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te 2013] 메탈 기어 솔리드 제작자가 만든 야심작, '리퍼블리크'

안수영 syahn@itdonga.com

유니티 테크놀로지스 코리아가 유니티 게임 엔진과 게임 개발 과정 등을 소개하는 개발자 컨퍼런스 '유나이트 코리아 2013(Unity Technologies Korea)'을 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 새천년관에서 11일 개최했다. 유나이트 코리아 2013은 유니티 엔진 사용자와 게임 개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마련된 컨퍼런스로, 올해가 2회째다. 유니티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모바일 게임 시장 동향, 게임 플랫폼의 현주소, 모바일 게임 관련 개발 기술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행사 둘째날인 12일, 카모플라제이 게임 스튜디오(Camouflaj game studio)의 설립자 라이언 페이튼(Ryan Payton)이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코지마 프로덕션의 '메탈 기어 솔리드 4(MGS 4)'의 제작자로서 경력을 쌓았으며, 마이크로소프트 게임 스튜디오인 343 인더스트리스에서 '헤일로 4'를 기획했다. 현재는 게임 스튜디오인 카모플라제이를 설립해 신규 게임 '리퍼블리크(REPUBLIQUE)'를 제작했으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날 강의에서 그는 메탈 기어와 헤일, 리퍼블리크를 제작하며 느낀 경험을 소개했다.

리퍼블리크는 서바이벌 호러와 액션 요소가 결합된 아이폰, 아이패드용 iOS 게임이다. 미스터리한 연구소에 갇힌 젊은 여성 'Hope'가 추적자의 눈을 피해 탈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게임이다. 게이머들은 Hope를 구하기 위해 조명을 끄고, 전화를 도청하고, 엘리베이터를 소환하는 등의 플레이를 하게 된다.

강의가 끝난 후 라이언 페이튼을 만나 리퍼블리크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인터뷰 질의응답이다.

라이언 페이튼 사진
라이언 페이튼 사진

Q. 모바일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온라인 MMORPG와 같이 하드코어한 요소를 담고 있다. 이렇게 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A. 모바일 게임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캐주얼 게임을 위주로 개발한다. 나는 좀 다른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우선, 하드코어한 모바일 게임이 출시되길 바라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 믿고 이런 장르를 구상했다.

Q. 게임 타겟층은?

A. 리퍼블리크는 하드코어한 게임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어필할 만한 게임이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용자의 50%가 여성이었으면 한다. 사실 게임 디자인도 여성 사용자들을 염두에 두었다. 다만, 처음 게임을 접하는 여성이라면 하드코어적인 요소 때문에 게임을 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남성들이 먼저 게임을 하고 주변 여성들에게 추천해 주길 바란다.

Q. 리퍼블리크의 한국 출시는 언제인가?

A. 현재 파트너를 찾고 있다. 지금 그대로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업체를 신중하게 알아보고 있다. 아직 정확한 시기를 이야기하긴 어렵다. 다만, 한국 시장에 진출할 것이며 게임은 한글판으로도 나올 예정이다.

강연에서 리퍼블리크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
강연에서 리퍼블리크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

Q. 코지마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데, 소규모 게임 스튜디오를 차린 이유가 무엇인가?

A. 게임 제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자유다. 자유가 주어졌을 때 창의적인 게임을 만들기 더욱 수월하기 때문이다. 또한, 게임 제작 시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인디 게임 붐이 일어났던 것도 일종의 계기가 됐다. 이에 카모플라제이 스튜디오를 설립하게 됐다. 과거 코지마나 마소에 있을 때는 개발팀이 200명이 넘었다. 지금 회사 인원은 17명으로 소규모다. 과거에 비해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이 훨씬 더 자유롭고 행복하다.

Q. 게임 제작 시 가장 중요한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앞서 언급했듯이, 롱런하는 게임을 만들려면 우선 개발자에게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보수적인 회사에서 수백 억을 투입해 게임을 만든다 한들, 이 과정에서 개발자가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 게임은 롱런하기가 어렵다. 함께하는 팀원들도 중요하다. 프로페셔널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할 때 훌륭한 게임이 나올 수 있다. 물론 리더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팀원 개개인의 역량도 뛰어나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자본도 매우 중요하다. 물론 적은 예산으로도 게임을 만들 수 있겠지만 큰 비전을 가지려면 자본이 넉넉한 것이 좋다. 또한 플랫폼이 게임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경우가 매우 많다. 게임의 질도 중요하지만 어떤 플랫폼으로 출시할 것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똑같은 게임이라도 플랫폼에 따라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게임을 만드는 엔진도 빼놓을 수 없다. 원하는 게임을 만들려면 그에 적합한 엔진이 필요하다.

강연에서 유니티 엔진의 장점을 소개하는 장면
강연에서 유니티 엔진의 장점을 소개하는 장면

Q. 게임 개발 시 유니티 엔진을 주로 사용한다고 들었다. 개발자 입장에서 유니티 엔진의 장점은 무엇인가?

A. 게임 엔진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유니티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유니티는 다른 게임 엔진 대비 다루기가 쉽다. 또한 개발자가 원하는 바를 마음껏 표현하기에 적합하고, 작업 과정도 효율적이더라. 게임을 다양한 플랫폼으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Q. 스토리가 탄탄한 게임을 선호한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게임 스토리에 필요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생각해 내나?

A. 평소 바라는 점을 토대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상한다. 예를 들어 ‘인터넷 규제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다면 이것 자체도 스토리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평소 짧은 주제를 여러 가지 생각해 놓곤 한다. 또한, 탄탄한 시나리오를 만들고자 헐리우드에서 경험을 쌓은 브랜든 멀피과 함께 일하고 있다. 그가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조합해 스토리를 제작하고 있다.

라이언 페이튼과 유니티 CEO 데이빗 헬가슨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사진
라이언 페이튼과 유니티 CEO 데이빗 헬가슨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사진

Q. 좋아하는 게임이 있나?

A. '다크 소울', '바이오 쇼크', '킬러7'와 같이 스토리가 탄탄하고 세계관이 방대한 게임을 좋아한다. 한국 게임 중에서는 '아이온'을, 콘솔 게임 중에서는 '나인티 나인 나이츠'를 좋아한다. 다만, 한국 게임은 시간과 노력을 많이 요하는 게임들이 많아 아직 다양하게 해 보지 못했다. 시간이 있다면 한국 게임들을 좀 더 즐겨보고 싶다.

Q. 한국 게임 시장을 보며 느낀 바가 있다면?

A. 한국을 보며 느낀 점이 많다. 지난 몇 년 동안 한국 게임의 다양성, 기획력, 디자인이 많이 향상됐다. 또한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제작되고 있다. 향후 한국 게임이 미국이나 일본 콘텐츠처럼 전체 게임 시장의 다양성을 넓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Q. 개발을 꿈꾸는 신인이나 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A. 게임을 제작할 때 전 세계에 출시할 것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일본에서 일을 하며 메탈 기어가 국내(일본) 시장에만 집중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전 세계에서 성공을 거두기가 어려웠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게임을 알리려면 시야를 넓게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Q. 향후 계획에 대해 소개해 달라

A. 우선 리퍼블리크가 잘 되길 바라고 있다. 향후 출시하고 싶은 게임이 3개 가량 있지만 아직 아이디어 단계에 있다. 장기적으로 양질의 게임들을 많이 만들어 사용자들에게 기쁨을 주고 회사를 키우고 싶다.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양질의 게임을 다수 제작하고 싶다. 또한 손가락 하나만을 이용해도 충분히 플레이할 수 있도록 모바일과 같이 터치 기반의 기기에 게임을 구현하고자 한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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