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스메드 “혁신 수술 기구 아티센셜로 외과 로봇 수술 선도”

[IT동아 차주경 기자] SF 영화를 보면 냉동 휴면, 빛을 쬐어 상처를 치료하는 만능 의료 기계, 복제인간 등 가지각색 의료 기술이 나온다. 정보통신 기술과 함께 빠르게 발전하는 의료 기술을 보면, 언젠가 이들 기술이 현실이 될 것처럼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이 의료 기술, 특히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외과 수술의 기술력이 고도로 발전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주 여행과 자율 주행 자동차 등 첨단 과학 기술은 현실이 됐지만, 첨단 외과 수술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이 가운데 혁신적인 제품을 앞세워 세계 거대 의료 기기 제조사와 겨루고, 외과 수술의 양상을 바꾸겠노라고 선언한 토종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있다. 리브스메드다.

아티센셜 사진. 출처 = 리브스메드
아티센셜 사진. 출처 = 리브스메드

오늘날 외과 수술의 97%는 형태와 기능이 단순한, 젓가락 모양의 ‘일자형 수술 기구’를 몸에 넣어서 한다. 우리 몸 속은 굴곡이 진 입체 공간이다. 몸 속 장기를 치료하려면 수술 기구도 사람 손처럼 360도, 3차원으로 움직여야 한다. 관절이 없는 일자형 수술 기구로는 이 조작이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병변에 접근할 각도가 나오지 않으면 수술 보조자가 주변 조직을 과도하게 누르다 부상을 일으키거나, 환부에 다른 구멍을 뚫어야 했다.

세계 거대 의료 기기 제조사는 사람 손의 구조에 집게를 장착한 수술 로봇을 개발했다. 하지만 이들도 한계가 명확하다. 도입 비용이 수십억 원, 유지보수 비용이 연간 수억 원 선으로 비싸다. 국민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이라서 수술 로봇을 쓰려는 환자는 비싼 수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아티센셜 수술 사진. 출처 = 리브스메드
아티센셜 수술 사진. 출처 = 리브스메드

가장 치명적인 것은 조종자에게 반력(Force Feedback)이 전달되지 않는 점이다. 수술 로봇을 조종하는 의사는 화면에 비춰지는 영상을 보며 ‘허공에서 움직이는 느낌’만 주는 엔드 팁을 써서 수술해야 한다. 수술할 때 ‘조직에 대한 반력’을 반드시 느껴야 함에도 그럴 수 없는 것은, 많은 의사들이 가장 먼저 꼽는 수술 로봇의 단점이다.

리브스메드가 주목한 것은, 일자형 수술 도구와 수술 로봇의 단점을 동시에 해소할 기술이다. 이들이 연구 개발 끝에 선보인 제품이 일자형 수술 기구에 다관절, 다자유도 기술을 적용한 기구 ‘아티센셜’이다.

아티센셜은 관절(Articulation)과 필수(Essential)의 합성어다. 복강경, 흉강경 수술에 필수인 ‘직관적인 다관절 구조의 수술 기구’라는 뜻이다.

일자형 수술 도구와 아티센셜의 차이. 출처 = 리브스메드
일자형 수술 도구와 아티센셜의 차이. 출처 = 리브스메드

이 제품은 의사의 손처럼 움직이는 다관절 구조와 엔드 툴(손 끝)을 갖췄다. 손목, 엄지와 검지 움직임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물체를 강하게 혹은 약하게 집는 동작, 그 상태에서 손목을 상하좌우 360도로 움직여 옮기는 동작을 거뜬히 해낸다. 조직에 대한 반력을 조종하는 의사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조종 방법은 손가락을 움직이는 방식과 같아 직관적이다. 의사는 환부에 최소한 작은 구멍만 뚫어 원하는 모든 각도로 병변에 접근한다. 섬세한 손동작으로 출혈을 최소화하고 종양을 제거한다. 그러면 수술 시간, 환부 상처와 통증이 모두 줄어 환자가 빠르게 회복한다. 회사는 이 제품을 ‘수술 성공의 핵심인 인체의 해부학적 구조를 극복한 수술 기구’로 소개한다.

본체 길이는 25cm, 38cm, 45cm 세 가지다. 조직 봉합과 박리, 절단과 출혈 방지 등 최소 침습 수술(수술 시 절개 부위를 줄여 상처를 최소한만 남기는 수술)에 필요한 모든 엔드 툴 라인업을 갖췄다. 암 수술 뿐만 아니라 다빈도, 포괄수가제 수술 등 모든 최소 침습 수술에 리브스메드 아티센셜을 쓸 때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덕분에 환자는 첨단 로봇 수술로만 가능했던 다관절, 다자유도 수술을 기존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받는다.

아티센셜 동작도. 출처 = 리브스메드
아티센셜 동작도. 출처 = 리브스메드

외과 위암 수술에서 우리나라 최고 권위를 가진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도 리브스메드 아티센셜이 쓰인다. 이 곳에서만 지금까지 2,000례 이상의 수술이 아티센셜로 이뤄졌다.

안상훈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외과 교수는 복강경 수술이 보급된 지 15년이나 지났지만, 외과 의사들은 여전히 관절과 손목이 없는 일자형 수술 기구를 쓴다고 밝혔다. 관절과 손목을 재현한 수술용 로봇이 10여 년 전 개발됐지만, 도입 가격이 비싸고 반력 전달이 불가능하며 환자가 비싼 수술비를 부담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수술 가운데 5% 정도만 수술 로봇으로 하다가, 일자형 수술 기구에 관절과 손목을 도입한 리브스메드 아티센셜을 만났다고 한다.

안상훈 교수는 리브스메드 아티센셜의 장점으로 기존 수술 로봇의 가장 큰 단점을 없앤 점, 즉 ‘촉감’을 느끼게 해 준 점을 들었다. 간, 소장 등 촉감이 다른 조직을 수술할 때 이 장점은 더더욱 두드러진다. 수술 중 기구를 신속히 바꿀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수술 중 출혈같은 돌발 상황이 생길 때, 기존 수술용 로봇은 기구를 바꾸고 위치를 조절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자칫 위급 상황을 일으킬 우려가 있었다. 반면, 리브스메드 아티센셜은 기구를 신속히 바꿔 바로 조치 가능하다.

기존 일자형 기구보다 무게가 무거워 오래 쓰면 피로감을 느끼는 점, 핸들 부위 부피가 커서 조작 시 간혹 기구간 간섭이 일어나는 점은 개선할 점이라고도 덧붙였다.

중국 의사에게 위암 수술을 중계 중인 안상훈 교수. 출처 = 리브스메드
중국 의사에게 위암 수술을 중계 중인 안상훈 교수. 출처 = 리브스메드

안상훈 교수는 우리나라 외과 의사들의 수술 실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은 리브스메드 아티센셜 덕분에 수술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말하며, 이런 첨단 의료기기가 더 많이 나왔으면 한다고 밝혔다. 의료기기 기업의 제품이 의료 현장에 안착해 많이 쓰이도록, 더 많은 환자를 돕도록 의료 제도도 다듬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리브스메드는 2011년 창업 후 7년간 아티센셜을 연구 개발했다. 2020년부터는 내로라하는 세계 거대 의료 기기 제조사와의 경쟁에 뛰어들어, 불과 2년여 만에 많은 성과를 냈다.

이 제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유럽 제품 안전(CE)·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 등 세계 각국의 안전 혹은 혁신의료기기 인증을 받았다. 세계 의료 시장 안착도 순조롭다. 올해 초 미국의 5대 병원 네트워크중 하나인 ‘카이저 퍼머넌트(Kaiser Permanente)’를 비롯해 선진국 의료 시장과 병원에 진출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와 호주, 일본 등 세계 50개국 병원의 ▲유방내분비외과 ▲흉부외과 ▲위장관외과 ▲대장항문외과 ▲간담췌도외과 ▲비뇨의학과 ▲산부인과 수술 현장에서 리브스메드 아티센셜이 활약 중이다. 동남아시아와 러시아, 중앙아시아 특화 의료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배동환 리브스메드 이사. 출처 = 리브스메드
배동환 리브스메드 이사. 출처 = 리브스메드

리브스메드는 우리나라의 의료 기술 산업이 고도화됐다는 점, 세계 거대 의료 기기 제조사와 경쟁할 만큼 의료 기기 기술 수준이 높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아티센셜을 개발했다고 말한다.

의료 기기는 사람의 생명을 좌우하는 제품이다. 그렇기에 다른 산업 부문보다 규제, 인증 취득 방법이 까다롭다. 이런 시장에 소규모 스타트업이 뛰어들어 단시간에 규제를 통과하고 인증을 취득했다. 기존 기술의 단점, 비싼 가격 문제를 해결한 혁신적인 제품을 앞세워 세계 거대 의료 기기 제조사의 수술 로봇과 경쟁하고 있다. 성경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연상케 한다.

배동환 리브스메드 이사는 “의료기기 산업 발전과 국민 보건에 기여할 아티센셜 개발 공로로 보건복지부장관상,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상, 보건복지부 혁신형 의료기기 기업 등을 수상했다. 예비유니콘 선정 심사에서 최상위 등급도 획득했다.”며 “CT나 MRI 등 진단 기기와 달리, 외과 수술 기기는 발전할 여지가 많다. 시장을 뒤흔들 제품을 앞세워, 첨단 의료 기술을 저렴한 비용으로 구현하는 혁신을 이끌겠다. 이를 통해 의료 혜택의 보편화를 추구하고 우리나라 국민과 세계 인류의 건강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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