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에 주소·전번까지 넘겨라? 공정위 법개정에 논란 확산
[IT동아 남시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을 마련하고, 2021년 3월 5일부터 4월 14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한다. 디지털 경제 및 비대면 거래가 가속화하면서 온라인 유통 시장이 플랫폼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고, 시장 상황에 맞게 용어와 편제를 정비하는 한편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소비자 피해 차단을 위한 임시중지 명령 제도와 동의의결 제도, 전자상거래 분쟁 조정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내용도 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몰 거래액은 2010년 25.2조 원 규모에서 2020년 161.1조로 약 6.5배 성장했다. 특히 코로나 19 장기화에 따라 온라인 유통시장이 급성장하고, 전통적인 통신 판매 방식이 시장 상황에 맞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한. 이 과정에서 중개 플랫폼은 단순한 중개 기능을 넘어 광고 게재, 청약접수, 대금수령, 결제대행, 배송대행, 청약철회 접수 등 단순한 거래 중개 이상의 활동을 하고 있는데, 현행법만으로는 중개 플랫폼의 책임을 규율하기에 어렵고, 이에 따른 소비자 불만도 늘고 있다고 한다. 요약하자면, 전자상거래 시장에 성장한 만큼 오픈마켓 사업자에게 더 큰 사업적 책임을 지게 하겠다는 의미다.
용어 정리부터 사업자 책임 현실화까지
개정전 전자상거래법은 통신판매업자, 통신판매중개업자를 10개의 세부 분류로 나뉘어 상이한 규율을 적용해왔지만, 이번 전부개정안은 온라인플랫폼 운영사업자와 온라인플랫폼 이용사업자, 자체인터넷 사이트 사업자로 판매 채널을 구분한다. 온라인플랫폼 운영사업자는 크게 △ 정보교환매개 △ 연결수단제공 △거래중개 사업자처럼 서비스 자체를 만들고 관리하는 기업을 뜻하며, 온라인 판매 사업자는 △ 온라인플랫폼 이용사업자나 자체인터넷 사이트 사업자 등 오픈마켓 입점업체나 개인사업자로 나뉜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의 전자상거래 구조를 살펴보면, 사업자와 소비자가 바로 연결되는 2면 관계, 온라인플랫폼 운영사업자와 플랫폼 이용사업자, 그리고 소비자로 구성된 3면 관계 두 가지로 분류된다. 3면 관계의 대표적인 예시는 지마켓, 옥션 등 오픈마켓이다. 소비자가 플랫폼에 접속해 제품을 구매하면, 결제된 금액은 플랫폼 운영사업자가 임시로 보관한다. 이에 계약을 맺은 플랫폼 이용사업자가 소비자에게 물건을 보낸 다음 소비자가 구매를 확정하면 플랫폼 운영사업자가 이용사업자에게 대금을 지불한다. 2면 관계는 사업자가 소비자와 직접 대금을 주고받는 관계다.
문제는 현행법상 3면 관계의 거래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플랫폼 사업자가 중개자라는 고지만으로 면책돼 소비자 피해가 제대로 구제되지 않는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소비자 피해 구제신청은 총 69,452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제품을 보내지 않거나 잠적하는 등에 따른 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피해가 63.6%로 다수를 차지했다. 특히 피해구제 과정에서 판매자의 신원 정보 확보가 어려워 피해구제 합의율은 58.6%에 불과하고 한다. 이번 전자상거래법 개정이 쟁점으로 떠오른 이유가 이 부분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운영자의 역할에 따른 책임을 현실화하기 위해 소비자가 플랫폼 운영사업자와 거래하는 것 처럼 착각하거나, 운영상 역할에 문제가 있을 경우 이용사업자와 연대책임을 지도록 한다. 이때 소비자는 입점 업체와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선택적으로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또한 개인 간 전자상거래에서 연락 두절, 환불 거부 등이 발생함에 따라 분쟁 발생 시 플랫폼 사업자가 신원정보를 확인·제공하고, 피해 구제 협조 의무를 명확화한다. 여기에는 SNS 플랫폼과 배달앱, 중고거래 앱 등이 모두 포함된다.
개정안 중 개인정보 제공이 최대 화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이 입법예고되자 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입법예고에 유감을 표하며, 시장 상황에 대한 이해 없는 일방통행식 개정이라며 지적에 나섰다. 특히 정부가 핵심 이해관계자인 사업자와 소비자, 관련 학계의 의견 수렴 없이 법을 개정했고, 간담회 중 개정안을 공개하지 않고 처리한 점도 문제로 지목했다.
특히 플랫폼 사업자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제시한 한국소비자원 통계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한국소비자원이 밝힌 최근 5년간 온라인 거래 관련 피해 구제 69,452건 중 9개 주요 사업자에 의해 발생한 신청 건수는 15.8%에 해당하는 10,947건이다. 이를 9개 플랫폼 사업자가 5년간 받은 구제 건수로 나누면 사업자 당 월 약 20건이다. 이중 58%는 분쟁이 해결됐으니, 최종 분쟁은 월 9건 정도다. 이미 플랫폼 사업자가 충분히 책임을 지고 있는데도 연대책임을 지는 것은 과도한 책임 부여라는 뜻이다.
아울러 개인 간 전자상거래 분쟁 시 개인 판매자의 신상정보를 거래 당사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것은 심각한 개인정보 침해는 물론 분쟁 갈등의 첨예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조항이 확정될 경우,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헬로마켓 등 C2C 플랫폼 사업자는 사전에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분쟁 당사자들간의 해결을 위해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으로 인한 업계의 반발이 심상치 않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는 12일 C2C 기업 및 유관 협회를 만나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에 관련된 의견을 청취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 삼간 태울지도?··· 절충안 마련해야
이번 개정안이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고,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을 강화한다는 취지인 건 좋지만, 그 방법에서 역효과가 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점은 개인정보 제공이다. 예를들어 당근마켓은 지역 주민과 1:1 거래를 주선하는 중개 플랫폼이다. 이번 개정안을 적용하면 분쟁 시 피해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해 직접 보복하거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피해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타인의 개인정보를 취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온라인 플랫폼 제공사업자에게 책임을 묻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민법 제581조에 따르면 매매 목적물에 하자가 있을 경우 매수인은 계약 해제 또는 하자 없는 물건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플랫폼 사업자가 직접 거래에 나서지 않고 중개만 하는 거래는 운영 사업자가 계약 당사자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상품으로 인한 손해나 제조사 미고지, 등 제조물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 이때문에 온라인 플랫폼 운영 사업자는 소극적 범위에 대한 분쟁만 해결해왔고, 심각한 분쟁 발생에 대한 책임은 플랫폼 이용 사업자가 물어왔다.
이번 개정이 그대로 반영될 경우 플랫폼 운영 사업자도 하자에 대한 책임을 물게 되므로 피해가 보다 명확하게 구제되겠지만, 플랫폼 운영 사업자의 책임 범위를 두지 않는다면 온라인 플랫폼 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실제로 책임질 필요 없는 부분까지 플랫폼 사업자가 덮어쓰는 사례나 이를 악용하는 판매자도 등장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에는 긴급하게 판매를 중단하는 임시중지명령제도나 과장, 기만적 소비자 유인행위에 대한 구제를 위한 동의의결 제도, 플랫폼 내 중개거래·직매입에 대한 분리 및 표시, 이용후기의 수집·처리에 관한 정보 공개, 광고 제품의 검색결과 구분 등 소비자의 실익을 위한 여러가지 방안이 포함돼있다. 하지만 관련 업계의 발전을 저해하다는 논란도 있는 만큼, 관계 기관과 기업, 소비자 모두 납득할 수 있는 개정안이 등장하기를 바란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