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의 세계] 완전한 형태에 대한 인류의 욕망, '우봉고'

안수영 syahn@itdonga.com

'빈 공간을 채워 넣는' 형식의 퍼즐들은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온 놀이로, '완전한 형태를 만들고 싶다'는 인류의 기본적 욕망을 자극해 왔다. 이런 류의 퍼즐게임은 지금까지도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첨단의 장난감 기기가 나오더라도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우봉고
우봉고

우봉고. (2003) <출처: divedice.com>

'우봉고'는 2003년 독일의 코스모스(Kosmos)사가 선보인 보드게임으로, 출시된 이래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사실, 퍼즐을 빨리 잘 푸는 게임은 문제를 잘 암기하거나 두뇌 회전이 빠른 사람이 언제나 승리한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옆 사람의 답을 따라 한다는 문제가 생기는 등, 모두가 즐겁게 놀기 어려운 장애 요소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퍼즐 게임의 경우 한계가 명확하고 베스트셀러가 나오기 어렵다 할 수 있는데, 우봉고는 이 문제를 나름의 방법으로 잘 극복해 냈다.

게임 방법

우봉고는 3개 또는 4개의 퍼즐 조각을 퍼즐판에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임이다. 우봉고의 퍼즐판과 퍼즐 조각을 본다면 '아, 이렇게 하는 거군'이라고 생각하며 이리저리 조각을 놓아보게 될 것이다.

각 퍼즐판은 양면으로 되어 있다. 한쪽 면은 4개의 조각을 사용하는 비교적 어려운 퍼즐이, 다른 한쪽 면은 3개의 조각을 사용하는 더 쉬운 퍼즐이 준비되어 있다. 따라서, 처음 게임을 접하는 어린 아이들을 배려해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게임을 못하는 사람은 쉬운 면으로 하고, 잘 하는 사람은 어려운 면으로 하면 된다.

우봉고의 퍼즐판
우봉고의 퍼즐판

우봉고의 퍼즐판. <출처: divedice.com>

모두가 퍼즐판을 하나씩 받았다면, 한 사람이 주사위를 굴린다. 주사위를 굴리는 순간 게임은 시작된다. 주사위에는 6가지 그림이 있는데, 어떤 그림이 나오느냐에 따라 이번 라운드에 어떤 퍼즐 조각을 사용해 문제를 풀지가 결정된다. 주사위에 그려진 6가지의 그림은 손바닥, 뱀, 코끼리 등이며, 각 플레이어들이 갖고 있는 퍼즐판에도 주사위와 똑같은 6가지의 그림이 있다. 그리고 각각의 그림에 해당하는 퍼즐 조각들이 알록달록 나와 있다.

주사위를 굴리면, 주사위에 나온 그림에 해당하는 퍼즐 조각들만 이용해 흰색 퍼즐칸을 채우면 된다. 주사위를 굴릴 때 세웠던 모래시계가 멈추기 전까지 계속 퍼즐을 풀면 된다. 퍼즐을 다 풀면 '우봉고'라고 외친다.

퍼즐 자체는 매우 쉽다. 대부분의 문제는 무작정 조각을 대보기만 해도 우연히 풀릴 수 있는 수준이다. 따라서 퍼즐을 풀려면 머리도 써야 하지만, 시간 단축을 위해서 손을 빨리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다. 빨리 푸는 경쟁을 유도하는 만큼, 문제 푸는 과정에서 긴박감이 넘친다. 누구나 집중하면 빨리 풀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성취감도 준다. 경험자와 초심자의 차이는 크지 않으며, 조금만 집중하면 누구나 1등 한 번 해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말을 움직여 보석을 가져가자
말을 움직여 보석을 가져가자

말을 움직여 보석을 가져가자. <출처: divedice.com>

문제 풀이가 끝나면 성공한 순서에 따라 보석을 가져갈 수 있다. 우봉고에는 보석을 일렬로 채워둔 보석판이 있으며, 보석판은 마치 마라톤 트랙처럼 6줄로 나뉘어 있다. 자기 말이 서 있는 줄에서 게임말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보석을 2개 가져가면 된다. 만약 내가 원하는 색깔의 보석이 있는 줄이 따로 있다면, 말을 이동할 수도 있다. 1등을 하면 보석을 가져가기 전에 말을 3칸까지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 2등은 2칸, 3등은 1칸으로 점점 범위가 줄어든다.

퍼즐을 늦게 풀었다면 원하는 색깔을 가져가기 어려워지지만, 제한시간 동안 문제를 푸는데 성공하기만 한다면 1등이든 꼴등이든 가져가는 보석의 개수는 2개다. 그래서 최종 점수는 다를지라도, 전반적인 보석 개수는 다들 비슷하게 가져갈 수 있다. 꼴등이라도 최선을 다하도록 유도하며, 실력 차이로 인해 낙오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세심한 장치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식으로 9라운드를 진행하며, 모은 보석들로 점수를 계산한다. 여기서 모은 보석의 총 개수는 중요하지 않으며, 가장 많이 모은 보석 색깔 한 가지의 개수로 점수를 가린다. 당연히 1등을 자주 한 사람이 자기가 원하는 색을 많이 모을 가능성이 높지만, 보석 색깔이 6가지나 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회는 충분하다. 늘 1등을 독식하던 사람이 최종 결과에서 지는 상황도 벌어지며, 늘 꼴찌였지만 꾸준히 문제를 풀었던 사람이 1등에 거의 근접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결과가 나타난다.

펜토미노와 탱그램

5개의 사각형으로 만들어진 펜토미노
5개의 사각형으로 만들어진 펜토미노

5개의 사각형으로 만들어진 펜토미노. 12개가 있다. 사진은 프랑스의 펜토미노 게임, 카타미노 클래식. <출처: divedice.com>

우봉고(Ubongo)는 '펜토미노(Pentomino)'혹은 탱그램(Tangram) 퍼즐의 아이디어를 가져와 그 위에 경쟁의 요소를 입힌 보드게임이다. 펜토미노는 5개의 정사각형을 붙여 만든 도형으로 모양을 만드는 놀이다. 로마 시대부터 전해온 이 놀이는 그리스어에서 다섯을 의미하는 'pente'가 붙어 펜토미노라 부른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는 있지만 이름의 의미를 잘 모르는 게임으로는 '도미노(domino)' 게임이 있다. 정사각형 2개(그리스어로 2를 의미하는 뒤오 δυο)가 붙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스머프 도미노 게임
스머프 도미노 게임

_도미노 게임은 2개의 정사각형이 붙어있는 도미노를 연결해가는 전통 게임이다. 사진은 도미노 게임을 소개하는 대표적인 게임인 <스머프 도미노 게임>(2011). <출처: divedice.com> _

하버드 대학교의 솔로몬 골롬(Solomon W. Golomb) 박사는 이렇게 정사각형들이 모여 만들어진 다각형을 '폴리오미노(Polyomino)'라고 불렀는데, 펜토미노는 이 폴리오미노 중 하나다. 우봉고에는 정사각형을 붙여 만든 도형이 트리오미노(3개일 때), 테트로미노(4개일 때), 펜토미노 등으로 다양하게 존재해, 폴리오미노 게임이라고도 한다.

탱그램 혹은 칠교놀이
탱그램 혹은 칠교놀이

탱그램 혹은 칠교놀이. <출처: divedice.com>

탱그램(Tangram)은 1805년 동양에서 전래된 놀이로, 동양에서는 '칠교놀이', '유객도(留客圖)', '유객판(留客板)'등으로 불린다. 이 게임은 커다란 정사각형을 직각삼각형, 정사각형, 평행사변형 등 7개의 조각으로 잘라서, 그 조각들을 모두 사용해 형태, 도형, 기호 등을 만드는 놀이다. 탱그램 또한 도형을 이용해 모양을 이루거나 채우는 퍼즐로 우봉고에 영향을 준 고전 게임으로 생각할 수 있다.

게임 배경(Theme)의 변경

우봉고의 초판 '피라미드의 관문'.
우봉고의 초판 '피라미드의 관문'.

우봉고의 초판 '피라미드의 관문'. <출처: boardgamegeek.com>

폴란드 태생의 스웨덴 게임 디자이너인 '그레체고로츠 리크먼(Grzegorz Rejchtman)'은 2003년 이집트를 배경으로 '피라미드의 관문(Pyramidens Portar, 2003)'이라는 게임을 제작했다. 정보과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작가는, 빠르게 배울 수 있으며 게임 내 상호 작용에서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을 선호했다. 피라미드의 관문은 이와 같은 요소를 잘 담고 있었다. 이 게임은 2003년 '스웨덴 올해의 게임상(2003 Arets spel Prize)'을 수상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피라미드의 관문' 스웨덴판.
'피라미드의 관문' 스웨덴판.

_우봉고에 비해 전체적으로 밝은 모습을 보여주는 '피라미드의 관문' 스웨덴판. <출처: boardgamegeek.com> _

이 게임은 독일의 제작사 코스모스(Kosmos)의 눈에 띄어, 2005년 독일에서 출판된다. 새롭게 디자인된 이 게임은 스와힐리어에서 두뇌(brain), 지성(inteligence)을 의미하는 단어인 '우봉고(Ubongo)'로 이름 붙여졌다.

우봉고는 아프리카 미술 혹은 호주 원주민, 에보리진 문화를 연상케 하는 검은색과 빨간색을 중심으로 채색됐으며, 손바닥, 방패, 뱀, 코끼리 등 몇 가지 상징을 사용해 디자인됐다.

전작인 '피라미드의 관문'이 인디아나 존스를 연상케 하는 퍼즐 풀기 및 보석 수집의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면, 우봉고는 퍼즐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추상적인 디자인을 채택했다. 우봉고의 디자인이 더 세련된 느낌이지만, 왠지 못내 아쉽다.

퍼즐 장르로서는 흔치 않은 성공

퍼즐을 푸는 행위를 경쟁으로 풀어낸 작품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을 꼽는다면 '총알탄 로봇(1999)'과 오늘 소개한 '우봉고'를 꼽을 수 있다.

우봉고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다양한 시리즈가 나왔다. 우봉고의 제작사 코스모스(Kosmos)는 '카탄의 개척자(1995)'의 대성공 이후 그만큼 성공적인 게임은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우봉고의 성공으로 이후 보드게임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게 됐다.

우봉고 시리즈.
우봉고 시리즈.

우봉고 시리즈. <출처: divedice.com>

우봉고는 국내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2013년 이후, 우봉고의 국내 판매량은 원 제조국인 독일의 판매량을 넘어섰으며, 전 세계에서 최고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드게임 인프라가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 비해 훨씬 적은 우리나라에서 그 이상의 판매량이 나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국내의 학부형들과 교육 종사자들이 우봉고를 교육적이고 건전한 보드게임이라고 인식했으며, 이러한 인식이 자리 잡혀 이같은 판매량을 이끌어 낸 것으로 보인다.

우봉고 미니
우봉고 미니

우봉고의 간소화 버전 [우봉고 미니, 2007] <출처: divedice.com>

우봉고 미니는 우봉고에서 보석을 차지하는 부분은 빼고, 퍼즐을 맞추는 부분만 남긴 간소화 버전이다. 우봉고와 같이 폴리오미노 도형들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우봉고가 3개, 4개의 도형을 채우는 퍼즐로 구성된 것과 달리, 우봉고 미니는 2개, 3개의 도형을 채우는 문제들로 구성돼 게임이 더 쉬워졌다. 따라서, 이는 우봉고를 어려워할 미취학 아동들이 풀기 적당하다.

우봉고 트리고
우봉고 트리고

삼각형 칸을 이용하는 [우봉고 트리고, 2012] <출처: divedice.com>

우봉고 트리고는 삼각형 모양의 칸을 이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봉고를 즐겼던 사람들은 우봉고 트리고를 좀 더 어려워하는 편인데, 이는 삼각형 칸으로 구성된 문제가 사각형 칸의 문제보다는 익숙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봉고 익스트림
우봉고 익스트림

육각형 도형으로 난이도가 높은 [우봉고 익스트림, 2007] <출처: divedice.com>

우봉고가 폴리오미노 도형 퍼즐이라면, 우봉고 익스트림은 육각형(Hexagon)으로 만든 도형으로 만들어졌으며 퍼즐의 난이도가 매우 높은 것이 특징이다. 2007년 정식 한국어판이 발매됐다. 난이도가 높아 우봉고만큼의 인기를 모으지는 못했지만, 전량이 모두 판매되면서 정식 한국어판은 단종됐다.

우봉고 듀얼
우봉고 듀얼

2인용으로 제작된 [우봉고 듀얼, 2008] <출처: divedice.com>

원래 우봉고는 2인에서 4인까지 플레이할 수 있지만, '우봉고 듀얼'은 기존 우봉고보다 더 치열하게 즐길 수 있도록 제작된 2인용 게임이다. 우봉고와 다르게 사각형이 더 많은 펜토미노와 헥소미노(정사각형 6개로 이루어진 도형)로 만들어져, 우봉고보다는 어렵고 우봉고 익스트림보다는 쉽다. 국내 정식발매는 되지 않았다.

우봉고 3D
우봉고 3D

입체블록 쌓기 [우봉고 3D, 2009] <출처: divedice.com>

우봉고 3D는 제목 그대로 입체 블록을 쌓는 게임으로, 우봉고보다 더 큰 크기의 박스로 제작됐다.입체 블록을 사용해 게임판에 2층으로 꽉 채워야 하는 만큼, 우봉고와는 다른 독특한 게임성을 자랑한다. 공간지각력을 크게 요구해 난이도가 어렵고, 제조 가격이 높아 정식 한국어판은 발매되지 않았다.

이 외에 우봉고를 5명 혹은 6명이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우봉고: 5-6인용 확장(Ubongo: Die Erweiterung fur 5-6 Spieler, 2010)',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이 그려진 '우봉고 주니어(Ubongo Junior, 2012)', 우봉고 익스트림의 휴대성을 강화한 '우봉고 익스트림: 미트브링쉬필(Ubongo Extrem: Mitbringspiel, 2008)', 카드 혹은 주사위 게임으로 제작된 '우봉고 카드게임(Ubongo: Das Kartenspiel, 2011)', '우봉고 주사위 게임(Ubongo: Das Wurfelspiel, 2013)' 등이 있다.

초심자와 숙련자 사이의 균형

우봉고 대회
우봉고 대회

국내에서 치뤄지는 우봉고 대회. <출처: koreaboardgames.com>

퍼즐 장르의 보드게임은 보통 퍼즐에 숙달된 숙련자들의 대결로 흘러가는 경향을 보이는데, 우봉고는 퍼즐 자체의 난이도를 초심자도 쉽게 풀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추고, 보석의 색깔 등 초심자와 경험자의 격차를 줄이는 점수 계산 장치를 마련했다. 게임은 9라운드로 이루어져 적당히 아쉬울 때 끝난다. 퍼즐판 하나에 많은 문제를 넣고 주사위 결과에 따라 다른 문제를 풀게 해서, 경험자가 퍼즐을 외우는 문제도 줄였다.

가족 지향적인 보드게임을 만드는 작가라면 '누구나 쉽게 익숙해지고, 재미있으면서 초심자와 숙련자의 격차가 작은 게임'을 목표로 작업을 할 텐데, 이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게임은 많지 않다. 우봉고는 이런 장르의 게임으로는 흔치 않은 완전한 '가족 지향적' 게임이라 평가할 만하다.

글 / IT동아 보드게임 필자, 코리아보드게임즈 박지원
편집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본 기사는 네이버캐스트 게임의 세계: 보드게임의 세계(http://navercast.naver.com/list.nhn?cid=2883&category_id=2883)에 함께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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