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베트남 투어] 공장 탐방, 플라스틱 파스타는 무슨 맛일까

[HP 프레스 투어] 공장 탐방, 플라스틱 파스타는 무슨 맛일까 (5)
[HP 프레스 투어] 공장 탐방, 플라스틱 파스타는 무슨 맛일까 (5)

베트남 다낭에 도착한 후 정오의 후텁지근한 공기를 들이마신 순간 참 지독히도 더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섣부른 판단이었다. HP의 순환형(Closed Loop) 카트리지 원료를 생산하는 라베르뉴 그룹(Lavergne Group) 공장에 들어서고 나서야 진짜 베트남의 더위를 만날 수 있었다. 재생 플라스틱 수지가 뜨거운 김을 내며 파스타처럼 흘러내리는 곳에서 잠시 서 있자, 얼굴엔 땀방울이 열꽃처럼 솟아 올랐고, 옷깃 안쪽은 사우나에 있는 듯 축축해졌다. 이런 환경에서 소매 긴 작업복을 입고 아무렇지 않게 사일로를 관찰하는 공장 연구원이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HP는 순환형 카트리지의 원료인 재생 플라스틱을 라베르뉴 그룹의 베트남 공장에서 추가로 공급받는다고 27일 밝혔다(관련기사: http://it.donga.com/coverage/6341/). 그리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자들에게 공장 내부와 재생 플라스틱의 제조 공정을 공개했다. 물론 초콜릿 공장 견학처럼 달콤한 경험은 아닐지라도, 평소 잉크 카트리지와 재활용 제품에 관심이 많았던 기자라면 한번쯤 겪어볼만한 공장 투어였다.

순환형 카트리지, 어떻게 만들어지나

HP의 순환형 카트리지는 여러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먼저 소비자들로부터 수거된 폐카트리지가 잉크젯 재활용 공장을 거쳐 라베르뉴 그룹의 공장으로 운송된다. 북미 지역 폐카트리지의 경우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공장으로 가며, 유럽 및 아시아 지역 폐카트리지는 베트남 다낭에 있는 공장으로 간다.

[HP 프레스 투어] 공장 탐방, 플라스틱 파스타는 무슨 맛일까 (1)
[HP 프레스 투어] 공장 탐방, 플라스틱 파스타는 무슨 맛일까 (1)

라베르뉴 그룹의 공장에서는 폐카트리지에서 플라스틱 부분을 떼어 낸 후 잘게 자른다. 그리고 세척과 품질 확인 과정을 거친다. 여기에 생수나 음료수 병에 주로 쓰이는 PET가 첨가된다. 이 PET 역시 재활용된 원료로, 폐카트리지와 마찬가지로 잘게 잘린 상태에서 혼합된다.

[HP 프레스 투어] 공장 탐방, 플라스틱 파스타는 무슨 맛일까 (2)
[HP 프레스 투어] 공장 탐방, 플라스틱 파스타는 무슨 맛일까 (2)

고온에서 완전히 혼합된 재생 플라스틱은 가느다란 국수가락처럼 사출된다(이에 대해 라베르뉴 그룹 관계자는 온도 차이를 제외하고 파스타와 거의 비슷하다고 표현했다. 사실 온도보다는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더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하지만).

[HP 프레스 투어] 공장 탐방, 플라스틱 파스타는 무슨 맛일까 (3)
[HP 프레스 투어] 공장 탐방, 플라스틱 파스타는 무슨 맛일까 (3)

이 ‘파스타’의 배합 비율은 단 한 명의 관계자만 알고 있다. 딘 밀러(Dean Miller) HP 프로그램 매니저는 “그는 마치 파스타를 만드는 쉐프(chef)와도 같다”며 “혼자만 레시피를 알고 있는 만큼 공장에서 반드시 필요로 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HP 프레스 투어] 공장 탐방, 플라스틱 파스타는 무슨 맛일까 (4)
[HP 프레스 투어] 공장 탐방, 플라스틱 파스타는 무슨 맛일까 (4)

이렇게 만들어진 파스타는 냉각되어 다시 조각조각 잘린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품질 확인 과정을 거친 후 상자에 담겨 잉크 카트리지 공장으로 운송된다. 그리고 새 카트리지로 재탄생해 소비자에게 도착하게 되고, 잉크를 다 소모해서 폐카트리지가 되면 다시 처음부터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계속해서 순환하기 때문에 순환형 카트리지라는 이름이 붙었다. 2010년 이후 HP의 재생 플라스틱은 모두 순환형 카트리지로 태어난다.

환경도 살리고 품질도 뛰어난 재생 플라스틱

[HP 프레스 투어] 공장 탐방, 플라스틱 파스타는 무슨 맛일까 (6)
[HP 프레스 투어] 공장 탐방, 플라스틱 파스타는 무슨 맛일까 (6)

재생 플라스틱의 이점은 분명하다. 우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조사기관 포 엘레멘트 컨설팅(Four Element Consulting)에 따르면, 재생 플라스틱으로 잉크 카트리지를 만들 경우 새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것보다 산소 배출량은 최대 22%, 화석 연료 소비량은 50%, 물 사용량은 최대 69% 절감할 수 있다. 이는 1년 동안 3,000대의 차가 산소를 소비하지 않고, 14,7000 배럴 이상의 석유를 사용하지 않으며, 미국 330만 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물을 사용하지 않은 것과 같다.

제품의 품질 또한 뛰어나다. 딘밀러는 새 플라스틱으로 만든 잉크 카트리지보다 재생 플라스틱으로 만든 잉크 카트리지의 내구성이 오히려 더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는 플라스틱 부분만 재활용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남아있는 잉크까지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흔히 소를 일컬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버릴 게 없는 동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잉크 카트리지 역시 버릴 게 없는 물건이 될지도 모르겠다. 생색내기 차원에서 일부만 가져다 쓰는 재활용이 아닌, 쓰고 또 쓰고 계속 쓰는 진짜 재활용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베트남 다낭=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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