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치료·제조까지···AI로 더 확장하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IT동아 박귀임 기자] 글로벌 스타트업 박람회 '넥스트라이즈 2026(NextRise 2026)'이 6월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에서 열린 가운데 540여 개 스타트업이 모여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다. 이 중 헬스케어와 바이오를 다루는 스타트업만 40여 개가 자리했다. 대부분 헬스케어와 인공지능(AI)의 결합을 내세웠는데, 단순한 키워드가 아닌 구체적인 사업 모델로 눈길을 끌었다.

넥스트라이즈 2026에는 헬스케어 바이오를 다루는 스타트업 40여 개가 참가했다 / 출처=IT동아
넥스트라이즈 2026에는 헬스케어 바이오를 다루는 스타트업 40여 개가 참가했다 / 출처=IT동아

전시장을 한바퀴 돌아보니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그리는 그림은 뚜렷했다. 치료는 알약에서 소프트웨어로, 진단은 병원에서 일상의 디바이스로, 제조는 표준화에서 개인 맞춤으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가 두드러졌다. 무엇보다 AI를 앞세운 부스가 많았지만 식상하다는 반응은 찾기 어려웠다. AI가 헬스케어의 수식어가 아니라 기본값이 된 현장이었다.

문턱 낮추는 AI 진단·예측

보행분석 의료기기 스타트업 에이트스튜디오가 소개한 '메디스텝(Medistep)'은 모바일 카메라 기반의 마커리스(Markerless) 보행분석 솔루션이다. 별도의 센서나 마커 부착 없이 아이패드와 전용 스탠드 마운트만으로 보행을 분석하는 1등급 의료기기로, 혁신제품 및 NET(New Excellent Technology) 인증을 획득했다.

사용 방식은 간단하다. 정보 입력 후 촬영하면 결과가 나오는 3단계로 구성돼 있다. 담당자에 따르면 검사부터 분석까지 1분 정도 소요된다. AI가 마커리스 모션인식(Pose Estimate AI) 기술로 영상을 자동 분석해 보행속도·보폭·보행 주기·관절 각도 등 40여 개 지표를 담은 상세 리포트를 자동 생성한다. 이미지 1장이 아닌 연속된 영상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정확도를 높였으며, 해외 골드 스탠다드 장비와 비교해도 95% 수준의 정확도를 확보했다는 것이 담당자의 설명이다.

에이트스튜디오가 소개한 메디스텝 / 출처=IT동아
에이트스튜디오가 소개한 메디스텝 / 출처=IT동아

하드웨어는 M4 칩 탑재 아이패드 에어(iPad Air)와 13인치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동작분석기 '메디스텝 M(Medistep M)' 모델이 주력이다. 정면·측면 보행검사 2종과 SPPB(보행·균형·의자 일어나기) 검사를 기기 하나로 수행하는 올인원 구성이 특징이다. ISO 및 CE 인증도 획득해 신뢰도를 높인다.

박신기 에이트스튜디오 대표는 "수억 원대 모션캡처카메라 기술을 아이패드 한대에 담아냈다"며 "병원에서만 하던 고가의 보행 검사를 보건소, 노인복지관, 야외 현장 어디서든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 7개 이상 대학병원에 도입됐으며, 10곳 이상의 연구기관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홍콩, 싱가포르,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등 5개국 수출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AI 기반 의료기기 기업 메디팜소프트의 주력 제품군은 심전도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심방세동과 부정맥 발생 위험을 최대 12개월 치로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담당자에 따르면 국내 경쟁 제품 대부분이 최대 3개월 예측에 머무는 것과 대비된다. 심방세동은 뇌졸중·심부전·심근경색 등 중증 심혈관 합병증과 밀접하게 연관된 만큼 조기 예측의 임상적 의미가 크다.

핵심 소프트웨어 제품은 'PAPS(PQRST AFIB Possible Statistics)'다. 국내 최초로 12개월 이내 심방세동 발생 위험지수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80만 명 환자의 210만 장 심전도 데이터로 학습한 XAI(설명 가능한 AI) 기반 알고리즘을 탑재했다. 심방세동 예측 점수에 638개의 기여변수 근거를 제시해 의료진과 환자의 신뢰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또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도 제공돼 전 세계 어디서나 활용 가능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메디팜소프트가 선보인 제품들 / 출처=IT동아
메디팜소프트가 선보인 제품들 / 출처=IT동아

하드웨어 라인업도 선보였다. 패치형 홀터 심전계 '카디아이(CAI) 300'은 6-리드(Lead) 패치형으로 최대 14일 연속 심전도를 기록하며, 13종 부정맥 질환을 자동 판독한다. 특히 한국보건의료연구원으로부터 신의료기술로 지정돼 비급여 처방이 가능하다. 담당자는 "국내에서 신의료기술 지정을 받은 기업이 10년간 60개 안팎에 불과하다"면서 자사의 기술 희소성을 강조했다.

개인 맞춤까지 자동화하는 디지털 제조 두각

리얼티쓰는 치과 기공소 운영 경험에서 출발한 덴탈테크 스타트업이다. 창업 4년차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본사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200평 규모의 스마트 공장을 직접 운영하며 보철물을 제작한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대량의 고품질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자동설계 솔루션을 개발했다.

리얼티쓰가 개발한 AI 자동설계 솔루션 / 출처=IT동아
리얼티쓰가 개발한 AI 자동설계 솔루션 / 출처=IT동아

핵심은 속도와 정확도다. 치과 기공사가 CAD 툴로 20~30분씩 디자인해야 했던 보철물 설계 작업 시간을을 원클릭으로 단축했다. 담당자에 따르면 복잡한 CAD 설계 없이 웹 브라우저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SaaS 방식으로 AI 설계부터 임상데이터 확인 및 정밀 피팅, 그리고 즉시 출력까지 이어지는 워크플로우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처리한다.

전진훈 리얼티쓰 대표는 “AI 기반 치과 보철 솔루션의 성능은 학습 데이터의 품질과 현장 적용성에 크게 좌우된다”며 “품질 좋은 임상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될수록 AI 생성 결과와 학습 정확도 역시 고도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얼티쓰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에게 적용된 보철 사례를 학습에 반영해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솔루션은 로그인만 하면 전 세계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구조라 글로벌 확장에도 유리하다. 현재 베타 테스트가 진행 중이며 미국, 유럽, 싱가포르에서도 테스트를 병행하고 있다. 국내외 상표권 등록도 완료한 가운데 올해 하반기 정식 서비스 오픈을 목표로 한다.

약 없이 진단·관리까지, 디지털 헬스케어 선보여

인지건강 AI 스타트업 에이블테라퓨틱스는 청각이 아닌 언어에서 치매의 단서를 찾는다. 2021년 설립한 이 스타트업의 주력 솔루션은 '스픽(Speak to pick out dementia, SPICK)'이다. SPICK은 별도 기기 없이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음성데이터 AI 분석 기반 인지 건강 검사 서비스다. 사용자가 주어진 문항에 음성으로 답변하면 AI가 이를 분석해 정상·경도인지장애(MCI)·알츠하이머를 선별한다. 말하기 과제 완료 후 버튼 하나로 결과가 30초 이내에 나온다. 알아차리기 어려운 인지장애 초기 단계의 음성 변화도 정교한 AI 알고리즘으로 감지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진단 정확도는 경도인지장애와 초기 치매를 포함한 인지장애 민감도 85.7%로, 기존 선별검사 도구를 대폭 상회한다고 담당자는 밝혔다.

에이블테라퓨틱스 부스를 찾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 출처=IT동아
에이블테라퓨틱스 부스를 찾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 출처=IT동아

데이터 기반도 탄탄하다. 11개 대학병원과 함께 2년간 1300여 명의 임상 환자로부터 1만 2000여 개의 음성데이터를 확보했다. 국내·미국·대만·중국 특허 등록과 의료기기 GMP 인증, GS 1등급 역시 획득했다. 현재 식약처 확증임상시험을 완료하고 디지털 의료기기 제조허가(3등급)를 취득했다.

서비스는 용도와 환경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5분의 짧은 질의응답으로 대규모 선별에 적합한 '스픽 헬스Lite', 10분 질의응답으로 일상 속 인지건강 관리에 최적화된 '스픽 헬스', 15분 질의응답으로 식약처 확증임상시험을 거친 의료기관용 '스픽 메디컬'이다. 배포 형태도 앱 설치형, SaaS형, 보이스 봇형(ARS·AI 스피커 연동) 세 가지를 지원해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도 음성 문답만으로 검사가 가능하다. 여기에 앱·웹·AI 전화 세 가지 버전으로 운영되며, 헬스케어 버전은 2023년부터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납품처는 시니어센터, 스마트경로당 등이다.

특히 눈에 띄는 사례는 지난해 경기도 부천시 의료취약계층 노인 3000여 명을 대상으로 AI 전화를 진행해 치매 및 인지장애 확진자 44명을 발굴한 프로젝트다. 김형준 에이블테라퓨틱스 대표는 "이 모델을 규격화하면 부천시 외 다른 지자체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면서 "의료기기 버전은 EMR(전자의무기록)과 연동하는 방식으로 오는 8~9월 병원 서비스 개시가 목표"라고 전했다.

헬스케어 외연 넓어지다

부스 전시를 더 넓게 살펴보면 단순 진단 및 치료 기술을 넘어 AI 결합, 디지털치료기기, 웨어러블 인터페이스 분야로 헬스케어 영역이 빠르게 확장되는 흐름이 읽혔다. 에이아이 메드텍은 임상유전학과 AI 기반 진단 솔루션을 결합했고, 에이아이매진 케어는 혈액 도말 형태학 전체를 AI로 분석하는 차세대 플랫폼을 내놓았다. 핏슬로스는 GLP-1 연계 처방에 AI를 더한 비만 디지털 치료제를, 메디버는 통증 치료용 전자약과 에스테틱 의료기기를 함께 다뤘다. 티알의 경우 독자적 호흡기 분석 기술과 AI를 결합해 질환을 진단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숨만 쉬면 진단이 가능하다는 점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넥스트라이즈 2026의 헬스케어·바이오 전시관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AI였다 / 출처=IT동아
넥스트라이즈 2026의 헬스케어·바이오 전시관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AI였다 / 출처=IT동아

티아이 인텔리전스는 신경 재활을 위한 AI 기반 뇌·컴퓨터 인터스페이스(BCI) 웨어러블로 이번 넥스트라이즈 어워즈 2026 인터네셔널 이노베이터상을 받았다. 아이픽셀은 AI 기반 재활·운동관리 플랫폼을, 헬스허브는 클라우드·AI 기반 의료영상 원격판독 플랫폼을 각각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서 헬스케어 부스를 둘러본 한 관람객은 "AI가 헬스케어의 기본이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과거에는 AI가 차별화 포인트였다면, 이제는 AI 없이 어떻게 다른가가 진짜 질문이 된 셈이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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