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적 데이터 넘어 '실사용자 접점'으로… 업스테이지가 다음을 인수한 진짜 이유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포털사이트 ‘다음(Daum)’의 운영사 AXZ가 사명을 ‘다음’으로 변경한다. 다음은 2015년 ‘다음커뮤니케이션’으로 설립돼 2014년 카카오가 인수했고 2025년에 카카오의 자회사인 ‘AXZ’로 분리 운영을 시작했다. 그러다 2026년 1월, 업스테이지가 포털사이트 ‘다음’을 인수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해 4개월 간 실사를 진행했고 지난 5월에 업스테이지가 카카오의 AXZ 지분 100%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AXZ를 업스테이지에 편입했다. 이어서 7월 27일에는 다음의 운영사 AXZ를 다시 한번 ‘주식회사 다음’으로 사명을 변경함으로써 기업의 정체성 확립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업스테이지는 올해 5월 공식적으로 포털사이트 다음을 인수헀다 / 출처=업스테이지
업스테이지는 올해 5월 공식적으로 포털사이트 다음을 인수헀다 / 출처=업스테이지

다음은 올해로 창립 31년 차를 맞는 만큼 우리 국민 대다수가 익숙한 포털 사이트다. 1995년부터 검색, 뉴스, 메일, 카페 등의 서비스를 통해 대한민국의 인터넷 역사와 함께했으나 2002년 이메일 유료화 시도로 주요 이용자층이 네이버로 이탈하며 점유율을 크게 잃었다. 그나마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이전인 2010년대 까지는 30%대 이용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2026년 현재 점유율은 1%~3%대에 불과하다.

한편 업스테이지는 2020년 네이버 클로바 AI 리더 출신인 김성훈 대표가 설립한 AI 스타트업이며, 솔라(Solar) 대형언어모델을 비롯해 다양한 AI 구축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이재명 정부의 역점 사업 중 하나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사업에 주요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솔라 오픈 100B, 솔라 오픈 2 등 초대형 언어기반 모델을 제작 중이다. 그렇다면 왜 AI 기업인 업스테이지가 점유율 1%대의 다음을 전격 인수하고 나선 것일까?

업스테이지, AI 성능 고도화 위해 이용자 확보 나서


신한DS AISP 마켓플레이스와 업스테이지 AI 모델 / 출처=업스테이지
신한DS AISP 마켓플레이스와 업스테이지 AI 모델 / 출처=업스테이지

그간 업스테이지의 사업 구조는 기업용(B2B) AI 설루션 공급 중급이 중심이었으며, 이는 광범위한 데이터 확보 및 일반 사용자 모집이 어려운 구조다. 사용자층이 기업 고객으로 한정되고, 제작된 모델을 외부의 다른 환경에 적용하거나 사용할 수도 없다. 또한 주요 데이터도 내부의 특정 조건에서만 쓰이니 개발 중인 범용 모델을 고도화하거나 학습하는데 쓸 수도 없다. 기업 고객만으로는 범용 모델의 수준을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한편 최근 AI 발전의 흐름은 데이터를 수집해 모델을 고도화하는 단계를 넘어 최대한 많은 사용자로부터 실제 사용자 환경에서 발생하는 실시간 검색 로그와 답변 선호도 데이터를 통해 더 첨예하게 가다듬는 방향으로 발전 중이다. 최신 트렌드나 작업 맥락 등을 수많은 사람들이 입력하고, 사용자들이 직접 AI 에이전트를 알게 모르게 사용하며 개선 방향을 잡으면서 모델의 완성도를 높여나가는 것이다.


타임리 AI의 실행 화면. 노코드 기반이어서 사용자가 자연어와 템플릿 기반으로 AI 모델을 만들 수 있다 / 출처=업스테이지
타임리 AI의 실행 화면. 노코드 기반이어서 사용자가 자연어와 템플릿 기반으로 AI 모델을 만들 수 있다 / 출처=업스테이지

즉 30여 년간 축적된 다음의 데이터보다도 에이전트 AI 플랫폼이 융합된 차세대 AI 포털로의 전환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다. 이에 대한 준비작업으로 업스테이지는 올해 6월 생성형 AI 다중 이용 플랫폼 및 노코드 기반의 AI 에이전트 구축 플랫폼 타임리를 전격 인수했다. 타임리는 다양한 대형언어모델을 활용해 프롬프트, 문서변환, 이미지 변환 등의 작업 등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우며, 이미 전국 지방자치단체 및 교육기관 등 10만 명 이상의 고객을 통해 서비스 활용도를 입증한 상황이다.

타임리의 AI 워크스페이스를 살펴보면 LLM을 직접 조합해 업무에 최적화된 AI 에이전트 구축은 물론 프롬프트 한 줄로 업무용 문서를 만들거나, 문서를 입력해서 새로운 양식을 만들거나, 외부에서 활용 중인 다양한 서비스를 타임리 AI 서비스와 연동하는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다음 플랫폼 상에서 업스테이지 솔라로 구동되는 타임리의 노코드 플랫폼을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에이전트 실행 데이터와 실시간 사용자 의견까지 듣는 구조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AI 성능 경쟁, 데이터와 트래픽 없이는 상한선 명백해


퍼플렉시티는 코멧 브라우저를 바탕으로 이용자 접점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출처=퍼플렉시티
퍼플렉시티는 코멧 브라우저를 바탕으로 이용자 접점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출처=퍼플렉시티

글로벌 프런티어 AI 기업들도 광범위한 이용자 접점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퍼플렉시티는 자체 AI 기반 브라우저인 코멧을 공개하며 이용자층 확보를 노렸고, 오픈 AI 역시 같은 이유로 에이전트 AI를 내장한 챗GPT 아틀라스를 공개했다. 퍼플렉시티의 경우 지난해 8월 구글 측에 크롬 브라우저를 345억 달러(약 49조 9000억 원)에 현금 인수하겠다는 제안까지 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웹브라우저인 엣지와 검색 포털 빙, 윈도우 운영체제 전반에 코파일럿 기능을 이식했고, 구글 역시 크롬 브라우저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물론 애플 제품 등에도 제미나이를 제공하는 등 이용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xAI 역시 소셜미디어 X를 450억 달러(약 65조 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업스테이지는 최근 다음 포털사이트에 AI 요약을 제공하는 업데이트를 시작하며 차세대 AI 포털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 출처=업스테이지
업스테이지는 최근 다음 포털사이트에 AI 요약을 제공하는 업데이트를 시작하며 차세대 AI 포털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 출처=업스테이지

업스테이지가 다음을 인수한 이유도 글로벌 AI 기업들의 움직임과 같은 맥락이다. 네이버와 비교해 규모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네이버, 구글에 이어 국내 3위 포털 사업자며 주간 활성 이용자수는 1000만 명, 모바일 앱 기준으로도 월간 사용자 수가 약 800만 명 정도에 이른다. 이미 업스테이지는 다음 포털 검색에 적용된 AI 프리뷰 기능을 통해 트렌드 이슈, 금융, 엔터테인먼트, 건강, 사전, 일반 라이프스타일 등 여섯 가지 항목에 대한 LLM 솔라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고, 퓨리오사AI와 세레브라스 반도체를 연동하는 등 다각적인 서비스에 착수하며 차세대 AI 포털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핵심은 데이터 활용 넘어 에이전트 AI용 테스트베드 꿈꾼다

세계적인 컴퓨터 과학자 일리야 수츠케버는 2012년부터 2020년까지는 AI를 연구하는 시대였고, 2020년에서 2025년까지는 규모를 확대하는 스케일링의 시대로 봤다. 하지만 2025년을 기점으로 데이터와 컴퓨팅을 더 투입하면 성능이 올라가는 시대는 저물고 있으며 더 큰 컴퓨터 역량을 가지고 연구하는 시대라고 말한다. 또한 과거에 비해 비행기 사고율이 극적으로 낮아지고, 리눅스에서 버그를 찾기 어려워진 이유를 시스템이 현실 세계에 배포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제 AI는 광활한 데이터를 다시 한번 연구의 시대로 접어듬과 동시에 현실 세계에서 가다듬어져야 한다.


최근 오픈AI는 개발자들의 코딩 작업 효율을 더 높이기 위한 하드웨어 ‘코덱스 마이크로’를 공개했다. 업계에서는 키보드의 활용 자체 보다도 AI 기업이 하드웨어를 시작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 / 출처=오픈AI
최근 오픈AI는 개발자들의 코딩 작업 효율을 더 높이기 위한 하드웨어 ‘코덱스 마이크로’를 공개했다. 업계에서는 키보드의 활용 자체 보다도 AI 기업이 하드웨어를 시작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 / 출처=오픈AI

제조, 의료, 법률 등 특정 현장의 시스템에 밀착되는 버티컬 AI 기업들을 제외한 일반 범용 AI, 빅테크 AI는 필연적으로 얕지만 넓은 사용자 접점이 필요하다. 실제 현장에서 테스트되지 않는 AI는 장기적으로 살아남기가 어렵다. 오픈AI가 AI 하드웨어 개발에 투자하거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강력한 파트너십을 맺으려 하는 이유도 결국은 장기적인 생존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스테이지의 다음 인수 역시 같은 글로벌 빅테크의 플랫폼 인수와 같은 논리로 보면 되며 장기적으로 사업을 고도화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보면 된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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