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해운 현장 효율 높이는 AI 개발···부산 항해사 출신이 모두의 창업에 도전한 이유

[IT동아 박귀임 기자] 자동차운반선(PCTC) 항해사로 3년간 바다에서 일한 뒤 서울대 대학원에서 AI 최적화 기술을 연구한 청년이 대국민 창업 오디션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이하 모두의 창업)'에 도전하고 있다. 김종해 주식회사 새벽바다 대표다. 그는 현장 경험과 연구 성과를 해운 현장의 효율을 높이는 사업으로 키우려고 자신의 고향이자 해양수도를 지향하는 부산에 터를 잡았다.

김종해 새벽바다 대표 / 출처=IT동아
김종해 새벽바다 대표 / 출처=IT동아

김종해 대표는 항차·적재·탄소 영향을 함께 비교해 운항 의사결정을 돕는 AI 솔루션 '노스 보이지(NOS Voyage)'로 1차 모두의 창업에 지원했고, 멘토기관인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부산창경)의 도움으로 사업 모델을 다듬어 왔다. 김종해 대표를 만나 모두의 창업에 임하는 각오와 향후 비전을 들어봤다.

해양 분야로 모두의 창업 3라운드까지 통과

김종해 대표는 모두의 창업 일반 기술 트랙에서 해양 분야 도전자로 3라운드를 통과했다. 우리나라는 수출입 화물 대부분을 바닷길로 실어 나르는 해운 강국이다. 국내 최대 항만도시인 부산은 선사와 선박관리회사, 조선·해양 기업, 교육·연구기관이 모여 있어 현장의 문제를 이해하고 검증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하지만 해운 현장에서는 운항 계획부터 입항 준비까지 사람이 직접 자료를 모으고 확인하는 일이 여전히 많다. 김종해 대표가 모두의 창업에 지원한 것도 이 현장의 효율을 높이는 사업을 부산에서 키우기 위해서다.

지난 6월 1차 모두의 창업 1라운드에서 최종 선발된 김종해 대표는 단발성 연구나 개인 프로젝트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제품 개발과 고객 검증, 투자 유치, 장기 연구개발을 지속할 사업 주체가 필요하다고 보고 이후 새벽바다를 설립했다.

1차 모두의 창업 부산 지역오디션에서 발표하는 김종해 새벽바다 대표 / 출처=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1차 모두의 창업 부산 지역오디션에서 발표하는 김종해 새벽바다 대표 / 출처=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모두의 창업 과정에서 김종해 대표를 곁에서 도운 곳은 멘토기관인 부산창경이다. 김종해 대표는 부산창경의 멘토링으로 사업모델과 고객 정의, 핵심 기능, 수익구조, 성장 방향을 하나씩 다시 점검했다. 넓게 시작하려던 계획을 틈새시장 진입 후 확장으로 바꿨고, 설명할 기능도 최대 3개로 압축했다. 알고리즘 자체에 집중하던 데서 누가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 쓰는 제품인지부터 고민하게 됐다.

김종해 대표는 "창업지원기관의 역할은 자금과 교육을 넘어 초기 기업이 고객과 기술 전문가, 투자자와 이어지도록 돕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 네트워크를 활용해 현장 검증과 공동 연구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항해사에서 연구자로, 다시 창업가로

김종해 대표는 한국해양대 해사글로벌학부 1기 졸업 후 2019년 7월부터 3년여간 선박관리회사 윌헴슨쉽매니지먼트코리아에서 PCTC 항해사로 근무했다. 당시 현장을 겪으며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고 느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고착된 만큼 개선이 이뤄지기도 어렵다고 생각했다. 현장의 경험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이를 바꾸려면 더 깊은 연구와 학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김종해 대표는 2023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석사과정에 진학해 AI 기반 최적화 기술을 연구했고, 2025년 8월 졸업했다. 대륙 간 운항 자동차운반선의 항로와 3차원 적재를 함께 푸는 알고리즘 연구로 SCI·KCI 논문을 포함해 국내외 논문 6편을 1저자로 냈고, 항차·적재·환경 규제·연료를 통합 고려하는 운항 계획 최적화 시스템으로 특허도 출원했다.

김종해 새벽바다 대표 / 출처=IT동아
김종해 새벽바다 대표 / 출처=IT동아

김종해 대표는 이 연구로 2025년 12월 ‘2025 물류산업진흥 컨퍼런스' 논문공모전에서 최우수상(국토교통부 장관상)을 받았다. 항차계획과 적재계획을 통합 최적화하고, 실제 운항 데이터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연료비 절감과 탄소배출 저감 효과를 검증한 점이 평가받았다. 해외 대학 박사 과정 진학을 제안받기도 했지만 창업을 택했다. 그 이유에 대해 김종해 대표는 "배움은 언제든 할 수 있지만 위험을 감수하는 창업은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흩어진 데이터를 하나의 흐름으로

김종해 대표가 본 해운 현장의 문제는 '흩어진 정보'다. 메일, PDF, 엑셀에 나뉜 업무 정보를 사람이 모아 확인하고 항차 계획·적재 계획·ESG 대응은 각기 다른 툴과 부서에서 처리한다. 새벽바다는 이를 데이터 정리, 우선순위 판단, 현장 실행의 순서로 풀어 간다는 구상이다.

노스 보이지는 항로·적재·속도·연료 사용을 시나리오별로 검토하고, 도착 예정 시간(ETA)·운항비용·탄소 영향을 함께 비교한다. 화면에서는 균형형·저비용·저탄소 등 여러 안을 나란히 보고, 운항 목적에 맞는 선택 근거까지 확인할 수 있다. 김종해 대표는 항차·적재·ESG를 동시에 푸는 일이 계산 복잡도 측면에서 NP-hard 문제라고 설명하며 "단일 최적화는 통합 최적화를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클릭 한 번에 수 초 만에 A·B·C안과 근거가 나오고, 지정학적 위험이나 기상 악화 등 불확실성이 커져 기항지나 항로를 급격하게 변경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복잡한 전체 선단 계획 최적화를 즉시 다시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가 결정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가 더 많은 대안을 빠르게 비교해 직접 고르도록 돕는 도구라는 점도 내세웠다.

김종해 새벽바다 대표가 모두의 창업 아이템으로 낸 노스 보이지와 노스 레디니스 / 출처=새벽바다
김종해 새벽바다 대표가 모두의 창업 아이템으로 낸 노스 보이지와 노스 레디니스 / 출처=새벽바다

새벽바다는 입항 전 업무를 미리 정리해 주는 '노스 레디니스(NOS Readiness)'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노스 레디니스는 메일·PDF·엑셀에 흩어진 자료에서 미완료 업무와 우선 처리 항목을 찾아 선박별 입항 준비 리스크를 점수로 보여준다. 항만국통제(PSC) 수검, 보급, 수리 등 진행 상태를 확인하고 담당자·마감일별 우선순위도 관리한다. 선박·육상·외부업체가 나눠 하던 소통을 링크 하나로 모아 출항정지 위험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새벽바다는 향후 센서·드론·로봇을 연결해 점검·정비 등 위험 업무의 자동화로 넓혀 간다는 방침이다.

기본은 무료로…국내에서 검증해 해외로

새벽바다는 '노스(NOS, Nautical Operation System)'라는 체계로 제품을 묶고 있다. 기존 선박관리시스템(PMS) 류는 도입비가 최소 4000만 원 수준이지만 노스 보이지는 웹 기반이라 설치비 없이 링크 하나로 시작할 수 있다. 기존 툴을 대체하지 않고 상위 레이어로 얹어 연동하는 방식이라 도입 부담도 낮췄다. 고객은 규모와 관계없이 선박관리사와 선주사다. 기본 기능은 무료로, 고급 기능은 월 구독(Pro) 모델이다.

다만 해운업계의 신뢰를 얻는 일이 관건이다. 김종해 대표는 "노스 보이지와 노스 레디니스를 도입하면 '내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면서도 "본질은 일자리 대체가 아닌 AI 기반의 기술 혁신을 통해 해운 산업 전반의 비용을 최적화하고 구성원 모두가 새로운 기술에 도전하며 함께 성장하는 문화로 체질을 바꾸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해 새벽바다 대표 / 출처=IT동아
김종해 새벽바다 대표 / 출처=IT동아

연구와 개발은 노스 보이지가 먼저 시작했지만, 상용화는 노스 레디니스가 앞선다. 해운 현장에서 고객이 접근하기 쉬운 제품부터 선보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노스 레디니스와 노스 보이지는 MVP를 먼저 공개하고, 사용자 검증을 이어갈 계획이다. PoC(개념검증)도 병행한다. 선종은 적재 계획이 가장 어려운 자동차운반선과 컨테이너선에서 시작해 벌크선, 유조선 순으로 넓힌다. 김종해 대표는 "국내 해운 시스템과 문화를 혁신하고, 부산 현장에서 검증한 한국형 해운 솔루션으로 해외까지 가겠다"고 말했다.

사명에도 그 포부가 담겨 있다. 새벽바다는 조부가 지어준 김종해 대표의 이름을 순우리말로 풀어 쓴 것이다. 김종해 대표는 해외에 나갈 때는 가장 한국적인 이름이 통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영문 브랜드명은 '던시(DawnSea)'다.

이제 11월 열릴 1차 모두의 창업 4라운드(권역 오디션)와 그 너머의 최종 무대가 남았다. 김종해 대표는 "모두의 창업에서 1위를 해서 해양수도 부산과 해운업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해운 현장에서 출발한 기술이 우리 일상과 산업을 떠받치는 바닷길의 가치를 다시 보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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