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영업정지와 추가 제재, 다음은 어쩌시렵니까?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가 이동통신 3사에게 시행한 영업정지가 오늘부터 시작됐다. 이통사 별 영업정지 기간은 각각 KT 3월 13일 ~ 4월 26일까지, LG유플러스 3월 13일 ~ 4월 4일, SK텔레콤 4월 5일 ~ 5월 19일이다. 지금까지 복수 이통사에게 영업정지를 동시 시행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미래부 즉, 정부 측이 이번 불법 보조금 지급 사례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다만, 최소한의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이통사 한 곳은 영업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각 이통사는 영업정지 기간 동안 신규가입이나, 기기변경, 번호이동 가입자를 유치할 수 없다. 사실상 업무 중단이다. 예외 규정이 있긴 하다. 기본 고객 중 단말기를 분실하거나 파손했을 경우, 24개월 이상 사용한 경우에만 기기변경을 허용한다.

이통 3사 영업정지 기간
이통 3사 영업정지 기간

또한, 미래부가 시행한 이동통신 3사의 영업정지 45일 제재와 별도로 오늘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방통위는 오늘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단말기 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이용자를 부당하게 차별한 행위에 대한 건으로, SK텔레콤에 166.5억 원, KT에 55.5억 원, LG유플러스에 82.5억 원 등 총 304.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한, 시장과열을 주도한 것으로 판단한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에 각각 14일, 7일 간의 신규가입자 모집 금지를 추가했다. 신규가입자 모집금지와 관련한 구체적인 시기는 미래부의 영업정지 등을 고려해 추후 시행일을 결정할 예정이다.

미래부와 방통위가 거의 동시에 영업정지 처분 및 과징금을 부과한 것에 대해 이중 규제 논란이 있었지만, 이에 대해 방통위는 "미래부는 '시정 명령을 불이행한 것'에 대해, 방통위는 '이용자를 부당하게 차별한 행위'에 대해 처벌한 것"이라고 밝혔다.

영업정지를 바라보는 각각의 시선

영업정지를 둘러싼 미래부, 방통위, 이통사,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 그리고 사용자들의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특히, 더 이상 바보가 될 수 없다는 사용자들과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유통업자들의 목소리는 날이 갈수록 거세다. 영업정지 시행일인 오늘, KMDA는 종각역 4번 출구 보신각 앞 광장에서 항의 집회도 연다. 전국 30만 이동통신 소상인의 생존권 사수와 영업정지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를 알려 정부의 정책 문제를 제기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래부와 방통위의 제재 방침은 분명 시행되어야 마땅하다. 이통 3사는 룰을 어겼다. 제재는 당연하다. 27만 원이라는 보조금 기준이 현실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준을 이제 와서 '현실을 제대로 담고 있지 못했다', '실효성이 불분명하다'라며 마치 없던 것처럼 치부할 수는 없다. 분명 올해 초 보조금은 과도하게 지급됐으며, 이통사는 서로의 가입자를 무분별하게 모집했다. 미래부와 방통위가 지금의 제재 없이 그냥 넘어갔다? 더 큰 혼란이 닥칠 공산이 크다.

보조금 대란
보조금 대란

유통업자의 목소리도 십분 이해한다. 그들은 살 권리를 외친다.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에게 칼을 겨누어야 한다며, 억울한 현 상황을 내비친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지만, 일부는 유통업자들도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현업에 종사하면서 보조금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마찬가지로 보조금 영업을 수요 수단으로 내세웠으니 마치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호도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반박한다. 일부분 책임이 있다는 이들의 의견도 일견 타당하다.

사용자들은 갈 곳이 없다. 당장 오늘부터 시행하는 영업정지로 인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지난 몇 년간(아니 약 10년 간), 억울하게 피해를 당한 이들은 보상받을 길도 없다. 속된 말로 금번 보조금 대란 바로 이전에 제값 주고 스마트폰을 구매한 사람은 어디에 보상을 요청해야 하는가. 몇몇 시민단체들이 소송을 하거나, 소송을 준비 중이지만,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그들 스스로도 알고 있다. 허공 속에 흩어지는 메아리가 될 공산이 크다고.

이통사도 할말은 있다.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제대로 영업할 수 없는 현실을 꼽는다. 그 현실이라는 것을 그들 스스로 만든 것 아니냐는 질문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은 어느 정도 타협할 수 있을 듯싶다. 또한, 항상 영업정지나 과징금과 같은 제재에 따라붙는 '누가 먼저?'라는 꼬리표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상대가 먼저 시작했기에 우리도 어쩔 수 없었다"라는 변명. …판단은 미래부와 방통위의 몫이다.

반복될 수밖에 없는 현실, 정답은 어디에 있는가

일단, 금번 미래부의 45일 영업정지에 대해 이통 3사는 한 목소리를 냈다. "유감이지만, 수용하겠다"라며 모두 수용했다. 그리고 오늘 이어진 방통위의 추가 제재에 대해서도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한발 물러섰다. "유감과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이라고 밝혔지만, "시장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결과를 겸허히 받겠다는 표현이다.

하지만, 미래부와 방통위의 이번 제재가 과연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이 될 수 있을까. 이건 분명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이통 3사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을 거론한다. 미래부와 방통위도 단통법에 힘을 싣고 있는 분위기.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말기 자급제도 빼놓을 수 없다. 일부 알뜰폰에만 적용되고 있는 단말기 자급제를 이론상 가장 깨끗(?)한 제조다. 단말기 제조사는 제조와 판매를, 이통사는 서비스 제공을, 유통사는 유통을 담당한다.

지난 '1년 논의 중인 단말기 유통법, 안녕하신가요?(http://it.donga.com/17424/)'라는 기사에서 밝힌 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해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귀에 붙이면 귀걸이, 코에 붙이면 코걸이와 같은 시대착오적 제도는 더 이상 필요 없다.

이동통신 3사 로고
이동통신 3사 로고

단통법은 근 1년간 표류 중이다. 지난 12월 임시국회에 상정되면서 올해 초 가시적인 목표에 접근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국 불발됐다. 연내 시행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단통법은 논란이 제기되고 시기가 지체될수록 옷이 바뀌고 있다. 세부 조항이 상당수 변경됐다. 가장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제조사가 이통사에 제공하는 장려금 공개는 어느새 개별 제조사 공개가 아닌 전체 제조사 합계 공개로 바뀌었다. 단통법 도입 취지에 어긋난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자연스럽게 커졌다.

지난 2001년부터 이통 3사는 약 18차례에 달하는 제재를 당했다. 영업정지 기간과 과징금 규모가 조금씩 다를 뿐, 원인은 대부분 같았다. 시정 명령 불이행, 이용자 차별 등 결국 '보조금' 문제였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영업과 마케팅 관련 방패막이 속에서 똑 같은 패턴을 반복 중이다. 모두가 억울하단다. 이통사도, 사용자도, 유통업자도. 심지어 미래부와 방통위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 이게 정녕 그렇게 어려운 일이던가.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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