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공지능이 바꾸는 신입의 일…기업은 숙련자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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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인공지능(AI) ‘클로드(Claude)’의 개발사 앤트로픽(Anthropic)은 지난 10월 16일(이하 현지시각) 자사 채용과 업무 방식의 변화를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기술직 채용 규모는 늘었지만, 기술직 신규 채용에서 초급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초 27%에서 올해 6월 9%로 낮아졌다. 반면 IBM은 올해 미국 내 초급 인력 채용을 세 배로 늘릴 계획을 밝혔다. 사업과 성장 단계가 다른 두 회사의 선택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묻지 않을 수 없다. AI가 신입의 일을 맡으면, 몇 년 뒤 기업에 필요한 판단력은 어디서 길러낼 것인가?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올해 8월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과 낮은 직종의 22~25세 고용을 비교했다.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에서는 청년 고용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이들 직종의 청년 고용은 노출도가 낮은 직종과 같은 추세를 따랐을 때 예상되는 수준보다 19% 적었다. 경력자 고용에서는 이런 격차가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은행 오삼일·오영식 연구진도 국민연금 가입자 자료에서 비슷한 흐름을 확인했다. 올해 6월까지 4년간 줄어든 청년 일자리 28만 5000개 가운데 약 94%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 몰려 있었다. 다만 경기 상황과 기업의 채용 방식도 영향을 주므로, 이를 모두 AI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국내 회계업계에서도 신입의 취업 문턱은 높아졌다. 지난해 9월 기준 4대 회계법인의 신입 채용 규모는 약 800명으로 전년보다 약 6% 줄었다. 여기에는 업황 부진과 회계사 선발 인원 증가의 영향이 컸다는 평이 많다. 그럼에도 회계업계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증빙 대조나 감사조서 작성처럼 신입이 맡아 온 일은 AI 활용이 빠르게 늘고 있는 영역이면서도, 회계사가 판단력을 익혀 온 수련 과정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살펴야 할 것은 신입 채용 규모만이 아니다. 신입의 일을 AI에 맡겨 당장의 효율을 높이는 선택이 장기적으로 필요한 전문가를 길러내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칠지 따져 봐야 한다.
신입은 일을 하면서 배운다. 보고서 한 장을 만들면서 어떤 자료를 믿을지 판단하고, 숫자가 어긋난 이유를 찾는다. 고객이 실제로 궁금해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배운다. 물론 업무 처리만 놓고 보면 경력자에게 AI를 제공해 생산성을 높이는 선택이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일을 AI가 대신하고 신입은 완성된 결과물만 받아보게 되면, 이런 판단을 연습할 기회가 줄어든다.
전문성은 실제 업무에 참여하고 책임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자란다. 학습 연구자 진 레이브(Jean Lave)와 에티엔 웽거(Etienne Wenger)는 이러한 학습 과정을 ‘정당한 주변적 참여(Legitimate peripheral participation)’로 설명했다. 처음에는 작은 일을 맡더라도 선배가 어떤 근거로 결정하고 예외를 처리하는지 곁에서 보며, 맡는 범위를 조금씩 넓혀 간다. 모든 잡무가 배움은 아니다. 그러나 초급 업무의 일부는 전문가로 가는 첫 계단이었다. 그 계단이 사라진다면 필요한 숙련을 쌓을 다른 길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병원 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UC 샌타바버라의 매트 빈(Matt Beane) 교수가 경영학 학술지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숙련된 의사가 로봇을 직접 조종하면서 전공의의 실질적인 수술 참여 기회가 줄었다. 일부 전공의는 공식 수련 밖에서 연습 기회를 찾는 ‘그림자 학습’으로 숙련을 쌓았다. 일하는 방식이 바뀌면 배우는 방식도 새로 짜야 한다는 뜻이다.
AI로 일을 마치는 것과 그 일을 몸에 익히는 것은 다르다. 앤트로픽 연구진은 주니어 개발자 중심의 52명을 무작위로 나눠 낯선 프로그래밍 도구를 배우게 했다. AI의 도움을 받은 집단은 AI 없이 치른 이해도 평가에서 유의하게 낮은 점수를 받았다. 작업 시간 단축 효과는 통계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장기 숙련을 확인한 실험은 아니지만, AI를 쓰면서 배울 틈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경고로는 충분하다.
경영전략의 자원기반관점에서 제이 바니(Jay Barney)가 강조한 것은 '가치 있고 희소하며 모방과 대체가 어려운 자원'이다. 널리 보급된 AI 도구만으로 이런 우위를 얻기는 어렵다. 자사 데이터와 고객에 대한 이해, 축적된 업무 지식 등을 AI와 결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경쟁사도 똑같은 AI를 쓴다. 차이는 같은 답을 보고 우리 회사에 맞는 선택을 골라내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이 능력을 가진 사람을 확보하고 다음 세대로 이어가는 일은 경영진이 챙겨야 할 투자다.
앤트로픽에서도 기술직 채용 평가에 자율성과 판단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IBM의 니클 라모로(Nickle LaMoreaux) 최고인사책임자는 초급 인재에 투자하지 않으면 3~5년 뒤 인재 공급 경로가 마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신입의 직무와 학습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IBM은 초급 직무에서 분석과 문제 해결, AI 결과물의 품질과 편향 검증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초보자에게 검수 책임만 맡겨서는 곤란하다. 기준 답안과 검토 지침, 과거 오류 사례가 필요하다. AI가 초안을 쓰면 신입이 근거를 확인해 수정 이유를 설명하고, 선배가 피드백을 주는 방식이다. 이때 정답을 맞혔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어떤 자료를 신뢰했고 무엇을 추가로 확인했는지 물어야 한다. 숙련이 쌓이면 검토 범위와 책임을 넓힐 수 있다. 선배의 ‘빨간펜’이 결과뿐 아니라 판단 과정에도 닿아야 한다.
둘째, 학습 가치가 큰 경험을 골라 남겨야 한다. 핵심 역량과 맞닿은 업무만큼은 AI에 바로 넘기지 말고, 신입이 직접 하거나 시뮬레이션으로 겪어 보게 해야 한다. 예컨대 과거의 고객 불만이나 거래 오류를 놓고 신입이 먼저 원인과 대응안을 작성한 뒤, AI의 제안과 실제 처리 결과를 비교하게 하는 식이다. 속도는 AI에 맡기되, 판단 연습은 사람 몫으로 남겨 두자는 것이다.
셋째, 가르치는 기여를 평가와 보상에 반영해야 한다. 선배에게 당장의 처리량만 요구하면 후배 육성은 밀리기 쉽다. 후배가 독립적으로 일하기까지 걸린 시간, 오류와 재작업의 감소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교육 시간을 늘리는 것만으로 성과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 인재 육성도 성과를 확인하며 조정하는 투자다.
신입 채용의 적정 규모는 기업마다 다르다. AI 활용과 경력직 채용을 늘리는 것도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다만 신규 채용과 내부 육성, 기존 직원의 재교육과 직무 전환, 외부 영입의 비용을 비교해야 한다. 외부에서 데려온 경력자도 회사 고유의 고객과 업무 방식을 익힐 시간이 필요하다. 내부에서 후배를 이끌 사람이 줄어들면 교육 부담이 소수에게 쏠릴 수 있고, 핵심 인력의 이탈에도 취약해질 수 있다. 채용 비용뿐 아니라 적응 기간과 지식 전수에 드는 비용까지 계산에 넣어야 한다. 이 계산을 빼면, 지금 아낀 인건비를 몇 년 뒤 더 비싼 경력직 채용으로 치를 수 있다.
AI가 가져간 것이 오늘의 업무뿐인지, 내일의 숙련을 기르던 과정까지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AI의 답이 우리 회사에 맞는지 가려내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아내는 판단력은 결국 조직 안에서 자란다. 그 능력을 길러내는 조직이 장기 경쟁력을 가진다.

황한솔 교수는 서울시립대에서 이학사, 고려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한양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에서 경영지원과 신사업 개발 업무를 담당했으며, 현재 성균관대 응용AI융합학부에서 AI융합운영전공 주임교수를 맡고 있다. 한국인사조직학회 총괄상임이사와 한국경영인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조직인사와 리더십, 잡 크래프팅, 피플 애널리틱스, AI를 주요 연구 분야로 삼고 있다. 2023년 한국갤럽박사학위논문상과 2025년 성균관대 티칭 어워드(SKKU Teaching Award)를 받았다.
정리 / IT동아 차주경 기자 (racingcar@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