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금, 감정의 시대에는 갑질 아닌 '감성' 리더가 필요하다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예전에는 사장은 직원에게, 상사는 부하 직원에게, 교수는 학생들에게, 손님은 판매직원에게, 남성은 여성에게 '갑질'을 해도 어느 정도 용납되곤 했는데, 지금은 왜 그렇지 않을까. 그때는 이런 갑질을 잘 버티고 참았는데, 지금은 왜 못 참을까?

이전부터 그리 행동했던 사람들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내 윗 사람들도 그래왔고 큰 문제도 없었는데, 새삼스레 지금에서 벌떼같이 달려 드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까라면 까는 것이 당연한 건데, 요즘은 까라고 하면 까라고 했다고 뭐라고 하고, 까지 말라고 하면 까지 말라고 했다고 뭐라고 하고...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고 호소한다.

과거에는 큰 문제 없었는데, 왜 지금은 이슈가 되는 걸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의 작용'에 관해 알아야 한다. 마음의 본성은 원래 하나지만 대상과 접촉하여 밖으로 표출되면, '감정', '생각', '의지' 등 세 가지로 작용한다. 이를 '마음 작용'이라 한다. 사람의 마음 작용이 집단 무의식에서도 발휘된다.

갑질을 참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갑질을 참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개인성격의 유형을 감정형, 사고형, 의지형 등으로 나누듯이, 집단 무의식에서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시대에 따라 집단이 취하는 마음의 유형을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1970년대~1990년대는 먹고 사는 것이 가장 중요했던 '의지형' 시대다. 그래서 이 시대에는 '잘살아보세'와 같은 구호가 먹혔다. 리더도 카리스마가 강력한 의지형 리더가 지배하던 시기다. 현대그룹 고 정주영 회장이 대표적인 카리스마 리더다. 그런 시대다 보니 개인의 감정은 그리 중요치 않다. 갑질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고, 까라면 까야 했던' 시기다. 집단 무의식에 '먹고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1990년~2010년대는 '사고형' 시대다. 이 시대는 먹고 살기보다 안전을 더 중요시했다. 미래를 대비하는 사고형 리더가 지배했던 이유다. 이때부터 카리스마 리더가 아닌 '혁신 리더'가 지배하게 된다. 대표적인 혁신 리더로 그 유명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꼽힌다. 제품도 기능이나 성능 측면에서 혁신적 제품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던 시기였다. 비이성적인 감정보다는 논리적 사고와 이성을 더 중요하게 여긴 시기라 개인 감정을 그리 중요하게 따지지 않았다. 때문에 이 시기에도 갑질이 어느 정도 허용되고 용납됐다.

2010년~2030년대는 이른바 '감정형'의 시대다. 이때부터는 어떤 것보다 감정이 중요해진다. 때문에 감정을 상하게 하는 사람이나 상황에 대해서 더 이상 참지 못한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감정을 잘 어루만지는 감정형 리더가 각광을 받는다. 감성 리더다. 감성 리더는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탁월하다. 직전 시대에는 혁신적 기능의 제품들이 많이 팔렸다면, 이 시기에는 소비자의 감성을 톡톡 건드리는 제품이 인기가 높다. 경동나비엔 콘덴싱 보일러 광고인 '콘덴싱이 옳았다; 우리아빠는요!'가 대표적인 감성적 사례다.

우리는 지금 감정의 시대에 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의지도 생각도 아닌 바로 감정이다. 감정을 상하게 만드는 갑질을 참지 못하는 시대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면 2030년 이후에는 어떤 시대가 될까? 한 사이클을 돌았으니 다시 의지형시대가 오지 않을까? 당연히,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2030년부터~2050년대는 마음의 세 가지 작용인 '감정', '생각', '의지’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통합'의 시기가 되리라 예상한다. 본격적인 인공지능(AI) 시대가 시작될 것이기에 인간이 한쪽에 치우친 마음으로는 인공지능과 경쟁해 이길 수 없다. 되레 인공지능에 지배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때는 '통합형' 리더 또는 '명상형' 리더가 나타날 수 있다. 명상이 요즘 전 세계에서 유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명상은 자기 마음을 자각하고 성찰하는데 도움이 된다. 어디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통합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인공지능에 지배 받는 노예 같은 삶이 아닌 주인으로서의 창조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세상은 고정되지 않고 물 흐르듯 시대의 의식 흐름에 따라 변화한다.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자연도 바뀌듯, 사람들도 시대의 변화에 맞춰 자연스럽게 살아야 한다. 옛 것을 고집하며 변하지 않으려 버티면 계절의 변화를 받아 들이지 않는 철부지로 오해 받는다. 계절이 바뀌듯 시대도 변했다.

글 / 마음텃밭명상상담센터 김동성 박사 (kim2s3f@empas.com)

김동성 박사
김동성 박사
IT시스템 엔지니어로 10년 이상 숨가쁘게 근무하다, 명상 세계에 심취한 뒤 명상심리전문가로 전향했다. 현재 마음텃밭명상상담센터 소장, 명상상담평생교육원 교수,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 이사, 한국명상지도자협회 감사 등을 맡고 있으며, 기업, 기관, 학교 등에서 다양한 명상심리 강의/상담 활동을 수행하며 지친 현대인을 명상의 '기술'로 위로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김영우 (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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