 358H처럼 표기된다. 뒤의 세부 숫자 중 258V는 2로 시작하므로 시리즈 2, 358H는 3으로 시작하므로 시리즈 3다. 시리즈 2까지는 U 라인업이 보급형을 담당했지만 시리즈 3는 U 표기 없이 숫자만 표기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세세하게 구분할 필요 없이 ‘인텔 코어 울트라’면 고급형, ‘인텔 코어’라면 보급형으로 인식하자.
이번에 출시되는 인텔 코어 시리즈 3 프로세서는 2개의 성능 코어와 4개의 효율 코어로 구성되며, CPU와 내장 그래픽 카드의 동작 속도에 따라 성능을 구분한다. 최상위인 인텔 코어 7 360은 4.8GHz의 CPU 동작 속도와 2.6GHz의 GPU 동작 속도를 갖추는 반면 인텔 코어 5 305는 각각 4.3GHz, 2.3GHz로 동작하는 식이다. 신경망 처리 장치(NPU)도 탑재되나 20TOPS(초당 20조 회 연산)을 넘지 않으며, 전체 TOPS도 40TOPS 정도로 높진 않다.

보급형이지만 최신 공정을 탑재해 성능 개선폭이 크다. 5년 전 출시된 11세대 인텔 코어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단일 코어 성능은 최대 47%, 다중 코어 성능은 41%, GPU 기반 AI 성능도 최대 2.8배 향상됐다. 2년 전 출시된 인텔 코어 7 150U와 인텔 코어 7 360을 비교해도 생산성 및 창작 성능은 약 2.1배, AI 성능은 2.7배, 저전력 효율은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일반 사무용 작업은 약 12시간 정도,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시청 시 18시간 가까이 쓸 수 있다.
인터페이스도 2개의 썬더볼트 4 단자와 와이파이 7, 블루투스 6를 지원한다. 노트북에 썬더볼트 4 / USB-4 단자가 있으면 최대 40Gbps의 데이터 전송과 디스플레이 연결, 노트북 충전을 단자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 다만 썬더볼트 4 단자 자체는 보급형에는 잘 탑재되지 않으므로 USB-C형 단자인지, 썬더볼트 4/USB-4 단자인지 사전에 확인할 필요는 있다.

인텔 코어 시리즈 3 기반 PC는 4월 16일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가 시작됐고, 구체적인 국내 출시는 미정이다. 국내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 중 글로벌 제품 출시가 확정된 브랜드는 삼성전자, 에이수스, 델 테크놀로지스, HP, 레노버, MSI, 에이서 등이 있으며, 2분기 이후에는 국내에서도 제품이 판매될 예정이다. 기존의 U 시리즈 가격대로 비춰볼 때 8GB 내외 보급형은 80만 원대, 16GB 이상 제품은 100만 원대부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의 ‘맥북 네오’, AMD의 ‘젠3+’도 선택지로 떠올라
프리미엄 급 노트북 가격대가 300만 원으로 치솟은 상황에서도 오히려 보급형 노트북 라인업은 더 견고해지고 있다. 애플 맥북 네오가 대표적이다. 애플은 그간 프리미엄 급 제품군인 맥북 프로, 보급형 제품군으로 맥북 에어 제품군만 있었다. 2020년형 맥북 에어는 129만 원으로 조금 비싸지만 보급형 제품 가격대였으나 현재는 179만 원대로 보급형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노트북용 애플실리콘 대신 아이폰용 칩셋을 활용한 ‘맥북 네오’ 라인업을 신설했다.

맥북 네오는 아이패드, 아이폰 프로에 쓰이는 A18 프로 칩과 8GB 메모리, 256GB의 저장공간을 갖췄다. 애플 운영체제와 생태계를 고스란히 쓸 수 있고, 알루미늄 외관을 채택해 보급형이지만 타사 고급형 제품 수준의 외관을 갖췄다. 그러면서 출고가는 99만 원대로 100만 원을 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맥북 네오가 올해 500만 대 가량 팔릴 것으로 보고 있다. 윈도우와 전혀 다른 맥OS 기반의 제품이지만 적응하면 가격대 성능비는 매우 좋은 제품이다.
AMD는 젠5 아키텍처 기반의 AMD 라이젠 AI 300, 400을 주력으로 내세우면서 2022년에서 23년 출시된 젠2 및 젠3+ 아키텍처 기반의 칩을 재단장해 보급형 제품군으로 편입했다. 제품명으로는 라이젠 100, 라이젠 10 시리즈가 해당된다. 제품으로는 최대 8코어 16스레드인 라이젠 7 170이 있으며, 6코어 12스레드인 라이젠 5 150, 4코어 8스레드인 라이젠 3 110 등이 있다. 10 시리즈로는 라이젠 5 40, 30 두 개 제품군이 전부다.

하지만 올해 출시된 라이젠 100 시리즈는 최신 제품 특성상 가격대가 110만 원대 이상이다. 그런데 동일한 젠3+ 아키텍처 기반이면서 7535HS나 7533HS, 7530U, 7430U 같은 변경 전 이름을 적용한 제품은 50만 원부터 시작한다. 라이젠 100 시리즈와 라이젠 7035 라인업은 이름만 다르고 거의 같은 프로세서라서 변경 전 이름을 찾아서 구매하면 가격대 성능비를 확보할 수 있다.
퀄컴의 모바일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 X 시리즈도 최근들어 가격이 많이 내려왔지만 보급형으로 보기엔 어렵다. 퀄컴 스냅드래곤 X 시리즈는 Arm64 계열 명령어를 지원하는 프로세서다. 현재 윈도우 생태계는 인텔과 AMD가 구성한 x86 명령어가 기본이고, Arm 계열 프로세서는 x86 프로그램 구동 시 Arm 명령어로 바꿔서 작동한다. 최신 업데이트가 지원되는 프로그램 등은 원활하게 쓸 수 있고, 최근에는 최적화도 잘 되어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업데이트가 종료된 구형 프로그램, x86에만 최적화된 프로그램 등은 오류가 생길 수 있다. 대학 수업 중 구형 소프트웨어나 외부 장비 등을 연결할 때 인식이 안된다거나, 국가고시 시험 프로그램, 대학교 포털 등이 열리지 않을 수 있다. 이는 맥OS 기반의 노트북도 마찬가지다. 단순 워드 작업이나 이메일만 주고받는 게 아니라면 x86 기반의 인텔 코어 시리즈 3, AMD 라이젠 100 시리즈를 선택하는 게 낫다.
인텔 코어 시리즈 3, 보급형 노트북의 기준 바꿀까
그간 100만 원대 미만 보급형 노트북은 성능이 낮은 프로세서와 작은 메모리와 저장공간, 그리고 단촐한 인터페이스에 두껍고 무거운 제품들이 많았다. 원가를 절감하다 보니 외형이나 성능이 부족한 것은 감수할 영역이었고, 소비자들 역시 50~80만 원대 제품에 그렇게 큰 기대를 걸진 않았다. 하지만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보급형 노트북조차 소비자가 프리미엄 급으로 인식하는 100만 원대로 오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애플이 외관 완성도는 높이고, 소비자가 체감하기 어려운 성능 부분에서 타협을 보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안하면서 제조사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외관의 완성도도 높이고 가격 대비 성능은 알아서 맞춰야하는 상황이 됐다. 샘슨 후(Samson hu) 에이수스 공동 CEO도 “애플이 이렇게 저렴하게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업계 전체에 큰 충격이며,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AMD를 포함한 모든 PC 업체들이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보급형 제품이라고 과거 방식으로 원가를 절감한 제품을 내놓았다가는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받을 수 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때맞춰 등장한 인텔 코어 시리즈 3에 감사해야 할 상황이다. 최신 공정과 최신 기술을 적용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제품을 구성할 수 있어서다. 프리미엄 급 제품과 급나누기를 하기도 적절한 포지셔닝이다. 인텔 코어 시리즈 3는 빠르면 올해 2분기부터 국내 시장에 등장할 예정이며, 지금 당장 노트북이 필요한 게 아니라면 두 달 정도만 기다렸다가 보급형 신제품을 노려보도록 하자.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