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B 규격, 성능은 그대로인데 이름만 업그레이드?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USB(Universal Serial Bus)는 1996년에 첫 버전이 발표된 이후, 사실상 IT 생태계의 표준 인터페이스가 되었다. PC는 물론, 스마트폰, 태블릿, 휴대용 저장장치를 비롯한 대부분의 IT 기기가 USB 규격의 포트나 커넥터를 탑재하고 있을 정도다. USB는 시간이 흐르며 점차 성능이 향상된 새로운 버전이 등장했다. USB 1.0/1.1 버전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최대 12Mbit/s에 불과했으나 2000년에 발표된 2.0 버전은 최대 480Mbit/s, 그리고 2008년에 나온 3.0 버전은 최대 5Gbit/s까지 성능을 높였다.

USB 규격 포트와 커넥터
USB 규격 포트와 커넥터

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2013년에 발표된 'USB 3.1(최대 10Gbit/s)' 버전부터다. USB 기술을 개발하고 표준 규격을 관리하는 단체인 USB-IF(USB Implementers Forum)는 USB 3.1을 발표한 후, 상당수 제조사들의 항의를 받아야 했다. USB 3.1의 등장으로 인해 기존에 팔고 있던 USB 3.0 지원 제품이 구형 취급을 받아 마케팅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 때문에 USB-IF는 2015년에 USB 3.1의 이름을 'USB 3.1 Gen 2'로 바꾸고 기존의 USB 3.0은 'USB 3.1 Gen 1'으로 이름을 바꾼다고 바꾼다고 발표했다. 2008년부터 쓰던 USB 3.0 기술이 갑자기 USB 3.1인 것처럼 이름만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당연히 제조사들은 환영했다. 기존의 USB 3.0 기반 외장하드, USB 메모리 등이 'USB 3.1 지원' 이라는 문구를 달고 재포장되어 팔리는 경우도 있었고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PC 역시 USB 3.1 포트(본래는 USB 3.0 이지만)를 달고 있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다. 'Gen1' 표기는 생략되곤 했는데, 사실 그게 붙어있더라도 의미를 아는 소비자는 드물었다.

USB-IF에서 정한 각 USB 규격의
로고
USB-IF에서 정한 각 USB 규격의 로고

< USB-IF에서 정한 각 USB 규격의 로고>

이렇게 소비자들을 의도적으로 혼란스럽게 하는 마케팅은 2017년에 발표된 USB 3.2 버전에도 이어진다. USB-IF는 최대 20Gbit/s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내는 최신 규격의 이름을 'USB 3.2 Gen 2x2'라고 이름 붙이고 기존의 USB 3.1 Gen 1(USB 3.0) 버전은 'USB 3.2 Gen 1x1', 그리고 기존의 USB 3.1 Gen 2(USB 3.1) 버전은 ‘USB 3.2 Gen 2x1’로 이름을 또 바꿨다. 이 정도면 사실상 소비자 기만에 가까운 상술이다.

정리하자면

USB 3.0 = USB 3.1 Gen 1 = USB 3.2 Gen 1x1(최대 5Gbit/s)
USB 3.1 = USB 3.1 Gen 2 = USB 3.2 Gen 2x1(최대 10Gbit/s)

이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특히 USB 3.0의 경우는 2008년에 처음으로 발표된 후 성능의 변화 없이 이름만 2번이나 업그레이드(?) 되었다. 시중에 팔리는 PC나 외장하드, USB 메모리 등을 사고자 할 때 'USB 3.1', 혹은 'USB 3.2'라는 문구가 보인다면 그 뒤에 붙는 세대(Gen) 표기가 무엇인지, 그리고 최대 전송 속도는 얼마인지도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이다.

참고로 USB-IF는 작년 하반기에 'USB4' 규격을 발표했다. 최대 40Gbit/s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내는 규격은 'Gen 3x2', 최대 20Gbit/s 규격은 'Gen 3x1'로 분류한다고 한다. USB의 버전명을 둘러싼 소비자들의 혼란은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듯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