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아이폰 SE가 '생태계 교란종'이 된 까닭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애플이 지난 15일(현지 시간 기준) 발표한 새로운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 SE(iPhone SE)'가 화제다. 애플의 신제품이 화제를 모은 건 흔히 있는 일이지만 이번 신형 아이폰 SE의 경우는 그 파급력의 성격이 자못 다르다. 참고로 이번에 발표된 신형 아이폰 SE는 2016년에 출시된 아이폰 SE와 이름은 같지만 디자인이나 사양이 완전히 다른 2세대의 제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시장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형 아이폰 SE는 업계 전체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신형 애플 아이폰 SE
신형 애플 아이폰 SE

'보급형'에 금기시되던 프리미엄급 기능 다수 탑재

그동안 스마트폰 시장에 보급형 제품이 여럿 출시된 바 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값이 좀 저렴하다고는 하지만 기능적으로도 프리미엄급 제품과의 차이가 확연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무선 충전 기능이나 촬영 사진의 품질을 높이는 광학적 이미지 흔들림 보정 기능(OIS)은 100만원대 이상의 프리미엄급 제품에만 탑재되는 것이 사실상 암묵적인 약속이었다. 그 외에 고속 충전 기능이나 방수방진 기능 등도 보급형 제품에는 탑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신형 아이폰 SE의 경우, 무선충전은 물론, 고속충전, 광학적 이미지 흔들림 보정 기능, IP67등급 방수방진 기능 등을 모두 탑재한 상태로 출시된다. 디자인은 비록 구형 제품인 아이폰8과 거의 같지만 소비자들의 호응도가 높은 부가기능은 프리미엄급에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탑재했다. 이 정도의 부가기능을 갖춘 보급형 스마트폰은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국내 브랜드는 물론, 화웨이나 샤오미 등의 중국 브랜드 제품 중에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것만 가지고도 사실상 '생태계 교란종'으로 분류할 만하다.

앞으로 수년은 더 쓸 수 있는 프로세서, 운영체제 지원

보급형 스마트폰을 쓰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적지 않게 지적되는 단점이 바로 이용 가능기간이 짧다는 점이다. 처리능력이 낮은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경우가 많아 사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최신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는데 어려움을 겪곤 한다. 그리고 프리미엄급 제품에 비해 소프트웨어 지원이 부실한 편이라 운영체제 버전 업데이트도 제대로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껏해야 1~2년 정도만 업데이트를 지원한다. 일부 최신 애플리케이션은 구형 운영체제에서 구동하지 않으므로 운영체제 업데이트 지원이 끝난 보급형 스마트폰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반면, 아이폰 SE의 경우는 자사의 프리미엄급 제품에 탑재되는 것과 같은 계열인 A13 바이오닉 프로세서를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내부적인 처리능력은 아이폰 11 시리즈에 맞먹는다는 의미다. 지금 당장 서비스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물론, 향후 나올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역시 무난히 구동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애플은 자사 스마트폰에 대해 5~6년 동안 지속적인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해준다. 이를테면 2015년에 출시된 '아이폰 6s'의 경우, 당초 iOS 9.0 운영체제를 탑재했으나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거쳐 2020년 현재 최신 버전인 iOS 13까지 탑재되었다. 이번에 출시된 신형 아이폰 SE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의 사후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

신형 아이폰 SE의 국내 출고가는 55만원에서
시작한다
신형 아이폰 SE의 국내 출고가는 55만원에서 시작한다

'아이폰' 답지 않은 가격, 399달러(55만원)

이전에도 애플에서 입문형 포지션을 담당하는 제품이 몇 가지 나온 적이 있다. 2013년에 나온 ‘아이폰5c’나 2016년에 나온 (구)아이폰 SE, 그리고 2018년에 나온 '아이폰 XR' 등이 대표적이다. (구)아이폰 SE는 예외로 치더라도 아이폰5c나 아이폰 XR 등은 '보급형'의 범주에 넣기에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신형 아이폰 SE의 경우, 기본 버전인 64GB 모델의 현지 가격이 399달러에서 시작하며, 한국 출시 가격은 55만원으로 책정되었다.

이 정도면 기본 모델 가격이 100만원 언저리에서 시작하는 아이폰11 시리즈 대비 절반 수준이며, 삼성전자의 갤럭시 A시리즈나 LG전자 Q시리즈 등의 타사 중저가 스마트폰과 비교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가격대다. 그러면서 성능이나 기능은 오히려 비슷한 가격대의 타사 제품을 능가한다. 아이폰 시리즈답지 않게 '가성비'까지 좋다는 것에 소비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초유의 '가성비' 아이폰 등장, 경쟁사들의 대응에 주목할 만

신형 아이폰 SE의 아쉬운 점을 굳이 지적하라면 5G 미지원, 구형인 아이폰 7/8의 외부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유용했다는 점, 화면 크기(4.7인치)도 마찬가지로 좀 작다는 점, 최근 유행하는 다중 카메라가 아닌 단일 카메라를 탑재했다는 점 정도인데 이용 자체에 큰 불편을 줄 정도의 단점은 아니다.

그리고 국내 시장 한정으로는 삼성페이나 LG페이와 같은 마그네틱 기반의 간편결제 시스템을 지원하지 않는 점, 아이폰은 타사 스마트폰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의 이동통신사 지원금이 책정되는 경우가 많아 비슷한 출고가의 타사 스마트폰에 비해 구매 비용이 다소 높을 것이라는 점 정도를 지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아이폰 SE는 이를 충분히 상쇄할 만큼의 장점도 많이 가지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사양과 가격으로 아이폰 SE가 발표됨에 따라 경쟁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삼성전자 갤럭시 A 시리즈를 비롯한 기존의 중저가형 스마트폰으로 아이폰 SE를 정면으로 상대하기에는 경쟁력이 의문시되며, 그렇다고 하여 갤럭시 S 시리즈 등의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값을 낮춰 대응하기엔 '급'이 맞지 않는다. 기존 제품의 공시지원금 수준을 높이거나 아이폰 SE에 견줄 만한 '가성비' 모델을 새로 투입해 대응하는 방안이 예상된다.

애플의 신형 아이폰 SE는 오는 24일 해외시장에 우선 출시되며 국내 출시는 5월 초로 예상된다. 국내 출고가는 내부저장소의 용량에 따라 64GB 모델이 55만원, 128GB 모델이 62만원, 256GB 모델은 76만원으로 책정되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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