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어려운 발효 관리, 기술·데이터로 접근' 토스터즈, 미국 투자 문 열었다

[동국대 캠퍼스타운 x IT동아] 서울 캠퍼스타운 사업의 일환으로,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이 IT동아와 함께 ‘2026년 스케일업 D.코리아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동국대 캠퍼스타운과 IT동아는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타트업들이 진행 중인 사업 전반을 소개하고,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합니다. 이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도전하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를 연결해 도우려 합니다.

[IT동아 박귀임 기자] 발효는 인류가 오랫동안 활용해 온 식품 가공 기술이다. 하지만 실제로 발효 식품을 만들 때는 온도와 시간, 재료 상태, 주변 환경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빵도 마찬가지다. 집에서 사워도우를 굽는 사람은 빵을 부풀리는 효모와 유산균 덩어리인 발효종(스타터)을 쓰기 가장 좋은 때를 맞추기 어렵다. 발효종이 이미 최고 상태를 지나 버리거나 덜 부풀어서 베이킹 계획을 미루는 일도 있다.

배기쁨 토스터즈 대표 / 출처=IT동아
배기쁨 토스터즈 대표 / 출처=IT동아

주식회사 토스터즈(Toasterz)는 이러한 발효의 불확실성을 데이터와 기술로 풀기 위해 나섰다. 정밀한 발효 환경 제어 기술과 데이터 기반 발효 예측 기술을 개발해 숙련자의 경험과 감각에 의존하던 발효를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7년간 사워도우 구우며 발효 문제 직면

배기쁨 토스터즈 대표는 약 7년간 사워도우 베이킹을 취미로 즐겨 왔다. 처음에는 좋은 빵을 직접 만들어 먹고 싶다는 단순한 관심이었다. 하지만 오래 구울수록 같은 문제가 되풀이됐다. 원하는 시간에 맞춰 발효 결과를 얻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원인은 발효종이 살아 있는 미생물이라는 데 있었다. 밀가루와 물로 키운 발효종은 미생물 활동에 따라 속도와 상태가 달라진다. 같은 방식으로 관리해도 주변 온도와 발효종 상태가 다르면 결과가 갈린다. 먹이를 주는 시점과 양, 관리 이력도 영향을 준다. 그래서 사용자에게는 상당한 경험과 노하우가 요구된다.

직장 생활과 베이킹을 병행하자 이 불확실성은 더 크게 다가왔다. 배기쁨 대표는 "퇴근 후 저녁에 빵을 만들고 싶어도 발효종이 이미 최적의 상태를 지나 있거나, 반대로 아직 충분히 발효되지 않아 계획했던 일정을 바꿔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사람이 발효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발효를 사람의 생활에 맞출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이 생겼다.

토스터즈가 개발한 사워프렌즈 / 출처=IT동아
토스터즈가 개발한 사워프렌즈 / 출처=IT동아

시장에 이미 나온 제품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발효 환경을 따뜻하게 유지하거나 일정한 온도로 맞춰 주는 제품은 있지만, 사용자가 정말 궁금한 것은 현재 온도가 아니라 '내 발효종을 언제 쓰면 가장 좋은가'였다.

배기쁨 대표는 식품공학이나 미생물학을 전공하지 않았다. 대신 오랫동안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개발하며 '새로운 기술을 직접 발명하는 것만큼이나 실제 사용자가 겪는 문제를 발견하고 적절한 기술을 연결해 해결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배기쁨 대표가 발효를 식품과학만의 문제로 보지 않고 온도 제어 기술과 센서, 소프트웨어, 데이터 분석을 결합해 풀 수 있는 문제로 접근한 이유다.

온도 유지 넘어 예측까지···생산량·가격은 과제

토스터즈의 대표 제품 '사워프렌즈(SourFriend)'는 발효종의 온도와 발효 환경을 관리하는 스마트 발효 관리 기기다.

사워프렌즈로 발효하는 모습 / 출처=토스터즈
사워프렌즈로 발효하는 모습 / 출처=토스터즈

차별점은 세 가지다. 첫째 냉각과 가열을 모두 쓰는 정밀 제어다. 가열 중심의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주변이 더운 여름에도 발효 속도를 조절할 수 있게 설계했다. 둘째 기기와 앱의 연결이다. 온도를 설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발효 시간과 온도, 먹이 주는 비율을 앱에 기록하고 분석한다. 셋째 데이터 기반 예측이다. 같은 온도에서도 발효종 상태와 관리 이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만큼 실제 사용 환경에서 쌓인 데이터로 이 차이를 학습해 최적의 시점을 예측한다. 배기쁨 대표는 "사용자가 발효 과정을 계속 관찰하고 기다리는 대신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보다 예측 가능하게 베이킹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다만 제품을 만들고 알리는 과정에서 한계도 드러났다. 우선 생산량이다. 초기 투자도, 크라우드펀딩 모금도 충분하지 않아 대량 생산 비용을 마련하지 못한 토스터즈는 3D 프린터로 찍은 부품을 직접 조립하는 방식을 택했다. 국내에는 3D 프린팅 제품을 조립해 주는 공장이 없어 팀원들이 수작업으로 밤을 새워 가며 한 달에 30~40대를 만드는 것이 한계였다. 이 사례는 한국 3D프린팅 협회에서 모범 사례로 소개됐지만, 제품 판매를 크게 늘리기는 어려운 방식이었다.

가격 역시 토즈터즈에게는 과제다. 사워프렌즈는 수작업으로 만드는 만큼 고가라 사워도우를 처음 시작하는 이에게 진입장벽이 된다. 미국 시장에서는 선물하기에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를 반영해 토스터즈는 가격과 사용 부담을 낮춘 '사워팟(SourPot)'을 개발하고 있다. 처음부터 금형으로 설계했을 뿐만 아니라 부품 수를 사워프렌즈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이에 가격을 크게 낮추는 것이 목표다.

배기쁨 토스터즈 대표가 사워프렌즈를 작동하는 모습 / 출처=IT동아
배기쁨 토스터즈 대표가 사워프렌즈를 작동하는 모습 / 출처=IT동아

마지막으로 기능에 대한 요구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모든 사용자가 온도 조절까지 원하지는 않았던 것. 일부 사용자는 "예측만 해 주면 그 시간에 맞춰 돌아오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토스터즈는 반죽 안팎의 온도를 재서 발효가 끝나는 시점을 알려 주는 블루투스 온도계 '사워픽(SourPick)'을 개발, 올해 말 출시를 앞두고 있다. 반대로 빵집 같은 사업장은 20L·40L 대용량 제품을 요청하지만 제품이 클수록 금형 제작비와 배송비, 그리고 해외 수출 비용이 크게 늘어 대용량 '사워박스(SourBox)'의 출시는 계속 밀리고 있다.

스케일업 프로그램 참여 후 미국 투자자와 연결

배기쁨 대표는 여러 고민이 교차할 때 동국대 캠퍼스타운에서 제공하는 스케일업 D.코리아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스케일업 프로그램에 지원할 무렵 토스터즈는 기존 제품 개선과 신제품 출시를 동시에 하느라 눈앞의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배기쁨 대표는 "사업을 운영하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순간은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상태에 놓였을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가장 큰 고민도 자원이나 역량 부족이라기보다, 빠르게 달리는 중에 생기는 전략적 사각지대를 찾아 메우는 일이었다.

이번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고른 이유는 단순한 홍보 지원이 아니라, 기업의 현재 상태를 진단하고 다음 성장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스케일업 프로그램은 올해 7~8월경 시작해 언론 특강, 기업별 컨설팅 진단, 진단에 맞춘 멘토링 연결, 성과를 알리는 홍보 순으로 이어졌다.

스케일업 프로그램 참여 후 가장 큰 변화는 투자를 바라보는 시야였다. 배기쁨 대표는 "창업이 처음이라 시야가 좁아 미국에서 투자를 받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국내에서는 투자자들이 정부 R&D 사업과 연결되는지, 국가가 정한 기술 분야에 해당하는지를 주로 물었는데, 제품을 만드느라 여력이 없어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이는 투자 유치가 더 어려워진 원인이기도 했다.

토스터즈는 기기와 발효 데이터를 연결하는 앱도 개발했다 / 출처=토스터즈
토스터즈는 기기와 발효 데이터를 연결하는 앱도 개발했다 / 출처=토스터즈

토스터즈는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확장과 투자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다. 배기쁨 대표는 "미국 법인이 동부에 있어 '동부에도 한국 시장에 관심 있는 투자자가 있을까'가 고민이었는데, 동부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미국인 투자자를 소개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투자자는 서부가 IT 중심의 고난도 기술에 강한 반면, 동부는 소비 시장이 크고 생물학·미생물학 분야의 대학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활발하다고 조언했다"면서 "한국과 미국은 투자 설명 자료를 쓰는 방식이 아예 다르다는 점도 이때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배기쁨 대표는 투자자에게 핵심 가설을 검증받았다. 투자자는 토스터즈의 데이터 가치도 짚었다. 대형 밀가루 업체들은 발효 데이터를 주로 실험실에서 얻는다. 토스터즈는 실제 사용자 주방에서 쌓인 데이터로 알고리즘을 만든다는 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데이터로 기업 가치를 높인 글로벌 기업에 빗대는 평가도 받았다.

이외에 발효 연구에 관심 있는 미국 대학들도 투자자로부터 소개받았다. 배기쁨 대표는 2026년 선정된 정부 R&D 과제를 국내 연구에만 쓰지 않고 국제 기술 협력으로 넓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와도 연결됐다. 배기쁨 대표는 "팀원 대부분이 외국인인데도 국내 시장 중심으로만 움직였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지금까지 쌓은 성과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다음 성장을 위한 우선순위를 정리할 수 있게 된 것이 프로그램 전후의 가장 큰 변화"라고 밝혔다.

요거트·막걸리까지 넓히는 발효 플랫폼 기대

토스터즈의 다음 목표는 빵을 넘어선다. 배기쁨 대표는 “'진짜 주방의 데이터'를 활용해 건강한 발효 식생활(장 건강, Gut Health)을 실현하도록 돕는 기업”을 꿈꾼다고 강조했다.

토스터즈가 출시 예정인 샤워팟(위)과 샤워픽(아래) / 출처=토스터즈
토스터즈가 출시 예정인 샤워팟(위)과 샤워픽(아래) / 출처=토스터즈

단기 계획은 올해 말 사워팟과 사워픽을 출시한 후 제품 접근성을 넓히는 것이다. 2027년부터는 요거트와 막걸리 등으로 서비스를 넓힌다. 새 기기를 따로 만들기보다 앱에 레시피를 추가하는 방식이 중심이다. 요거트와 막걸리 수요를 확인 후 방향을 정한 것이다. 다만 새 레시피는 정부 R&D 과제로 직접 연구해야 하고 빵 분야가 안정된 뒤 진행하는 만큼 일정은 달라질 수 있다.

경쟁 환경도 달라지고 있다. 해외 대형 가전 기업의 자회사가 대형 밀가루 업체와 손잡고 비슷한 제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배기쁨 대표는 이를 위협보다 시장이 커진다는 신호로 본다. 해당 제품은 하드웨어 위주여서 앱과 데이터를 연결하는 능력은 아직 약하다는 것이 배기쁨 대표의 판단이다.

토스터즈의 궁극적 목표는 기기와 앱, 발효 데이터를 연결해 누구나 일상에서 건강한 발효 식생활을 실천하도록 돕는 글로벌 푸드테크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발효를 사람의 생활에 맞추겠다는 이들의 도전이 어떤 결실로 이어질지 지켜볼 만하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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