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장치는 선택 아니라 필수, 소비자 시장 공급 유지할 것” 샌디스크, 고성능 저장장치 신제품 공개

[IT동아 강형석 기자]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화두는 인공지능(AI)이다.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에 속도가 붙으면서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고속 데이터 저장이 가능한 낸드 플래시(NAND Flash)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AI 데이터 활용에 필요한 저장공간 확충 경쟁 속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일부 제조사는 기업 수요에 대응하고자 개인용 스토리지 생산 비중을 줄이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시장조사기업 IDC는 세계 D램 생산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AI 가속기에 쓰이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으로 제조 역량을 집중하면서 소비자용 D램과 낸드 플래시 공급이 부족해졌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AI 데이터센터들이 2026년에 전체 고성능 메모리의 70% 이상을 소비할 것으로 추정하면서, 공급 여력이 확보되는 대로 더 많이 흡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AI가 반도체 수요를 강하게 흡수하는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PC용 고속저장장치(SSD), 카메라용 메모리카드, USB 드라이브 등 소비자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샌디스크(SanDisk)는 소비자 제품 생산을 이어가며 공급을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2025년 5월 19일, 샌디스크는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 호텔에서 신제품 공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성능·휴대용 SSD, 국제축구연맹(FIFA)과 협업한 메모리카드·저장장치 등 소비자 시장용 제품군을 선보였다.
심영철 샌디스크 코리아 본부장은 "샌디스크는 2016년 웨스턴디지털(WD)에 인수된 후 다양한 낸드 플래시 기반 저장장치 제품을 선보이다가 2025년 2월 분사됐다. 이번 행사는 샌디스크가 독립 기업으로 재출범한 이후 처음 갖는 공식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저장장치에 대한 시장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시점에 샌디스크의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데이터 저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심영철 본부장은 현재 저장장치 시장이 다양한 장비, 고성능, 크리에이터 등 세 가지로 분류된다고 짚었다. 인공지능 기술의 대중화, 고사양을 요구하는 게이밍 환경의 일반화, 스마트폰부터 드론에 이르는 다채로운 장비의 등장이 고성능 저장장치 수요를 견인한다는 이야기다.
샌디스크가 낸드 플래시와 SSD 등을 처음 제안한 개척자이자 선두 주자라는 점도 강조했다. 심영철 본부장은 "휴대폰을 처음 만든 모토로라가 오늘날 주도권을 잃었고, 개인용 컴퓨터를 만든 기업은 대다수가 모를 정도다. 반면 샌디스크는 메모리카드, SSD, USB 드라이브 등 처음 개척한 카테고리에서 지금도 선두를 유지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자넷 알가이어(Janet Allgaier) 샌디스크 소비자 제품 담당 수석 부사장이 영상을 통해 데이터 저장의 판도가 달라졌음을 전했다. 그는 "데이터 저장은 더 이상 컴퓨팅 산업의 주변 기기가 아니다. 창의성과 생산성의 핵심 요소로 자리했다"고 말했다. AI 도구가 개인 비서이자 창작 도구, 나아가 동반자로 기능하는 시대에 저장장치의 역할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메시지다.
그는 "삶은 매일 펼쳐지고, 그 순간들을 샌디스크가 담아낸다. 우리가 저장하는 것이 곧 우리가 누구인지를 보여준다. 이것들은 그저 파일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온 것들, 우리의 창작물,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이다"라며 브랜드 선언문 속 내용을 다뤘다. 감성적 접근을 전면에 내세운 이 선언은 샌디스크의 브랜드 전략이 성능·기능적 요소에서 정서적 연결로 전환됐음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된다.
WD_블루ㆍWD_블랙 등 PC용 SSD는 ‘옵티머스’ 브랜드로 재편
이날 샌디스크는 고성능·휴대용 SSD부터 피파와 협업한 메모리카드·휴대용 SSD·USB 저장장치 등을 공개했다. 모두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제품으로, 촘촘하게 나뉘는 소비자 수요를 빈틈없이 메우는 형태다.
PC 내장형 SSD는 옵티머스(Optimus) 브랜드로 출시된다. 기존 WD_블랙(WD_BLACK)과 WD_블루(WD Blue) 브랜드를 통합한 내장형 SSD 라인업이다. 기존 제품을 재구성한 이른바 리브랜딩 제품이다. 하지만 리브랜딩 과정에서 게이머·크리에이터·전문가 등 세 분류로 제품을 배치했다. M.2 NVMe(고속전송규격) 인터페이스를 채택해 데스크톱·노트북·휴대용 게이밍 PC·콘솔 게임기 등과 호환된다.

기본형은 옵티머스 브랜드를 쓴다. 기존 WD_Blue 브랜드를 계승한 이 제품군은 속도와 가격의 균형을 추구하며,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빠르고 원활한 컴퓨팅 환경을 부담 없이 갖추도록 설계됐다. WD Blue SN5100 NVMe SSD가 옵티머스 브랜드에 편입된다.
옵티머스 GX(Optimus GX)는 중급 게이밍 SSD다. 게이밍에 특화된 브랜드로 빠른 로딩 속도, 넉넉한 용량, 뛰어난 전력 효율 등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기존 WD_BLACK SN7100 NVMe SSD가 옵티머스 GX 브랜드에 편입된다.
옵티머스 GX 7100M은 휴대용 게이밍 기기와 초박형 노트북을 위해 M.2 2230 규격으로 설계됐다. PCIe 4.0 기반으로 순차 읽기 최대 7250MB/s, 쓰기 최대 6900MB/s의 속도를 낸다. 1시간 분량의 4K 고화질 영상을 수초 안에 읽고 쓸 정도다.

옵티머스 GX 프로(Optimus GX PRO)는 플래그십 SSD로 개발자·전문가·하이엔드 게이머를 위한 최고 성능을 목표로 한다. 기존 WD_BLACK SN8100 NVMe SSD가 편입되는 라인업이다. 4K 영상 편집이나 대형 언어 모델 구동처럼 저장장치에 대규모 부하를 거는 작업이 주를 이루는 사람들을 위한 선택지다.
심영철 본부장은 "옵티머스 GX는 게이밍 환경임에도 7W 수준의 낮은 전력으로 작동해 열 발생이 적고, 방열판 없이도 안정적으로 쓸 수 있다. 옵티머스 GX 프로는 성능이 더 높은 만큼 전용 방열판 장착 제품도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용 SSD도 사용 환경에 따라 세분화
샌디스크 휴대용 SSD도 세 가지 제품군으로 나뉘어 출시된다. 데이터 급증·고해상도 미디어·AI 생성 콘텐츠 등 다양한 사용 환경에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전 세대 대비 속도와 내구성을 고루 개선한 점이 차별점이다.
샌디스크 포터블 SSD(SANDISK Portable SSD)는 일반 소비자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다. 초당 1000MB의 읽기 및 쓰기 속도를 지원하며, 2m 높이의 낙하 충격을 견뎌낼 정도의 기본기를 갖췄다. 500GB·1TB·2TB 세 가지 용량으로 구성될 예정이며, 500GB 용량 제품은 2026년 하반기에 출시된다.
샌디스크 익스트림 포터블 SSD(SANDISK Extreme Portable SSD)는 주류 제품으로, 전 세대 대비 약 두 배 빠른 최대 2000MB/s의 순차 읽기 속도와 IP65 등급 방진·방수, 최대 3m 낙하 보호 성능을 갖췄다. 500GB·1TB·2TB·4TB 등 다양한 용량으로 출시되며, 500GB 용량 제품은 2026년 하반기에 별도 출시될 예정이다.

샌디스크 익스트림 프로 포터블 SSD(SANDISK Extreme PRO Portable SSD)는 전문 제작 현장을 겨냥한 플래그십 제품이다. IP65 등급 방수와 3m 낙하 보호 성능은 익스트림과 동일하나, 최대 4000MB/s의 읽기 속도로 성능을 한층 끌어올렸다. 샌디스크 측은 12K 영상과 AI 생성 콘텐츠 작업 흐름에 최적화됐다고 강조했다. 2TB·4TB·8TB 세 가지 용량으로 출시되며, 8TB만 2026년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전 세계 축구 축제 시즌 겨냥’ 피파와 협업한 저장장치 출시
샌디스크는 피파 공식 라이선스 콜렉션 제품도 함께 공개했다. USB-C 저장장치·휴대용 SSD·CF익스프레스(CFexpress) B형 메모리카드·UHS-II SD 메모리카드 등 종류도 다양하다. 각 제품에는 피파가 주최하는 축구 대회 관련 이미지와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개최국을 연상시키는 디자인 요소를 담았다.

심영철 본부장은 제품이 실용성과 기념품 가치를 동시에 겨냥했다고 설명했다. 휘슬 모양을 본뜬 USB-C 저장장치는 빠른 파일 전송을 위한 제품으로, 글로벌 에디션과 개최국별 에디션으로 나뉜다. 화려한 요소를 가미한 골드 에디션도 별도 출시됐다.
피파 라이선스를 획득한 휴대용 SSD는 최대 800MB/s의 읽기 속도로 무난한 성능을 갖췄으나, 1TB 단일 용량으로만 판매된다. CF익스프레스 B형 메모리카드와 UHS-II SD 메모리카드는 4K·8K 영상 촬영과 고속 연속 촬영을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CF익스프레스 B형 메모리카드는 256GB, UHS-II SD 메모리카드는 128GB 단일 용량으로 출시한다.

심영철 본부장은 "피파 라이선스 저장장치는 판매보다 전 세계 축구 축제에 대한 기억을 담는 그릇"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 본선 진출 기대가 가장 강한 시장인 만큼, 아시아 권역 내에서 한국에 거는 기대가 각별하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공급난 속 소비자 시장 물량은 유지할 것
신제품 공개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는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제품 공급 관련 질의가 주를 이뤘다. 이와 관련해 심영철 본부장은 "샌디스크는 다른 업체들과 달리 리테일 시장에 대한 플래시 배분 비율을 과거와 동일하게 유지 중이다"라고 밝혔다. 일부 경쟁사들이 수익률이 높은 기업 시장으로 완전히 이동하거나 소비자 시장 지원을 줄이는 동안, 샌디스크는 매년 동일한 비율로 소비자 제품 생산을 이어간다는 설명이다.
다만 소비자 시장에서 체감되는 공급 부족 현상은 샌디스크의 물량 감소가 아닌, 경쟁 브랜드들의 시장 이탈로 생긴 공백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소비자 시장 공급에 대한 강한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질의도 나왔다. 심영철 본부장은 "소비자 시장 공급을 지속 유지하겠다는 회사 최고 결정권자의 의지는 분명하다. 샌디스크가 리테일 시장에 투입하는 플래시 양은 과거와 비슷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 급등에 따른 소비자 불안과 유통 채널의 매점 가능성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심영철 본부장은 "가격은 전체 시장의 평균 가격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무한정 오를 수 없는 임계점이 분명 존재할 것이라고 봤다. 다만 구체적인 가격을 약속하는 것은 회사 차원에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 시장은 병행 수입과 해외 직구 채널이 자리 잡은 만큼, 특정 유통 업체가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는 진단도 내놓았다. 샌디스크 공식 브랜드 스토어를 통한 직접 판매가 이를 보완하며, 문제 발생 시에는 반드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WD_블랙 단종 이후 기존 제품의 사후 지원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샌디스크 제품인 만큼 지원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샌디스크 익스트림 포터블 SSD의 과거 펌웨어 문제에 대해서는 특정 운영체제 업데이트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였으나 오래전에 해소됐다고 언급했다.
포터블 SSD 라인업 일부에서 500GB 용량만 하반기에 별도 출시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심영철 본부장은 "처음에는 고용량 중심으로 기획했지만, 가격 상승과 함께 저용량 수요가 다시 살아나고 있음을 파악했다. 유통 채널의 요청을 반영해 추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피파 콜렉션 제품의 단일 용량 구성에 대해서는 전문가용 제품군이 별도로 마련된 만큼, 가능한 많은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고 설명했다. 한정 생산 특성상 재고 관리 차원의 구성으로 봐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