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퀵서치] 트래블룰 강화, 업계가 반발하는 이유는?
[IT동아 한만혁 기자] 금융당국이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자금세탁방지를 강화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디지털자산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트래블룰(디지털자산 이전 시 송수신자 신원 정보 제공) 적용 범위 확대, 1000만 원 이상 거래에 대해 의심거래보고(STR) 의무 부여 등의 개선안이 과도한 규제라는 이유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디지털자산 업계가 특금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자금세탁방지 강화하는 금융당국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2월 ‘AML(자금세탁방지)/CFT(테러자금조달방지) 정책자문위원회’를 열고 ‘2026년 자금세탁방지 주요 업무 수행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FIU는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자금세탁 위험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2021년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제 도입, VASP에 자금세탁방지 의무 부여, 트래블룰 법제화 등을 통해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강화했지만, VASP의 STR 건수가 2024년 1만 9658건(전체 STR 대비 1.81%)에서 2025년 6만 2055건(전체 STR 대비 4.65%)으로 증가했습니다. 불과 1년 사이에 3배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디지털 금융거래 증가와 디지털자산 시장 확대로 디지털자산 활용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 FIU의 설명입니다.
또한 FIU는 특금법 제도 도입 후 25년이 지나면서 새로운 유형의 자금세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제도적 수단이 부족해졌다고 진단했습니다. 조직 규모가 작고 STR 심사분석 시스템이 노후화되어 인프라 측면에서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와 함께 초국가 범죄, 디지털자산 자금세탁이 증가하면서 FIU 기능 확대 및 자금세탁방지 제도 개편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FIU는 새로운 현안에 대한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디지털자산 자금세탁방지 체계 보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맞춰 트래블룰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특금법 시행령·감독규정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트래블룰은 디지털자산 거래소가 디지털자산을 이전할 때 송신자와 수신자의 신원 정보를 수집하는 제도입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22년 3월 특금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도입됐습니다.
현행 제도는 VASP 간 100만 원 이상 이전 거래에 트래블룰을 적용합니다. 하지만 개정안은 이를 금액이나 수량에 관계없이 모든 디지털자산 이전 거래로 확대합니다. 의무 주체도 넓어집니다. 기존에는 디지털자산을 보내는 송신 거래소에만 의무를 부여했지만, 개정안은 수신 거래소도 고객 성명, 디지털자산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 고객 정보를 확보해야 합니다.
해외 거래소나 개인 전자지갑에 대한 규제도 강화됩니다. 국내 거래소가 해외 거래소 또는 개인 전자지갑과 거래할 때 송신자와 수신자가 동일한 경우 등 저위험 거래만 허용합니다. 고위험 거래는 전면 금지되는 것이죠. 또한 해외 거래소, 개인 전자지갑과의 1000만 원 이상 이전 거래는 위험도와 관계없이 의심거래로 간주해 FIU에 보고해야 합니다.
업계 “불필요한 업무 과중, 세부 운영 기준 마련 부담 야기”
업계는 이번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 닥사(DAXA)는 지난 4월 29일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5대 거래소 포함 국내 VASP 27곳의 의견을 담은 의견서를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 제출했습니다. DAXA는 자금세탁방지 체계 강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일부 조항이 특금법상 근거 없이 새로운 의무를 만들어 법률상 위임 범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습니다.

업계가 반발하는 부분은 100만 원 미만 소액 거래까지 트래블룰 확대, 1000만 원 이상 거래 보고 조항입니다. 트래블룰 확대의 경우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무 측면에서는 업무 가중, 거래 보류 및 거절 등에 대한 세부 운영 기준 마련이 부담된다는 것입니다. 이용자 불편도 야기됩니다. 소액 거래라도 송수신자 확인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거래 처리가 지연되고, 정보 확인 불가 시 거래가 거절되기 때문입니다.
1000만 원 이상 거래를 의심거래보고 대상에 포함하는 조항에 대해서는 단순 금액만으로 모든 거래를 의심거래로 간주한다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STR은 건별로 내용을 검토하고 보고서 작성 후 내부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보고 대상이 늘어날 경우 실무 부담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설명입니다.
국제 기준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습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각국이 1000달러(약 142만 원) 또는 1000유로(약 162만 원) 이하로 기준 금액을 설정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3000달러(약 426만 원) 이상 거래에 트래블룰을 적용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거래를 규제 대상으로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입니다.
업계가 자금세탁방지 규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VASP에 지나친 부담을 전가하는 대신 산업 성장과 글로벌 정합성을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에서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아무래도 금융당국과 업계 간의 충분한 소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를 통해 자금세탁방지 강화와 이용자 편의, 산업 성장을 모두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운영 기준이 마련되길 기대합니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