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훈의 ESG 금융] 재무분석의 대가, 다모다란 교수가 지적한 ESG

E(Environment)·S(Social)·G(Governance). ESG가 화제입니다.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새로 생기는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자와 매출을 관리하기 위해 ESG 경영 전략은 꼭 세워야 합니다. 그러려면 ESG의 범위와 개념을 명확히 하고, 평가 방식과 사례도 철저히 연구해야 합니다.

새로운 분야가 자리 잡을 무렵이면 여러 이익 집단이 난립해 잘못된 정보를 진실인 것처럼 왜곡하는 일이 많이 생깁니다. ESG 분야도 그렇습니다. 아직 EGS의 영역과 관련 단어의 뜻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아 생긴 폐해입니다.

필자는 지난 4년간 국내외 금융, ESG 관련 기관 여러 곳과 일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홍기훈의 ESG금융] 칼럼을 마련해 독자와 소통하려 합니다. 금융 관점에서 경영자가 알아야 할 ESG 이론을 사례 중심으로 소개하겠습니다.

홍기훈의 ESG 금융
홍기훈의 ESG 금융

재무분석의 대가, 다모다란 교수가 지적한 ESG

여덟 차례에 걸쳐 게재한 지난 칼럼에서,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이 인도의 아폴로 병원을 분석할 때 어떤 ESG 요인을 어떻게 산정해서 분석에 활용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아폴로 병원의 허브 앤 스포크 전략, 스마트폰 보급에 따른 인도의 고급 의료 수요의 증가, 의사와 간호사들의 이직 때문에 생기는 비용과 해결 방안, 무엇보다 이들 ESG 요인을 기존의 기업 프로세스에 자연스레 녹여내는 방법을 논했습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과 아폴로 병원의 ESG 요인 도출, 적용 사례는 마무리하고 이번 컬럼에서는 세계의 석학이 일부 ESG 업계 관계자와 그들의 주장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아보려 합니다.

애스웟 다모다란(Aswath Damodaran) 뉴욕대학교 스턴 비즈니스 스쿨(New York University Stern Business School) 교수는 ‘가치 분석의 학장(Dean of Valuation)’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합니다. 미국 월스트리트 가에 있는 수많은 금융 기업이 그에게 가치 분석 자문을 받습니다. 그가 쓴 저서 ‘투자 가치 평가(Investment Valuation)’는 기업 가치 평가의 교과서로 불리우기도 합니다.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 분석 전문가라고 볼 만합니다.

다모다란 교수는 자신의 투자 블로그에 글을 올려 “선(善)을 추구한다는 ESG는 돈 낭비가 될 수 있으며 실제로 사회에 득보다 실을 더 많이 끼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선(善)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떤 회사가 좋고 나쁜지 합의 하기는 어렵다’고 이야기하면서 ‘그래서 ESG 점수는 사실상 의미를 가질 수 없고, 서비스와 ESG 점수 사이의 상관 관계도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ESG 산업계 일각에서 ‘선한 영향력을 가진 ESG를 적용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다모다란 교수는 정작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없고 막연한 논의만 오간다고 비판합니다. 따라서 ESG의 성공을 정확히 평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그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려면 주장하는 이가 스스로 나서 노력하면 된다. 투자와 금융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사회와 기업을 바람직하게 만드는 선(善)이 무엇인지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을 행동으로 실천하면 자연스레 사회가 바뀌고 더 나아진다’고 강조합니다.

즉 환경을 지키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며 바람직한 기업의 거버넌스를 추구하려면 거기에 알맞은 활동을 스스로 하는 것이 옳으며, 투자자들에게 이런 활동을 강요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그의 발언을 돌이켜보면 우리나라의 ESG 업계에서 나오는 몇몇 왜곡된 주장들이 문득 떠오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이런저런 종류의 ESG 점수가 20개 이상이나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산출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실제 기업의 ESG 활동에 연계가 되는지도 의심스럽습니다. 심지어 이들은 아직 표준화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기업의 가치에 정말 영향을 줄 것인지의 여부도 불분명합니다.

그럼에도 일부 ESG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ESG 점수가 중요하다고 투자자들에게 늘 강조합니다. 기업을 바꾸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단이라며 ESG 점수를 도입하라고 강조하는 모습을 보면 거의 강박에 가깝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가치 분석의 대가, 다모다란 교수의 비판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생각합니다.

ESG 업계가 늘 강조하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려면, 기업을 바꿔야 한다는 그린 워싱(친환경으로 포장하거나 이를 강조해 홍보하는 위장 환경주의)을 투자자들에게 세뇌에 가깝게 강조할 것이 아닙니다. 주장하는 이들이 나서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려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사회적 비용을 소모하지 않고 기업과 사회를 바꾸는 왕도일 것입니다.

글 /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대 교수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이자 메타버스금융랩 소장입니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습니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 위험관리, ESG금융, 대체투자입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 글로벌 ESG, 한국탄소금융협회 ESG금융팀장을 포함해 현업 및 정책적으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정리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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