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프리즘 "RPA 전사적 확산, 표준화 없으면 힘들어"
[IT동아 정연호 기자] 글로벌 RPA 기업 블루프리즘이 오늘 9일 서울 양재구 L타워에서 RPA의 표준화 전략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세계 최초로 RPA라는 개념을 만들어 시장에 선보인 블루프리즘은 국내 RPA 시장의 현황을 분석한 뒤,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내 기업의 RPA 전사적 확산이 쉽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나온 해결책은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 표준화였다. RPA가 레고 블록처럼 제작돼 프로세스별로 재활용(재조립)이 가능해야, 전사적 확장도 수월하게 된다는 뜻이다.
블루프리즘코리아 이준원 지사장은 “국내 RPA 시장은 충분히 성숙했다고 보기엔 어렵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RPA가 도입되고 있으며, 지금도 회사의 잡무를 대체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해외 사례처럼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기 위해서 국내에서도 RPA가 전사적인 프로세스를 담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블루프리즘코리아 김병섭 전무는 “RPA의 핵심은 디지털워크포스다. 디지털워크포스를 잘 활용하는 기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가적인 가치를 생산하고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워크포스는 비즈니스 과정에서 사람과 표준화된 RPA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작업 흐름을 뜻한다.
김 전무는 국내 RPA 시장의 진척이 더딘 이유를 설명하면서 RPA를 도입했던 한 기업의 담당자에게 받았던 질문 하나를 소개했다. “(RPA) 운영인력 및 비용이 증가하면서 RPA가 오히려 업무를 증가시키는 문제가 발생했다. 어떻게 하면 좋은가?” RPA는 3~4년 전부터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도입되기 시작했지만, 성장 및 전사적 확대 과정에서 비용 증가와 관리의 어려움으로 단순 도입을 넘어서지 못하는 문제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기업들이 도입 단계부터 추후에 RPA의 프로세스를 변경하는 것이 용이한지, 표준화가 가능할지 등을 함께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게 블루프리즘의 진단이다. 국내 기업들은 주로 RPA로 단기간 성과를 낼 수 있는 개별 업무에 집중하고, 자동화 툴의 개발이 쉽고 편해야 한다는 점에만 집중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비즈니스 상황이나 담당자가 변하면 기존에 만들었던 자동화 프로세스를 수정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RPA를 개발한 개발자가 떠나면 시민개발자가 그 일을 맡더라도 IT 로직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에러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며, RPA 프로세스 변경 및 보수에 나서는 것도 불가능하다. 현업자가 관련된 책을 잠깐 공부해서 해결하긴 어려울 정도의 전문성이 필요해서다.
블루프리즘은 2012년 RPA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기업이지만,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진출이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다. 국내 진출은 2021년에 시작됐다. 그 기간 블루프리즘도 손을 놓고 있진 않았다. 기업들의 도입 사례를 분석하면서 RPA의 진화를 위해서 필요한 게 무엇인지 연구해왔다. 블루프리즘이 내린 결론은 “태스크 기반의 자동화로는 기업의 경쟁력을 혁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개별 데스크톱 단위로 개인의 업무 중 일부를 자동화하는 것에서 ‘프로세스 오토메이션’이란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블루프리즘이 접근하는 프로세스 오토메이션은 방식이 조금 독특하다. 프로세스를 통째로 자동화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프로세스 단계를 하나씩 표준화한다. 표준화란 사물에 합리적인 기준을 설정하고, 다수의 사람들이 이 규격을 맞춰 제품을 만들도록 하는 방식을 말한다. 크기와 모양 별로 규격이 정해진 레고 블록을 생각하면 된다. RPA의 기능들도 레고 블록처럼 표준화가 되면, 서로 다른 기능들을 재조립(재활용)하는 것이 편해진다. 프로세스에 바로 붙여서 조립할 수 있도록 완성된 표준화 RPA 오브젝트를 조립하면, 프로세스 단위의 자동화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SAP에서 데이터를 갖고 오고, 이를 분석한 뒤 이메일로 리포트를 보내는 전체 프로세스도 단위별로 쪼개서 자동화할 수 있는 것이다. RPA 오브젝트는 표준화가 됐기 때문에 모든 부서에서 재사용이 가능해, 전사적 확장에 용이하다. 필요한 오브젝트를 끌고 와서 프로세스 자동화를 하면 된다. 김 전무에 따르면, 프로세스의 단계를 하나씩 표준화한 것은 경쟁사에서 찾기 어려운 방식이라고 한다.
김 전무는 블루프리즘의 또 다른 강점을 ‘형상관리’로 꼽았다. 형상관리는 ‘버전 컨트롤’, 즉 RPA의 버전을 중앙에서 관리하는 것을 뜻한다. 개별 PC에서 RPA를 관리한다면 전체 RPA의 버전을 통일할 수 없게 된다. 블루프리즘은 로봇 버전1, 2, 3 등의 내용을 전부 중앙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를 통해 누가 버전을 수정했는지 확인이 가능하고, 전체 RPA의 버전을 중앙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중앙에서 RPA를 관리하기 때문에 각각의 RPA가 특정 PC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도 기록이 투명하게 남고, 오류가 발생했을 때 이러한 로그를 추적해 빠른 문제 해결도 가능하다.
이어, 그는 RPA의 라이선스 비용과 관련해선 “블루프리즘은 설치 기반 방식이 아니라 동시 접속 기반의 라이선스다. 블루프리즘의 동시 접속 기반 방식은 비용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어 전사 확장에 유리하다”고 답했다. 설치 기반은 개별 PC마다 RPA를 설치하기 위해 라이선스를 PC 수에 맞춰 구매하는 방식이다. 전체 단위로 라이선스를 구매하고 이를 PC에서 나눠서 쓴다면, 라이선스의 증가를 억제할 수 있다. RPA를 통한 업무자동화는 대체적으로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업무별로 스케줄을 설정할 수 있다. 스케줄에 맞춰서 RPA를 사용한다면 단말기가 4대여도 1개의 라이선스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김병섭 전무는 “처음 RPA를 도입하기 전 POC(기술검증)를 3일 정도 하는 게 일반적이다. RPA를 도입하기 위해 회사의 업무를 분석하고 기술을 테스트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라면서 “차를 테스트할 때 바다도 가보고 산으로도 가는 것처럼 많은 상황에서 오랫동안 확인을 해봐야 한다. 적어도 2달 정도는 테스트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