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양자 중심 슈퍼컴퓨팅 시대 예고…“올해 양자 우위 입증할 것”
[IT동아 김예지 기자] IBM이 양자 컴퓨팅의 패러다임이 실험실을 벗어나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되고 있음을 강조하며,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협력 가능성을 제시했다. IBM은 5월 19일 서울 콘래드에서 ‘IBM 아시아태평양 퀀텀 커넥트(IBM Quantum Connect APAC)’ 행사를 개최하고, 글로벌 양자 기술의 최신 동향과 산업 활용 방향을 소개했다.

이날 방한한 페트라 플로리주네(Petra Florizoone) IBM 퀀텀 글로벌 세일즈 총괄 디렉터는 양자 컴퓨팅을 산업 전반을 바꿀 ‘두 번째 양자 혁명’으로 정의했다. 기존 컴퓨팅과 AI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를 풀 수 있는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이라는 설명이다. IBM은 이 단계를 ‘양자 유용성(quantum utility)’으로 부르며, 개념 증명(PoC) 수준을 넘어 기업과 연구기관이 실제 산업에 양자 컴퓨팅을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신약·금융·소재…산업 곳곳에 스며드는 양자
최근 양자 컴퓨팅은 신약 개발, 신소재 연구, 금융 리스크 분석, 물류 및 차세대 배터리 최적화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예컨대, IBM은 생명과학·신약 개발 분야에서 클리블랜드 클리닉(Cleveland Clinic),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등과 협력해 최대 1만 2635개 원자 규모의 단백질 복합체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이는 고전 컴퓨터로는 연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불가능했던 분자 구조 시뮬레이션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사례로, 양자 컴퓨팅이 실제 과학적 난제 해결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더불어 보잉과 협력한 항공기 부식 방지 신소재 탐색,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 및 사기 탐지 등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올해 양자 우위 입증…2029년 내결함 양자 컴퓨터 목표
IBM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플랫폼을 비롯해 양자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양자 기술은 양자 유용성을 거쳐 고전 컴퓨터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연산이 가능한 ‘양자 우위(Quantum Advantage)’를 달성한 뒤, 오류 수정이 가능한 상용화 단계로 발전할 전망이다.
IBM은 이미 2023년 127큐비트 이글 프로세서로 유용한 연구 도구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으며, 올해 안으로 양자 우위를 입증할 예정이다. 나아가 오는 2029년에는 외부 환경 노이즈로 인한 오류를 스스로 감지하고 수정하는 내결함성(Fault-tolerant) 양자 컴퓨터 ‘스탈링(Starling)’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CPU·GPU·QPU의 결합, 통합이 핵심

IBM이 제시하는 미래 컴퓨팅 모델의 핵심은 통합이다. CPU, GPU, QPU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동하는 ‘양자 중심 슈퍼컴퓨팅(Quantum-centric Supercomputing)’ 구조를 목표한다. 또한 양자 컴퓨팅은 기존 인프라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유리한 영역에서 상호 보완한다. 백한희 IBM 퀀텀 디렉터는 “GPU가 초기 그래픽 용도에서 특정 연산의 강점을 바탕으로 CPU와 병용되기 시작했듯, QPU도 자연스럽게 한 시스템 안에서 쓰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통합 연구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슈퍼컴퓨터 ‘후가쿠’와 'IBM 퀀텀 시스템 2'가 연동돼 연구자들에게 통합 환경을 제공 중이며,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UIUC)와 진행 중인 HPC 통합 연구 결과도 연내 공개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연세대와 양자 스타트업 큐노바가 관련 테스트에 참여하고 있다.
한편, AI와 양자의 결합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도쿄대 연구팀은 생성형 AI 모델을 분자 구조 계산 알고리즘에 접목해 오류를 줄이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IBM은 올해 ‘AI를 위한 양자(Quantum for AI)’, ‘양자를 위한 AI(AI for Quantum)’ 양방향 연구에 집중할 방침이다. AI는 방대한 데이터의 패턴을 찾는 데 강하지만 복잡한 물리 구조 계산에는 한계가 있는 반면, 양자 컴퓨팅은 소량의 데이터로도 특정 구조 내에서 지수함수적으로 빠른 계산이 가능해 상호보완 관계를 형성한다는 분석이다.
소프트웨어·하드웨어·생태계…IBM의 3박자 전략
IBM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생태계 세 축을 동시에 구축하고 있다. 이미 하드웨어를 한국, 일본, 캐나다 등 세계 기관 및 대학에 보급했으며, 세계 개발자의 70%가 선호하는 오픈소스 개발 키트 ‘키스킷(Qiskit)’을 통해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리드하고 있다. 특히 백한희 디렉터는 “데이터 흐름 설계, 알고리즘 개발 등 통합이 함께 이뤄져야 세 종류의 프로세서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며 소프트웨어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향후에는 클라우드 환경에서 QPU를 리소스로 불러와 계산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나아가, IBM은 양자 컴퓨팅의 실질적 활용을 위해서는 기술 발전과 함께 생태계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300개 이상의 기업 및 기관과 협력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기술과 활용 사례를 동시에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양자 인프라 소프트웨어 기업 큐컨트롤(Q‑CTRL)은 IBM 퀀텀 플랫폼을 활용해 고전 컴퓨팅 대비 3000배 이상의 속도 향상을 기록했다. IBM의 ‘양자 혁신 센터’는 허브 역할을 수행하며 시스템 접근권과 인력 양성을 전방위로 지원하고 있다.
한국의 양자 생태계 현주소는?

국내에서는 연세대학교에 설치된 ‘IBM 퀀텀 시스템 원’이 연구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가동률이 70~80%에 달하며 연세대는 양자 알고리즘, 응용 연구 등을 포함해 최근 10편 이상의 주요 논문을 발표했다. IBM은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협력 가능성을 제시했다. 페트라 플로리주네 디렉터는 “양자 우위 달성을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이 필수적”이라며, “한국은 반도체, 광학 부품, RF 케이블 제조 선도국으로서 물리적 기반을 제공하고 미국은 아키텍처와 소프트웨어를 선도해 시너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구혁채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올해 초 수립한 국가 전략에 따라 2035년까지 양자 인력 1만 명, 기업 2000개 육성을 목표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며, “최근 전면 개정된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을 바탕으로 공급망 규제 개선과 국방 적용까지 포괄하는 생태계를 다지겠다”고 밝혔다.
큐비트 간 연결성 확보 기술, 극저온 냉각 인프라 안정화, 실시간 오류 수정 기술 등 양자 상용화를 위해 넘어야 할 장벽은 여전히 높다. 그러나 IBM의 로드맵이 보여주듯 난제들은 점진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자 컴퓨터는 이제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IBM은 “완벽한 기술이 도래하기만 기다리며 투자를 미루기보다는, 먼저 양자 알고리즘을 고민하고 자사의 비즈니스에 어떻게 접목할지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