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대란, "영세한 업자는 죽어 나갑니다. 살려 주세요"

"보조금 대란으로 영세한 업장은 죽어 나갑니다. 살려좀주세요. 다시 같은 조건이 아니면 고객들은 휴대폰을 안바꿉니다."

지난 2월 12일, 기자는 위와 같은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같은날 오전에 작성한 'LG유플러스 뿔났다, SK텔레콤, 그러면 안돼(http://it.donga.com/17339/)' 기사에 대한 의견이시리라. 다음날, 'SK텔레콤, LG유플러스에 받아치다. 넌 안그랬냐?(http://it.donga.com/17350/)'라는 기사 작성 이후 비슷한 내용의 이메일을 몇 통 더 받았다. 연초부터 촉발한 이동통신 3사의 보조금 대란 때문에 실질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유통업자의 읍소였다.

보조금 대란
보조금 대란

일단, 상황을 짚고 넘어가자. 날짜 뒤에 따라 붙는 대란이라는 표현으로 계속되어 온 이동통신 3사의 보조금 과도 투입 경쟁에 대해 곧 미래창조과학부가 제재를 가할 모양이다. 제재 방법은 영업정지. 미래부가 이동통신 3사에 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그리고 곧 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영업정지에 맞춰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회장 안명학, 조충현, 이하 유통협회)가 오늘(27일) 성명을 내고, 영업정지 기간을 줄여 달라고 호소했다.

죄는 천도깨비가 짓고, 벼락은 고목이 맞는다

유통협회는 보조금 대란이 일어난 사태의 본질에 대해서 "이동통신사가 온라인을 통해 보조금을 무차별 살포하고, 대기업이 일부 이동통신 유통 채널에 편법적 판매 정책 등을 실행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정부가 기기변경까지 포함해 전면적으로 영업정지를 시행하면, (유통업자는) 생계에 큰 위협을 받는다"라며, "준주거상권 기준 월 매장 운영비 2,000만 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다. 방통위가 스스로 자인한 턱없이 부족한 조사인력과 시장과열 기준 일 2만 4,000건이라는 자의적 기준에 의한 영업정지처분이 소상인의 생명보다 중요하진 않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유통협회는 "장기 영업정지는 전국 약 30여 만 명에 이르는 각 이동통신 매장 근무자 고용에 대한 해고 등으로 파급돼 청년 실업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주범인 이동통신사들은 과징금, 영업정지 등의 언론 보도가 발표될 때마다 분홍빛 주가전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씁쓸하다. 요약하자면, 미래부는 보조금 대란의 주범인 이동통신사에 짧게는 45일에서 길게는 3개월 가량의 영업정지를 곧 시행할 계획이다. 분명 불법 행위가 있었으니, 그에 대한 제재는 부과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피해는 유통업자가 짊어지게 된다는 것. 특히, 유통협회는 주범인 이동통신사의 주가는 영업정지 기간에 맞물려 오히려 올라간다고 설명한다. 이걸 어디서부터 바로 잡아야 하는가.

기형적 단말기 유통 구조가 만들어 낸 '보조금'

보조금 대란이다. 명칭처럼 계속 발생하는 사건의 핵심은 '보조금'에 있다. 현재 이동통신사가 신규가입 또는 번호이동, 기기변경 시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보조금은 분명 27만 원이라는 '기준'이 있다. 그런데 이 기준이라는 것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수준이다. 같은 100만 원짜리 스마트폰의 가격이 어제는 0원, 내일은 60만 원이다. 며칠 더 기다리면 이동통신사가 60만 원을 더 얹어 줄 수도 있다. 스마트폰을 사려는데, 60만 원을 준단다.

60만 원을 받으면서 스마트폰을 개통한 사람은 마치 길 가다 돈뭉치를 주운 것처럼 기분이 좋으리라. 스마트폰도 개통하고, 꽁돈도 생기지 않았는가. 그런데, 며칠 사이에 같은 스마트폰을 60만 원에 구매한 사람은 기분이 어떨까. 분통 터질 일이다. 누구는 돈 받으면서 개통하는데, 이건 뭔가 싶을 테다. 상대적인 피해는 그래서 더 치명적이다. 이렇게 고착된 현 유통 구조는 스마트폰을 비싸게 산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 남들보다 싸게 구매하지 못하면 이제 바보가 되는 세상이다.

보조금 대란
보조금 대란

가격이 널뛰는 이유는 보조금 때문이다. 먼저, 아래 기사를 참고하자. 3편만이라도 꼭 참고하자. 이동통신사가 정한 용어가 아닌 소비자끼리 부르는 은어, 속어를 해석한 내용이다. 현 이동통신 시장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할원, 요자, 별… 이게 뭔 소리야? 휴대폰 업계 용어 정리 1편 - http://it.donga.com/12782/
"할원, 요자, 별… 이게 뭔 소리야? 휴대폰 업계 용어 정리 2편 - http://it.donga.com/12783/
"할원, 요자, 별… 이게 뭔 소리야? 휴대폰 업계 용어 정리 3편 - http://it.donga.com/12784/

위에 등장하는 용어를 어느 정도는 알아야 스마트폰을 제대로 구매할 수 있단다. 이게 '과연 제대로 구매하는 법'일까. 사실 이건 제대로 구매하는 법이 아닌, '피해를 당하지 않는 법'에 가깝다. 애초에 피해를 당할 수 있는 이 구조 자체가 잘못된 법이다.

유통업자와 구매자, 안타까운 피해자들

영업정지 때문에 생활고를 읍소하는 유통업자와 남들보다 비싸게 스마트폰을 구매했다고 바보가 된 구매자. 이들은 살려달라고 애원해야 하는 이도, 그리고 스마트폰을 잘못 구매한 바보도 아니다. 피해자들이다. 또한, 스마트폰을 싸게 구매한(혹은 덤으로 꽁돈을 받은) 사람들은 과연 이익을 본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들도 결국 피해자에 속한다.

현 보조금 대란에 미래부가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앞서 언급한 영업정지와 과징금. 그래서 유통업자는 영업정지가 아닌 과징금을 원한다. 잘못은 이동통신사가 했으니 책임도 이동통신사가 부담할 수 있는 제재 방법을 선택해달라는 의미다. 그것도 아니면, 영업정지 기간을 조금이라도 줄여달라고 간청한다. 누굴 탓할 수 있으랴. 안타까울 따름이다.

바뀌어야 한다. 그것이 단말기 유통법이든, 단말기 완전 자급제든,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미봉책이 아닌 단계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최소한, 더 이상 선의의 피해자는 없어야 한다. 다람쥐 챗바퀴마냥 제자리로 돌아오는 되돌이표는 이제 원치 않는다. 앞으로 '안타까운 피해자'라는 어이없는 단어는 사용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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