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3년간 변함없는 음질, 애플 '이어팟'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제목을 잘못본 것이 아니다. 이 기사는 애플 아이폰 제품군에 함께 제공되는 번들 헤드셋 '이어팟(Earpod)'에 관한 내용이다. 세상에 등장한지 3년이 넘은 제품을 이제와서 리뷰한다고 하니 뜬금없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리뷰는 조금 특별하다. 기자가 3년 동안 사용한 이어팟에 관한 리뷰이기 때문이다.

2013년 1월 아이폰5를 구매하면서 받은 이어팟을 지금까지 계속 사용했으니 햇수로 3년이 조금 넘었다. 3년 내내 사용한 것은 아니다. 잠깐 비츠 헤드셋(비츠 솔로2)을 이용하기도 했고, 갤럭시S6를 구매하면서 받은 삼성전자의 번들 이어폰으로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비츠 헤드셋은 귀에 땀이차서 포기했고, 삼성전자 번들 이어폰은 사용한지 2개월만에 오른쪽이 단선되어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이어팟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애플 이어팟
애플 이어팟

<기자가 3년 동안 사용한 애플 이어팟. 비록 낡고 변색됐지만 음질은 그대로다>

이어팟은 참 튼튼한 헤드셋이다. 2년 6개월이라는 사용 기간에도 불구하고, 단선되는 일이 없었고 피복이 벗겨지는 일도 없었다. 당연한 것이지만 기자가 사용해본 시중의 번들 헤드셋은 이를 잘 지키지 못했다. 기자가 사용한 갤럭시S6의 번들 이어폰은 약간의 충격으로도 단선되어 헤드셋 한쪽에서 소리가 나지 않게 되었다. 잠깐 사용한 LG전자의 번들 헤드셋 '쿼드비트'의 경우 단선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플랫 케이블을 선택했기 때문에 마찰음이 거슬려서 사용을 포기했다(참고로 이 문제를 인지한 LG전자는 쿼드비트3부터 플랫 케이블 대신 일반 케이블을 채택했다). 아이폰4S 이전에 제공하던 구형 이어팟은 오래 사용하면 피복이 벗겨지기 일쑤였다. 가장 최악의 번들 헤드셋이었다.

사용습관이 험해서 일어나는 문제인걸까. 비싼 헤드셋이든 저렴한 번들 헤드셋이든 구겨서 주머니속에 넣어다녔고, 사용 뒤에는 침대 위에 내팽개쳐뒀다. 하지만 헤드셋을 물속에 넣은 적도 없었고, 손에 들고 빙빙 돌린적도 없었다. 대부분의 사용자가 이와 유사하게 헤드셋을 관리할 것이다. 기자의 사용습관 때문에 발생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A/S를 받으면 되지 않냐고 묻는 사용자도 있을 것이다. 많은 사용자가 모르는 사실인데, 스마트폰에 포함된 번들 헤드셋도 1년 A/S 보증 대상이다. 사용자의 과실 없이 1년 이내에 고장나면 가까운 A/S 센터에서 새것으로 교환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 모든 제조사가 동일하게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을 내서 A/S 센터를 가는 것도 일이다. 결국 고장난 번들 헤드셋을 새것으로 교환받는 대신 멀쩡한 이어팟을 계속 사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어팟은 참 독특한 헤드셋이다. 대부분의 헤드셋은 좌우를 반대로 끼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반면 이어팟은 좌우를 반대로 끼면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맞는 방향에 끼어야만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아니, 사실 반대로 끼면 귓구멍에 들어가지도 않는다.

생긴 것은 개방형 헤드셋이지만, 소리는 밀폐형 헤드셋과 유사하다.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아니라 귀속에 소리가 직접 전달되는 느낌이다. 귀속에 이어팁을 넣는 것이 거슬리지만, 밀폐형 헤드셋의 느낌을 받고 싶은 사용자에게 유용하다.

이어팟은 애플 모든 제품에 호환된다. 아이폰 뿐만 아니라 아이패드에 연결해도 음악을 들을 수 있고, 마이크로 이용할 수 있으며, 음량을 조절할 수 있다. 아이패드 뿐만 아니라 맥북, 아이맥, 맥 프로에서도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다.

소리는 평범하다. 저음 표현도 조금 부족하다. 많은 사용자가 음색이 밋밋하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3년 동안 사용하면서 최소한 잡음이 섞여들려온 적은 없었다. 소리를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고 평가하면 되겠다. 딱 번들 헤드셋에 요구되는 만큼의 소리를 들려준다. 오래 사용해도 소리는 그대로다. 3년 전 들었던 밋밋한 음을 오늘도 똑같이 들려줬다. 오랫동안 사용하다보니 다른 헤드셋으로 음악을 들으면 오히려 어색할 지경이다.

때를 잘타는 문제는 그대로다. 구형 이어팟과 마찬가지다. 사용한지 6개월만에 원래의 하얀색은 흔적도 없어졌다. 3년이 흐르니 어두운 상아색으로 변했다. 피복이 벗겨지지는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스피커 부분에 이물질(그러니까 사실... 귀지다)이 잘끼는 문제도 있다. 3개월에 한 번씩 이물질을 파내줘야 청결하게 이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일반 사용자에겐 잘 발생하지 않는 문제인데, 꼬불꼬불한 피복을 쭈욱 펴기위해 케이블을 손가락 사이에 끼고 땡기면 내부의 선이 끊어질 수 있으니 주의하자. 사실 직조 피복을 채택한 쿼드비트3를 제외한 다른 번들 헤드셋은 이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국내 사용자들의 스마트폰 교체주기는 16개월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과 함께 제공하는 주변기기의 수명도 최소한 16개월은 되어야 한다. 사용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고장나는 것은 많이 곤란하다. 본체는 멀쩡한데 헤드셋이 고장나서 음악 감상을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나.

이것이 이제와서 이어팟 리뷰를 쓴 이유다. 함께 구매한 아이폰5는 (성능이 만족스럽지 않아) 이제 더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이어팟은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외관이 조금 낡은 것을 빼면 한참 더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소리는 평범할지 몰라도 내구성은 본체 못지 않다. 언제나 본체와 함께해야 한다는 '번들' 헤드셋의 본분에 충실하다. 다른 헤드셋도 이어팟의 이러한 설계 철학을 본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애플도 이렇게 잘 만든 번들 헤드셋을 두고 블루투스 헤드셋 같은 외도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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