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년세대의 발견] 3. 청년예산 30조, 돈은 청년의 ‘언제’에 들어가는가
※ 서울시 미래청년기획관을 역임한 김철희 연세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의 연재(5회)를 통해, AI 시대 우리 청년들의 현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봅니다. 청년이 처한 환경과 그들의 선택을 살피고, 예산의 쓰임과 문제를 알고도 정책을 바꾸기 어려운 구조도 짚으며, 현장 경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정부·지역·대학·기업의 책임과 실행 가능한 해법을 찾아봅니다. 본문 의견과 방향 등은 IT동아의 편집 기조와 다를 수 있습니다.
1부 - 대학 졸업은 사회 출발이 아니다 (https://it.donga.com/109732/)
2부 - 문제는 청년이 아니다 - 그들의 과거·현재·미래에서 다시 보다 (https://it.donga.com/109816/)
3부 - 청년예산 30조, 돈은 청년의 ‘언제’에 들어가는가
4부 - 문제를 알아도 왜 바꾸기 어려운가 —청년정책의 ‘외통수’
5부 - 청년의 사회 첫출발, 누가 언제 무엇을 책임해야 하나
[IT동아]
대학생들이 반려동물용 구강 스프레이를 팔아보겠다고 미국 시장을 두드렸다. 두 달 가까이 지난 뒤, 이들에게 구매의향서를 보내온 곳은 중동의 한 ‘낙타경주팀’이었다.
서울시 ‘서울영커리언스 챌린지(서영커)’에서 기업의 해외 판로를 찾는 과제를 맡은 학생들이다. 미국 시장은 큰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다.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걸어도 답이 거의 없었다. 이렇게 첫 시도가 막힌 후에도 서울시와 운영진은 학생들이 멘토와 의논하고 다른 시장을 찾아볼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들은 (반려동물이 아닌) 경주용 동물로 눈을 돌렸고, 현지 팀에 직접 제품을 제안했다.
만약 구매의향서를 받지 못했다면, 두 달에 걸쳐 지출된 이 ‘청년예산’은 과연 제 몫을 한 것일까? 필자는 그렇다고 본다.
이 학생들이 다음 학기 시장조사 강의에 들어간다고 생각해 보자. 교수가 ‘목표 고객’을 설명할 때, 이들에게는 교재를 펼치기 전부터 풀고 싶은 문제가 있을 것이다. ‘같은 제품을 두고 왜 미국의 반려동물인들은 답이 없었고, 중동의 경주팀이 관심을 보였을까’라는 것.
그들은 자신이 보낸 제안서를 다시 읽으면서, 강의에서 배운 내용을 어디에 써볼지도 고민하게 된다. 고객을 찾는 일이 적성에 맞는다면 다음 학기에 좀더 수강할 과목을 고를 수도 있다. 혹은 다른 일에 마음이 간다면 진로를 바꿔볼 여지도 생긴다. 이미 ‘경험’한 덕분이다.

청년예산 30조 원... 졸업 전 ‘경험’을 위한 예산은 얼마
그렇다면 재학 중인 청년들이 이 ‘경험’을 얻도록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예산을 얼마나 마련했을까.
올해 2026년 중앙정부 청년정책 시행계획은 389개 과제, 29조 9,771억 원 규모다. 주거에 약 12조 6000억 원, 교육·직업훈련에 7조 6000억 원, 일자리에 6조 2000억 원을 편성했다. 금융·복지·문화에 약 3조 4000억 원, 참여·기반에 약 2,300억 원이 뒤를 잇는다.
청년기본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청년의 능력을 키울 교육환경을 마련할 책무를 두고 있다. 동일한 대학생을 위한 지원이라도 그 쓰임은 다르다. 서울시가 조례에 따라 학자금대출 이자를 지원하면 학생은 이자 지출 부담을 덜 수 있다. 기업의 과제를 맡아 멘토와 함께 일할 기회가 생기면, 학생은 그 분야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미리 경험할 수 있다.
필자는 정부의 389개 과제를 지원 시점과 쓰임에 따라 다시 살폈다. 청년이 훈련을 받거나 현장에서 직접 일해볼 기회에 얼마가 배정됐을지 확인했다. 추정컨대, 전체 계획예산의 11.6%다. 그런 기회를 졸업 전 사회 진입을 준비하는 시기에 제공하는 몫은 전체 예산을 기준으로 3.1%다.

위 표는 필자가 추정한 수치로, 각 비율의 분모는 '389개 과제의 전체 계획예산'이다. 3.1% 예산은 'A' 쓰임에 포함된다. 다섯 항목의 총 합은 99.9%(반올림값)다.
청년이 아직 모르는 기회는 누가 찾을까
기업이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채용 공고만 보고 파악하기 쉽지 않다. ‘해외 영업’이라는 업무와 ‘제품이 필요할 고객을 찾아 직접 제안하는 일’ 사이에는 간극이 멀다. 즉 일의 구체적인 형태를 알아야 청년들도 도전할지, 혹은 무엇부터 배워야 할지 판단할 수 있다.
‘서영커’를 준비할 때 서울시와 운영진은 기업에 어떤 문제를 풀고 싶은 지부터 우선 확인했다. 지원 청년이 잡무만 담당하고 끝나지 않도록, 실제 맡을 과제를 기업과 함께 정리했다. 청년은 기업과 담당 과제를 살펴보고 지원할 곳을 선택했고, 기업은 함께 일할 청년을 직접 선발했다.
이런 기회가 출신 대학에 따라 다르게 제공되면 곤란하다. 광역지자체는 각 대학이 만나기 어려운 기업을 찾아, 학년별 관심 분야에 맞는 일을 발굴할 수 있다. 그럼 기업은 학생에게 수행 과제를 배정하고 처리 결과를 함께 분석한다. 대학은 경험의 결과를 수업과 학점으로 연결한다. 정부는 이를 운영할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대학을 든든히 뒷받침하면 된다. 청년들이 대학 1학년부터 기업 현장을 둘러보고, 관심 분야에 프로젝트 또는 인턴십 등으로 도전하며 자기 길을 그려볼 수 있게 된다.
졸업 후 구직기간이 길어지는 청년에게도 적절한 지원이 닿아야 한다. 생활비를 벌며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에게, 첫 제안이 거절된 뒤 다른 고객을 찾아볼 두 달은 훨씬 큰 부담이다. 필자가 3.1%를 아쉽게 보는 이유다.
청년들이 학교 재학 중일 때 원하는 분야의 일을 경험해보고, 실패해도 다시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그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나와 스스로 일과 삶을 꾸려갈 힘은 그렇게 길러진다.

김철희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객원교수/행정학 박사)
정당, 국회·대통령비서실과 서울시에서 30여년간 정책 형성부터 입법, 행정집행까지 경험한 공공정책 전문가.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정치행정론을 강의하며, 정책의 구조적 문제와 국가정책의 실행력을 연구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기자 (munch@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