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펫푸드 소비자 불신, 글로벌 인증으로 극복한다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30대 직장인 이 모 씨는 10년 동안 반려견을 키우며 지금까지 한 수입산 브랜드 제품만 급여하고 있다. 동물병원에서 강아지를 분양받을 때 해당 브랜드 제품을 추천받았고, 굳이 바꿀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중에는 더 저렴한 국산 제품도 많지만 저렴한 만큼 품질이나 안정성에도 문제가 있을 거란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국내 반려동물 가구 증가로 펫푸드 산업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자 중소 업체들은 물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기존 식품 대기업까지 펫푸드 시장에 신규 진입하거나 비중을 높이는 추세다. 하지만 시장을 선점한 수입산 브랜드들의 높은 점유율, 소비자들의 수입산 브랜드 선호 현상은 넘어야 할 장벽이다.

출처=엔바토 엘리먼트
출처=엔바토 엘리먼트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국내 펫푸드 시장에서 수입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금액 기준으로 70% 수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높은 점유율을 지닌 수입산 브랜드는 펫샵, 동물병원을 중심으로 한 탄탄한 영업망을 갖추고 있어, 분양 때부터 이들의 추천에 따라 해당 브랜드를 급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국산 사료는 품질이나 위생, 안전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인식도 수입산 사료 선호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수입산 선호 현상은 프리미엄 브랜드 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품질이나 안전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일수록 수입산을 더 선호한다는 의미다.

이미 높은 인지도를 지니고 있고, 자체 전용 생산 공장을 마련할 여력이 있는 기존 식품 대기업들은 그나마 이런 인식으로부터 자유롭다. 2014년 일찌감치 펫푸드 사업에 진출한 동원F&B나 2017년 진출한 하림이 대표적이다.

후발주자임에도 국내 펫푸드 시장 점유율 10위 권에 안착한 하림. 출처=하림펫푸드
후발주자임에도 국내 펫푸드 시장 점유율 10위 권에 안착한 하림. 출처=하림펫푸드

시장조체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동원F&B는 고양이 습식 사료 부문에서 강세를 나타내며 지난 2021년 고양이 사료 시장에서 점유율 4위에 올랐으며, ‘더리얼’ 브랜드를 앞세운 하림은 같은 해 반려견 시장에서 7위, 반려묘 시장에선 6위를 차지했다.

중소영세업체들이나 스타트업은 사정이 다르다. 자체 생산 설비가 없는 이상 OEM(주문자 부착 상표)이나 ODM(생산자 개발) 같은 위탁생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국내 위탁생산 제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그리 좋지 않다. 해썹(HACCP,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과 같은 최소한의 위생 기준도 지키지 않는 일부 불량업체들과 이들에 의한 식품사고 피해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반려동물 사료와 가축 사료를 구분하지 않고 같은 법령으로 관리한다. 출처=엔바토 엘리먼트
국내에서는 반려동물 사료와 가축 사료를 구분하지 않고 같은 법령으로 관리한다. 출처=엔바토 엘리먼트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질 낮은 위탁생산 업체가 일부 존재하는 건 해외에 비해 반려동물 사료 관련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반려동물 사료를 가축 사료와 구분해 안정 및 위생 관리 의무를 명시한 미국, 일본 등과 달리 국내에서는 가축 중심의 사료관리법이 반려동물 사료까지 포괄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반려동물에 특화된 사료관리법령 제정안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아직 이를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어 실제 제도 개선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펫푸드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엄격한 기준을 내세우며 소비자 불안을 불식시키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은 부실한 국내 법규나 인증 제도의 대안으로 해외 기준과 인증 제도에 주목한다.

해조류 기반 펫푸드 스타트업 PSF 또한 위탁생산 업체 선정에 해외 수준의 높은 기준을 충족하는지, 관련 인증을 갖췄는지를 중점적으로 고려해 최근 바우와우코리아와 손을 잡았다.

반려동물 식품 제조기업 중 최초로 국제식품안전협회의 SQF 인증을 받은 바우와우코리아의 생산 설비. 출처=바우와우코리아
반려동물 식품 제조기업 중 최초로 국제식품안전협회의 SQF 인증을 받은 바우와우코리아의 생산 설비. 출처=바우와우코리아

지난해 매출 145억 원을 기록한 바우와우 코리아는 국내 반려동물 식품 제조기업 중 최초로 SQF(안전품질식품) 인증을 받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SQF는 국제식품안전협회(GFSI)의 식품 안전 및 품질 인증 제도로, 바우와우 코리아가 받은 인증은 SQF 인증 중에서도 최상위 등급인 SQF 레벨3에 해당한다. SQF 레벨3를 받으려면 HACCP 수준의 식품 안전과 더불어 품질과 이를 위한 경영 관리까지 갖춰야 한다. 바우와우코리아 관계자는 “수출 비중도 높은 만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에 맞는 안전과 품질 관리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바우와우코리아는 일반 건식 사료와 더불어 반습식 사료, 반려동물용 베이커리와 같은 다양한 제품군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PSF는 현재 바우와우 코리아와 함께 반려견을 위한 치석 제거 껌(덴탈껌)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PSF의 해조류 추출 아미노산 복합체(ACOM-P)를 첨가해 기호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반려견 체급에 맞춰 크기를 달리하고, 일반 껌 외 발포 껌 형태로도 준비할 계획이다. 발포 껌은 절단면에 공기 구멍이 있어 좀 더 치석 제거 효과가 좀 더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해조류 기반 펫푸드 스타트업 PSF의 반려동물용 간식 제품군. 출처=PSF
해조류 기반 펫푸드 스타트업 PSF의 반려동물용 간식 제품군. 출처=PSF

PSF 관계자는 “반려동물에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목표를 글로벌 기준에 맞는 안전과 품질 기준을 갖춘 바우와우코리아와의 협력으로 달성할 수 있게 됐다”면서 “오는 4월 초까지 반려견 덴탈껌을 시작으로 추후 반려동물용 쿠키, 저키 등 제품들도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도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급여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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