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료 넘어 AI 진단까지"…이오하모니, 특수동물 통해 건강한 생태계 그린다 [농업이 IT(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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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박귀임 기자]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은 사료 제품 하나가 아니라 특수동물과 사육자, 그리고 환경부터 기술까지 조화롭게 연결되는 건강한 생태계입니다."
식용곤충 기반 사료로 시작해 AI 진단 플랫폼까지, 불모지와 같았던 국내 특수동물 시장의 표준을 만들어가는 스타트업이 있다. 파충류, 양서류 등 이른바 특수동물 사육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주목받고 있는 이오하모니다.

이오하모니는 단순히 사료를 파는 스타트업이 아니다. 사료 사업에서 축적한 급여·사육 데이터를 기반으로 배변을 활용한 비침습 AI 진단 서비스까지 준비하며 '특수동물의 건강한 삶을 설계하는 회사'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신이수, 이정오 이오하모니 공동대표를 만나 창업 배경부터 글로벌 확장 전략까지 짚어봤다.
현장 감각과 인허가 전문성 결합
이오하모니는 2022년 고등학교 동창인 신이수, 이정오 공동대표가 의기투합해 창업했다. 이정오 대표는 오랫동안 파충류 사육 현장에서 실제 개체를 관찰하며 시장의 불편을 체감해온 현장 전문가였고, 신이수 대표는 식약처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원료·안전관리·인허가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왔다.
신이수 대표는 "'왜 아직도 해외 사료 의존도가 높고, 공급이 끊길 때마다 사육자들이 불안해야 하는지, 해외 사료에 이슈가 있어도 대체할 제품이 없는지' 이 문제의식이 창업의 출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정오 대표의 사육 현장 감각과 신이수 대표의 제도·안전 기준에 대한 전문성이 결합하면 특수동물 시장에서 더 나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사명 '이오하모니(EOHarmony)'는 본질에 충실하다는 의미의 'Essential'과 자연 방식으로 생산된 것을 뜻하는 ‘Organics’의 합성어로, 특수동물·사육자·환경·기술이 조화롭게 연결되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담았다. 대표 브랜드 '바이탈밀(VitalMeal)'은 개체의 생명력과 컨디션을 지탱하는 한 끼라는 뜻으로, 단순히 잘 먹는 사료를 넘어 꾸준히 급여했을 때 건강 상태까지 개선되는 영양 솔루션이 되겠다는 지향을 반영했다.
현재 이모하모니는 8종의 파충류용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신이수 대표는 "사료 제조 기반 역량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수많은 테스트를 거치면서 제품을 완성해 나갔다. 피드백을 받아 배합하는 과정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오 대표는 "향후 양서류나 절지류 등 특수동물 범주를 아우르는 제품 라인업을 갖추는 것이 목표"라면서 "뱀과 거미 사료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자체 생산부터 HACCP까지 "법적 최소 기준보다 시장 신뢰 중요"
이오하모니는 초반 사료의 원료가 되는 식용 귀뚜라미를 외주(OEM) 대신 자체 사육·생산하는 방식을 택했다. 신이수 대표는 "파충류는 종별로 영양 요구가 크게 다르고 작은 차이에도 컨디션 변화가 나타난다"며 "직접 농가를 방문해보니 환경에 따라 귀뚜라미의 맛, 향, 색이 달랐다. 일관성있게 체계화된 표준 프로세스를 갖춰야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원료 단계부터 직접 관리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OEM이 초기 생산 효율 면에서는 유리하지만 원료 기준과 배합 철학, 기호성 테스트를 세밀하게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제는 동일한 프로세스를 적용한 OEM을 통해 품질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사료(Feed) 등급'이 아닌 '식품(Food) 등급' 원료를 사용하고, 원료 입고부터 생산·포장·유통까지 전 공정에 해썹(HACCP) 기준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신이수 대표는 "법적으로 가능한 최소 기준보다 시장에서 신뢰받을 수 있는 최대 기준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표준화가 덜 된 특수동물 사료 시장에서 오히려 더 엄격한 기준을 앞장서 적용해야 산업 전체의 신뢰도가 올라갈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쉽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사료를 유통할 때는 HACCP이 필요 없기 때문에 전례가 없었던 것. 신이수 대표는 "기존 HACCP 평가 항목이 우리 제품과 맞지 않았다. 심사 담당자도 사료는 다른 영역이라 함께 논의하면서 만들어갔다. 기존 항목에서 대체할만한 것들을 찾아 설득하는 과정이 길고 어려웠다"면서 "HACCP은 빠르면 2개월 이내 받기도 하는데, 우리는 7개월 정도 걸렸다. 유럽 수출에 필수 요소라 더 신경써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곤충 함량을 높이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비결로는 자체 생산을 통한 중간 유통 구조 축소와 원료·제조 공정을 처음부터 특수동물용으로 최적화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인 점을 꼽았다. 이정오 대표는 "3년 이상 임상 테스트를 진행했다. 잘 먹는 사료가 아니라 지속 급여했을 때 컨디션과 배변, 성장 흐름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사료가 좋은 사료라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특정 종에 특화된 제품과 범용 제품으로 라인업을 세분화했다"고 밝혔다.
사료 회사가 AI 진단 플랫폼에 뛰어든 이유
이오하모니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사료 사업에서 한발 더 나아가 AI 기반 건강 진단·모니터링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이수 대표는 "무엇을 먹이느냐만큼 중요한 것이 개체가 실제로 어떤 상태인가였다"며 "특수동물은 외형만으로 건강 상태를 판단하기 어렵다. 종별 차이도 크다. 결국 그동안 사육자의 경험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았다"고 특수동물 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이오하모니는 배변을 활용한 비침습 진단 방식을 택했다. 채혈이나 강한 핸들링 없이 반복적으로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야 실제 사육 현장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시약 스트립 반응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해 AI가 색상을 분석하는 방식인데, 기술적으로는 조명·카메라 기종·촬영 각도·배변 상태에 따라 색 편차가 크게 발생하는 점이 가장 큰 난제였다. 이정오 대표는 “핵심은 단순한 이미지 판독이 아니라, 현장 환경이 달라도 신뢰도 있는 데이터를 뽑아내는 보정 로직과 학습 데이터 축적”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오하모니는 pH, 단백질, 칼슘 3종을 측정하고 있다. 향후 소화·흡수 상태, 탈수 경향, 미네랄 밸런스, 장 건강 관련 지표 등으로 측정 항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항목 확장보다 우선순위로 두는 것은 종별로 의미 있는 기준값을 먼저 축적하는 일이다. 이정오 대표는 "유의미한 결과에 대한 빠른 사업화보다, 정확한 해석이 가능한 플랫폼으로 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 진단 모델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고려대학교와 AI 기반 디지털헬스케어 연구 협력 MOU도 체결했다. 이오하모니는 세종테크노파크 내 자체 연구실에서 크레스티드 게코(뉴칼레도니아 게코)의 질병·성별·사이즈별 그룹 개체의 배변을 수집·기록하고, 현장 데이터와 제품 개발 경험 및 영양 관련 실무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고려대학교 측은 제공받은 시료를 고성능 액체크로마토그래피(HPLC) 등 정밀 장비로 정량 분석한다. 양측은 건강지표 개발과 AI 기반 진단·모니터링을 넘어 기술이전과 공동 지식재산권(IP) 확보까지 이어지는 협력 체계를 지향하고 있다.
해외에 이미 반려동물 대상 체외진단 서비스가 있다. 이오하모니만의 차별점에 대해 신이수 대표는 "특수동물 중에서도 종별 편차가 큰 파충류·양서류 시장에 맞춰 영양 데이터와 건강 모니터링을 결합한 모델은 아직 매우 드물다"고 답했다. 이어 "기존 반려동물 서비스가 개·고양이 중심으로 설계된 경우가 많은 데 비해 개체 수가 적고 표준 데이터가 부족해 진입장벽이 높은 특수동물 시장의 공백을 사료 사업에서 쌓은 현장 데이터로 먼저 파고들었다"고 덧붙였다.
B2B 거래처 9배 증가…글로벌 공략에도 집중
이오하모니의 B2B 거래처는 2022년 54개에서 2026년 475개(5월 기준)로 약 9배 늘었다. 신이수 대표와 이정오 대표는 이 성장의 가장 큰 요인으로 제품 만족도에 기반한 재구매와 입소문을 꼽았다. 특수동물 시장은 광고보다 실제 급여 경험과 커뮤니티 신뢰가 훨씬 크게 작동하는 만큼, 제품력이 확인되면 입점과 재주문으로 빠르게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휴먼그레이드 원료와 HACCP같은 신뢰 요소, 그리고 패키지·브랜딩 고도화가 더해지면서 확대 속도가 빨라졌다.

이오하모니는 올해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하 농진원)의 유망한 기업에도 선정, 사업화 자금부터 교육 및 컨설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받고 있다. 신이수, 이정오 대표는 "농진원으로부터 시제품 개발은 물론 IR 기회와 투자자 네트워킹 등을 지원받았다"며 "초기 기업이 제품력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투자·시장 검증의 문턱을 낮춰준 실질적인 도움이었다"고 말했다.
이오하모니는 2028년까지 국내 시장 점유율 50%, 해외 점유율 10%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현재 홍콩을 시작으로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미국,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 의미 있는 반응을 확인했다. 미국의 경우 매달 수출 물량이 나올 정도다. 신규 타깃인 중국, 유럽, 캐나다에는 국가별로 차별화된 진입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

신이수 대표는 "규제 문턱이 높은 미국은 한 번 진입 시 브랜드 신뢰 확보 효과가 크다는 점에 착안해 현지 전시회와 총판 확보에 주력했다. 중국은 현지 파트너와의 채널 적합성을, 유럽은 인증·품질 기준에 대한 설득력을, 캐나다는 커뮤니티 기반 전문 유통 채널 공략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오하모니가 그리는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히 사료를 잘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특수동물 분야의 통합 영양·헬스케어 기업이 되는 것이다. 맞춤형 배합사료와 기능성 영양제를 넘어 건강지표와 데이터 기반 모니터링까지 연결되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신이수, 이정오 대표는 "특수동물 사육이 일부 마니아의 경험에 의존하는 시장이 아니라, 더 안전하고 과학적이며 지속가능한 문화로 자리 잡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좋은 먹이를 만드는 회사에서, 특수동물의 건강한 삶을 설계하는 회사로. 이오하모니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