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행정의 AI 적용 현황과 방향성을 논하다” AI 기반 복지서비스 세미나 개최

강형석 redbk@itdonga.com

AI 기반 복지서비스 어디까지 왔는가: 추진 현황과 과제 세미나가 진행됐다 / 출처=IT동아
AI 기반 복지서비스 어디까지 왔는가: 추진 현황과 과제 세미나가 진행됐다 / 출처=IT동아

[IT동아 강형석 기자] 인공지능(AI)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넘어 정부 정책과 복지 영역으로까지 확대 적용되는 추세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 구조가 변화하면서 기존의 대면 방식과 행정 인력만으로는 폭증하는 복지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미국과 영국 등 해외 선진국이 일찌감치 AI 기술을 공공 서비스와 복지 행정에 접목하는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일례로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는 초기 정신 건강 스크리닝 단계에서 AI 챗봇인 와이사(Wysa)를 선도적으로 도입해 환자의 대기 시간을 대폭 줄이고 상담 지원의 접근성을 높였다. 미국에서도 노인 안부전화 서비스 케어엔젤(Care Angel), 정신 건강 관리 서비스 와우봇(Woebot) 등 AI 기반 서비스가 속속 도입됐다. 아동 학대 예측 시스템(AFST)은 위험 가구를 조기에 선별하는 데 쓰인다.

노인 인구 비율이 급증하고 일선 돌봄 공백이 심화하는 대한민국도 AI 도입을 통해 효율성을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이 이어진다. 보건복지부가 2026년 새롭게 확보한 AI 혁신 관련 예산으로 AI 복지·돌봄 혁신에 56억 7000만 원, AI 응용제품 신속 상용화 지원에 200억 원을 편성한 게 대표적이다.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의미 있는 변화다.

어떻게 해야 AI 기술을 복지 정책 안에 효과적으로 융합할 수 있을까. 2026년 4월 16일, 동국대학교 혜화관에서 'AI 기반 복지서비스 어디까지 왔는가: 추진 현황과 과제' 세미나가 개최됐다. 학계와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복지·돌봄서비스 분야의 실천현장, 행정 속 AI 적용 상황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 위한 AI는 운영 중, 관건은 표준화

첫 연단에 오른 김정수 한국사회보장정보원 책임은 현재 운영 중인 AI 시스템들을 정리하는 동시에 신규 추진 중인 사업들도 함께 소개했다. 먼저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은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AI 시스템을 이미 운영 중이다. 가스, 전기, 단수 등 48종의 위기 징후 데이터를 통해 위기 가구를 AI로 선별해 지자체에 통보하는 구조다. 체크리스트 방식에서 벗어나 패턴 분석과 예측 모델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과거와 차별화된다. 현재 약 140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하며 20여 개의 모델을 다룬다.

복지급여 부정수급 탐지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기존에는 부정수급이 발생한 뒤 사후적으로 적발하는 방식이 주였는데, AI를 통해 비정상적인 지급 패턴을 사전에 감지하고 경보를 발령하는 체계로 바꿨다. 탐지되지 않은 채 새어나가는 복지 예산을 줄이는 데 직접적인 효과가 있다는 게 김정수 책임의 설명이다.

김정수 한국사회보장정보원 책임 / 출처=IT동아
김정수 한국사회보장정보원 책임 / 출처=IT동아

개인정보 모니터링 시스템도 눈에 띈다. 복지 분야가 다루는 데이터는 질병, 소득, 가족 구성 등 민감한 개인정보의 집합체다. 이를 AI로 점검하며 이상 접근이나 유출 가능성을 방지한다. 매월 약 1700만 건에서 2500만 건의 개인정보 데이터를 처리한다.

신규 사업은 AI 기반 영상 판독 지원 시스템이다. 지방 보건소와 보건지소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를 겨냥한 사업이다. 환자가 폐렴이나 결핵이 의심돼 엑스레이를 찍으면 AI로 이미지를 분석하고 공중보건의가 즉시 판독 보조를 받게 한다는 구상이다. 상용화된 AI 영상 판독 솔루션들의 정확도는 약 94%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보건소 지역 정보 시스템에 내장하는 것이다. 다만, AI 판독의 법적 책임 소재와 허가 문제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AI 기반 돌봄 통합 맞춤 서비스 추천도 언급됐다. 넷플릭스나 유튜브의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을 복지 서비스에 적용한다는 아이디어다. 이용자의 건강 상태, 돌봄 이력, 생활 패턴 등을 종합해 가장 적합한 서비스를 자동으로 안내하는 방식이다. 지금은 담당 공무원이 일일이 서비스를 검색하고 안내해야 하는 구조지만, AI가 초기 매칭 작업을 대신하면서 공무원이 더 복잡한 상담 업무에 집중하게 된다.

AI 컨택센터 구상도 흥미롭다. 상담 인프라 자체를 AI로 고도화한다는 내용이다. 음성을 실시간으로 텍스트 변환(STT)하고, AI 어드바이저가 통화 중인 상담사에게 관련 정보를 즉시 제공하는 방식이다. 신규 상담사가 숙달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문제를 해소하고, 응대의 정확도와 일관성도 함께 끌어올린다.

고독사 유형 발굴 시스템은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의 연장선이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면서 고독사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운데, AI를 통해 위험군을 사전에 발굴하고 조기에 개입하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김정수 한국사회보장정보원 책임 / 출처=IT동아
김정수 한국사회보장정보원 책임 / 출처=IT동아

AI 복지 정책 수립 지원도 중장기적으로 중요한 사업이다. 복지 빅데이터의 양과 복잡성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기존 분석 방법으로는 한계에 부딪힌다. AI를 통해 복지 수요를 예측하고, 특정 정책을 시행했을 때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 시뮬레이션하는 기능을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정책이 실제로 집행되기 전에 가상으로 효과를 검증하는 체계가 마련된다면, 예산 낭비와 정책 실패를 줄이는 데 유의미한 도움이 될 것이다.

AI 시스템 구축 못지않게 데이터 표준화도 중요하다는 게 김정수 책임의 설명이다. 복지 시스템의 AI 적용을 위한 데이터 통합 작업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는 "여러 기관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쌓은 데이터들은 형식도 제각각이고 표준도 없다. 이를 하나로 통합하고 표준화하는 데는 AI 시스템 개발보다 많은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수 책임은 대안으로 시맨틱 레이어(Semantic Layer) 방식을 제안했다. 원천 데이터 자체를 강제로 통합하는 대신, AI 에이전트와 여러 시스템 사이에 '번역 레이어'를 하나 두는 것이다. 각 시스템의 데이터가 이 레이어를 통과하면 표준화된 형태로 변환돼 AI 서비스에 활용되는 식이다. 민간 기업에서 쓰는 방법으로, 기존 데이터를 건드리지 않고도 표준화 구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AI는 도구, 무엇을 해결할 것인지 선택해야

이어 연단에 오른 권순형 보건복지부 사무관은 기술보다 "왜 AI가 필요한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복지 현장이 직면한 세 가지 구조적 문제를 AI 도입 배경으로 제시했다.

첫 번째는 사회적 위기의 심화다. 고독사, 1인 가구 증가, 돌봄 공백, 정신 건강 문제 등 사회적 위기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복합적으로 얽히는 추세다. 기존 복지 제도는 특정 조건에 해당하면 특정 급여를 지원하는 정형적인 구조로 돼 있어 복잡하고 다변화된 현실의 필요를 충족하기 어렵다.

둘째는 신청주의의 한계다. 대한민국 복지 제도는 원칙적으로 수급 대상자가 직접 신청해야 서비스를 받는 구조다. 문제는 정보 역량의 격차가 그대로 수급 격차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복지 제도를 몰라서, 신청 방법이 어려워서, 혹은 낙인에 대한 두려움으로 신청을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2021년 연구에 따르면 기준 중위소득 40% 이하임에도 생계급여를 받지 못하는 빈곤층이 약 66만 명에 달한다는 추정치도 제시됐다. AI를 활용해 이런 사각지대를 선제적으로 발굴하는 것이 하나의 해법이 된다.

셋째는 전달 체계의 지속 가능성 문제다. 복지 대상 가구 수는 2020년대 초 약 1600만 가구에서 최근 1800만 가구로 늘었다.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행정 업무가 증가하면서 일선 공무원들이 정작 중요한 사례 관리와 상담에 집중하기 어려워졌다.

권순형 보건복지부 사무관 / 출처=IT동아
권순형 보건복지부 사무관 / 출처=IT동아

권순형 사무관은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 행정의 전 과정을 ▲복지 수요 발굴 ▲신청·상담 ▲조사·결정 ▲사후 관리 등 네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에 맞는 AI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복지 수요 발굴 단계는 기존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민간 AI 역량을 끌어들여 다양한 사회 위기 대응 서비스를 창출한다. 신청·상담 단계는 AI 초기 상담 시스템을 생성형 AI 기반으로 정교하게 만드는 게 목표다. 위기 가구로 분류된 대상자에게 AI가 먼저 상담을 진행하고, 결과를 바탕으로 적합한 서비스를 추천한다. 현재는 시나리오 기반 방식으로 범위가 제한적이지만, 향후 자연스러운 대화 형식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는 게 권순형 사무관의 설명이다.

조사·결정 단계와 사후 관리 단계의 핵심은 복지 행정 AI(복지행정 AI 전환) 사업이다. 하나는 복지 안내 도우미 AI로, 신청 접수 현황, 서류 누락 여부, 소득 인정액 산정, 소명 필요 사항 등을 AI가 1차 처리해 공무원의 상담·안내 업무 부담을 줄여준다. 다른 하나는 내부 업무 지원 AI다. 공무원의 반복적인 급여 업무를 자동화하고 놓치기 쉬운 특례나 부정수급 가능성을 AI가 감지해 알려준다. AI와 업무 시스템을 연동해 데이터가 자동 입력되는 구조여서 효율성도 높였다.

권순형 사무관은 복지 분야 AI 응용제품 신속 상용화 지원(AX-Sprint) 사업도 언급했다. 복지대상자와의 감정 소통이 가능한 생성형 AI 복지상담, 개인별 맞춤 복지서비스 신청·접수를 도와주는 AI 서비스 등의 개발 및 시범사업이 핵심이다. 시제품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선발해 실증과 현장 적용을 빠르게 지원할 계획이다. 장기 과제는 최대 20억 원, 단기 과제는 10억 원 규모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분야는 AI 심리 케어 서비스, 지역 특화 복지 서비스 안내 AI다.

권순형 보건복지부 사무관 / 출처=IT동아
권순형 보건복지부 사무관 / 출처=IT동아

마지막으로 권순형 사무관은 신뢰성, 보안, 책임성, 편향성, 설명 가능성, 비투자적 성격 등 AI 도입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를 강조하며, 특히 편향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AI가 학습한 데이터에 이미 사회적 편견이 반영돼 있으면, AI는 그 편견을 증폭해 적용한다는 게 이유다. 네덜란드와 미국 일부 지역에서 복지 행정에 AI를 도입했다가 장애인이나 특정 인종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온 사례도 언급했다.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할 복지 시스템이 오히려 이들을 차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경고다.

권순형 사무관은 "AI가 그렇게 판단했다고만 설명하면 안 된다. 수급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왜 그런 결론이 나왔는지 담당 공무원이 국민에게 납득 가능한 언어로 설명 가능해야 한다. AI 판단을 블랙박스로 두는 것은 행정의 투명성과 법적 책임 면에서 용납이 어렵다. 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AI 복지는 기술이 아니라, 제도에 발목 잡혔다

마지막으로 연단에 오른 유재언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진과 공동 연구한 내용을 다뤘다. 먼저 AI 복지서비스 논의의 역사를 되짚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복지 분야에 기술을 도입하자고 하면 반대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다. 2019년 제2차 사회보장 기본계획에 빅데이터, 스마트홈 등의 개념이 처음 포함됐을 때도 비판이 거셌다.

2022년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고, 2024년 발표된 제3차 사회보장 기본계획에는 기존에 없던 복지기술 관련 영역이 새롭게 포함됐다. 5년 사이에 반대 여론이 자연스러운 수용으로 전환됐다. 문제는 제도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유재언 교수는 복지 분야 AI 서비스의 발목을 잡는 요인은 기술이 아니라 제도라고 진단했다. 법적 근거, 예산 체계, 실증 인프라, 전문 인력 등 제도적 기반이 처음부터 갖춰지지 않은 게 크다는 이야기다.

유재언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출처=IT동아
유재언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출처=IT동아

우선 법적 근거 자체가 전무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회복지사업법,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등 사회복지 관련 법률에는 AI에 관한 조항이 사실상 없다. AI 기본법도 복지 분야를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상담 현장에서 사회복지사가 클라이언트 정보를 생성형 AI에 입력해 사례 관리 기록을 작성하는 일이 이미 벌어지고 있는데도, 이용자 동의나 정보 보호에 관한 규정은 전무하다.

연구개발(R&D) 예산 구조도 불균형하다. 정부 전체 R&D 예산이 수십 조 원에 달하는데, 보건복지부 R&D 예산 중 복지 분야에 돌아가는 비중은 300억 원에도 못 미친다. 나머지 대부분은 보건·의료 분야로 흘러간다. 의료 AI 분야는 보건의료기술법에 근거한 중장기 계획이 이미 16년 이상 이어져오고 있는 반면, 복지 분야에는 그런 계획 자체가 없다.

실증 공간도 부족하다. 기업이 제품을 현장에서 테스트할 시설 및 거점 기관이 성남, 대구, 부산 단 세 곳에 그친다. 실증을 마친 기업이 다음 인증 단계로 넘어가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구조도 문제다. AI 복지서비스 관련 기업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시장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종사자가 몇 명인지 공식적으로 집계된 통계조차 없다. 객관적인 현황 파악 없이는 정책 방향을 잡기 어렵다.

유재언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출처=IT동아
유재언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출처=IT동아

유재언 교수는 고령친화산업진흥원법의 개정을 제언했다. 고령친화산업진흥원법은 제정된 지 20년이 지나 현재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AI 특화 법으로 전면 개정해 R&D 지원, 데이터 관리, 개인정보 보호 등의 내용을 새롭게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법 개정이 진행되면 개별 법안을 일일이 손보지 않고도 복지 전 분야에 AI 관련 규정 적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재원 마련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하나는 보건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기존 예산에 복지 항목을 추가하는 것이다. 보건산업진흥원법을 개정하면서 복지 분야 R&D 지원, 기업 창업 지원, 해외 진출 지원을 명시하면 된다. 현재는 법적으로 보건산업진흥원이 복지 분야를 지원할 근거 자체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유재언 교수의 설명이다.

다른 하나는 노인 장기요양보험의 적립금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연간 17조 원 규모의 재원이 쌓이는데, 이를 묶어두지 말고 연기금처럼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자는 제안이다. 투자 수익률을 5%에서 6%로만 높여도 수천억 원의 추가 재원이 생긴다는 계산이다.

급여 방식의 개혁도 과제로 꼽았다. 현재 노인 장기요양 복지용구 제도는 구입 또는 대여(렌탈) 방식만 인정한다. AI 서비스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구독 모델이 기본인데, 이 방식이 제도적으로 허용되지 않으니 AI 서비스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통로 자체가 막혀 있다. 유재언 교수는 구독 방식을 공식 급여 방식으로 인정하면 AI 서비스들이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갖고 복지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